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57화 (158/898)

 민하연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여관주인에게 말했다.

 “방 주세요.”

 “하아… 저번에 말했지만…. 방이 없수. 그리고 옆에 여자도 또 왔구만.”

 “하하….”

 한봄은 멋쩍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에 그녀는 다른 멤버들을 놓고 혼자 여관을 이 잡듯이 뒤지며 방을 구하러 다녔었다.

 수많은 추파에도 그녀가 그렇게 돌아다닌 건 혹시 모를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빈방을 찾은 적이 없었다.

 여관주인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규정상 한번 방을 잡으면 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네. 사고를 치면 모를까….”

 “…그럼 잠시 기다릴게요.”

 “…? 무슨 소리인가. 방이 없다니까? 여기 체크 아웃을 하는 사람이 오면 모를까….”

 여관주인이 홀로그램을 보여주면서 설득을 시도했다.

 “자, 여기 객실 표를 보게. 체크 아웃은 직접 와서 해야 하는데, 그놈들이 체크 아웃을 할 놈들로 보이나? 그렇다고 이런 곳에서 죽는 멍청이가 있을 리가… 응?”

 설명하던 여관주인은 당황하면서 홀로그램의 객실 표를 바라봤다.

 분명 빨간색으로 도배되어 있던 객실 중의 하나가 초록색으로 표시되면서 빈방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응? 자, 잠깐 이게 왜 이래?”

 하나를 시작으로 갑자기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던 객실들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체크아웃한 사람은 없지만, 빈방은 계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30개의 방중에 2개를 제외하고 28개의 방이 초록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이게….”

 한봄과 여관주인은 놀랄 눈으로 그 상황을 끝까지 지켜본 다음 민하연을 바라봤다.

 민하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 이제 방 생겼죠? 주세요.”

 나는 많은 인파에 몰린 상태로 주위를 둘러봤다.

 ‘설마 100명이 넘게 신청할 줄은 몰랐는데….’

 [숫자를 줄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뭐, 이미 했는데 어쩌겠어…. 응? 저 새끼는 왜 안 갔지?’

 내 눈에 비친 건 나를 비릿하게 노려보는 한여름이었다.

 금방 전까지 나를 노려보던 한여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돌려서 다른 사람들 뒤에 숨었다.

 ‘구경하려는 건가?’

 [참여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친놈일세.’

 나는 실실 웃으면서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숫자가 너무 많다. 실수로 거리 내주면 나도 답 없겠는데?’

 [최악의 경우, 워프하기 위해서라도 숨을 장소가 필요합니다.]

 ‘흠….’

 내 눈에는 허허벌판 너머로 보이는 숲이 있었다.

 울창한 숲까지는 아니고, 그냥 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숲이었다.

 나는 그 숲을 보면서 한가지 묘안을 떠올리면서 아르모니아를 불렀다.

 ‘아르모니아.’

 [네.]

 ‘스킬 레벨 올리자.’

 ..

 ..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야 이건 아닌데…. 지금이라도 물러.

 “걱정하지 마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미친놈아 자존심 세울 때가 아냐. 내가 말한 건 일대일 기준이지, 이런 미친 상황이 아니었다고.

 “저 쇼크 비 잡은 남자입니다~ 그 정도면 쎈 거 아니에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미친놈아! 니가 쎄긴 해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대편이 백 명이 넘어!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게꼬수의 말을 듣고 바로 꼬리를 내려야 한다.

 레벨 1의 차이는 꽤 큰 편이다.

 하지만 레벨 차이가 있다고 해도 원거리 한명이 100명이 넘는 근거리를 상대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거기다 상대편에도 원거리 소환사들이 있었다.

 “응? 여자들도 있네?”

 대부분 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남자들이다 보니 다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이쪽 상황을 보는 여자들도 꽤 있었다.

 보아하니 여자들도 참가한 듯했다.

 ‘아, 저기 소속에 들어간 여자들인가 보네.’

 생각해보면 저 여자들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와 희희낙락하는 것을 보면 이제 적응해서 이런 삶에 전혀 불만을 못 느끼는 표정들이었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굴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자연의 이치이고, 잔인함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암적인 존재다 뭐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가 지적인 능력을 갖췄다면 인간과 똑같은 이기심으로 자신의 터전을 이용했을 것이다.

 그게 자연에서 태어난 생명체의 본질이다.

 그리고 저 여자들은 먼저 터전에 자리 잡은 자들에게 굴복해서 하나로 흡수된 것이고.

 나름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려는 찰나였다.

 이 아수라장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내 귓속으로 시원스럽게 들어왔다.

 “아까 그년들 비싸게 구는 거 짜증 나지 않아?”

 “맨날 우리 보면서 불쌍한 눈빛을 하는데, 진짜 짜증 나더라.”

 “우리 밑으로 오면 한번 밟아놓자.”

 “야,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그냥 돌림빵하면 알아서 길걸?”

 나는 그 말을 듣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똑같은 년들이었네.’

 나는 다행히 그녀들을 대할 때,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원래 저런 분노는 이성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뭔지 모를 짜증이 생기는 인간들이 있다.

 내가 그렇게 죄책감을 싹 씻는 동안 트롤 바이브가 내게 다가왔다.

 “자, 시작하자. 인제 와서 도망가려는 건 아니지? 아! 무서우면 그래도 돼!”

 다들 비난이 섞인 말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웃음을 무시하고 내 할 말을 했다.

 “하는 건 좋은데, 장소만 바꾸자.”

 “어디?”

 “저기.”

 내가 가리키고 있는 장소는 숲이었다.

 “숲 안에서 1킬로 반경 정도 어때?”

 “푸하하, 그래 하긴 여기서 시작하면 너무 재미없겠군. 역시 도망치는 놈 잡는 재미가 있어야지.”

 트롤 바이브는 한참을 웃고는 내게 말했다.

 “너를 배려해서 니가 들어가고 나서 5분 후에 잡으러 가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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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 크래쉬 외 126명이 당신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5분 후에 결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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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씨…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저 화면이 떴으니, 이제 결투를 무를 수 없었다.

 한쪽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져야지만 이 결투는 막을 내린다.

 상대편은 다수이다 보니 아마 모든 사람이 전부 불능 상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게꼬수를 보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채널 대화로 말하면서 숲으로 달려갔다.

 ***

 한여름은 숲을 향해 달려가는 성수호의 모습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멍청한 새끼. 나랑 싸워서 이기고 보스 좀 잡았다고 여기 있는 녀석들 전부랑 싸워서 이기겠냐? 현실 감각 동떨어진 새끼였네….’

 그가 민하연과 한봄이 떠날 때도 이곳에 남아있던 이유는 구경 같은 시시한 이유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뒤통수를 쳐서 죽여버리겠어….’

 그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서 이곳에 남아있던 것이었다.

 그도 이미 깨달은 상태였다.

 회귀 포인트가 바뀌었고, 성수호는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빼앗겼고, 여동생에게 질질 짜면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생긴 분노를 도저히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마침 성수호가 자만심에 빠져서 말도 안 되는 결투를 신청한 것이었다.

 ‘이번에 죽여서… 어떻게든 회귀 포인트까지 아득바득 살아나야 해. 아니면 회귀를 하는 내내 죽이던가.’

 한여름은 결투 시간이 될 때까지 사람들 주위에서 조용히 숨어있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용히 있고 싶어도 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머! 언제 오신 분이세요? 처음 보는데?”

 “이번에 오신 거 맞죠?”

 “아! 아까 여자들이랑 계셨던….”

 “….”

 그렇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니까, 주위에 있던 남자들도 서서히 한여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씨발, 귀찮게….’

 그렇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날리고 있을 때, 아까 성수호와 한바탕 싸웠던 리더격 남자가 한여름에게 다가왔다.

 “엉? 뭐야? 너는 왜 여기 있냐? 아까 그놈 편 아냐?”

 “…그런 녀석이랑 같은 편인 적 없다.”

 “허…?”

 다들 의아한 눈으로 한여름을 바라봤다.

 남자들은 서로 무리를 지은 상태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스파이 같은 건 아니겠지?”

 “에이… 이런 싸움에 스파이가 필요는 하냐?”

 “하긴… 어차피 눈에 띄는 순간 바로 끝나는 건데.”

 진짜 대규모 싸움이라면 모를까, 이런 다 대 일의 싸움에서 스파이가 필요할 리가 없었다.

 계속되는 관심에 짜증이 피어오른 한여름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는 그 새끼 죽이러 온 거다. 그러니까, 신경 끄고 꺼져.”

 “크흐… 그래?”

 벤 크래쉬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여름이 짜증 나면서도 한편으로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새끼… 정말 싫어하나 본데? 보니까,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고…. 이 새끼 꼬드겨서 상황 좀 굴려볼까.’

 이 마을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그들에게 제일 귀찮은 존재는 단연코 한봄의 패거리였다.

 어설픈 독점 덕분에 그들에게 눈엣가시처럼 신경이 쓰이는 존재였다.

 한봄이 지내는 여관만 먹으면 그들에게 이곳은 지상 낙원이 되는 것이었다.

 비록 새로 온 소환사들에게는 지옥에 있는 동토와 같은 곳이 되는 것이지만….

 ‘일단 이 결투만 끝내고 말 좀 붙여봐야겠군.’

 벤 크래쉬는 그렇게 속으로 계획하고는 아까 자신에게 트롤 바이브라고 놀리던 성수호를 떠올렸다.

 ‘개새끼… 넌 내가 절대 그냥 죽이지 않는다. 정말 좆같은 게 뭔지 보여주마.’

 그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는 순간 홀로그램 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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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초 후 결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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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만 포인트!!”

 그 화면을 본 순간 필드에 있던 모든 소환사가 숲을 향해 달려갔다.

 ..

 ..

 한여름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머, 이렇게 잘생긴 분 처음이에요!”

 “이거 끝나고 간단한 식사라도…?”

 “방 없으시죠!? 제 방 어떠세요?”

 그는 빨리 이 숲에서 서성이는 성수호를 찾고 싶었다.

 다른 녀석들이 먼저 찾아서 그 녀석을 죽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뿐이었다.

 ‘씨발, 그 새끼한테 칼 한 방은 찌르고 싶은데….’

 죽거나 반병신이 되는 걸로는 부족했다.

 어찌 되었든 한방.

 그에게 딱 칼 한 방을 제대로 놓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거기다 씨발… 존나 못생긴 년들이 자꾸 들러붙어….’

 한여름은 지금까지 살면서 여자가 아무리 못생겨도 싫은 소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한여름에게 붙은 여자들의 외모는 대부분 평균 수준이었지만, 그의 눈에 하위 80%의 여자는 다 동등하게 하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거만 끝나고… 그 새끼를 죽든 반병신이 되든 하연이만 되찾으면 돼….’

 한여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여자들 사이에 낀 채 숲을 걸어갔다.

 그렇게 걷고 있을 때, 먼발치에서 큰 비명이 들려왔다.

 (씨발! 죽여 버리겠어!)

 (어디야! 어딘데! 커….)

 (개새끼가 머리만 맞추고 있어 다들 빨리 차….)

 비명이 한참 들려오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저 외침을 인지한 건 한여름뿐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외침을 듣지 못했는지 한여름에게 엉겨 붙어서 자기들 할 말만 하고 있었다.

 “제가 지내는 여관 음식이….”

 “저랑 있으면 포인트 걱정은….”

 “하아….”

 한여름의 한숨과 동시에 또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뭐야! 어디야!)

 (씨발! 죽여….)

 (고개 숙여! 저 새끼 머리만….)

 또다시 조용해졌다.

 ‘…뭐야? 그 새끼 설마 진짜 다 죽이는 건 아니겠지?’

 한여름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성수호를 찾기 위해 달려갔다.

 “어머! 가, 같이 가요!”

 여자들은 한여름이 달려가는 모습에 당황해서 다들 그의 뒤를 쫓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

 ..

 “이런 씨발!!”

 벤 크래쉬는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미치도록 달리고 있었다.

 그는 주위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면서 계속 달렸다.

 ‘이게 말이 되냐고!! 씨발 한 놈한테 어떻게 이렇게 죽을 수 있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드가르드에서도 일당백으로 싸울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벤 크래쉬는 그런 자들을 소문으로 듣기만 할 뿐,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고작 1층.

 그런 곳에서 저런 괴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벤 크래쉬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시체들도 몰랐을 것이다.

 ‘씨발! 씨발! 일단 살아야 해! 저 새끼 무조건 머리만 맞추고 있어!’

 성수호는 정확히 사람들의 관자놀이를 맞춰서 죽이고 있었다.

 한발의 오차도 보이지 않았다.

 실수로 다른 곳을 맞추지도 않았다.

 무조건 상대방을 한방에 즉사시킬 수 있는 머리를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일단 나무 같은 방해가 없는 평지로 가야 해! 저, 저기다!’

 무수한 시체들을 지나고 나서야 그의 눈에는 밝은 빛과 같은 흙먼지가 날리는 필드가 보였다.

 상대는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계속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벤 크래쉬는 그런 자를 상대하려면 평지에 나가서 상대방을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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