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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88화 (189/898)

다행히 한봄은 그가 깨어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남의 눈치를 안 보는 건 한봄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수호님. 이제는 슬슬 간을 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좋아… 던전 나가고 나서 먹자.’

지금 한여름을 선두에 세우고 성수호는 한봄의 엉덩이를 만지며 나란히 걷고 있었다.

한여름은 전투할 때를 제외하고 성수호를 주시하면서 그가 뭔 짓을 꾸미지 않는지 경계하고 있었다.

‘열심히 봐라. 이미 니 동생은 내 손가락에 놀아나고 있으니.’

성수호는 몰래 실실 웃으며 한봄의 고간 사이를 휘저었다.

“흐읏….”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뒤, 성수호 일행은 나머지 일행을 전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남과 동시에 마지막 통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또 세 갈림길이네요.”

“시간도 여유 있는데 바로 출발할까요?”

원래라면 저녁쯤에 도착했어야 할 마지막 갈림길을 점심에 도착한 상태였다.

비록 하루가 더 지난 상황이라는 게 달랐지만….

한여름 굴리면서 오다 보니 하루가 더 지나간 상태였다.

다들 별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안절부절못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봄과 한여름.

‘…이거 분명 가운데로 가면 또 레드 소환사들 만날 텐데.’

‘…어찌 됐든 가운데로 가야 해. 성수호… 이 개새끼 죽는 꼴은 보고 회귀를 하든가 해야겠어.’

걱정으로 무장한 한봄은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성수호를 따라가기로 결론을 지었다.

‘일단 아저씨는 저번에도 모조리 몰살할 정도로 강했어. 내가… 나한테만 문제가 없으면….’

한봄의 시선에는 한여름이 들어왔다.

저번에 갑자기 불러서 아이템과 물을 주던 한여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저 새끼… 정말… 아저씨한테 복수하겠다고 나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

합리적 의심이었다.

지금 여기서 한여름의 행동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변화는 없었다.

‘아냐… 아직 확실한 게 아니잖아. 무작정 의심하는 것도 좋을 게 없어.’

한봄은 속으로 어떻게든 의심을 지우려고 했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봄이 속앓이하는 사이에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들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했다.

“그럼 다들 조심하세요.”

“수호야, 이따 봐.”

“응. 하연이, 너도 조심하고.”

민하연과 성수호.

두 사람의 애정이 담긴 대화를 노려보는 사람.

그건 한여름뿐만이 아니었다.

‘싫다.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언니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한봄은 자책감을 느끼며 억지로 고개를 돌려서 두 사람을 시야에 두지 않았다.

그 후 성수호와 한여름과 같이 가운데 통로로 진입했다.

그 순간….

화아아악!

“읏!”

“아윽!”

엄청난 빛 세례가 세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 사람의 눈에는 화창한 햇볕이 감도는 숲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나침반을 보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곤란하네…. 여기 마을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 같은데요?”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일단 마을로 돌아가자. 뭐, 별일 있겠어.”

 한여름은 자신만만하게 앞장서기 시작했다.

 나, 한봄, 한여름.

 이 세 명은 눈치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알고 있는 정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봄은 조만간 레드 소환사들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한봄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웃기게도 회귀자 본인이 제일 모르는 상태였다.

 레드 소환사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인간.

 그런 회귀자는 별생각 없이 앞장서서 마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마 걷지 않아서 인벤토리에서 병을 꺼내서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 덥다.”

 “!!”

 한봄은 내 모습에 순간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우유가 들어있는 병이었다.

 하지만 내용물의 정체는 단순한 우유가 아니었다.

 나는 한 모금 마신 뒤에 한봄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봄씨 이거 맛있네요.”

 “끄! 하… 그… 다, 다행이네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집중하지?”

 한여름은 내가 한봄과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굉장히 불쾌해했다.

 “야, 한봄.”

 “왜?”

 “이리 와. 괜히 떨어지지 말고.”

 “너나 잘해….”

 한봄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도 내가 마시는 음료에 눈이 가고 있었다.

 나는 병에 담겨있던 모유를 전부 마신 뒤에 한봄에게 말했다.

 “한봄씨, 이거 나중에 더 부탁해도 돼요?”

 “하으… 아, 알았으니까… 제발 조용히….”

 한봄은 정말 창피한지 온몸을 비비 꼬면서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한여름이 봤을 때는 그냥 우유 좀 달라는 대사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의 행동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한여름은 한봄의 팔을 붙잡고 다니기 시작했다.

 “괜히 저 녀석이랑 붙어 있지 말라고.”

 “하아… 제발 부탁이니까 너나 잘해….”

 “씨발, 좀 말 좀 들으라고.”

 한봄의 태도는 상반돼도 너무 상반된 상황이었다.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평범한 남자에게는 다소곳해지는 한봄이 가족인 한여름에게는 한심하다는 듯한 모멸감이 섞인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렇게 한여름의 손에 한봄이 끌려가는 순간이었다.

 파아앙!

 “으아아악!”

 “흐아앗!”

 한봄과 한여름 쪽에 정체 모를 연막이 터지면서 시야를 가렸다.

 ***

 어둡고 축축한 동굴 한켠.

 지하수로에서 나던 냄새와 비슷한 메케한 냄새가 풍기는 음습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런 장소에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도 표출하지 않고 누워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씨발! 왜 움직여지지 않는 거야!’

 누워있는 남자는 한여름이었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연기와 함께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그 후 기습을 당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해버렸다.

 문제는 일어나고 나서 어떠한 미동은커녕 눈도 깜박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 정도였다.

 한여름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눈썹 하나 까딱하는 게 불가능했다.

 ‘씨발… 여긴 어디야!’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을 때, 누군가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저벅.

 한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한여름의 시야에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복면을 쓰고 똑같은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저, 저 새끼들! 그때 그놈들이잖아!’

 비록 복면을 쓰고 있어서 정확히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한여름은 회귀 전에 자신에게 접근했던 녀석들과 같은 패거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여름을 내려다보더니 중얼거렸다.

 “깬 건가?”

 “음… 아마 지금 정신은 차렸을 겁니다. 그런데 마비독으로 말하거나 움직이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동공이 움직이는 걸 보니, 깬 거 같군.”

 눈썹 하나 까딱하는 게 불가능한 한여름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 정도였다.

 ‘씨발! 풀어줘! 풀어달라고!!!’

 그는 속으로 광란을 터트리는 야수처럼 괴성을 질렀지만, 저들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한여름을 하찮게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머지 두 놈은 아직 못 잡았나?”

 “죄송합니다. 일단 쫓고는 있는데….”

 한여름은 복면들의 대화로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개 같은 새끼! 한봄 데리고 갔구나! 씨발… 그 새끼 죽는 거 보려고 이 고생을 하고 온 건데….’

 한여름은 이 위급한 순간에도 성수호가 잡혀서 이곳에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다들 모여서 한여름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보리스 님.”

 “찾았나?”

 “…죄송합니다. 놓쳤습니다.”

 “….”

 보리스라고 불린 사내는 눈빛으로 질책하듯 부하를 바라봤다.

 보고를 하던 복면은 당황해서 그에게 뭔가를 건네줬다.

 “그 녀석들이 이걸 떨어뜨리고 갔습니다.”

 “…녹화기?”

 그들은 속닥거리며 이런 게 왜 있냐고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다른 복면들의 대화를 통해 저 녹화기라는 보석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번 회차에 가졌던 통신용이 아닌, 그냥 순수 녹화하고 그걸 바로 영상으로 재생하는 장비였다.

 ‘그 새끼 저건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

 거기다 떨어뜨리고 간 건 한 개가 아니었다.

 두 개의 녹화기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보리스는 보석을 가지고 온 복면에게 명령했다.

 “틀어봐라.”

 “네!”

 부하는 바로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붉은색 보석을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주위가 어두컴컴해졌다.

 ‘저번에 그 통신기랑 비슷한 거군….’

 복면을 쓴 녀석들과 한여름이 같은 공간에 들어간 상태였다.

 온 벽은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한쪽만 하얀색으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실 벽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이 방은 완전 밀폐는 아니었다.

 빛만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이 장소는 벽 밖으로 뛰쳐나가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한여름은 그걸 경험해봐서 알 수 있었다.

 한봄과 성수호의 행위를 중지시키기 위해서 자살하려고 방을 나가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아야겠다는 절박함보다 한봄과 성수호가 몸을 섞으려고 했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개 같은 새끼… 한봄한테… 내 동생한테 그런 짓을 해? 언젠가 죽여버릴 거다….’

 한여름은 눈을 뜬 채 하얀색 스크린을 바라보며 성수호에 대한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크린에 화면이 띄워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 상태로는 자살도 불가능한데…. 어… 뭐, 뭐야… 한봄… 왜…?’

 자신과 전혀 상황 없으리라 생각했던 붉은색 보석에서는 빛이 흩뿌려지면서 스크린에 한봄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것도… 상의를 완전 벗은채.

 “오오… 뭐야! 존나 예쁜데?”

 “시끄럽다….”

 “에이… 그냥 말 좀 하는 걸로….”

 보리스라는 녀석을 제외하고 다들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한봄이 눈을 가린 채 상의를 탈의한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히고 있었다.

 ‘씨발! 뭐야! 한봄! 네가 왜 그런 걸 찍고 있는데!!!’

 한여름은 뛰쳐나가서 난장판을 피우고 싶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나약하게 눈썹 까딱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관람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한여름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한봄은 화면 밖에 존재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 한봄씨. 혹시 모유 따로 병에 담아도 될까요?)

 (…병이요?)

 화면 안에 들어오지 않았던 어떤 남자가 한봄의 가슴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녀의 유두에서 엄청난 양의 모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 미친!”

 “뭐냐, 저게….”

 한봄은 눈을 감은 채 쾌락에 젖은 신음을 내며 모유를 짜내고 있었다.

 그 장면에 복면들은 놀란 소리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친… 저 남자 누구야?”

 “아까 같이 도망간 그 녀석 같은데?”

 “와… 존나 예쁘길래 비싸게 구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저런 놈한테 넘어간 거 보면 몸을 막 굴리는 년인가 보네.”

 한여름은 살기가 담긴 눈동자로 지금 대화를 나누는 복면을 노려봤다.

 ‘씨발 새끼가!! 한봄은 그런 애 아니야!! 너 같은 병신 같은 놈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애가 아니라고!!!’

 평생 여동생을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한여름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여동생을 폄하하는 녀석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 곳에 와서 유일하게 자신을 신경써준 게 한봄이었다.

 민하연도 멀어지고, 세 여자도 떠났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민하연과 다시 엮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게 바로 한봄이었다.

 비록 귀찮은 감정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동생에 대한 고마움을 품고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동생에게 진심으로 잘해주겠다고 다짐까지 했었다.

 그런데… 화면 속의 한봄은 한여름이라는 존재를 잊은 듯 신음을 토해냈다.

 (흐응! 아, 아저씨…. 손… 감촉 좋아… 하응!)

 (아저씨 손! 너무 좋아! 하응!)

 그녀의 신음이 터져나오는 중에 성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한쪽도 짜겠습니다.)

 한여름은 그 순간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한봄씨, 이거 나중에 더 부탁해도 돼요?)

 (하으… 아, 알았으니까… 제발 조용히….)

 한여름은 속으로 비명과 같은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

 ‘성수호!!!!!! 죽여버리겠어!!! 한봄은 안돼!!! 안 된다고 개새끼야!!!’

 하지만 성수호는 한여름이 속으로 괴성을 지르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나머지 한쪽 모유도 병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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