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141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9)
“아! 초서현 교관님과의 친분이 중요하신 거라면 초서현 교관님의생도 기록부를 뽑아드릴까요?”
나는 성수아의 호의가 담긴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 걱정됐다.
생도 기록부를 저렇게 함부로 알려줘도 되는 걸까?
외부인에 가까운 보조 교관에게….
일단 나는 받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거절했다.
“아, 아닙니다. 아무리 친해지고 싶다고 해도 그런 정보를 저 같은 보조 교관에게….”
“에이!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같은 교관이라고 해야죠.”
성수아는 내일 오전 중으로 출력해서 식당에서 만나면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었다. 성수아는 야릇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설마… 그냥 맨입으로 넘어가시는 건 아니죠?”
“하하… 제가 뭘 해드려야 할까요.”
나는 웃으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솔직히다른 인물도 아니고, 성수아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재력도 나보다 한참 위이고, 마법적 실력도 나보다 높다.
그렇다고 수업을 도와주려고 해도 마과 수업 특성상 보조 교관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에서 내가 뭔가 해줄 수있는 게 전혀 없었다.
거기다 게임 안에서도 성수아에게 안겨서 바둥거리는 것밖에 하지 못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후후… 그럼….”
성수아는 말을 끝내지 않고 나를 들어 올린 채 집으로 데리고 갔다.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나에게 말했다.
“제가 요새 몸이 ….”
“….”
설마… 설마!
성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어깨 안마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성수아가 나의 기대를 무참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복수해주마.’
[….]
내 동심(?)을 지켜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나는 성수아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일단 침대 위에엎드려 보시겠어요?”
..
..
“흐읏… 하아… 아흐윽!”
“혹시 아프세요?”
“아, 아뇨! 조, 좋아요… 하읏….”
나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성수아의 측면에서 어깨와 등을 안마해줬다.
절대 그녀의 성적인 신체 부분을 터치하지 않았다.
그야 등이나 어깨가 성감대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이야 내가 지금까지이뤄온 손기술 특혜 중에서 이게 최고다.’
[…경이로운 레벨입니다.]
-[손 안마LV 98]-
비록 100은 아니지만, 100과 다름없는, 진짜 주인공급 레벨이 튀어나왔다.
진정한 신의 손.
“흐읏! 하으읏!”
성수아는 교성을 내뱉으며 내 손 안마를 맛보고 있었다.
비록 VR 속이라 그런지 땀이 나거나 열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VR 기기를 쓰고 있는 성수아가 몸부림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분명 지금쯤이면파자마가 땀에 흥건히 젖은 상태로 침대 위에서 몸을 비틀고 있겠지?
거기다 속옷도 젖었으면 최고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성수아의 성적 흥분이 아니었다.
‘내일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성수아가 오늘 받은 안마를 잊지 못하고 내일도 받고 싶어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어설프게 끝내도 안되고, 너무 만족시켜도 안 된다.
적당히 만족시키고, 그 상태에서 내일도 안마를 받고 싶게끔 피로감을 남겨둬야 한다.
나는 성수아의 등과 어깨만을 공략하며 최대한 그녀를 성심성의껏 안마했다.
“하읏! 죄, 죄송해요. 이, 이상한 소리를 내서… 흐읏!”
“혹시 아프신데, 괜히 저 신경 쓰느라 계속 받으시는 거면 이쯤에서….”
“아, 아니에요! 계, 계속해주세요. 아, 아니… 성수호 교관님께서 힘들지 않은 선에서… 부탁드릴게요. 너무 좋아서… 하읏!”
나는 분명 손가락에 힘을 적절히 분배하며 지압이 아닌 순수한 안마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런 신음을 내는 것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긴 좋은가보다.
“하으읏!”
나는 교성을 내뱉는 성수아를 보면서 생각했다.
‘성수아의 공략… 이거로 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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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성수아가 나에게 A4 종이 몇 장을 건네줬다.
“자, 여기 있어요.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에 말하고 다니지만 말아 주세요.”
“그… 생도 시절 기록부를 이렇게 받아도 될지….”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졸업한 생도들의 기록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응? 그럼 졸업 전의 생도는요?”
“그건 보안이 철저해요.”
영사관 생도의 장래는 정해져 있다.
영웅.
그렇게 영웅이 된 생도들은 졸업 후에 자신이 소속할 길드를 찾아 헤맨다.
첫 번째 목표는 길드 중에 최정점에 있는 교단과 탑.
만약 두 곳에 못 들어간 생도들은 두 길드를 제외하고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다른 대형 길드들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만약 막 졸업한 생도 기록부가 쉽게 외부로 유출된다면 길드에 들어가기 전에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었다.
특히나 위험한 괴인 단체 같은 곳에서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졸업해서 자신의 소속을 확실히 잡아놓으면 크게 중요한 자료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기다 10년이 된 자료라면 겉치레로 기록을 저장해놓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성수아는 나에게 자료를 건네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초서현… 교관님이 아시면 저한테 노발대발할 수도 있어요. 혼자 조용히 봐주세요.”
“주의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친분 용도로만 숙지해 놓겠습니다.”
나는 성수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마저 식사를 마무리했다.
..
..
식사를 마치고 교무실로 가기 전에 혼자 벤치에 앉아서 초서현의 생도 시절 기록부를 훑어봤다.
‘거참… 이런 걸 기록부라고 봐야 할지….’
분명 첫 번째 장에 나와 있는내용은 잘 짜인 기록부였다.
자신감 넘치는 초서현의 생도 시절 사진도 잘 인쇄되어 있었고, 인적 사항, 학적 사항 등등 생도에게 필요한 기본 내용이 잘 적혀 있었다.
문제는 다음 페이지부터였다.
적혀 있는 내용은 초서현의 수업 태도와 점수들이었다.
‘어디 하나 좋은 말이랑 좋은 점수가 없네.’
내용 대부분이 [태도 불량]이라는 단어와 한 자릿수의 점수들이 줄지어 있었다.
초서현을 담당했던 교관의 이름을 봤다.
‘홍미선…. 이거 정보를 알아내니까, 모르는 게 또 튀어나오네.’
[혹시 모르니, 체크해놓고 오늘 일과가 끝나고 조디악 측에 문의해보겠습니다.]
‘응, 혹시 모르니까. 물어나 봐줘.’
계속 성수아한테 물어봐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그녀한테 받은 도움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조디악 측에게서는 수호님을 적극적으로도울 것입니다. 지금도 단기 의뢰와 장기 의뢰를 계속 보내올 정도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신기하네…. 완벽하게 해결한 건 비올라 건밖에 없잖아.’
[제가 수시로 현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보고 내용에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가령 내가 가진 손기술 같은 건 당연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외에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는데, 특히 한여름 쪽에 대한 보고를 듣고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이상 현상인 회귀를 알려주면서 동시에 우리 쪽이 현재 회귀를 잘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해줬다고 한다.
조디악에서 회귀에 대한 대처 방법을 계속 물어보고 있지만, 그건 어차피 우리 쪽만 쓸 수 있어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초서현의 생도 기록부를 적당히 훑어보고 나서 기숙사 방에 서류를 놓고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 오니, 아직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한산한 분위기와 함께 초서현은 역시나 오늘도 자고 있었다.
오늘은 초서현에 관한 생도 기록부를 보느라 좀 늦었지만, 아직 교무실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적은 편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초서현의 뒤에있는 의자에 앉으면서 통신했다.
‘…잠시만 들어갔다 올게.’
[5분 후에는 슬슬 교관들이 출근할 것입니다.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도 침몽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자주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주의를 들으며 초서현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
..
초서현의 꿈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교실의 풍경이었다.
시간은 대략 오전이었고, 교실 안에는 생도들이 긴장한 상태로 허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단상 위에 서 있는 여자.
“영웅 사관 학교에 입학한 것을 축하한다. 내 이름은 홍미선이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나는 여자의 말을 들으면 속으로 놀랐다.
‘홍미선? 이렇게 바로 나온다고?’
나는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홍미선이라는 여자의 얼굴을 슬쩍 봤다.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초서현 꿈에서 ‘짜증나’라고 중얼거리던 40대 교관이었다.
‘이 여자가 초서현의 교관이었구만.’
성격이 까칠해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싸가지 없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영웅 사관 학교에 생도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나는 홍미선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교실 주위를 둘러봤다.
대부분 생도는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지만, 홍미선의 이야기에 딱히 귀 기울이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홍미선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고 있는 생도들 사이에 유일하게 고개를 들어올리고 경청하는 인물이 있었다.
긴 머리카락의 초서현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홍미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초서현. 아까 사진에서도 봤지만, 생도 때는 잘 웃고 지냈나 보네. 귀엽네.’
교관 초서현과 다르게 표정에 미소가 베이스로 깔린 느낌이었다.
싱글벙글은 아니고, 뭐랄까 상쾌한미소? 시원한 미소? 그런 느낌이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한 미소가 생도 초서현의 얼굴에 담겨 있었다.
“오늘은 첫날이라 수업이 없다. 각자 배정받은 기숙사로 향하도록. 그리고….”
내가 초서현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교관의 말이 끝나고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다.
웬 훈련 시설이었다.
‘오우씨, 깜짝이야. 이거 초소현 정신력이 아직 강해서 내가 뭘 바꿀 수 있는 게 없네.’
침몽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정신력이 강할수록 내가 소모하는 마나가 커진다.
잠시 정보를 알아내려고 왔기때문에 굳이 마나를 소모하며 꿈을 조작하지 않았다.
시설은 대충 30평 정도로, 훈련 시설치고는 좁은 편에 속했다.
대다수 인원이 훈련하는 장소가 아닌, 소수의 인원을 위한훈련 장소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훈련 시설 안에는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건들건들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고, 한 명은 바닥에 드러누운 상태였다.
‘홍미선이랑….’
서 있는 사람은 홍미선이었다.
그리고 홍미선 앞에 드러누워서 숨을 힘겹게 내쉬는 건….
“가관이네…. 훈련 중에 그렇게 드러눕고 쉬다니, 교관이 우습니?”
“죄, 죄송합니다! 꺄앗!”
촤아악!
여자 생도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지만, 홍미선의 채찍질에 팔뚝에 있는 살갗이 찢어지며 다시 쓰러졌다.
‘초서현….’
채찍을 휘둘렀던 홍미선을 쓰러진 초서현에게 소리쳤다.
“이런 계집애가 수석 입학이라니, 영사관도 갈 데까지 간 모양이네.”
“죄, 죄송합니다!”
초서현은 홍미선의 말에 정신을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생도복은 이미 만신창이였고, 온 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눈빛은 강하게 빛나고 있었고, 어떻게든 차렷 자세를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초서현의 모습을 보면서 홍미선이 입을 열었다.
“이상하니? 그저 채찍으로 맞는 게 뭐가 훈련되는지 모르겠지?”
“아, 아닙니다! 교관님의 훈련 방식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초서현은 굳은 의지가 담긴 표정으로 홍미선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래…. 내가 나 좋자고 이런 짓을 하겠니? 방과 후에 귀찮게 너를 불러서?”
“개, 개인 훈련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꺄악!”
촤아악!
초서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미선은 다시 채찍질했다.
이게 과연 훈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초서현은 그저 차렷 자세를 하고 있고, 교관은 무방비한 그녀에게 사정없이 채찍질을 감행하고 있었다.
“꺄악?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계집애나 내는 소리를 입에 담고 있어!?”
“죄, 죄송합니다! 흐읍!”
촤아악!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채찍질.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 진짜 이런 일을 당한 거라고?’
평범한 따돌림이나 이지메같은 게 아니었다.
교관이 생도를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갓 들어온 의욕 넘치고 장래가 유명한 새싹의 잎사귀를 자르지 않고 계속 야금야금 가위질하며 끔찍한 경험을 안겨주고 있었다.
‘…씨발, 짜증 나네. 일단 나가자.’
어차피 꿈에서 뭔가 해서 도와줄 수 있는 것 따위는 없었다.
나는 도저히 초서현을 맨눈으로 보고 싶지 않아서 꿈 밖으로 나왔다.
..
..
꿈밖으로 나오자마자 초서현의 등이 내 눈에 비쳤다.
움찔움찔 떠는 모습에 다급하게 그녀를 흔들어서 깨웠다.
“초서현 교관님.”
“으읏… 하아… 하아…?”
초서현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더니, 입을 열었다.
“수업… 가죠.”
“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일어나는 초서현을 보면서 주먹을 쥔 채 아르모니아에게 통신했다.
‘아르모니아.’
[네.]
‘아르모니아, 홍미선이라는 여자 최대한 빨리 알아봐달라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