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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가 질 때쯤에 한봄이 거주하고 있는 신혼 동굴(?)로 향했다.
나는 돌아가자마자 한봄에게 몇몇 레드 소환사들과 마주했고, 처치했다고 설명해줬다.
“일단 생각보다 허접하더라.”
“흐흐… 아저씨는 도대체 뭐하던 사람이에요?”
“그건… 모유 마시게 해주면 가르쳐줄게!”
나는 한봄을 껴안고 그녀의 가슴을 막 주무르기 시작했다.
한봄은 내 등짝을 내려치면서 혼냈다.
짝!
“크엇!”
“바, 밥 먹고 해! 이 아저씨야!”
그렇게 등짝을 맞고, 나는 한봄이 차려준 간편식을 같이 앉아서 오손도손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밥을 먹는 중에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두 개를 꺼내서 한봄에게 보여줬다.
한봄은 내가 꺼낸 아이템 두 개를 보더니,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토끼 눈을 하면서 바라봤다.
“아, 아저씨… 그거 어디서 났어요?”
“이거 아까 레드 소환사 녀석들이 이거 꺼내서 몰래 이야기할 때 뒤치기해서 뺏었어.”
나는 몰래 돌아다니다가 레드 소환사 무리를 발견했고, 뒤에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이 단도와 실명탄을 가지고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고 설명해줬다.
“이상해… 우리가 여기 온다는 걸 안다는 듯이 말했단 말이지?”
“….”
한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눈을 꽉 감았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한봄도 용의자를 넘어서서 한여름을 범인으로 확신하겠지?’
[환각제 이야기도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
나는 한봄의 상태를 모르는 척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했다.
“그리고 아까 무슨 환각제 이야기도 하더라…. 봄아, 혹시라도 여기서 절대 나가지 마. 그 녀석들 우리가 모르는 위험한 도구들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아.”
“화… 환각제…요?”
“응, 그런데 그 이야기는 제대로 못 들었어. 실수로 들키는 바람에…. 그런데 우리 중에 누군가가 접선해서 먹이려고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던데…. 뭐~ 누가 그런 짓을 하겠어.”
“으윽….”
한봄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숟가락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한봄을 껴안았다.
“왜 그래!? 또 통증이야?”
“그… 흐윽… 그게…. 흐으으윽!”
나는 애처롭게 울고 있는 한봄을 살며시 껴안으면서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여름… 니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보… 내가 대신 다 청산시켜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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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봄은 결국 왜 울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회귀도 설명해야 하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변명도 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당할 걸 알면서 여기로 왔다?
그것도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오히려 본인이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미안해요. 그냥 갑자기 언니가 보고 싶어서….”
“아… 갑자기 울어서 깜짝 놀랐네.”
나는 한봄을 껴안은 채 그녀를 위로해줬다.
나와 한봄은 하는 행동만 보면 연인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사실 이제는 연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위그드라실 두 번째 정…실?’
[…정실이 몇 명이 생길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
젠장, 나는 벌써 걱정되는데?
그래도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아까 붉은 초승달의 아지트에 있던 망가진 한여름의 모습을 보니, 한봄을 꼬신 건 더할 나위 없이 잘한 행동이었다.
한여름과 관련 없어도 꼬시긴 했겠지만….
내가 침묵하며 껴안고 있자, 한봄이 안절부절못하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미안해요… 피곤할 텐데 괜히 제가 어리광부려서….”
“에이… 그런 말 하지 마.”
“으읏… 아, 아저씨… 하읏….”
나는 한봄의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면서 그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다리 벌리고 어리광부리면 용서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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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되었고, 이 동굴에서 거주한 지 총 사흘째가 되는 날이었다.
나는 어젯밤 한봄과 짐승과 같은 교접을 했고, 그걸 찍어서 아침 일찍 한여름에게 퀵배달을 보냈다.
이제 슬슬 떠나야 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한봄과 같이 아침밥을 먹고 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봄아, 나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야.”
“봄아, 나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야.”
“어!? 왜!?”
당황한 한봄은 나에게 달라붙어서 폭격 같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냐, 나 때문이냐, 내가 뭘 잘못했냐….
“잠깐!”
“으으….”
나는 일단 한봄을 진정시키고 간신히 이야기를 다시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줬다.
지금 나의 표면적인 목표는 한여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한여름은 찾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녀석들의 아지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내가 정한 기한은 대략 사흘.
사흘 정도 범위를 넓히며 돌아다니고, 레드 소환사들의 뒤를 몰래 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계속 여기를 들락날락하면 오히려 우리의 거처가 노출될 수 있어. 일단 내가 며칠 동안 돌아다니면서 주위를 좀 살펴볼게.”
“그, 그렇지만….”
한봄은 불안감에 휩싸인 표정으로 내가 떠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 설득했고, 결국 한봄도 어깨를 축 늘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는 안전지대고, 누군가가 침입해도 이 안에서는 아무 짓도 못 할 거야.”
“네…. 아저씨…. 꼭 돌아와야 해요.”
“응,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늦는다고 절대 나오면 안 돼. 알았지?”
“후… 알았어요.”
나는 한봄에게 엄포를 놓았다.
만약 걱정된다는 식으로 돌아다니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헤어질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헤어진다는 표현은 인연을 끊는다는 표현과 같았다.
한봄은 내 강경한 태도에 기세가 눌려서 절대 이곳을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절대 안 나갈게요… 알아요. 나도 내가 쓸모없는 거….”
“그런 게 아니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해. 만약에라도 레드 소환사 중에 내 실력을 넘는 녀석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나는 간신히 한봄을 설득시키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아저씨.”
“응.”
“… 꼭 와야 해요.”
나는 한봄을 마지막으로 껴안고 그녀의 귓속에 소곤소곤 속삭였다.
“모유 마시고 싶어서라도 꼭 돌아올 거야.”
“아니! 이 아저씨가!”
한봄은 실없이 웃으며 내 등짝을 치면서 배웅해줬다.
나는 동굴을 빠져나오고 나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붉은 초승달 조직원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만약 한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죽을 것이라고….
내 실력을 알고 있는 녀석들은 눈빛으로 불만과 더불어서 두려움도 깃든 게 내 눈에 보였다.
아무리 위층에서 날뛰던 녀석들이라고 해도 레벨이 다운된 상태이기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붉은 초승달의 아지트로 가는 중에 채널 대화로 말했다.
“요 며칠 동안 말씀이 없으시네요?”
내가 한봄과 성교를 하고 나서 게꼬수는 어떠한 채팅도 치지 않고 있었다.
미션 성공으로 10만 포인트가 제대로 들어온 것을 보면 채팅은 치지 않아도 계속 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었다.
나도 한봄에게 신경을 쏟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
“게꼬수님?”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왜?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에 주절주절 떠들던 양반이 조용하니 걱정되기 시작했다.
솔직히 포인트는 크게 관심없었다.
그냥 저 양반이 있으면 그래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거든.
내 걱정하는 물음에 게꼬수는 잠시 조용하더니 채팅으로 한탄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 쟤는 진짜 안넘어갈 줄 알았는데. 허탈하네….
“…지금까지 그거 때문에 조용한 거라고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ㅇㅇ
“….”
괜히 걱정했다.
회귀 사실을 모르는 게꼬수의 입장에서 한봄의 행동은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한봄이 위그드라실에 와서 힐러라는 직업을 고를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그녀에게 깊은 신앙심이 내재하여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 여자가 고작 일주일 만에 먹히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것이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야, 나 몰래 약 쓰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러면 진작에 레드 소환사 됐겠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거참… 내가 죽은 지 오래돼서 감이 바닥을 치는 건가….
게꼬수는 나름 자신했던 분야에서 헛발질하는 자신의 모습에 기분이 우울해진 거라고 설명해줬다.
뭐 살아생전 게이라서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았나?
나는 그렇게 침울해 있는 게꼬수에게 더 안타까운 말을 전하게 되었다.
“죄송한데, 한동안 채널 닫아야 할 거 같아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무어!!! 왜!!
“걱정하지 마세요. 며칠 후에 다시 열게요. 그냥 향수병 걸려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딸 치면 향수병 사라져!!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고요…. 사흘이나 나흘 후쯤에 채널 다시 열게요! 나중에 봬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너 이 자식! 방송 끄고 딸 치려는 거지! 나도 보여줘!!
나는 그 채팅을 마지막으로 채널을 종료했다.
‘그럼… 보리스 녀석한테 당부해놓고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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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함선으로 복귀한 뒤에 이틀간의 휴식을 취하고 영사관으로 향했다.
나는 빡빡한 영사관의 출입 검문을 받으며 통신으로 투덜거렸다.
‘거지 같은… 내가 정식 교관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대우하지는 않았겠지?’
[정식 교관도 철저한 검문은 필수일 것입니다.]
‘들어갈 때마다 귀찮네.’
내가 한창 검문을 받고 있을 때, 정문 쪽으로 화려한 세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세단에 타고 있는 주인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차량 뒷문이 열리면서 검은 흑발의 단정한 생도복을 입고 있는 서지은이 내렸다.
그녀는 운전기사와 한창 대화를 나누더니, 살며시 웃고는 교문으로 다가왔다.
‘저 운전기사랑 친한가?’
나는 마과에서 서지은을 한동안 봤지만, 저렇게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까까지 운전기사와 웃으며 대화하던 서지은의 미소는 잔잔한 바닷길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미소를 지운 서지은이 정문으로 다가와서 검문을 받으려는 찰나였다.
“아,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나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경비들은 서지은을 보자마자 바로 그녀를 통과시켜주고 있었다.
서지은은 나에게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고 바로 교문을 통과했다.
‘…정식 교관 위에 부잣집 따님인가?’
[….]
내 투덜거림에 아르모니아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부자이고 유명하길래 저렇게 얼굴만 보고 프리패스를 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박탈감 오지는 검문을 철저하게 받고 나서야 간신히 교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이렉트로 향한 곳은 교내 식당이었다.
내가 교내 식당 건물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서 있었다.
캐주얼한 정장에 무릎 위에 걸쳐져 있는 치마,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되어 있는 머리카락.
그리고 싱그러운 미소.
“아! 성수호 교관님.”
“안녕하세요.
성수아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나는 성수아와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를 나눈 뒤에 같이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식당은 한산한 편이었고, 성수아와 나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성수호 교관님은… 주말에 자주 나가시네요?”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요.”
“아… 쉬는 날인데, 피곤하시겠네요.”
성수아의 표정에는 안타까움과 걱정이 오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성수아는 주말에 뭘 했을까?
“성수아 교관님은 주말에 뭐하셨어요?”
“그… 그냥 쉬었어요.”
“기숙사에서요? 누구 만나지 않았나요?”
“…네.”
이해할 수 없었다.
성수아는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편이라 주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서성거릴 사람이 많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초강현을 만나야 할 텐데….
그런데 그녀는 내 말을 회피하면서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 그러고 보니까, 영사관 내부 전산망을 고쳤다고 하네요.”
“아, 그거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이번 주에도 고쳐지지 않았다면 초서현의 투덜거림을 받아야 하는 건 나일 테니까.
“그런데 그만큼 주의해야 할 것도 있어요.”
“어떤 건가요?”
“전산망이 고쳐지면 주말에 생도들도 외출하려고 할 거예요. 그만큼 걱정거리도 많아지는 거죠.”
생도들의 외출은 교관이 일일이 통제하지는 않는다.
거기다 외출한 생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교관의 책임으로 돌려지지는 않는다.
교관은 어디까지나 영사관 내부의 일을 위해서만 고용된 존재들이다.
학교 선생님처럼 외부에서 터지는 일까지 감당하려고 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성수아는 달랐다.
“애들은 아직 어려요. 외부에서 괴인을 만나면 가끔 정의심에 불타서 먼저 달려들기도 해요.”
“그건 곤란하네요.”
그녀는 언제나 생도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오늘은 실습이나 이론보다는 애들한테 경각심을 심어주는 수업을 위주로 진행해야 할 거 같아요.”
“좋네요. 학생일수록 그런 게 중요한 법이죠.”
나는 성수아와 오늘 수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오전수업을 위해 기과 교무실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성수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 성수호 교관님.”
“네.”
“그….”
성수아는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초서현 교관님이랑 어떠세요?”
“어떠냐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 트러블 없이 잘 지내나 해서요.”
성수아의 물음에 나는 초서현에 대해서 최대한 좋은 점만 이야기했다.
“네. 처음에는 좀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굉장히 좋은 분이시더라고요. 교육열도 굉장하시고요.”
“그,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
“그, 그럼 이따 봬요.”
성수아는 싱그러운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마과 건물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