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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54화 (155/898)

 그리고 민하연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채널 채팅을 통해 나와 같은 정보를 알아낸 듯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채널의 존재들도 이 1층을 구경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향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하연이 언니 맞지!?”

 “어?”

 큰소리로 밝게 웃으면 어떤 여자가 우리 쪽으로 당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포니테일의 머리 스타일과 세련된 하얀 면 티셔츠 그리고 새하얀 핫팬츠.

 그리고 존나 예쁜 얼굴.

 ‘씨발~! 존나 예뻐!!!!! 아르모니아 존나 예쁘다고!!!!’

 […알겠습니다. 기질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는 내 비명을 듣고 바로 기질을 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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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한 봄

 -기질-

 [회복], [무용], [진심 어린 신앙심], [가족애], [남성 혐오], [진실함], [경솔함], [유연한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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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능력이 하나 보였다.

 ‘회복? 힐러 같은 건가?’

 [세부 사항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회복 LV 4], [상태 이상 해제 LV 2]-

 표시된 스킬만 봐도 나 힐러입니다 라고 설명해주고 있었다.

 일단 이름을 보니,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전에 민하연이 말해준 한여름의 여동생이었다.

 “봄아! 너 왜 여기 있어?”

 “나, 한 달 전에 여기로 끌려 왔어. 언니도 이번에 온 거구나….”

 “한 달 동안 있었다고? 맙소사….”

 민하연과 한봄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서로 끌어안고 같이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한봄이라는 여자를 보면서 유전자의 법칙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한여름이 존나 잘생겼으니, 당연히 여동생도 존나 예쁜 게 당연했다.

 ‘개 쩔어…. 와… 장난 아닌데?’

 지금까지 아르모니아, 비올라, 루나, 레나, 성수아, 초서현, 민하연 등등 수많은 미녀를 만났고, 나름 그런 미녀들 사이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미모에 대한 평가는 굳이 필요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한봄을 만나고 산산이 무너졌다.

 중발 정도의 머리카락을 한데 묶어서 깔끔하게 뒤로 넘겼고, 서양과 동양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조합으로 이목구비가 형성되어 있었다.

 다소 눈매가 날카롭고 콧대가 높아 보이지만, 그게 더 큰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성들도 나름 마른 편이었지만, 한봄은 완벽하게 슬랜더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민하연보다 살짝 작은 160중 후반이었지만, 작은 얼굴과 얇고 탄탄한 다리 덕분에 둘을 떨어뜨리고 보면 오히려 한봄 쪽이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는 바로 한봄의 가슴에 눈이 갔다.

 ‘크으… 가슴… 좋게 봐주면 B이려나? 브라 빼면 A일 수도 있겠다.’

 […확실히 지금까지 만난 여성들과는 다르게 작습니다.]

 ‘그런데 그게 완전히 어울린단 말이지!’

 애초에 나는 가슴 크기는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신경을 쓴다면 골반 정도?

 그런데 골반이든, 가슴이든, 몸매든 제일 중요한 것은 정해져 있었다.

 ‘얼굴… 일단 얼굴이 예뻐야지. 그런데 한봄은 오히려 가슴이 작은 게 매력인데?’

 가슴이 컸다면 오히려 비율이 엉성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한봄을 보며 감탄하는 사이에 두 여자는 감격의 재회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봤다.

 민하연은 나를 보고, 한봄은….

 “뭐냐? 너는 왜 여기 있냐?”

 “아니. 내가 너라고 하지 말라고 몇 번을….”

 한봄은 한여름을 보면서 여름철 음식물 쓰레기를 보듯이 바라보며 쏘아붙였다.

 “뭔 개소리야. 묻는 말에나 대답이나 해.”

 “이런 씨… 너는 오빠한테….”

 “지랄, 오빠는….”

 한봄은 한여름의 말을 무시하고 나와 여성 삼인방에게 눈을 돌렸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여성 삼인방인 듯했다.

 엄청난 살기를 띤 한봄의 시선에 나름 기가 센 박선희도 순식간에 쭈구리가 되어버렸다.

 ‘오… 여자들끼리 통하는 무언가 있나 봐?’

 [아마 한여름의 동생에게 나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뭐… 이미 존재 자체만으로 범죄자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웃으면서 민하연과 과거에 술을 마시며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한여름의 바람기는 민하연뿐만 아니라, 그 동생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장녀인 한봄이 매번 앞장서서 한여름을 쥐어팼다고 설명했을 정도였으니까.

 동생들이 가세해서 닦달해도 한여름의 바람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 망나니 같은 놈이 여자 세 명, 그것도 예쁜 여자 세 명과 같이 있으니 곱게 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우왕! 나는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네용?’

 [….]

 나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NPC가 왜 여기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볼 뿐이었다.

 한봄은 그렇게 세 여자를 한참 보더니, 한숨을 크게 쉬고 민하연을 보면서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언니… 힘들었지?”

 “아냐. 나는 괜찮아. 봄아, 혹시 여기 지낼 데 없을까? 방을 구하려고 온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빈방이 없다고 해서….”

 “따라와. 내가 지내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민하연은 한봄의 어깨를 살며시 누르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런 한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일단 따라오세요.”

 “네….”

 그렇게 세 여자와 한여름, 그리고 내가 뒤따라가려는 순간이었다.

 한봄은 게슴츠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아저씨도 파티원이에요?”

 “보, 봄아….”

 “….”

 한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아저씨가 원빈의 아저씨는 아닐 것이라는 거 정도?

 ..

 ..

 민하연은 앞서 걸어가는 한봄 일행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나를 위로했다.

 “하하… 보, 봄이가 좀 직설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어.”

 “… 내가 그렇게 나이 많아 보이나.”

 “에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민하연은 팔꿈치로 나를 툭툭 치면서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나와 민하연의 모습을 보면서 이미 몇 개 부러지지 않았을까 싶은 이빨을 더 심하게 갈고 있는 한여름.

 그리고 그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 쪽과 한여름을 번갈아 보는 한봄.

 한봄은 한참 나와 민하연의 애정 행각을 보더니, 한여름과 뭔가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성을 알려줬다.

 그렇게 한봄을 따라간 우리가 마주한 건 낡아 보이는 여관이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본 여관도 마냥 상태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아까 봤던 여관들이 선녀처럼 보일 정도로 처참했다.

 “…일단 들어와요.”

 한봄은 다른 파티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눈치였다.

 폐가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정상적인 여관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그래도 건물 안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위그드라실 세계의 특징 하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내부를 둘러봤다.

 제피룸에서 지내던 여관과 흡사했다.

 1층은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머지 객실은 위층에 전부 몰려있는 구조였다.

 여관 안에는 아까 다른 여관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는 것이다.

 “어… 아! 한봄씨 왔어요?”

 “그… 여, 옆에 계신 분들은….”

 죄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봄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까는 여관 식당에 남자가 대다수였다면 여기는 남녀성비가 완전히 뒤바뀐 상태였다.

 한봄은 우리들의 눈치를 보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원래 살던 곳에서 정말 친하게 지내던 분이에요. 오늘 소환사 새로 진입하는 날이었는데, 운이 좋아서 아까 만났어요.”

 “아….”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까 여관과 다른 분위기에 오히려 당황한 건 우리들이었다.

 민하연뿐만 아니라, 우리가 해명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봄은 다른 사람들을 진정시킨 뒤,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설명해줄게요.”

 ..

 ..

 한봄이 이곳에 온 건 대략 한 달 전이라고 한다.

 그녀도 처음 이곳에 오자마자 엄청난 추파를 받으며 빈방을 찾았지만, 우리처럼 허탕을 치며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지금 여관을 알게 되고 지내게 됐다고 한다.

 “나도 처음 올 때부터 이런 상황이라 원래 그런가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채팅으로 몇몇 가지 정보를 추려서 알 수 있었어.”

 우연히 동료들의 채널에 이 사정을 대충 알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채널의 존재들이 해준 이야기를 공유해서 이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방이 부족한 건 위층에서 온 사람들 때문이야.”

 “위층?”

 우리의 의문이 담긴 질문에 한봄은 알고 있는 사실을 최대한 설명해줬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프리뭄 마을이라고 한다.

 이 마을도 예전에는 제피룸에 비하면 편의 시설은 열악하지만 어느 정도 보장을 해준다는 느낌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략 1년 전쯤 미드가르드 내에 국가들이 전쟁이 발발했고, 거기서 떠밀리고 도망친 소환사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제 막 1층에 온 사람들이 알아봤자 얼마나 많이 알겠는가.

 채널의 존재들이 알려준 것을 토대로 조합한 정보의 한계였다.

 그렇다고 공략과 관련된 정보는 또 주지 못하는 게 그들의 룰이었다.

 어디까지나 추측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방이 계속 줄어들고 지금 여기가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 된 거야.”

 빈방을 잡고 싶어도 한번 묵었던 방을 무기한으로 연장하니 빈방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거기다 문제는 그런 방을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이 단합하고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방을 몽땅 잡아 놓고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에게 방을 제공하는 거야.”

 “….”

 이런 세상에서 노숙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여자라면 더더욱….

 지금 이 여관을 못 찾은 사람들은 결국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그들의 소속으로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단 소속에 들어오면 포인트와 의식주를 빌미로 부려 먹는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막 이곳에 온 소환사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어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말을 들으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었다.

 이 여관만큼은 다들 합심해서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여기 여관 이용하려면… 한가지 알아야 할 게 있어.”

 “…?”

 “1인 1실은 불가능해. 지금도 한방에서 네다섯 명이 지내고 있는 상황이야.”

 “맙소사….”

 민하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가 중얼거린 이유는 불평불만 같은 것이 아니었다.

 “봄아… 너 이런 곳에서 한 달 동안 지낸 거야?”

 “…응.”

 민하연의 얼굴에 간만에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참고로 저 표정은 한여름이 다른 여자 방으로 가면서 룰루랄라 거리는 모습을 봤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민하연은 한 번 더 한봄을 끌어안고 위로했고, 한봄도 민하연의 품에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서로 껴안고 있기를 몇 분, 한봄은 다시 진정하고 우리에게 말했다.

 “일단 남자 여자는 분리되어 있어요. 다만 원래 생활하던 분들의 공간이 줄어드는 만큼 최소한 예의를 갖추고 허락을 구하셔야 해요.”

 “네….”

 세 여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긍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저물 시간이었다.

 자칫 노숙, 아니 최악의 상황에는 위층 패거리에게 걸려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원래 이곳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한봄의 부탁 때문인지 쉽게 허락해줬다.

 그렇게 합의가 끝나자 카운터에 있던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또 사람이 늘었네.”

 “죄송합니다….”

 “괜찮아. 어차피 규정인걸. 다만 방 관리만 잘해줘.”

 “네, 감사합니다.”

 한봄은 여관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한여름에게 다가갔다.

 방금 여관 주인에게 보여줬던 표정과 다르게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한봄은 일방적으로 한여름에게 뭔가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한봄의 귓속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봄은 바로 민하연의 팔짱을 끼면서 해맑게 웃기 시작했다.

 “언니! 그동안 힘들었지? 오랜만에 술 마시자? 응? 같이 얘기도 하고.”

 “그래.”

 민하연은 거리낌 없이 붙어오는 한봄을 오히려 기분 좋게 바라보며 웃었다.

 ‘와우, 저렇게 친하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한봄이라는 여자는 정말 민하연을 가족 이상으로 끔찍이 여기고 있었다.

 진짜 자매가 저렇게 하하 호호 웃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민하연과 저렇게 친하다면 나에게도 바로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걱정입니다.]

 ‘왜?’

 [기질에 있는 남성 혐오가 문제입니다.]

 ‘…미친.’

 회복 스킬이 신기해서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봄의 기질에는 남성 혐오가 버젓이 앞쪽에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오빠 혐오]-

 ‘한여름 진짜 대단한 새끼일세….’

 딱 한 사람을 위한 기질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남성 혐오라는 기질에 걱정하면서도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남성 혐오라… 그럼 처녀겠지? 대박!’

 내가 그렇게 한봄의 기질을 보느라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아르모니아가 조용히 통신으로 내가 말을 걸었다.

 [수호님.]

 ‘응. 왜?’

 […시선을 거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민하연의 표정이….]

 나는 바로 상태창을 내리고 민하연을 바라봤다.

 나는 분명 미소를 짓고 그녀를 바라보는데….

 ‘오메….’

 민하연은 차갑게 식다 못해 절대 영도에 도달할 것 같은 살기가 서린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

 한봄은 민하연에게 간소하게나마 같이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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