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124화 XXX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29)
“또 어디 간 거야!!”
한여름은 민하연의 방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면서 그녀를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또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씨발 도대체 왜 그 새끼랑 엮이는 거냐고!! 아무것도 없는 새끼랑!”
한여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회귀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유리한상황이 오기는커녕 점점 나락에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연금술사.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민하연과 같이 붙어있는 모습만 봐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었다.
그나마 초기에는 대부분 짧게 끝나서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5회차.
7일간 생존하고 쇼크 비를 만났던 날, 한여름은 두 사람 사이에 오묘한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바로 다음 회차에 성수호를 배제하기로 마음먹었다.
채팅창에서 연금술사가 쓸모 있다는 조언을 유일하게 무시한 회차였다.
그리고 성수호를 무시한 회차에서 민하연은….
(내 남친 요기 있네~~ 흐흐.)
쾅!
“이 씨발!”
한여름은 민하연의 요염한 표정과 추잡스럽게 흔들던 골반, 그리고 중력의 파도에 이끌렸던 출렁이는 아름다운 가슴이 떠올랐다.
평생 본 적이 없던 그녀의 맨살에 넋이 나가서 쳐다봤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게 아니었다.
민하연이 모든 옷을 벗어서 훤히 드러낸 것은 한여름을 위해서가 아닌 연금술사. 성수호를 위해서였다.
“개새끼…. 너는 내가 회귀 내내좆발라주겠어.”
한여름은 그렇게 말을 내뱉고 나서야 살짝 분이 풀리기 시작했다.
회귀자.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고작 해봐야 천 포인트로 시작하는 성수호와 몇백억 포인트로 회귀를 얻어낸 자신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호에 회귀를 적어버려서 모든 포인트가 사라졌지만,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회귀만큼 믿을 수 있는 운빨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이템 드랍이나 도박과 같은 확률적인 부분에만 적용이 되었지만, 그 운빨은 이 세계에서는 충분히 대단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실전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못 해도 아이템만큼은 언제나 넘치도록 나와줬다.
남들이 천 포인트, 2천 포인트에 희희낙락거리는 동안 비록잡템이지만 아이템을 팔아서 3~4천씩 벌고 있었다.
그는 민하연이 지내는 문을 발로 찬 뒤, 제피룸 여관으로 향했다.
“도대체… 도대체 하연이가 왜 그런 새끼랑….”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분명 두 사람은 이곳에 오기 전, 과거에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6회차에서 고작 해봐야 3일 후에 이미 서로 물고 빨고 난리를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씨발, 분명 그 새끼가 하연이한테 뭔 짓을 꾸민 게 분명해….”
한여름은 성수호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민하연의 행동을정당화하고 지금이라도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도착한 여관에는….
“어머나? 이번에는 손님이 많이 오시네.”
“그… 그….”
한여름은 짤막한 키에 덩치 있는 중년 여성을 보고 말을 더듬었다.
자신의 목을 꺾어버린 괴물.
한여름은 평생 해본 적 없었던 다소곳한 자세로 성수호와 민하연의 행방을 물었다.
“아아~ 아까 산책하러 가는 거 같더군요. 숙박은 따로 해제 안 했어요.”
“아, 알겠스…습니다.”
한여름은 서늘한 목을 양손으로 감싸고는 바로 여관을 뛰쳐나왔다.
일단 두 사람이 여관 안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밖에 같이 나간 것은 변함없었다.
“하아… 설마 또 뭔 짓을….”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마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생각했다.
‘만약 또 그런 짓을 하는 거라면….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
그의 눈동자 안에는 웅장한 콜로세움이 비치고 있었다.
..
..
“이 씨발 너 왜 하연이랑 있어!!”
한여름은 콜로세움 중앙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중앙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한여름의 모습을 본 민하연은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한여름. 너 여긴왜 왔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왜 이 녀석이랑 같이 있는 건데?!”
“쓰으… 하아….”
민하연은 한여름에게 화가 나는 것과 별개로 속으로 반성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행동 때문에 얘가 수호한테 더 이상한 짓을 할 수도 있어.’
회귀라는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민하연도 이런 식의 반복이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불러오는지 조금 겪어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민하연의 입장에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어느 순간 자신도 한여름의 회귀에 휩쓸려서 다시 기억을 잃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한여름이 성수호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상황이 오는 것이 제일 두려웠다.
기억을 못 하기에 죄책감을 못 느끼겠지만, 그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려왔다.
‘일단 나도 반복되는 이유를 찾아야 해. 그것만 찾고 내가 이용할 수 있으면….’
민하연은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반성하면서 한여름에게 다가갔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눈 거야.”
“이런 데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
민하연은 자신이 한 말을 한여름이 믿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그가 어떤 상황을 봤는지 민하연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성수호 위에서 춤사위를 벌였던 민하연의 모습을….
‘하아!!! 미치겠네! 그렇다고 인제 와서 수호랑 억지로 떨어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민하연이 그렇게 속앓이를 하는 동안 한여름이 성수호에게 태연하게 걸어갔다.
상대방을 깔보고 하찮게 여기는 눈빛.
한여름의 표정은 심리학 교과서에 표본으로 실려도 될 정도로 또렷하게 멸시와 경시가 담겨 있었다.
“야,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하연이랑 붙어있으면 진짜 죽는 수가 있다.”
“…하하.”
“야, 한여름…. 너 지금 제정신….”
민하연은 자신의 욕보다 성수호가 받는 경멸에 더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성수호는 민하연의 말을 끊고 나긋하게 웃더니 한마디 했다.
***
“지금까지 저한테 그런 식으로 말한 사람치고 온전히 걸어 다닌 사람이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봐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회귀에 대한 대책도 이미 완벽하게 마련했고, 민하연도 내 여자가 된 마당에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참고 있던 것도 민하연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에게는 에넬이라는 존재가 있고, 여차하면 이 의뢰를 실패로 돌리고 다른 의뢰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하연은 아니었다.
이곳에 소환된 그녀에게 이곳의 삶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단 하나의 인생이었다.
나는 나름 그녀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요량으로 한여름의 장단에 맞춰준 것이다.
하지만….
“생긴거랑 다르게 고막은 벌써 노안이 오신 모양이군요. 다시 말씀드리죠.”
“이 개새….”
나는 한여름의 말을 끊고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깐죽거리다가 뒤지는 수가 있다.”
“뭐, 뭐!”
한여름은 눈썹이 발작을 일으키듯 꿈틀거리는 모양이 오밤중에도 빡쳐 있다는 것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리를 둔 민하연은 입가를 올리며 나를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따로 놀고 있는 존재.
“하아… 이 개새끼가… 야.”
한여름은 내 눈앞까지 다가와서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한판 붙자.”
“뭐?”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곳에서 소환사들끼리 싸우면 당연히 레드 소환사가 되는 건 당연할 텐데.
하지만 내 의문을 게꼬수가 바로 풀어줬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결투하자는 거 같은데?
나는 채널 대화로 물었다.
“결투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ㅇㅇ 정식 허가받고 싸우는 거야. 다만 죽이는 건 불가. 죽는다고 판단되면 알아서 승패를 결정해줘.
“아… 하긴 그런 제도가 없을 리가 없겠네요.”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성좌들의 눈요기를 하는 존재들끼리 싸우는 시스템 정도는 당연히 있는 것이 정상이니까.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 미드가르드 올라가다보면 투기장도 있음.
설명해주는 것만 들으면 위그드라실 등반보다 그쪽을 선호하는 존재들도 꽤 많다고 설명해줬다.
거기다 채널도 이런 뉴비채널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 설마 여기서 결투하자는 놈이 있을 줄은 몰랐네. 뭐 걸 거야?
“아니, 나는 한다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쫄?
“…저놈 죽는 거 감상할 준비나 하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ㅋ
나는 채널 대화를 마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여름에게 물었다.
“진짜 할 생각?”
“왜? 쫄았냐?”
실실거리는 한여름은 어떻게든 나를 도발해서 한판 붙고 싶은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한여름은 내 순수한 실력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나마법이랑 이런저런 능력이 있다는 건 하연이만 아는구나.’
[알았으면 절대 결투를 신청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긴….’
[수호님, 기회입니다. 이 기회에 기세를 꺾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의외였다. 아르모니아가 저렇게 강경하게 밀고 나가자고 제안을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주의하자는 식으로 조용히 넘기자고 말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응?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
아르모니아는 한동안 조용하더니, 통신으로 말했다.
[수호님은 저희 직원입니다. 수호님의 모욕을 참은 건 상황상 어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오오….’
[회귀를 극복한 수호님이 저런 하찮은 존재에게 휘둘리는 건 저도 참을 수 없습니다. 한번 손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캬! 상급자의 명을 따라야죠!’
나는 아르모니아의 이런 점이 좋다.
감정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속에 숨겨져 있는 나에 대한 존중이 그녀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따금 알게 될 때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한 여자.
“…흐흐.”
민하연은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쏘는 마법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졌는지도 대강 알고 있을 테니까.
그녀는 어설픈 연기로 한여름을 말렸다..
“제발 적당히 좀 해.”
“민하연, 넌 조용해.”
한여름이 빡친 얼굴로 그녀를 제지했다.
민하연의 표정을 보고 나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번 말렸다. 니 책임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여름이 다시 나를 보자, 내 눈앞에 홀로그램 창 하나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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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당신에게 결투를신청했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승리 보상 :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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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창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승리 보상 없이 그냥 하기에는 재미없지않나?”
“푸하하하하!”
한여름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고개를 들고 유쾌하게 웃었다.
100퍼센트 승리를 장담한 모양이다.
사실 그냥 한번 이겨서 찍어누르는 게 목표일 것이다.
괜히 내기를 걸게 되면 안 받으리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건을 넣고 그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게꼬수는 내가 내건 조건을 보고 오히려 걱정하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너 괜찮냐? 연금술사는 싸우는 능력 제로라고 들었는데….
“잘 보고 계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야, 장난으로 말한 거야,조건 없이 해. 맨손으로, 검 든 놈을 어떻게 이기려고….
평소에 똘기 넘치는 양반도 내 걱정을 해주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정말 괜찮은양반인 듯….
“걱정하지 마시고, 잘 보세요.”
한여름은 내가 내건 조건이 담긴 홀로그램을 한참을 보더니, 나를 보면서인상을 찌푸렸다.
“너, 제정신이냐? 미친 거 아니지?”
“설마… 쫄?”
“이… 미친놈이… 푸하하하.”
그가 한참을 웃더니, 내 앞에 홀로그램이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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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 당신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15초 후에 결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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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은 인벤토리에서 낡은 검을 꺼내서 이리저리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비웃으며 물었다.
“야, 내가 조건이 너무 좋아서 적당히 봐줄게. 원래는 양팔, 양다리 불구로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한 군데는 용서해줄게.”
“하하.”
“쯧… 그래,너 연금술 하려면 팔이 중요하지? 다리만 불구로 만들어줄게.”
“다리라….”
나는 그의 다리를 보면서 카운트를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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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후 결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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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5초밖에 남지 않았다.
한여름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먼저 덤빌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지 칼날에 시선을 집중해서 내게 겨누고 있었다.
“자, 3일 동안 다리 장애인 노예를…!”
한여름이 나에게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탕!
“끄아아아악!”
한 발짝 내디딘 한여름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나는 고꾸라진 한여름을 향해서 점잖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리고 내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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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승리자 : 성수호
보상 : 제피룸에 있는 동안 한여름에게 생명과 금전적인 부분에 지장이 가지않는 선에서 모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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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온전히 걸어 다닌 새끼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