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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53화 (154/898)

 [현재 43번째 회귀입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에 멍하니 버튼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몇 번?’

 [저번 회귀를 제외하고 현재 43번째 회귀 중입니다.]

 나는 멍 때리며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아르모니아가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상층에 간 한여름이 계속 자살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작한다는 건….’

 [그렇습니다.]

 아르모니아는 한 박자 띄고 조용히 말했다.

 [회귀 포인트가 바뀌었습니다.]

 ‘….’

 [그것도 한여름이 상층으로 가고 나서 포인트가 바뀐 것입니다.]

 한여름은 이 상층과 하층 버튼을 보자마자 상층을 누른 것 같다는 게 아르모니아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리 빨리 눌러도 상층에는 이미 한여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사실을 모르는 이유를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한여름이 계속 자살하니까, 워프할 필요가 없어서 그대로 둔 거지?’

 [그렇습니다. 슬슬 나가시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겁니다.]

 ‘…계속 이런 말 하기 귀찮았겠네.’

 힘든 일이냐 싶으면 별로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던 말 또 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하는 게 좋을 리가 없지.

 [언제나 말씀드렸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동안 시간 합산하면 어느 정도 지났어?’

 [5시간정도 지났습니다.]

 초기에는 빨리 죽던 한여름이 점점 지치면서 그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해줬다.

 ‘…자, 그럼 상층으로 가볼까나 또 이곳에 돌아오겠지만.’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리며 상층 버튼을 터치했다.

 ..

 ..

 43번째 자살.

 아무리 회귀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자살할까 싶었다.

 하지만 한여름은 쉬지 않고 자살했다.

 한여름은 아마 회귀 포인트가 바뀌면서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콜로세움으로 가기 위해 계속 자살하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이어져야 할 44번째 자살.

 나는 눈앞에 펼쳐졌던 빛이 전부 걷히고 나서야 주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민하연과….

 “….”

 동공이 풀린 상태로 얼굴이 창백한 한여름이 서 있었다.

 ‘와… 무슨 걸어 다니는 시체 같네.’

 과장 하나도 보태지 않고 지금 한여름의 모습은 관에서 막 꺼낸 싱싱한 시체 같았다.

 하지만 그 썩지 않은 시체도 존나 잘 생겼다.

 존나 잘생긴 좀비.

 ‘와, 저 새끼는 어떻게 망가뜨려야 외모가 씹창날까?’

 [만약 이런 식으로 회귀 지점이 바뀐다면 언젠가 원하는 외모로 변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쟤 어떻게 자살했어?’

 나는 아르모니아의 자살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1층에 오자마자 바로 필드로 뛰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자해해서 자살하는 건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한여름이 순식간에 자살할 방법은 자기가 가진 검으로 자신의 목을 단번에 베는 것이다.

 무게가 나가는 칼을 쥐고 자신의 목을 단방에 쳐낸다?

 절대 불가능하다.

 인체 구조상 굉장히 힘들다. 거기다 한여름의 검 실력이면 힘든 레벨을 넘어서 불가능하다.

 오히려 어설프게 베여서 한동안 지옥 같은 경험만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어디 뛰어내릴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한 한여름이 자살할 수 있는 최선책은 몬스터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1층 정도면 제피룸보다는 셀 테니까.

 […그건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왜?’

 [원래라면 진작에 뛰어가서 사라진 뒤, 얼마 후에 회귀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을 보니, 더는 자살할 기운도 없어 보입니다.]

 ‘…44번째에서 포기하는 건가?’

 재수 없는 숫자에서 그만두는 건 뭐야.

 미신을 믿는 편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께름칙했다.

 기운이 또 생기면 자살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움직일 힘도 없어 보였다.

 민하연은 옆에 한여름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나를 보면서 말했다.

 “…진짜 걱정했잖아. 왜 이렇게 늦게 나와서 사람 불안하게 하냐.”

 “미안. 혹시 몰라서 준비 좀 하느라….”

 나는 한여름을 보면서 통신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한테 바로 덤비진 않았나 보네?’

 [열 번 정도 수호 님에게 덤볐다가 죽어서 회귀했습니다.]

 ‘…미친놈일세.’

 나는 속으로 낄낄 웃으며 한여름을 유심히 바라봤다.

 우월한 외모, 신이 주신 행운.

 그리고 회귀.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 민하연이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원히.

 민하연은 내가 침묵하는 이유가 걱정이라고 판단하며 조심히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아… 걱정이야. 채팅창에서 하는 이야기들 들어보면 0층이랑 많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나도 대충 아르모니아에게 들었지만, 제피룸처럼 여유롭게 사냥하고 포인트 벌고 숙박업소 잡고 하는 식으로 원하는 대로 진행이 안 된다고 들었다.

 어떨 때는 노숙도 해야 하고, 어떨 때는 필드를 이동하는 도중에 식료품이 바닥나서 며칠 동안 굶기도 한다고 했다.

 숙박 시설도 꽉 차면 길거리에서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 중에 중요한 건 역시….

 “하연아. 일단 뭘 하든 숙박부터 잡자. 혹시 모르잖아.”

 “그래.”

 민하연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시체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린 한여름을 봤다.

 인상을 찌푸린 민하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쟤 왜 저러는 걸까?”

 “…글쎄.”

 민하연이 한여름의 회귀를 인식하는 건 내가 워프할 때 데리고 가서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민하연의 입장에서는 회귀도 안 했는데, 갑자기 한여름이 저러는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나와 민하연은 이렇게 죽은 표정을 한 한여름을 데리고 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옆에서 여성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머! 여름 씨!”

 “미, 민하연 씨도?”

 “그… 연금술사 씨…?”

 …시불.

 그래도 연금술사가 대단하니까 참는다.

 우리를 보며 달려오는 존재들은 제피룸 마을에서 같이 파티했던 미녀 삼총사였다.

 ‘와, 설마하니 살아올 줄이야.’

 [보아하니 보스전에 진입하지 않은 듯합니다.]

 나는 세 여자 너머로 보이는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사람들을 쭉 훑어봤다.

 뭐랄까… 여자가 좀 많은 느낌이 들었다.

 ‘하긴… 남자 새끼들이 보스전 놓고 그냥 갈 리가 없지.’

 [….]

 분명 뭔가 보상이 있을 텐데. 그걸 무시하고 간다?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생명도 결국 허락이 안 돼서 여기로 못 오는 거겠지만….

 ‘거참 아이러니하네. 결국 용기 있는 자들은 죽고, 용기 없고 겁많은 녀석들만 득실거리게 되는 거네.’

 유능한 인재가 수월하게 돌파하는 것을 즐기는 존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위그드라실에 안치된 존재들은 잘하는 것보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일단 조디악 측에 의하면 1층부터는 무작정 인원수 감축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오 백 명이 오 십 명으로 줄어들 정도의 상황이 계속 일어나도 문제긴 하겠다….’

 지금 여기 있는 인원들의 숫자는 대략 50명 정도였다.

 그중 남성이 5명(나와 한여름 포함) 나머지는 다 여성이었다.

 혹시라도 머리 긴 남성이나 머리가 짧은 여성까지는 내가 구별해낼 힘이 없으니 대충 10%가 남자라고 생각하면 될 듯했다.

 세 명의 여성들은 잘생긴 좀비, 한여름에게 달라붙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부를 물었다.

 정신이 나간 한여름 대신에 민하연이 이야기해 줬다.

 대부분 있었던 일(나와 민하연의 관계)은 쳐내고 보스를 클리어해서 대기 마을에서 사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포인트를 왕창 벌었다고 하면 안 좋게 볼 거 같아서 그런지 그런 부분도 뺀 것 같았다.

 “하아… 갑자기 두 분 사라지셔서 정말 놀랐어요.”

 “두 분 약속장소에도 안 오고 객실도 비어 있어서 놀랐어요.”

 …저기요, 나는?

 “그래도 여름 씨.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나는 마지막 여성의 대사를 듣고 다짐했다.

 ‘한여름, 죽여버리겠어.’

 [….]

 관심 못 받은 자의 원한을 받아라.

 ..

 ..

 좀비가 된 한여름을 놓고 갈까 했지만, 삼인방의 등장으로 같이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우리는 도착한 마을 이름도 모른 채 일단 숙소를 잡기 위해 숙박 시설을 찾아봤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닐수록 한여름을 부축하고 낑낑거리는 여성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심플했다.

 ‘호텔이 없네.’

 [거기다 제피룸 마을에 비하면 환경도 열악해 보입니다.]

 ‘그러게, 쓰레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네….’

 제피룸 마을을 돌아다닐 때는 주위에 쓰레기 하나 보기 힘들었다.

 NPC들이 청소를 잘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냥 버린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세 유럽 분위기를 깨트리는 플라스틱과 비닐들….

 만약 처음부터 이곳에 왔다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쓰레기 좀 돌아다니면 어떤가.

 그런데 제피룸에서 일주일간 지내다 보니 비교를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민하연도 무관심하게 넘기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민하연도 다른 세 여자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호텔에서 그것도 펜트하우스에서 나흘을 보냈으면 더 심하게 와닿긴 하겠다.’

 내가 그렇게 민하연을 안타까워하는 사이에 근처에 있는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외관은 일단 제피룸 여관과 비슷했다.

 안에서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다.

 끼이익.

 그렇게 여관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

 그렇게 시끄럽던 소리가 우리들의 등장으로 바로 잠잠해졌다.

 아직 해가 중천에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관 내에 있는 식당 테이블은 술잔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전부 조용히 하며 우리를 보며 속닥속닥하기 시작했다.

 ‘뭐지? 그냥 사람이 들어온 건데 저렇게 조용할 이유가 있나?’

 나뿐만 아니라, 민하연과 다른 파티원 들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았다.

 “일단 숙박부터 잡자.”

 내가 앞장서서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50대 남성으로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게 딱 봐도 여기 주인장으로 보였다.

 “여기 숙박 하려고 하는데요.”

 “없수.”

 “…네?”

 “방이 없다고.”

 이건 뭔 개소린가 싶었다.

 여관에 방이 없다니.

 하지만 NPC와 트러블을 일으킬 생각도 없었고, 분명 마을 규모로 보면 여관이 다른 곳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직 낮인데 벌써 방이 없다는 것이….

 ‘뭔가 이상해. 빨리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어.’

 나는 내면에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민하연과 다른 멤버들에게 다른 곳을 가자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여관에 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민하연과 여자들을 둘러싸고는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 가도 자리 없다고! 내 방 어때?”

 “와, 이번 애들은 물 좋은데?”

 “이게 물 좋은 수준이냐? 거의 천연 암반수 아냐? 캬… 특히 이 여자는 가슴이…. 어!?”

 한 남자가 민하연을 향해서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민하연에게 손을 뻗는 남자의 팔목을 잡고 옆으로 잡아끌었다.

 “억!?”

 “뒤지고 싶지 않으면 꺼져.”

 엔간하면 분란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는 나도 순간 화나서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내 눈앞에 화면 하나가 떴다.

[악력 LV 1이 개화되었습니다. 손기술 LV 555로 인해서 보정을 받아 악력의 레벨이 65로 변경되었습니다.]

 순식간에 파고드는 내 악력의 힘으로 남자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너 여기가 어디라고!?”

 내 행동에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전부 일어나서 나에게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행패 부리지 마!”

 “….”

 여관 주인의 성난 목소리에 다들 빈정대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를 노려보는 건 그대로였지만.

 여관 주인은 인상을 쓴 채 나를 보면서 같은 말을 했다.

 “문제 일으키기 말고 빨리 나가게.”

 “…네.”

 “이런, 씨….”

 내게 팔목을 잡혔던 남자는 손을 털면서 손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관 주인의 중재로 큰 문제 없이 여관을 나갈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나가는 동안 주위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우리 귓 속을 파고들었다.

 (크크크 이번에도 재미있는 놈들 왔네.)

 (저 녀석은 며칠 갈까? 내기할래?)

 (난 한 달.)

 (난 일주일. 원래 저렇게 무게 잡는 놈이 제일 별 볼 일 없을 때가 많더라.)

 내가 그 말을 유심히 듣고 있을 때, 민하연이 내 손을 잡고 조심히 말했다.

 “수호야, 신경 쓰지 마. 가자.”

 “응.”

 나는 민하연의 뒤를 따라서 여관을 나갔다.

 ..

 ..

 그 후에 우리는 마을을 이 잡듯이 뒤지며 방이 남아있는 여관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우리는 아까 1층에 처음 도착했던 장소에 모여서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무슨 여관들에 방이 하나도 없어!”

 “거기다 죄다 이상한 사람들만 있고….”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분명 1층부터 편의성이 대폭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내게 정보를 전해준 아르모니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아르모니아의 설명에 첨부를 넣어주는 게꼬수도 마찬가지였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야, 이거 이상하다. 아무리 0층이랑 1층이 다르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게꼬수도 과거 1층에 머물던 소환사 채널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는 전혀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1층도 0층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여유롭게 지내는 느낌이었는데, 여기 마을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는데?

 1층도 초보자 마을답게 나름 불안한 사람들끼리 서로 합심해서 으샤으샤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다만 이곳에 오고 나면 다들 생존에 대해 절박함과 불안함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종종 다툼이 일어나는 것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무슨 위층에서 좌절한 퇴물들의 집합소 같다는 것이 게꼬수의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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