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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닭살….’
생전 해보지 않았던 대사에 한봄은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한봄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취하는 건 애초에 그녀가 하려던 계획을 실행하려는 의도였다.
‘이 정도 분위기가 딱 맞겠지?’
한봄은 비록 강간에 대한 오해는 못 풀었지만, 이렇게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있는 분위기가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아까 민하연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를 시험해보려는 것이었다.
‘잘 되면 나쁜 사람이니까, 아웃이고…. 안되면 괜찮은 사람이니까, 적당히 친해지면 되겠지.’
한봄의 계획은 성수호가 넘어오면 약점을 잡아서 민하연과 떼어놓을 생각이었다.
만약 안 넘어오면 괜찮은 사람으로 판명해서 친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이야… 우리 봄이가 남자를 다 꼬시네.
└봄아, 그냥 옷 벗어. 그럼 알아서 모든 게 해결됨
└ㅋㅋㅋㅋㅋㅋ미친 소리긴 한데 그럴 듯함
‘아, 또 시작이네.’
한봄이 이 곳에 와서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던 걸 하나 꼽으라고 하면 바로 채널이었다.
제피룸 마을에서 그들을 봤을 때, 온갖 성희롱으로 기분이 나빠져서 제피룸 마을에서 내내 채널을 닫아놓고 있었다.
하지만 1층에 오고 나서 절박해졌고, 결국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한달동안 탈없이 지낼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한봄은 진작에 노숙자 신세가 되어서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안돼 봄아! 너는 처녀를 지켜서 성녀가 되어야 해!
└ㅋㅋㅋㅋㅋㅋㅋ지랄하네 거미줄치고 성녀 할 거면 그냥 자결하는 게 나을 듯
그들이 언제나 발광하면서 한봄에게 말하는 건 언제나 저 성녀 타령이었다.
‘그게 뭔데 씹덕들아….’
하지만 성녀라는 게 있다는 것만 말하지 그게 무슨 존재인지는 말하지 못했다.
공략과 관련된다 어쩌고 하면서….
└야, 그런데 내가 알아봤는데. 요새는 성녀 전직 허들 많이 낮아짐
└??? 어떻게 낮아졌는데?
└워낙 처녀가 없어서 아스가르드랑 천계랑 올림포스에서 합의 본 게, 일단 아날 처녀면 된데.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새끼들 아날처녀도 처녀라는 거냐
└아니, 시발. 신들은 다 뒤져서 이 짓들을 하고 있는데 자기들이 뭔데 바꿔!?
└신이 없으니, 신계도 당나라 군대 다 됐네.
‘시끄럽네. 어차피 진짜 꼬시는 것도 아니고….’
한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성수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왜 말이 없어요?”
“그… 한봄씨 같은 분을 어떻게 별로라고 생각하겠어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한봄은 답답한 마음에 성수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까… 구해준 보답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아….”
성수호는 누운 채 한봄을 곰곰이 보더니,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 상태로 한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입을 열었다.
“그럼….”
“어….”
한봄은 예기치 못한 성수호의 반응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함?
└안돼!!!
└돼!!!
한봄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깊은 눈동자로 응시하던 성수호는 조용히 한마디 했다.
“그… 마실 거 있나요?”
“…네?”
한봄이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멍하니 성수호를 바라볼 때, 그가 다시 말했다.
“목이 너무 말라서요. 물 말고 다른 거 없나요?”
“그… 우, 우유… 챙겨 놓은 거 있는데요.”
“그것 좀 부탁드릴게요.”
한봄은 얼떨결에 인벤토리를 뒤져서 잔뜩 쌓여있는 우유 중에 하나를 꺼내서 그에게 줬다.
성수호는 오아시스를 찾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면서 우유를 들고 일어나면서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물밖에 없어서 답답했거든요. 그럼 저는 자러 가볼게요. 쉬세요.”
“…네.”
성수호는 몸을 추스르고 자신의 텐트로 갔다.
한봄은 성수호가 나가고 나서 한동안 벙쪄서 텐트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하는 새끼지 ㅋㅋㅋㅋㅋ
└강간범이지만, 가슴은 봐가면서 강간합니다!
└아니, 한봄 외모면 가슴이 그렇게 중요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가슴이 중요해도 한봄 정도면 무조건 프리 패스 아님? ㅋㅋㅋㅋㅋㅋ
└하긴 민하연 가슴이 보통은 아니지….
한봄은 채팅창을 보면서 손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진정한 분노였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채팅을 보지 않았다면 괜한 오해를 안 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채팅에 있는 내용은 한봄의 머릿속에 각인된 상태였다.
그녀가 입을 다문 채 분을 삭히고 있을 때, 채팅창의 내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야, 연금술사면 풍유환 같은 거 만들 수 있지 않나?
└만들 수야 있긴 하겠지만, 재료가 존나 구하기 힘들걸….
└영구적인 신체 변환 약은 재료부터가 최상층이나 최하층에서 나올걸?
“…풍유환? 그게 뭐예요?”
└뭐긴. 가슴 커지는 약이지.
“뭐!? 진짜 그런 게 있어요? 왜 지금 말해!”
└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우리가 한 얘기를 귓등으로 들었네.
└존재한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님 ㅋㅋㅋㅋㅋㅋ
채널의 존재들은 한봄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신체 변환에 관련된 약은 대부분 위그드라실의 최상층이나 최하층 쪽에 있는 희귀한 재료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태초에 결정된 신체를 자연의 힘으로 바꾸는 건 그만큼 빡쎄거든.
└솔직히 니가 여기 위그드라실 맨 꼭대기를 갈 때까지 재료 하나 못 볼 수 있음
└거기다 그 약 자체는 안 팔고 재료도 암시장 같은 곳에서 거래될걸?
“…그래도 있다는 거네요?”
└…와, 집념 보소.
└ㅋㅋㅋㅋㅋ그래야 한봄이지.
└일단 물어나 봐봐. 혹시 나중에 재료 구하면 다른 연금술사한테라도 부탁할지 또 알아?
한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상대는 외간 남자다.
그 남자에게 풍유환 만들 수 있어요?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봄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바로 성수호의 텐트로 향했다.
‘씨발, 어차피 쪽팔린 건 잠깐이야. 일단 재료만이라도 알면 나중에….’
어차피 재료를 알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날이 올 것이다.
한봄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미 볼 장 다 본 성수호에게 창피를 무릅쓰고 물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성수호의 텐트 앞에 서서 텐트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응? 무슨 일이세요?”
“…물어볼 게 있어요.”
..
..
창피함을 무릅쓰고 찾아온 한봄이 들은 이야기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니까. 재료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요?”
“네, 도감에는 웬만한 아이템은 재료가 표기되는데… 찾으신 아이템은 전부 물음표로 뜨고 있어요.”
“….”
성수호의 말은 거짓말로 보이지 않았다.
└아까 말했다시피 정말 희귀해서 그럴 듯
채팅창에서도 딱히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이었다.
기껏 창피함을 감수하며 물어봤지만, 허탈한 답변을 듣게 된 한봄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창피함에 텐트를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힘이 빠져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침울해하고 있을 때, 성수호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떠세요?”
“…?”
성수호는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는 표정으로 한참을 침묵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한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뭔데요? 말 해봐요.”
“그…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안 해요.”
“목록에 뜬 것 중에 비슷한 아이템이… ‘모유 촉진제’라는 게 있네요.”
“…네?”
한봄은 순간 너무 황당해서 인상을 찡그렸고, 성수호는 한봄에게 오해를 사고 싶지 않은지 바로 설명해줬다.
설명에 한 달간 모유가 나오고 그 기간 동안 가슴이 커진다고 적혀 있다는 설명이었다.
“뭐… 그리고… 잘하면 유지도 되지 않을까…요?”
“….”
└ㅋㅋㅋㅋ 가슴 키우는 거랑 모유가 같냐 ㅋㅋㅋㅋㅋ
└그런데 봄이라면 솔깃할 듯
└아무리 가슴 키우고 싶다고 해도 설마 그걸 먹겠어 ㅋㅋㅋㅋㅋ
성수호나 한봄이나 그쪽으로 아는 지식이 전무했다.
하지만 한봄은 모유 촉진제에 실제로 적혀 있는 설명이라는 이야기가 솔깃했다.
‘어차피 이미 쪽 당한 상태고… 정말 설명대로라면….’
어차피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성수호에게 풍유환 이야기를 꺼낸 시점에서 이미 여자의 존엄성은 바닥을 친 상황이었다.
“그거… 만들어줄 수 있어요?”
***
“후우….”
나는 힘빠진 상태로 한숨을 쉬면서 한봄에게 포션 병 하나를 건네줬다.
“이건 다행히 만들 수 있었네요.”
“그… 혹시 마나 쓰신 거예요?”
“네, 연금술 할 때도 마나가 들어가고 재료 변환에도 마나가 들어가요.”
“으… 죄송해요.”
한봄은 죄책감이 드리우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언제나 필요한 게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말씀해주세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을게요.”
“네… 정말 고마워요! 이제 쉬세요!”
한봄은 창피함과 감사함이 섞여 있는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텐트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런 한봄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야… 정말 콤플렉스가 심했나 보네…. 대놓고 저렇게 말하기 힘들 텐데.’
안타까우면서도 귀여웠다.
솔직히 가슴 그까짓 게 뭐라고….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내 꼬추 작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거 같긴 하다.
하연이가 나한테 ‘꼬추 작아도 나는 행복해’하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
‘아, 생각해보니까 좆같네….’
[…? 왜 그러십니까?]
‘아냐, 아무것도… 일단 자자….’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마나 회복을 부탁한 뒤, 한봄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
..
대략 몇 시간 정도 취침을 하고 나서 한봄과 나는 다시 수로 안으로 향했다.
어제 별의별 일을 다 겪고 나니, 한봄도 딱히 나와 거리를 두고 있지 않았다.
풍유환이랑 모유 촉진제 이야기를 했지만, 한봄은 그냥 어제 있었던 일을 잊었다는 듯이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게 1시간 정도 흘렀을 때, 미녀 삼인방과 마주치게 되었다.
마주친 곳은 두 팀만 한곳으로 모이는 수로였다.
나머지 한팀은 아마 곧장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여기 정말 습하네요….”
“진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아….”
“거기다 괴수들도 너무 징그러워….”
세 명의 여자들은 투덜투덜하면서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제피룸 마을과 다르게 슬슬 실력에 자신감이 붙어서 그런지 딱히 뒤에 숨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이 던전을 돌파해서 마을로 향하고 싶은 마음뿐인 것 같았다.
그렇게 5명이 걷고 있을 때, 한봄이 옆에서 낑낑대기 시작했다.
“흐으… 아으….”
“…? 무슨 일 있어요?”
한봄은 앞에 세 여자가 들리지 않게 내게 속삭이면서 내 옷을 끌어당겼다.
“자, 잠깐만… 단둘이….”
“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 네.”
여자들은 갑작스러운 나와 한봄의 행동에 의아해하면서 발을 멈췄고, 한봄은 그 순간 나를 끌고 황급히 여자들의 눈이 보이지 않는 수로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한봄은 나를 끌고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으… 아저씨… 가슴… 갑자기 아픈데요….”
“아으… 아저씨… 이거 부작용 있거나 하는 거 아니에요?”
“일단 부작용은 없어요. 어떻게 진통제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으으… 네….”
나는 도감에서 진통제를 찾아보며 한봄에게 물어봤다.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거예요?”
“아으… 아뇨…. 아까부터 좀 통증이 있기는 했는데…. 그냥… 좀 커지나보다 하고…. 아으윽!”
“….”
하긴 애초에 모유 촉진제를 음용한 이유가 가슴크기 때문이니까.
‘정말 커지는 것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건가? 그런데 풍유환 같은 게 아니라서… 눈에 띄게 커지는 그런 약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아르모니아는 좀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럽게 통신으로 말했다.
[안에 젖이 빠르게 차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게 맞으면 진통제도 소용없겠는데?’
나는 일단 진통제 만드는 것을 중단하고 정확한 통증의 원인을 짚어보기 위해 한봄에게 물어봤다.
“그… 한봄씨, 이게 갑자기 젖이 차올라서 그런 거 같은데요. 혹시… 아… 이거 물어봐도 되나….”
“아무거나 물어봐! 다 괜찮아!”
진짜 아프긴 한가보다 반말이 쭉쭉 나오고 있었다.
“혹시 지금… 그… 유두에서 젖이 새어 나오거나 하나요?”
“아윽! 자, 잠깐만…. 뒤, 뒤 좀 돌아봐! 아으….”
“네….”
예쁘니까, 반말하는 거 봐준다.
나는 뒤를 돌아서 혹시 여자들이 오는 것을 망봤고, 내 뒤로는 한봄이 옷을 주섬주섬 벗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꼴….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가지고 참기를 15초.
뒤에서 씩씩거리는 한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하으… 좀 나오는 거 같아….”
“아….”
“좀 빨리 좀 해결해줘… 아파!”
“본인이 혹시 직접 짜보시겠어요?”
“하아…하아…. 안돼, 안돼! 잘 나오지도 않고 아파!”
뒤에서 한봄이 발을 동동 굴리면서 성을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본인 손으로 짜는 것은 실패.
그럼….
“그럼 뒤에서 누가 짜주면 나오지 않을까요? 스스로 하는 것보다는….”
“아으… 진짜!”
갑자기 한봄이 내 뒤에 붙어서 입을 열었다.
“뒤돌아! 빨리!”
“네?”
나는 순간 내 바로 뒤에 한봄의 목소리에 놀란 ‘척’하며 뒤를 돌았고, 그녀는….
“좀… 빨리… 해줘요….”
“….”
다행히 한봄은 나를 등지고 선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