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05화 (206/898)

***

“아… 일단 한판은 그렇게 하고 랭크전? 그것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와… 게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노멀전이 지루해지셨나 봐요.”

세인트블루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분명 해골이 아니었다.

길 가다가 한 번 정도는 돌아볼 정도로 예쁜 여자였다.

아주 길~~~~~~~~~게 한번.

‘이야… 나는 미인점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 여자 되게 잘 어울리네.’

[그런데 이상합니다. VR 계정이 아닌 독립적인 게임 계정으로 친구를 맺은 건데 저렇게 얼굴을 드러낼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조용히 하고 지켜보자.’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나는 일단 세인트블루가 대전 옵션을 설정하는 동안 친구창 옵션을 살펴봤다.

<외형 공개> 이 옵션에 설정할 수 있는 옵션들이 두 개가 있었다.

비공개, 친구에게만 공개.

옵션 중에는 모두에게 공개 옵션은 없었다.

애초에 이 게임 특성상 모두에게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다닐 놈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옵션을 넣지 않은 것 같았다.

참고로 내 옵션은 비공개로 되어 있었다.

‘응? 뭐야? 왜 비공개지?’

[비공개가 디폴트 설정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분명 초서현이랑 잘 웃고 떠들었잖아.’

[그건 VR 계정이 더 상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초서현과 VR 계정으로 친구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VR 계정 친구는 그냥 인터넷 친구라기보다는 연락처를 알고 지내는 오프라인 친구 같은 것이었다.

그에 비해서 게임 계정에서 맺은 친구는 진짜 온라인 친구 같은 것이었다.

VR에 접속하고 나서 게임에 들어가야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VR 계정에 이미 친구에게 공개 옵션이 걸려있어서 게임에서 비공개라고 해도 더 상위의 시스템 설정이 적용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공개로 해놨지….’

세인트블루는 내 외형이 어제 했던 궁수 캐릭터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전 설정을 마치고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 시작할게요~”

..

..

나는 세인트블루와 게임을 하면서 그녀의 외모가 보이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고의가 아니었다.

“죄송해요. 해골 얼굴 보기 싫으시죠?”

“아뇨. 괜찮아요.”

“제가 할 줄 아는 캐릭이 이것밖에 없어서….”

그녀는 설정창을 잘못 건드렸고, 그로 인해서 친구추가를 한 내가 그녀의 외모를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일부러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 VR 계정만 공개해야 하는데, 게임 계정도 실수로 공개를 해버렸나 보네.’

[일단 수호 님의 의욕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아르모니아가 말하는 의욕은 그저 미인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이 아니었다.

이런 미인이….

‘그런 개 같은 놈이랑 사귄다고? 약점 잡혔나? 개가튼… 이번에는 내가 약점을 잡아야겠어.’

[….]

도대체 왜 그런 인성 밥 말아 먹은 녀석이랑 사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약점 잡혔나?

그렇다면 그놈을 죽일 것이다.

잘생겼나?

기분 나쁘니 그놈을 죽일 것이다.

돈이 많은가?

재수 없으니 그놈을 죽일 것이다.

살아있나?

그놈을 죽일 것이다.

내가 정신을 못 차린 상태로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아르모니아가 나를 진정시켰다.

[침착하시길 바랍니다. 입장상 수호 님께서는 세인트블루의 외모는 모르는 상태여야 합니다.]

‘흐흐… 침착하게 죽일 것이다.’

[….]

나는 최대한 세인트블루를 의식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했다.

노멀전… 역시나 별거 없었다.

20분도 안 돼서 15킬을 하고 게임은 막을 내렸다.

다만 지금 노멀전은 내가 너무 전적이 없는 탓에 진짜 초보자들만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런데 랭크전은… 사실 저도 해본 적이 없어요. 애초에 이 게임 자체를 별로 안 하고….”

“그럼 저 혼자라도….”

“그래도 이왕 같이 시작한 거 같이 해봐요.”

세인트블루는 옵션을 랭크전으로 바꾸고 나서 신청을 눌렀다.

아까 노멀전과 다르게 시간이 좀 걸렸다.

세인트블루는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게 랭크전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랭크전은 처음 10판이 중요해요.”

“10판이요? 왜 하필 10판인가요?”

“그 10판의 승률에 따라서 처음 랭크가 정해지거든요.

브론즈, 실버, 골드.

랭크전을 처음 하면 10판의 승률에 따라서 이 세 개의 랭크 중의 하나로 결정된다고 한다.

랭크 안에서도 서열이 있지만, 그건 지금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일단 대부분 실버에 안착하는 게 정석이에요. 골드가 되려면 대부분 10판 연승을 해야 하고, 브론즈는 10판 전패 수준이 아니면 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아요”

“그… 실례가 안 되면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남자친구분은 부캐 맞죠?”

“….”

세인트블루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네, 부캐예요. 오빠는 저랑 같이할 때는 언제나 부캐를 해요.”

“그럼 본캐는 랭크가 뭔가요?”

“오빠는….”

세인트블루는 말해줘야 하나 고민하더니, 결국 대답해줬다.

“다이아예요.”

대충 골드 위에 플래티넘, 플래티넘 위에 다이아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확신했다.

‘…일단 초반에는 문제없겠는데?’

..

..

역시나 쉽게 이겼다.

버그킬러가 다이아라면 웬만해서 그 밑에 있는 녀석들은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랭크전에 와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원딜 쪽은 내가 제대로 멘탈을 터트려줬다.

그런데 꾸역꾸역 나가지 않고 버티다가 점차 판이 커지기 시작했다.

한타.

나와 세인트블루는 시체가 드러누운 장소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와… 개판이네요.”

“하하… 원래 대부분 이런 식으로 게임이 진행돼요.”

대부분 자기 라인 지키며 성장하고, 그렇게 성장한 5명이 모여서 상대 진영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

그게 이 게임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너무 처바르니까, 애들이 그냥 중간에 항복해서 한타라는 개념을 여기서 처음 경험해봤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미 내가 너무 킬을 많이 먹어서 한타를 해도 내가 다 쓸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10판이 마무리되었다.

‘…아르모니아.’

[네.]

‘왜 자라고 말하지 않았어! 지금 새벽 3시잖아!’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호통을 쳤다.

아르모니아는 내가 새벽까지 게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잘 시간이 되면 알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아르모니아는….

[분명 새벽 12시 30분을 기점으로 5분마다 알려드렸습니다.]

‘…알려줬구나. 왜 기억이 안 나지?’

[한판만… 이라고 하시면서 제 말씀을 듣지 않으셨습니다.]

‘하하… 사람이 게임 좀 할 수 있지 뭐….’

[….]

무섭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살기를 애써 무시하고 대기실에 있는 세인트블루에게 말을 걸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아뇨, 저야말로 재미있었어요. 설마 저까지 덩달아 골드가 될 줄은 몰랐네요.”

세인트블루는 나와 계속 같이 한 덕분에 얼떨결에 10연승을 하고 나와 같이 골드를 달게 되었다.

나는 세인트블루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남자친구분이랑 랭크전 안 하세요?”

“오빠는 그냥 저랑 노멀전하는 거 좋아해요.”

초보자들 학살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녀석인가 보군….

생각해보면 세인트블루는 애초에 이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같고….

‘잠깐…? 그런데 왜 나랑 같이 게임을 한 거지?’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처음에 실물 외모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세인트블루는 크게 하품을 하더니, 슬슬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암… 죄송해요. 저는 오늘 여기까지가 한계네요.”

“저도 슬슬 자려고 했어요.”

“아, 혹시 내일도 들어오시나요?”

…분명 게임 잘하는 사람에게 반하는 스타일은 아닌듯했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런데 왜 나랑 계속 붙어서 같이하려는 걸까?

하지만… 일단 세인트블루와 최대한 엮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질문에 흔쾌히 대답했다.

“아마 내일도 비슷한 시간에 올 거 같아요.”

“아~ 그럼 내일도 같이해요.”

“네, 그러죠. 그럼 쉬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세인트블루는 나른한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한 뒤 대기실을 나갔다.

그 뒤에 나도 VR을 빠져나와서 헤드기어를 벗고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이상하지?”

[뭔가 목적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적어서 함부로 확답을 드리기 힘들 거 같습니다.]

VR 안에서 기질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뭐, 일단 얼굴 알았잖아. 운이 좋으면 언젠가 마주칠지 또 알아?’

언젠가 마주칠 것이라는 허황한 기대와 함께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안해요.”

 “아뇨. 피곤하면 그럴 수 있죠.”

 아침에 교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초서현은 진심이 담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초서현은 어제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알람과 아침햇살이 자신을 반겨주고 있었다고 한다.

 “일단 수업 시간 다 돼가네요. 가시죠.”

 “네….”

 지속해서 사과하는 초서현을 진정시킨 다음, 교실에 들려서 생도들을 데리고 VR 훈련실로 향했다.

 VR 훈련실에 도착하고 나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흐음~ 뭐랄까 여기 올 때마다 새 차 냄새가 꽉 차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

 VR 캡슐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아서 그런지 언제나 기스 하나 보이지 않는 광으로 뒤덮여있었다.

 고급 차 전시회에 온 느낌.

 너무 좋았다.

 3초 전까지.

 ‘아니, 씨발 여기 위생 상태 개판이네.’

 […?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조울증 환자조차 거리를 둘 것 같은 내 감정변화에 아르모니아가 뭔가 싶어서 물어왔다.

 금방 전까지 크게 숨을 쉬며 행복에 겨워하던 내가 입에 게거품 물며 욕을 하니 당황한 듯 보였다.

 내가 욕을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위이잉….

 ‘시발놈의 파리 새끼가….’

 [….]

 먼지 한 톨 용납할 수 없는 공간에 파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여라도 저놈이 나랑 VR 캡슐 안에 들어갔다가 내가 VR으로 들어간 사이에 내 몸을 여기저기 더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진심으로 토 나올 거 같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모기가 제일 싫고, 그다음이 파리다.

 거지 같은 놈들이 그냥 날아다니기만 해도 기분 더러운데 자꾸 귀찮게 한다.

 ‘아, 생각 같아서는 딱콩 한방 갈기고 싶은데…. 여기서 딱콩 쏘면 큰일이겠지?’

 […굳이 저에게 물어보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쏠 걸 그랬나? 용서가 허락보다 쉽다고 하던데.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서 파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을 때, 기술자가 나에게 와서 캡슐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나는 캡슐에 들어갈 때, 혹시라도 파리가 내 캡슐에 들어올까 싶어서 모든 시야를 파리로 좁혀서 관찰했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인지 캡슐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휴… 들어왔으면 진심으로 딱콩 쏠 뻔했어.’

 […혹시라도 진짜로 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잔소리를 들으며 VR 가상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

 ..

 나는 VR 수업을 마치고 캡슐에서 나온 뒤 상쾌한 날숨과 함께 통신으로 읊조렸다.

 ‘…쏠까?’

 […제발 쏘지 마시길 바랍니다.]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건 초서현도, 기술자도, 어여쁜 여자 생도도 아니었다.

 캡슐 패널에 붙어 있는 파리였다.

 파리는 장인 정신이 깃든 손을 열심히 비비며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일단 내 중추신경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저놈을 손바닥으로 잡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저놈을 잡을 방법이 있다면… 마법 정도였다.

 ‘저 정도면 작은 뇌속성 마법으로 제거할 수 있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파티 뒤쪽에 뇌속성 마법진을 생성했다.

 하지만 작게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 크기는 10원짜리 동전 크기가 한계였다.

 그런데 그 동전만 한 마법진이 생성되고 빛을 내는 순간 파리가 빛에 반응했는지 도주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나는 내 남은 인생의 순발력과 반사신경을 모두 동원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죽어어어어엇!!!!!!!!’

 [….]

 부모의 원수를 죽일 듯 외쳤고, 마법은 발사됐다.

 피픽….

 파리는 노란색 전류를 정통으로 맞고 어디론가 떨어져 나갔다.

 기계 사이로 들어간 거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불분명했다.

 나는 조용히 통신으로 말했다.

 ‘…해치웠나?’

 위잉….

 파리는 휘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캡슐 기기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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