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149화 XXX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
워프가 끝나고눈 안으로 작디작은 마을 풍경이 들어왔고, 내 콧속으로 진한 흙과 풀 내음이 비집고 들어오며 내게 상쾌함을 전해줬다.
“확실히 위그드라실에 있으면 자연의 냄새가 팍팍 풍기는 느낌이네.”
내가 있는 곳은 마을 한복판이었다.
비록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지만, 가운데에 길게뻗어 올라와 있는 호텔이 이 마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었다.
내가 호텔을 보며 그쪽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가 손으로 내 눈을 가린 뒤, 싱그러운 목소리로 내 귀를 간지럽혔다.
“누구게?”
“…누구긴!”
“꺄악! 흐읍….”
츄릅… 츄으읍…츄릅.
나는 뒤돌아서 여자를 끌어 앉고 거침없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한 낮에, 그것도 해가 완전히 중천에 떠 있는 이 시간에 마을 한복판에서 애정행각을 펼쳐댔다.
하지만 내 강제적인 입맞춤에도 여성은 오히려 나를 끌어안으며 자신의 커다란 가슴으로 내 흉부를 거침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키스하고 나서 껴안고 있는 여성을 살며시 내려다봤다.
“하아… 하아… 뭐야,갑자기! 흐흐….”
길게 뻗어내린 갈색 머리카락, 투명하고 싶은 검은 동공과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하고 새하얀 얼굴.
나를 올려다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는 여성.
민하연이었다.
..
..
민하연은 나를 이끌고 호텔에 있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나와 고작 12시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내 팔짱을 끼면서 좀체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물며 호텔 식당에 있는 화려한 테이블에 앉으면서도 꼭 붙어 있었다.
“배고프지? 빨리 밥 먹자. 나 너랑 먹으려고 일부러 아침도 안 먹었어.”
“배고프지 않았어? 그냥 먹지.”
“…혼자 먹기 싫어.”
나는 그녀를 향해서 미소 지으면서도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엥, 뭐지?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민하연이 이렇게 서슴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던 애였나?
그야 성욕이 불타올라서 섹스할 때는 엄청 열정적으로 임하는 건 알지만, 이렇게 꽁냥꽁냥하는 아이는 아니었었다.
무한 경쟁의 스포츠, 양궁 세계에 몸담았던 여자라 오히려 남자처럼 털털하면 모를까 이렇게 아양을 떠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의문을 통신으로 들은 아르모니아가 나름 가설을 하나 세워줬다.
[수호 님께서 떠나기 전에 그녀를 성적으로 완벽하게 만족시켜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손기술이랑 같이해서 완전 뻑 가게 만들긴 했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민하연과 섹스를 하면서 손기술로 마지막에 엄청난 절정을 느끼게 해주면서 그녀를 기절시켰다.
민하연이 평생 살면서 처음으로 느낌 만족감으로 내게 잘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게 아르모니아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손수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 앞에 가지런히 놓아주며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었다.
NPC가 없는 마을이라 그런지 음식 같은 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튀어나오듯 쑥쑥 튀어나왔다.
나와 민하연은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한여름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하하하! 진짜 그런 얘길 했다고?”
“어! 너도 한번 당해봐라 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더니, 나한테 막 울며불며 매달리는 거 있지?”
민하연은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서 한여름을 만났던 이야기를 해줬다.
그녀는 한여름을 만나서, 성수호에게 강간당해서 좋았다는 식으로 섹스 찬양론자처럼 설파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막타가 기가 막혔다.
“내가 여름이한테 연애만 같이하고, 섹스는 다른 사람이랑 하자고 했더니 울면서 뛰어가는 거 있지?”
“푸하하하하!”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쉴새 없이 웃었다.
민하연은 정말 작정하고 한여름의 멘탈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서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이 터진 결과였다.
나는 한여름에 관한이야기를 넘기고, 다음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일단 우리 여기 있는 동안 빡쎄게 포인트 벌어보자.”
“…왜? 그냥 이렇게 있으면 안 될까?”
민하연은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봤다.
아마 어차피 회귀하게 되면 포인트뿐만 아니라, 내 기억도 사라질 테니 어떻게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좋은 추억이 그녀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회귀로 인해서 포인트와 아이템은 초기화된다.
하지만 회귀에서 유일하게 계승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민하연의 능력이다.
포인트를 악착같이 벌어서 그녀의 능력을 최대한 상승시켜야 했다.
그래야 회귀를 해도 큰일 없이 초심자 마을을 또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하연아, 일단 능력이야. 나도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지만 지금 이런 기회는 절대 흔치 않아.”
“…알았어.”
민하연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이해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보더니,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는 그런 말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해질 거야.”
“하하하.”
우리 둘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호텔을 나와서 사냥터로 향했다.
..
..
나는 사냥터 입구에서 축 늘어져서 쓰러져있는 한여름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쟤는 어떻게 하지.”
“하아….”
민하연 표정이 딱 봐도 창피해서 죽을 거 같다는 표정이었다.
저런 놈이 한때 남친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와… 진짜 회귀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놈일세.’
[그런데 이상합니다. 왜 호텔이 아닌 저곳에서 저렇게 누워 있는 건지….]
편한 호텔 놓고 왜 저런 곳에서 노숙자처럼 누워있는 것일까.
“하연아, 내가 가서 말 좀 걸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줘.”
“아냐, 내가 가서 한마디를….”
민하연은 나를 막고 자신이 가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식으로 나서려고 했다.
귀찮은 일을 나한테 떠넘기는 느낌이라 싫은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막고 내가 가겠다고 말하며, 이유를 설명해줬다.
“악감정은 최대한 나한테 품게 만들어야 해.”
“….”
“어제 강간 플레이도 마찬가지지만 한여름이 너한테악감정이들어가게 하는 건 막아야 해. 아까 했던 도발 정도는 괜찮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하아… 알았어.”
민하연은 내 말을 수긍하고는 나와 한여름이 대화하는동안 거리를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바로 한여름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야, 너 여기서 뭐 하냐?”
“….”
내 말에 반응한 한여름은 고개를 돌리고 나를 힐끔 보더니, 무시하고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직업이 노숙자였냐?”
“으드득….”
반응이 있는 것을 보니, 귀가 나간 건 아니네.
나는 한여름을 보면서 웃으며 물었다.
“대답 좀 해봐. 여기서 뭐 하는 건데.”
“요… 요정이… 숙박 이…용을… 제약을 걸어서….”
한여름은 이를 으득으득 갈면서 내 명령을 듣고 길거리에서 왜 이렇게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에게 모든 사정을듣고 나서야 이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여름은 전날 나와 민하연의 강간 플레이를 진짜 강간으로 생각하고 요정을 불렀었다.
거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여름은 원하는 해결이 나오지 않아서 요정에게 욕설을내뱉었고 요정은 한여름에게 이런저런 제약을 걸어버린 것이었다.
숙박 시설 이용 불가, 포인트 사용 불가, 요정 소환 불가.
덕분에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강제로 튕겼고, 상점에서 어떠한 물품도 구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배를 곯은 상태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여기서 탈진한 상태로 쓰러져 있던 것이었다.
민하연의 말에 충격받은 것도 한몫한 듯했고….
“야, 살아 있는 게 천만다행인 줄 알아라. 요정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고 살아난 게 기적이지.”
“으드득…. 큭! 차라리 죽여!! 요!!!”
“푸하하하!”
자기가 무슨 ‘큭! 죽여라.’ 여기사도 아니고.
나는 한여름의 분노가 담긴 존댓말에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분명 어색한 존댓말이지만, 그 어색한 맛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웃긴 건 웃긴 거고 이런 말투로 나흘간 같이 지내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 반항하는 맛도 있어야지 계속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겠어?’
짜증 나는 녀석이지만, 그 짜증을 계속 보면서 터트려주는 맛도 분명 있는 녀석이니까.
“야, 그냥 존댓말 하지 마. 별로네.”
“으드득….”
나는 한여름에게 존댓말을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요정을 불렀다.
요정은 나타나자마자 나를 보면서 환한 웃음과 함께 날개를 살랑거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 그 물어볼 게 있어서….”
내가 요정에게 물어본 건 한여름의 숙박 건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에서 자다가 몸살이 나거나 문제가 생겨서 죽으면 내가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한참 민하연이랑 섹스하는데, 갑자기 죽어버리면 짜증이 나서 내가 이 녀석을 죽일 거 같거든.
하지만 요정이 한 말이 나를 실망하게 했다.
“죄송합니다. 숙박 권한을 지금 와서 임의로 풀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단! 숙박 시설에서 지낼 방법은 있습니다.”
“엥? 어떻게?”
“당신과 저기 계신 여성분이 허락하면 가능합니다.”
숙박 시설은 여러 명이 합숙할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이용해서 나나 민하연이 한여름과 같이 숙박한다는 식으로 방을 잡게 되면 한여름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요정에서 3천 포인트를 건네줬다.
전에 만 포인트를 받았을 때처럼은 아니었지만, 표정을 보니 그래도 만족은 하는 눈치였다.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이만~”
요정을 그렇게 말을 마치고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지는요정을 확인하고 나서 한여름을 쳐다봤다.
증오가 담긴 눈빛이 나를 눈빛으로 죽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나는 한여름을 보면서 말했다.
“야, 일단….”
“…?”
..
..
나와 민하연은 주위에 있는 몬스터의 씨를 말리겠다는 각오를 하듯 사냥에몰두하며 돌아다녔다.
원래라면 민하연만 활을 쏘고, 나는 옆에서 물약을 만드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그냥 같이 활을 쏘면서 주변 몹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민하연은 내 화살 솜씨에 놀라 하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아… 마법도 써, 연금술도 해. 거기다 활도 나보다 잘 쏴…. 내가 너무 쓸모없는 거 같은데….”
“에이, 무슨 소리야….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어디까지나 마법을 보조받아서 잘 쏘는 거지. 내 본 실력은 아니야.”
나는 의심을 피하고자 민하연에게는 내 조준력과 활 실력이 마법에 기반한다고 뻥을 쳐놨다.
하지만 전에 못 쓰던 활을 잘 쏘는 내 모습을 본 민하연은 의구심보다는 의욕 상실이 좀더 컸다.
하지만 그 의구심이 아예 없던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수호야… 너 활 그렇게 잘 쏘면서 왜 그동안 숨긴 거야? 아니… 왜 전에는 숨긴 걸까?”
“….”
사람은 역시 숨기는 게 있으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민하연에게 나에 대한 종속이 걸려있고, 나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그렇지 원래의 민하연이었으면 진작에 나를 의심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나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 첫날 내가 활 잘 쏜다고 하면 왠지 너한테 라이벌 의식만 심어질까 봐 걱정했거든.”
“….”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민하연을 보면서 통신했다.
‘개뻥이지.’
[….]
애초에 활 쏘는 것 자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개뻥이 민하연의 마음도 뻥 뚫어놓은 것 같았다.
“히히히… 아, 진짜….”
민하연은 입가를 씰룩이며 헤실거리더니, 나한테 착 달라붙어서 말했다.
“오늘 밤도 일찍 잘 생각하지 마.”
민하연이 달라붙어서 소곤소곤하는 중에 멀리서 한여름의 욕설이 들려왔다.
“야! 민하연! 달라붙지 마! 니가 속고 있는 거라고!!!”
“하아….”
민하연은 한숨을 쉬면서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역시 예쁜 여자는 인상을 구겨도 예쁘네.
“하연아! 저 새끼가 너 없을 때 너를 창녀라고 그랬다고!!”
한여름.
현재 이 사냥에서 전혀 쓸모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저 녀석을 데리고 왔을까?
나는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여름을 데리고 호텔로 데려간 뒤에말했다.
(일단 좀 씻고, 그냥 여기서 지내. …대신 잘 때는 거실에 있는 저기 있는 소파에서만 자.)
나는 한여름에게 펜트하우스에서지낼 수 있게 해줬다.
단, 화장실 하나와 소파 하나만 내어주었다.
다른 시설을 이용하는 건 금지.
한여름은 내 말을 듣고 당황해서는 횡설수설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다 씻고 정돈이 된 한여름을 데리고 민하연과 셋이서 사냥터로 향했다.
그렇게 데리고 온 한여름은 도통 도움이 되지 않아서 우리와 거리를 벌리고 멀리 떨어뜨려 놨다.
사실 도움이 되더라도 저렇게 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저 녀석을 데리고 온 목적을 실행할 생각이었다.
나는 멀리서 민하연에게 하소연하는 한여름을 힐끗 보고 나서 그녀의 귓속에 속삭였다.
“하연아… 또 부탁 좀 해도 돼?”
민하연은 찡그리던 인상을 풀고 나를 보면서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응? 뭔데?”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여기서 하고 싶어.”
“…어? 흐앗!”
나는 그 말과 함께 민하연을 끌어 앉고 그녀의 튼실한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