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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화 〉145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3) (146/898)



〈 146화 〉145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13)

“너무해요… 흐읏… 저만 혼자 두시고… 하읏!”
“…죄송합니다.”

성수아는 침대에 엎드려서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하읏!”
“….”

우는 게 아니다. 안마가 너무 좋아서 교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방울이의 손을 만지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성수아에게 들킨 뒤에 그녀에게 붙잡혀서 오두막에 끌려왔다.

그렇게 끌려온 나는 성수아에게 계속 잔소리를 들었다.

잔소리의 주된 내용은 간단하다.

나랑 게임을 하러 왔는데, 다른 캐릭터에 빠지다니 섭섭하다.

그 와중에 그만두겠다는 땡깡은 안 부려서 다행이었다.

사실 성수아가 그런성격도 아닌  같고….

이게 전부 다~~~~~~~

‘아르모니아가 나를 빨리 말려주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

훗… 반박 못 하는 거 보니까, 찔리는가 보군.

여하튼 그렇게 잔소리가 끝나고  뒤, 성수아는 사죄의 의미로 안마를 받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열심히 안마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건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업계 포상인데?

나는 손으로 안마하며 티셔츠 건너편으로 느껴지는 성수아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현실에서도 만져보고 싶다.’
[VR 밖에서 하려면 은밀한 공간은 필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수아는 유명한 초강현의 여자친구… 아니, 약혼녀이다.

지금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거라고생각된다.

현실에서도 나름 친해져서 장난도 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친한 동료 그 이상  이하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몰래 안마하다가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걸리면 웃으면서 넘길  없을 것이다.

그날로 바로 성수아의 공략은 실패!

진짜 재수 없으면 언론에 대서특필될 것이다.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사실 안마도 어제  시작했잖아.’

성수아는 지고지순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인 만큼 들키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으면 절대 몸을 함부로 내어줄 거 같지 않았다.

“흐앗… 하앗…흐으읏….”
“….”

비록 지금은 VR 세계에서 외간 남자에게 안마를 받고 있지만….

30여 분간의 안마를 받은 성수아는 비몽사몽 한 표정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끌어안고 잤다.


***


“….”
“….”

오늘 기과 5반의 수업은 생도 간의 대련이었다.

초서현은 성수호와 나란히 선 상태로 대련을 하는 생도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평소에 생도들의 자세를 보며 지적하던 초서현은 오늘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평소에도 성수호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독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
“….”

오늘 이 침묵의 시발점은 교무실이 아니었다.

초서현은 전날 빨리 취침한 덕분에 일찍 일어날수 있었고, 아침 일찍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해서 어느정도 기다리니 성수호가 나타났고, 초서현은 반가운 마음에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하려고 했다.

그래… 제안하려고 했다.

(….)
(초서현 교관님?)
(어… 네….)
(…?)

초서현은 갑자기 성수호를 눈앞에 두자 밥 먹자는 소리가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씨, 왜 이러지….’

분명 그와 만나기 전까지는 그에게 밥 먹자고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정작 그가 눈앞에 나타나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수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는 초서현을 보고 있는 사이에 성수아가 나타났고, 초서현은 성수호가 아닌 성수아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어… 왔냐. 그… 먹자 밥.)

초서현은 자기가했던 말을 떠올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오! 존나 찐따 같이 말하냐!’

 후에 성수호와 초서현, 성수아는 눈치 게임 같은 식사를 하고 나서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업무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 후로 초서현과 성수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수업을 진행할 뿐이었다.

분명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은 가득했다.

전처럼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도 좋았고, 간단하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할 수도 있었다.

평소처럼 별거 없는 내용으로 대화를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초서현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

결국 초서현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성수호를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
..

“…저녁은 괜찮겠지?”

초서현은 성수호와 점심을 먹는 것을 패스하고 교무실에서 홀로 빵과 우유를 먹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어거지로라도 가서 같이 먹어볼까했지만, 아침에 있었던 침묵을 또 경험하고싶지는 않았다.

거기다 성수아가 있는 장소에서 침묵하는 건 더더욱 싫어했다.

초서현은 빵을  입 씹고 나서 우유를 마시며 성수호의 프로필을 보고 있었다.

조촐한 내용의 프로필에는 기본적인 인적 사항 외에는 거의 적혀 있지 않았다.

그나마 초서현의 눈에 띄는 건 생일이었다.

“이미 지났네.”

성수호의 생일은 1월 6일로 이미 지난 상태였다.

“에이씨, 선물이라도 해주려고 했더니만….”

 외에 프로필에 적혀 있는 내용은 초서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초서현은 멍하니 아무것도 없는 프로필을 계속 훑어보며시간을 보냈다.

..
..

고대하던 대망의 저녁 시간이었다.

“….”
“….”
“아구아구….”

시간은 저녁 8시.

식당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로 그나마 들려오는 소리는 송아라가 밥을 먹고 있는 소리뿐이었다.

그만큼 식당은 조용하고 한산했다.

문제는 초서현과 성수호도 침묵하고있다는 것이었다.

초서현은 뭔가 말을 꺼내 보려고 해도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거 뭔 이야기를 해야 하냐….’

그녀는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봐도 성수호와 어떻게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초서현과 성수호는 송아라의 먹방을 보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
..

“하아….”

초서현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이러냐, 나….”

오늘 온종일 초서현이 성수호와 나눈 대화는 ‘초서현 교관님?’, ‘어… 네….’의 반복대화뿐이었다.

음악 재생 프로그램에서 반복 재생하듯 나눈 대화를 성수호가 대화라고 생각할지는 의문이었다.

초서현은 답답한 마음과 함께 초조한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나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하아….”

평소에는 쏘아붙이듯 말하며 상대방을 질타했던 여자가 갑자기 조용해져서는 계속 달라붙는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정말 기분 나쁜행동처럼 느껴졌다.

초서현은 저번 주에 성수호를 갈군 행동을 떠올렸다.

 주 동안 도통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없었다.

그에 비해서 성수호는 초서현이 없는 자리에서 그녀의 칭찬을 하면서 그가 가진 진심을 보여줬다.

(내가 볼 때는 여기 있는 교관 분 중에그분만큼 책임감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초서현은 성수호가 해준 자신의 칭찬이 떠오르자, 입가를 올리며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흐흥… 히힛…. 하으…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 히힛….”

계속 성수호의 말을 곱씹으며 웃던 초서현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원래 주제를 떠올렸다.

“크흥… 일단 뭔가 이야깃거리가 필요해.”

초서현은 이미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건 물 건너갔다고 판단했다.

첫인상부터 이미 일과 관련된 사이로 지내자는 식으로 행동한 탓에 자연스러운 대화는 결국 생도들과의 내용으로 직결될 뿐이었다.

교관으로서 당연히 생도는 중요했다.

하지만 초서현은 뭔가 일과 관련된 느낌이 아닌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너무 오랜 기간 친분을 쌓는법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초서현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대화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조언을 구할 사람을 생각해봤다.

첫 번째 조언자 성수아.

“…성수아, 걔는 빼야지.”

아무리 성수호와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해도 성수아에게 그런 것을 묻고 싶지는 않았다.

두 번째 조언자 송아라.

“송아라…. 걔는 이상하게 친구들이랑 친해질 생각은 하지 않고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랑 친해지려고하냐….”

2년을 봐온 우등생.

분명 성격도 좋고, 능력도 출중하고, 대부분 생도가호감이 가는 외모를 지닌 생도였다.

하지만 속에 끓어 넘치는 영웅심 때문에 주위 동급생들이 피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올곧은 말과 행동을 하다 보니부담스러워하는 것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러면 안 되지만, 송아라 걔는 좀 느슨할 필요가 있는데….”

송아라에 대해 생각을 하던 초서현은 아까 있었던 두 사람의 훈련을 떠올렸다.

(진짜 대단하네.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히히.어제 조언 듣고 오늘 종일 그것만 생각했는데, 진짜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조언보다도, 네가 그 정도 재능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지.)
(히히.)

초서현은 침대 위에 대자로 뻗은 채 천장을 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칭찬… 부럽네….”

환한 불빛으로 시야를 가리는 천장에 형광등을 보면서 초서현이 중얼거렸다.

“일단 송아라 녀석한테 물어봐야겠다.”

..
..

다음 날, 초서현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송아라를 불러서 두루뭉술하게 물어봤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요?”
“어, 요새 애들은 뭐 좋아하냐?”

초서현은 일단 그 남자가 성수호라는 의심을 피하고자 애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초서현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송아라는 그녀가 들리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성수아 교관님도 비슷한 걸 물어보셨는데.”
“응? 걔가… 아니, 성수아 교관이?”
“네, 혹시 초강현 교관님 생일인가요?”
“아… 어, 어! 그런 거지 뭐….”
“흐음….”

다행히 송아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뭐, 남자애들이면 VR 좋아하죠. 그런데 초강현교관님 정도면이미 캡슐도 있지 않을까요?”
“…그 정도는 아닐 거다.”

VR 헤드기어가 저가형이라면 캡슐은 초 고가형이다.

초서현도 캡슐의가격 정도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

일반인은커녕 웬만한 영웅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녀석이다.

거기다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그 정도는 이미 벌었으려나?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초서현은 머리를 흔들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야, 그런데 VR, 그건 너무 비싸. 다른 건 없어?”
“여기 애들은 그거 말고는 별로 관심 없을걸요?”
“…알았다. 밥 먹어라.”
“넵.”

송아라는 밥 생각에 흥얼거리며 교무실 문을 잡고 여는 순간이었다.

“잠깐.”
“네?”

송아라가 교무실을 나가려고 할 때, 초서현이 갑자기 불러세웠다.

“성수아 교관이 질문이랑 똑같은 걸 물어봤다고?”
“네.”

초서현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상하네, 얼마 전에 강현이랑 연락  된다고 해놓고 갑자기?’

혹시 물어본 시기가 오래되었나 싶어서 그 당시가 언제인지도 물어봤다.

“언제?”
“저번 주에요.”
“똑같이 대답했고?”
“네.”
“….”

초서현은 송아라의 대답에 멍하니 책상을 두드리다가입을 열었다.

“밥시간에 불러서 미안하다.  먹어라.”
“네~”

송아라가 나가고 나서 문을 닫자, 교무실 안은 침묵이 흘러넘쳤다.

초서현은 침묵이 흐르는 교무실에 혼자 앉아서 고민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비싸잖아. 그거 선물하면 나 이상하게 볼  같은데….’

초서현은 성수호가 자신의 호감을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들키지 않게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찾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영웅들이야 5억 원은 어떻게든 벌려고 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중하위권 길드에 있던 초서현도 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VR 헤드기어를 아무리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도 선물하기에 너무 비싼 물건이었다.

“잠깐! 여기 VR 헤드기어 대여되지 않나?”

초서현은 언뜻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바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대여하는 걸 알려주는 게 선물은 아니잖아. 아씨,머리 아프네….”

초서현은 상대방이 만족스러워하면서 의심을 받지 않을법한 선물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새벽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
..

“네? 없다고요?”
“네, 성수호 교관님은 오전 일찍 외박을 나가셨습니다. 작성된 명부에는 월요일 오전에 다시 출근하시는 걸로 적혀 있네요.”
“…네.”

초서현은 경비원의 말을 듣고, 초서현은 자신의 기숙사로 터덜터덜 향했다.

“…기껏, 좋아하는  뭔지 물어보려고 했더니.”

초서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쓸쓸히 자신의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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