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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75화 (176/898)

 그 녀석들 처지에서는 나를 죽여야지 한봄을 완벽하게 레드 소환사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지금 멀리 뛰어가고 있는 한봄의 머리 위에는 이미 주황색의 다이아몬드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붉은 초승달이 나를 죽이면 한봄은 바로 레드 소환사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나를 죽이는 것에 직접적인 관여를 했기 때문이다.

 피가 흐르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한봄을 향해 달려갔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 계획 꼬이겠는데?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웃음이 납니까?”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지금까지 꽃길 걸었잖아. 이제 불꽃길 걸을 차례인 듯 ㅋㅋㅋㅋ 너라면 지옥불꽃길도 잘 살아남겠지 ㅋㅋㅋㅋ

 “아씨….”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런데 너 실명은 풀었으면서 왜 저주는 안 풀어?

 “그건 나도 힘들어요!”

 사실 출혈 저주 해제는 가능했다.

 다만 아르모니아가 저주 해제에 드는 에넬을 말해주는 순간 바로 기각했을 뿐이다.

 [수호님! 일단 5만 에넬을 소모해서 치료하시는 쪽이….]

 ‘아냐! 어차피 상처 치료가 안 되는 거지, 피는 계속 채울 수 있잖아!’

 치료를 하는 건 일단 나중으로 해도 된다.

 허벅지에 칼이 찔리긴 했지만, 동맥 같은 중요한 부위에 찔린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었다.

 그냥 존나 아플 뿐….

 비록 한봄을 쫓아가는 것이 버겁긴 하지만 그녀를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한봄에게 소리를 쳤고, 그녀는 내 외침 소리에 오히려 경기를 일으키며 빠르게 달려갈 뿐이었다.

 그나마 약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려서 거리가 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거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탁!

 복면을 쓴 5명이 나타나서 한봄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봄은 나를 포함에서 모든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는지 복면을 쓴 인간들 쪽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주위를 보며 공포심에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여기 있었군…. 저 녀석인 그 성수호인가 하는 놈인가?”

 “네!”

 딱 봐도 가운데 있는 놈이 이 무리 중에서는 리더인 듯했다.

 나는 다섯 명을 훑어보면서 기질을 대충 확인했다.

 자신이 가진 주무기 스킬의 레벨이 대부분 8~10 정도였다.

 그나마 저기 리더처럼 보이는 놈이 11.

 다행히 여기 있는 복면들은 전부 근거리에 특화된 녀석들이었다.

 ‘이 정도면 문제는 없겠네.’

 [여차하면 워프를 가동할 준비 하겠습니다.]

 머리가 관통돼서 즉사하지 않는 한 에넬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최하수.

 나는 눈먼 장님처럼 주위를 획획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야!? 너희들 누구야!?”

 “연막탄이 잘 먹혔나보군.”

 “바로 죽이죠!”

 ‘시발놈들이 갑자기 죽이느니 마느니 소리를 하네.’

 나는 바로 활을 꺼낸 뒤에 화살을 순식간에 걸어서 활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내 위협에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콧방귀를 끼며 중얼거릴 뿐이다.

 “안돼. 계약사항이다. 비참하게 죽여달라는군.”

 “귀찮게… 그런 녀석의 계약을 굳이….”

 “위약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신뢰도가 걸려있다.”

 “알겠습니다….”

 깐죽거리는 녀석은 도검술 레벨 10에 그나마 여기서 실력깨나 있는 놈 같았다.

 거기다 싸가지 없는 말투가 상사에게도 딱히 존대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계속 봐왔던 사이인지 저 가운데에 있는 놈은 딱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조용히 읊조렸다.

 “…네 전문 분야이니 맡기겠다.”

 “크으… 맡겨만 주십… 끼아아악!!”

 “뭐, 뭐야!”

 건들거리는 녀석은 앞으로 한 발짝 나오자마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다.

 그가 내뱉은 비명은 거의 망자의 비명과 비슷했다.

 “흐끄아아으아읍!!”

 고개를 옆으로 돌린 상태에서 내 화살을 맞았고, 덕분에 볼이 화살에 꿰뚫려서 관통한 상태였다.

 일부러 화살이 볼 사이에 잘 박히도록 힘 조절을 해서 쏜 것이었다.

 순간 다들 놀라서 무기를 꺼내 들었고, 나는 화살을 겨누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시끄럽게 지랄하면 못 맞추고 싶어도 못 맞출 수가 없잖냐.”

 “이 새끼 주! 푸끙아아아앙!”

 이번에는 다른 한 명이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그 녀석의 턱을 관통해서 입을 닫지 못하게 만들어줬다.

 순식간에 두 명의 중상자가 나오니 가운데 있던 리더로 보이는 녀석도 당황해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젠장!”

 파앙!

 나는 소리친 녀석에게 화살을 쐈고 맞추지 못했다.

 아니, 못 맞춘 척해줬다.

 부상자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이 주변의 나무와 바위 뒤에 숨었다.

 ‘계약이 무섭구만…. 저 녀석들도 나를 쉽게 죽일 생각은 없나 보네.’

 [그래도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목숨이 위태롭다 싶으면 분명 계약을 파기해서라도 덤벼들 것입니다.]

 한여름은 계약 당시에 나를 잔인하고 비참하게 죽여달라고 했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레드 소환사 집단이라고 해도 조직의 계약을 위반한 거라 만만치 않게 신용도가 깎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수로 지켜야 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일단 나도 저 녀석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신도 모른다.

 만약에라도 한여름이 자살하지 않으면 이 녀석들을 전부 몰살한 상태에서 양지현과 마주 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

 ‘다음 회차에서는 양지현을 좀 다르게 이용해야겠네.’

 나는 그렇게 다짐하면서 활을 주위에 겨누며 중얼거렸다.

 “들린다… 발소리가… 들린다!”

 솨아악!

 내가 눈이 안 보일 거라는 착각 때문인지 숨지 않고 나를 몰래 보던 녀석의 눈에 화살을 하나 맞춰줬다.

 “끄아아악!”

 나는 소리를 지르며 고꾸라진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사격 연습하기 딱 좋은 놈들이네.”

 이미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쓰러진 채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상황만 보면 내게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여유롭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양지현의 말에 의하면 그동안 1층에서 활약하던 레드 소환사, 붉은 초승달 조직원이 전부 이쪽에 투입되었다고 했다.

 이제 슬슬 다른 녀석들도 몰려올 가능성이 컸다.

 “자… 그럼 일단 나머지를….”

 “므, 믐혀!”

 “…? 뭐야? 뭔 소리야?”

 나는 눈이 안 보이는 척하며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까 볼때기에 화살이 꿰인 복면이 한봄을 방패 삼아 들고 있었다.

 한봄은 이미 기절해서 축 늘어진 상태였다.

 “이, 이래, 사히그, 시흐므!”

 “아니, 시발 뭐라는 거야….”

 “일행을 살리고 싶으면 얌전히 있어라.”

 “….”

 아까 리더로 보이는 놈이 나를 경계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네 동료는 우리 수중에 있다. 보아하니 눈도 안 보이는 거 같은데, 서로 피 보지 말고 여기서 끝내는 게 어떻겠나?”

 “지랄하네. 아까 계약 어쩌고 하는 거 보면 나는 꼭 죽여야 한다며?”

 “…언제나 입이 문제군.”

 리더로 보이는 놈은 한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눈먼 장님이 이렇게 화살을 잘 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겠지.

 그렇게 침묵이 오가는 가운데 한 놈이 내 허벅지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 다른 복면과 눈빛 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내게 걸린 출혈 저주를 이용해야겠다는 심산인 듯 보였다.

 ‘아르모니아, 피 채우는데 몇 에넬 들어?’

 [리터당 1000 에넬이 들어갑니다.]

 ‘별로 안 들어가네.’

 출혈량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 정신도 또렷했다.

 하지만 이 저주받은 단도 같은 아이템이 또 나오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 녀석들도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할 아이템 정도는 챙겨놓고 다닐 테니까.

 “일단 이 상태로는 서로 좋을 게 없겠군. 쏘고 싶으면 쏴라. 동료를 맞추고 싶다면 말이지….”

 “….”

 일단 턱에 화살을 맞은 녀석은 죽은 듯 보였다.

 눈과 볼에 상처를 입은 두 명은 신음을 내면서 한봄을 방패로 삼았고, 나머지 상처가 없는 두 녀석도 부상자 뒤에 있었다.

 눈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동료가 앞에 있다는 것을 알면 누구든 머뭇머뭇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기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 친구 놓고 가는 게 좋을걸? 여기서 최소한 살아서 나가고 싶으면 말이지.”

 “정말 자신만만한 녀석이군. 네 녀석의 실력은 대강 들었다. 아쉽군… 오히려 그 머저리보다 네가 더 괜찮아 보이는데.”

 “…머저리?”

 나는 보던 리더는 피식 웃더니, 힐난하듯이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거까지 이야기해줄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 실력은 좋은데, 바로 옆에 적을 만들다니…. 그게 니가 당하는 죽음의 요인이다. 잘 있어라.”

 다른 녀석들이 그 말과 함께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음… 어떡하지 화살로 그냥 죽여야 하나?’

 곡선 화살로 날리면 5명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나와 목숨….

 초전도체 화살을 맞으면 무조건 치명상이라 자칫 죽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마나도 많이 들고….

 지금 울려 퍼진 소리에 도처에 깔린 적들이 이제 계속 올 텐데. 그거 다 상대하려면 마나가 모자랄 가능성도 있었다.

 거기다 저 녀석들도 결국 사람이라 아군들이 죄다 죽어 나가면 자칫 한봄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컸다.

 [일단 한봄을 다시 수중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수라는 핑계로 저들을 처치하는 쪽이….]

 ‘아! 그거 써보자.’

 […?]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

 저번에 베아트리체에게 사용했다가 된통 당했던 스킬… 그걸 쓰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상처나 잘 지혈해봐라. 이따… 응?”

 풀썩.

 리더 옆에 있던 상처가 없던 부하가 갑자기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뭐냐? 정신 차… 뭐, 뭐야!”

 풀썩, 풀썩….

 주위에 있던 녀석들이 죄다 쓰러져서 바닥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기겁하며 놀란 리더는 한봄을 방패 삼아서 들어 올린 후 내게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걸….”

 “…?”

 “이야기해줄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이런 젠장! 지금 우리 동료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네가 뭔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문제가 생기면 너는 무조건 죽어!”

 리더로 보이는 녀석은 한봄에게 칼을 겨누면서 협박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 녀석에게는 내 눈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기현상에 두려움을 느낀 건지 동료가 자는 게 아니라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하긴, 갑자기 저렇게 풀썩 쓰러지면 뒤졌다고 생각하겠지.’

 [수면에 들어가는 마나는 괜찮으십니까?]

 ‘응. 생각보다 별로 안 드네.’

 여기 있는 놈들은 항마력이 거의 없어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마 저층으로 내려오면서 깎인 것도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회귀해서 여관 패거리들이랑 싸울 때는 수면도 잘 활용해봐야겠다.

 뭐든 연습이 중요하니까.

 “만약 나한테 허튼짓하면….”

 “보, 보리스 님! 이, 이게 무슨….”

 소란을 감지한 붉은 초승달의 동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봄을 방패 삼아 들고 있던 리더같이 보이는 놈이 다른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당장 저 녀석을 죽여!”

 “아, 알겠! ….”

 명령에 대답도 제대로 못 한 녀석들은 실이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리더처럼 보이는 남자는 다들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아까와 같은 침착함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고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씨발! 이렇게 된 거 이 여자를 죽이겠다!”

 녀석은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려서 한봄의 목으로 내려찍으려고 했다.

 쏴아악! 콰직!

 “끄아아악!”

 하지만 그가 내리찍기 전에 들어 올린 손에 화살이 박히며 뒤로 나자빠졌고, 한봄은 그 자리에 스르륵 쓰러졌다.

 나는 손에 화살이 박힌 녀석에게 터덜터덜 걸어갔다.

 복면을 쓴 녀석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눈에 힘을 잃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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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무술], [은신 LV 8], [일편단심], [침착함], [고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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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다 이해가 가는데 일편단심은 뭐냐….

 생뚱맞은 기질 때문에 웃음이 날 뻔했다.

 일단 나는 그 녀석에게 화살을 겨누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니들 누구냐?”

 “너… 너야말로 누구냐…. 눈이 안 보이는 게….”

 “화살로 대답해줄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큭…마, 말 못 한다.”

 나는 헛웃음을 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양지현이 애들을 엉망으로 키웠구만….”

 “그, 그분을 어떻게….”

 나는 보리스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능력보다는 얼굴이 훨씬 낫던데, 그걸로 좀 재미 좀 봐야겠네.”

 어차피 이놈들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몇 명 죽는 건 분명 예고했으니까.

 그렇기에 한여름이 자살하지 않아서 회귀를 안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냥 시험해봤다고 말하면 양지현은 다 넘어가 줄 테니까.

 하지만 저 보리스라는 놈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분한테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

 “오….”

 아직 낮인데도 불구하고 시퍼런 안광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새끼 양지현 좋아하는구만!’

 뭐랄까 조직에 있는 상사에 대한 충성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에게 으름장을 놓은 대사만 봐도 양지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개판이네…. 붉은 초승달이 연애의 장이야, 뭐야.”

 “무, 무슨….”

 “일단 잠이나 자라.”

 일단 녀석을 죽이지 않고 그냥 잠재웠다.

 나는 바로 앞에 쓰러져 누워있는 한봄을 일으켜 세우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한봄이 내 계획대로 따라와 줄까나….”

 “…응?”

 한봄은 눈을 뜨자마자 주위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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