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순간 화면에는 엄청난 소리가 울려 나왔다.
짜악!
한봄이 성수호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이었다.
한여름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비록 입밖이 아닌, 속마음이었지만….
‘잘했어!! 그래! 그런 녀석이라고!! 너를 이용하기만 하려고 하는 새끼라고!!’
한여름은 이 위그드라실에 와서 이렇게 통쾌한 장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비록 성수호의 뺨 한 대뿐이었지만, 그는 기대감이 복받쳐 올랐다.
‘때려! 더 때려!! 아예 거기를 차서 불구로… 응?’
한여름이 속으로 그녀의 다음 행동을 기대하고 있을 때, 한봄이 하는 행동은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흐아아앙! 무서웠다고! 진짜 무서웠어!! 흐아앙!)
(하하하… 미안해요. 장난이 심했죠?)
한봄은 알몸 상태로 성수호에게 달려들어서 껴안고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평생 한봄이 누군가에게 기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기대는 모습을 본 게 전부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언제나 한여름에게 기대려고 했지만, 한여름은 그걸 거부했다.
귀찮고, 짜증 나고, 못마땅했다.
한여름에게 한봄은 그냥 존재 자체가 그야말로 해악 같은 존재라고 여겨졌다.
그런 그녀가… 한여름의 마음을 완전히 깨뜨리기 시작했다.
‘아냐… 봄아… 저 새끼 니가 생각하는 그런 놈 아냐… 여자를 하찮게 생각하는 쓰레기라고….’
한여름이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릴 때,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 저 새끼 하는 짓이 예전에 한여름이 하던 짓 아냐?
└ㅇㅇ 민하연이랑 한봄이 얘기한 거 들어보면 그런짓 했던 거 같지?
‘아냐… 나는 저렇게 쓰레기 짓까지는 안 했어!!!’
채널의 존재들은 한여름의 생각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채널 대화는 기본적으로 생각으로 전해지는 게 아니었다.
무조건 입 밖으로 말을 내뱉어야 한다.
하지만 한여름은 지금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채널의 존재들은 자기들의 기분에 따라 채널을 치기 시작했다.
└시발… 존나 좆같아… 딸치기 싫은데…. 존나 서고 있어!!! 너 때문이야 한여름 개새끼야!!
└와… 그런데 저건 쩐다. 저 성수호라는 녀석, 사람 꼴리게 하는 재능이 탁월해.
└나 이상한 성벽 생길 거 같아….
└한봄 마망! 모유쮸세용!
└미친 꺼져 ㅋㅋㅋㅋ
채널의 존재들은 한여름을 욕하면서 성수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와… 그런데 쟤는 여기 오기 전에 뭐하던 녀석이냐.
└애초에 수준이 다른데? 딱 보니까 섹스도 존나 잘하는 거 같지 않아?
└하긴 여름이가 외모랑 키를 존나 쩔어도 거기는 작은 편이지.
‘개소리 하지마!!! 누가 작아!! 누가 작냐고!!!’
지금까지 한여름과 지낸 여자들은 단 한 번도 그에게 작다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채널의 존재들은 그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비웃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보기에도 크기가 좀 차이가 있네.
└한여름, 너는 그래도 외모가 쩔잖아. 아 씨발 그런데 그 얼굴로 왜 여자를 못 꼬셔 개새끼야!!!
└ㅋㅋㅋㅋㅋㅋ왜 갑자기 발작함?
└발작 안 하게 생겼냐? 지금 우리 전부 네토라레 강제 주입 당하고 있는데.
└하앍하앍 봄이 짬지 너무 예뻐! 난 이 채널 너무 좋아!!
└미친 새끼 ㅋㅋㅋㅋ
‘이 개새끼들 죽여버리겠어!!’
멸시와 조소, 경멸과 비아냥들이 담긴 채팅들….
모두 한여름에게 쏟아지는 채팅이었다.
한여름은 평생 누군가에게 내뱉던 말과 생각들을 직접 들으면서 당하고 있었다.
언제나 빼앗았다.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처음에는 한여름에게 반항적으로 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외모가 결국 여자를 홀렸고, 여자는 어느 순간 한여름에게 넘어왔다.
절망하는 남자를 위로하던 여동생은 한여름에게 욕설과 함께 적개심을 보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욕설과 함께 한여름의 골반 위에서 허리를 흔들면서 자신의 오빠를 한심한 남자로 여겼다.
그 모든 게… 반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흐으윽… 나, 이대로는 용서 못 해! 누워요!)
(하하… 좀 쉬다가 하면 안 될까요?)
(웃기지 마!)
(쉬고 나서 오빠도 구하러 가야죠.)
(….)
한여름은 알고 있었다.
성수호가 자신을 구할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을….
성수호는 한봄을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었다.
한봄의 입으로 성수호가 원하는 말을 내뱉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하지 마… 개새끼야… 하지 말라고!!’
한여름이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언제나 해봤으니까….
다른 남자에게서 빼앗은 여자들을 그런 식으로 시험해봤으니까.
└아까는 정신 나간 상태에서 했던 말이잖아. 지금은 봄이도 정신 차렸겠지.
└그래… 신계에 사는 신들이 다 쓰레기긴 하지만 가족은 중시함.
└맞아, 가족 구하는 건 1순위지.
└봄이 짬지 보자! 섹스 해라!!!
└저 개새끼는 ㅋㅋㅋㅋㅋㅋ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한봄은 눈을 뜨고 나서 스크린 밖에 있는 존재들의 생각을 완전히 박살 냈다.
(오빠… 구하다가 아저씨가 다치는 게 싫어요. 그냥… 우리끼리 떠나요.)
‘하아… 하아… 씨발!!! 아아아아아아아악!!!!’
한여름의 심장은 프레스에 눌리는 것처럼 그에게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민하연의 섹파 발언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한봄의 말에 채팅창은 뒤집힌 상태였다.
└와… 씨발 저 성수호라는 녀석 섹스를 얼마나 잘하면 한봄을 저렇게 무너뜨리냐.
└저게 말이 되나? 아무리 섹스를 잘한다고 해도… 나는 한봄이라는 애 진짜 좋게 봤는데….
└하아… 여동생이 남자에게 빠져서 오빠 죽으라고 하네…. 병신같은 한여름… 내가 왜 이런 걸 봐야 하나….
└그럼 나가….
└…너무 쩔어서 나가지도 못하겠다.
└하자!! 해!!! 자지를 쑤셩!! 보지를 넘경!!
화면 밖의 상황을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한봄은 성수호를 껴안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아저씨만… 아저씨 옆에만 있어도 저… 그거면 충분해요.)
‘아아아악! 그러지 마!! 한봄!! 내가 잘못했어!! 제발!!! 제발!!!!’
한여름의 외침과 함께 한봄은 성수호를 눕히고 그를 올라타면서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를 좋아하는 증거… 여기서 보여줄게요.)
└내가 몇천 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진귀한 광경은 처음이네.
└다른 사람이면 이해라도 하지…. 한봄이….
└ㅋㅋㅋ 어떻게 하면 일주일 만에 저렇게 변하지?
한봄은 채팅창에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면서 수수한 미소를 지었다.
“뭐, 이제라도 좋아하는 남자 생긴 게 다행이죠.”
└헐… 능글맞아진 거 보소.
└희한하네… 저번에 엉덩방아 찧고 나서 머리 다친 거 아냐!?
└ㅋㅋㅋㅋ 그거네
└봄이는 뇌가 엉덩이에 있나 봐
└좌뇌, 우뇌가 궁둥이에 하나씩 들어있음?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질래요?”
└죄송합니다…벤만 하지 말아주세요….
└ㅋㅋㅋㅋㅋ 이런 상황에서 채금이나 벤 당하면 빡칠 듯
└봄아 아날만 하지 마. 그럼 난 언제든 찬성이야.
└시발 그놈의 아날 처녀 ㅋㅋㅋㅋㅋㅋ
한봄은 황당한 대화가 오고 가는 채팅창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언제나 짜증 나는 존재들이었다.
분명 위험한 순간 도와줬다고 하지만 자신의 위기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그들을 좋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봄은 지금 상황을 보면서 한가지 깨달았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계속 봐야 하는 녀석들이야. 나도 마음을 열고, 얻을 수 있는 건 얻어야겠어.’
한봄은 성수호와 만나기 전에 언제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존재들은 한봄의 심리를 악화시킬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같이 나란히 걷고 싶은 존재가 생겼다.
그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방해되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한봄은 채널 대화로 싱숭생숭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까 아저씨랑 할 때 꺼놓지 않았네. 이제부터 하는 동안에는 채널 꺼놓을게요~”
└네? 시발 뭐요?
└한봄, 이 나쁜 자식! 그러지 마!
└시부랄 위그드라실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군!
└제발… 끄지 마….
한봄의 말에 채널의 존재들은 광분한 상태로 채팅을 난사했다.
그리고 채팅과 함께 포인트 후원과 미션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웃집 또터러 님께서 1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헬과 펜리르의 행방불명 님께서 20,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
..
<새로운 미션이 등록되었습니다. -마을 도착할 때까지 방송 닫지 않기- 100,000포인트>
후원은 다 합치면 10만, 미션은 다 성공하면 대략 30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미션 내용은 하루 동안 방송을 끄지 않기부터 시작해서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유지하는 것처럼 다양한 미션이었지만, 대부분 맥락은 똑같았다.
방송 끄지 말아라!
한봄은 화면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생각보다 기대 이상인데?’
지금까지 봐왔던 후원이나 미션의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 같은 특수한 장면을 채널의 존재들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이거야… 아저씨한테 계속 도움만 받아서는 안 돼. 나도 뭔가 도움이 돼야 해.’
한봄은 그렇게 판단하고 채널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알았어요. 끄지 않을게요. 그런데… 아저씨랑 하는 동안에는 분위기는 깨지 않게 좀 해주세요? 알았죠?”
└봄이가 성장했다!
└와… 나는 저거 후원받고 그냥 끌 줄 알았는데….
└제피룸 마을에서 존나 까칠하게 채널 닫던 애였는데 ㅋㅋㅋㅋㅋㅋ
└ㄹㅇ 그거 존나 매력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변하니까 섭섭하기도 하네
한봄은 채팅창을 보며 피식 웃은 뒤에 다시 성수호에게 집중했다.
‘어차피 한여름은 다시 살아나잖아… 혹시라도 아저씨가 다쳐서 전처럼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하고 싶지 않아.’
이미 한봄에게 사랑하는 성수호와 회귀자인 한여름의 목숨은 저울질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한여름을 이용해서 아저씨 마음을 잡으려고 하니까, 효과가 좋은 거 같네.’
한봄이 성수호와 있으면서 한여름을 걸고넘어진 이유는 바로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였다.
몰래 촬영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봄은 한여름을 철저히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성수호는 한여름을 증오한다.
한봄은 그런 점을 떠올리고, 성수호와 가까워질수록 한여름을 내치는 언행을 내뱉은 것이었다.
한봄은 그 방법이 효과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봄은 성수호를 천천히 눕히고 그의 위를 올라탔다.
“아저씨를 좋아하는 증거… 여기서 보여줄게요.”
이미 알몸이 된 한봄은 성수호의 옷을 차근차근 벗기기 시작했다.
상의부터 시작해서 하의, 그리고… 속옷.
속옷을 벗기기 전부터 이미 한봄의 눈에는 성수호의 물건이 속옷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한봄의 눈에는 성수호의 물건이 동굴에 갇힌 이무기처럼 괴로움을 토해내며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속옷을 천천히 손으로 잡았다.
성수호는 한봄을 내려다보면서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
어깨를 쫙 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한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한봄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이거 흥분되는데?’
한봄은 굴욕적인 포즈를 취하면서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터질 듯이 뛰면서 하복부에 혈류를 펌프질했다.
한봄은 흥분한 상태로 자신의 손으로 성수호의 팬티를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한봄씨.”
“네?”
성수호는 한봄을 불러서 그녀의 귓속에 속삭이며 부탁을 했다.
그리고 그 부탁은 한봄조차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당황한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한봄이 아니었다.
“후… 정말이지….”
“음…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쉿! 조용….”
“…..”
한봄은 허탈하게 웃으면서 다시 성수호의 속옷을 눈앞에 두었다.
이미 그녀는 성수호에게 좋아하는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를 친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건 좀 그렇데… 라고 하는 순간 자신의 말을 뒤엎게 되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아저씨가 좋아하는 거라면… 해줘야지.’
그리고 고개를 숙여서 성수호의 속옷을 입술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멸과 치욕, 굴욕이 한봄의 정신에 스며들면서 그녀의 정신을 점차 갉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봄은 멈추지 않았다.
채널의 존재들이 길길이 날뛰는 와중에도 한봄의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한봄은 페로몬이 풍기는 성수호의 속옷을 입으로 물어서 그의 하반신에서 쭉 밑으로 내리며 벗겨냈다.
한봄은 성수호의 속옷을 발끝까지 끌어내려 간신히 벗겨냈다.
원래라면 굴욕감으로 미간이 찌푸려져야 할 한봄이었다.
하지만 한봄은 페로몬의 냄새로 오히려 눈이 풀린 상태로 성수호의 속옷을 강아지처럼 입술에 착실히 물고 떨어뜨리지 않았다.
누가 봐도 변녀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한봄은 지금 그런 생각 자체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종속에 걸렸고, 성수호의 부탁은 그녀에게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는 상태였기에 거부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아지처럼 속옷을 물고 있는 한봄의 모습은 영상에 또렷하게 찍히고 있었다.
***
변태처럼 남자의 속옷을 입에 물고 있는 한봄.
그녀의 모습을 여과 없이 지켜보는 한여름.
‘아아아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알!!!!’
속옷을 입에 물고 있는 한봄의 모습은 한여름의 뇌 속을 유영하면서 모든 뇌세포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차라리 민하연처럼 강간을 당했다면 성수호에게만 모든 분노를 내뱉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여름의 분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신의 심장의 혈류를 통해서 온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아냐!! 이건 말도 안 돼!!!’
그리고 그의 망가지는 정신과 함께 채널의 존재들도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와… 답이 없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냐…. 한봄 진짜 망가졌네.
└그 기세 넘치는 여자애를 일주일도 안 돼서 함락시키네.
└와…. 시발 이러다가 진짜 네토라레 전문 채널 되겠네.
└ㄹㅇ… 그냥 나는 포기하고 보는 중인데… 생각보다 점점 면역되더라. 근데 혐오감은 작살남….
채널의 존재들은 서로 면역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상황을 받아들였지만, 한여름은 아니었다.
그에게 이 상황은 본인의 일이었다.
저들처럼 남의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평생 남의 여자를 빼앗는 걸 낙으로 사는 인간이었단 한여름이다.
면역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