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111화 XXX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16)
“이, 이게 뭐야!”
“….”
[….]
한여름은 지금 상황을이해 못 하고 놀란 상태로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보는 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땅에서 마비 파동을 일으킨 벌을 제외한 나머지 3마리가 한여름에게 달려들었다.
“시, 시발!!”
한여름은 지금 내 상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내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한여름은 시간이 멈춘 여자들을 놓고 숲 안으로 달려가 버렸다.
쇼크 비 3마리는 다행히 한여름을 따라갔다.
하지만 그 모습에 화가 나는 건 여자들이 아닌 나였다.
‘미치겠네!!’
[수호님 조심하십쇼! 땅에 착지한 쇼크 비도 정지한 상태지만, 언제 다시 활동을 재개할지 모릅니다.]
‘안 되겠다!’
나는 내 옆에 멈춰있는 민하연을 어깨에 들쳐메고 뒤돌아서 뛰었다.
지금 당장 저기있는 여자들까지 구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행동에 제동을 걸려는 인물이 있었다.
[수호님! 민하연은 어차피 회귀하면 다시 살아납니다! 그냥 놓고 피하십쇼!]
‘아니,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잖아!’
아무리 회귀후에 살아난다고 해도 그냥 놓고 가는 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쇼크 비는 지금 당장 도망가는 우리보다 저쪽에 눈이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었다.
분명히 이 숲은 한정된 전투 장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막다른 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략 30초쯤 뛰었을 때….
“어! 안전지대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푸른색 빛을내는 원기둥이 보였다.
도착하려면 뛰어온 만큼 또 뛰어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뒤에서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우웅….
“시발….”
혼자 뛰었다면 이미 도착하고 남을 상황이었지만, 현재 민하연을 들쳐메고 있어서 도착할 때까지 잡히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귀에 들리는 프로펠러 소리로 잡힐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느꼈다.
부와아아앙!
남은 거리는 대략 50미터.
하지만 쇼크 비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샤악!
갑자기 뒤에서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뒤를 돌아본 순간….
날카로운 물체가 내 팔을 관통하고 민하연의 허벅지에 박혔다.
“크아악!”
갑작스러운 고통에 욕지기를 내뱉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일단 상처를 치료하겠습니다!]
다행히 피가 철철 흐르던 내 팔은 순식간에 아물어서 통증이 없어졌다.
그리고 통증이 없어지자마자 간신히 안전지대로 들어올 수 있었다.
팔을관통했던 물체는 쇼크 비가 쏜 벌침이었다.
벌침은 손가락 두께에, 길이는 20센티 정도로 길었다.
민하연은 허벅지에 벌침이 박혀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시간이 멈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일단 하연이부터 치료하자….”
그리고 내가 민하연의 허벅지에 박혀있는 벌침을 있는 힘껏 빼는 순간이었다.
“무, 뭐… 아아아악!!”
벌침이 뽑히는 것과 동시에 민하연의 시간 정지에서 풀리고 엄청난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민하연을 진정시키고 그녀의 다리에내가 가지고 있는 초록 포션을 전부 다 부어댔다.
다른 멤버와 다르게 내가 사용할 물약을 많이 만들어 놓지 않았다.
어차피 회귀할 것이기 때문에 혹시 몰라서 3개정도 만들어 놓은 게 전부였다.
“하연아! 너 가지고 있는 물약 다 줘!”
“크으윽…. 여, 여기….”
민하연은 내 말을 듣고, 가지고 있던 초록 포션을 전부 건네줬다.
15개를 다 쏟아부어서야 간신히 피가 멈추고, 살이 돋아나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초록 포션의 수준으로는 전부 회복시키는 데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찰과상이나 타박상 수준의 상처를 치료하는 물약이라 한계가 있었다.
민하연은 상처가 치료되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와 민하연은 안전지대에 들어온 상태였고, 바닥에는 피를 한 바가지 쏟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위에 흙과 피로 엉켜있었다.
그리고 안전지대 밖에서 우리를 계속 주시하는쇼크 비 2마리….
“하아… 하아… 수호야? 이거 뭐야? 여기 어디야?”
“…다 설명해줄게.”
나는 최대한 요약해서 설명해줬다.
보스의 이름은 쇼크 비라는 것과 그 녀석들이 사용했던 스킬들, 그리고 그 스킬에 영향을 받지 않은 나와 한여름.
한여름은 다른곳으로 도망갔고, 나도 당황해서 너를 들쳐메고 이렇게 달려왔다고 설명해줬다.
“…미안, 허겁지겁 달리느라 벌침까지 피할 수는 없었어.”
“뭔 소리야! 너 아니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고마워….”
민하연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와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껴안고 있기를 몇 분, 민하연은 내 팔을 보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야! 너 팔 왜 그래!?”
“하아…. 아까 관통당했어. 신경 쓰지 마. 괜찮아.”
“관통당했는데, 괜찮다는 게 말이 돼!?”
에넬로 회복했다는 것을 납득시킬 방법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는 자가 회복형 스킬이 있다고 대충 거짓말을 했다.
“와… 수호야… 너못하는 게 뭐야?”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너 진짜 밖에서 뭐 하던 놈이냐? ㅋㅋㅋ
민하연뿐만 아니라, 게꼬수도 놀라 했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만약 발언으로 문제가 생겨도 회귀하면 다 잊을 테니, 괜찮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만능은 아냐….”
“너 말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도 없어….”
민하연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안전지대 밖에 보이는 쇼크 비를 보면서 어깨를 흠칫거리며 떨고있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녀석들과 차원이 다른 괴물.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 차이.
거기다 민하연의 입장에서 활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흘러 들어오는 공포는 침착하고 냉정하다고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침착하고, 냉정하므로 죽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진정시켰다.
“괜찮아.분명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도 없이 이런 장소를 만들어 놨을 리가 없잖아.”
“응….”
민하연은 얇은 손가락으로 이루어진 오른손으로 어깨에 있는 내 손등에 올려서 체온을 교류했다.
그녀를 안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독특하게 눈에 띄는 게 하나 보였다.
대략 10평 정도 되는 안전지대 중앙 상단에 숫자가 적혀있는 홀로그램 푯말이 보였다.
-2 : 51-
저게 뭘까 고민하는 순간 51이라고 적혀있던 숫자가 50으로 변했다.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
하지만 저 시간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없었다.
나는 일단 혹시 몰라서 게꼬수에게 물어봤다.
“저기 표시된 시간…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저거 보스전 남은 시간이야. 저 시간 동안 살아남아야 해.
알려주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설명해줬다.
이 보스전은 입장부터 3시간을 살아남아야 하는 미션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그러면 여기에 주구장창 있으면 되는 거네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ㄴㄴ 안전지대마다 유지 시간, 입장할 수 있는 인원수 제각각임.
안전지대라고 다 똑같은 곳이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대부분 안전지대는 비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환사가들어가게 되면 가동하면서 정해진 시간 동안 안전지대가 유지된다고 한다.
어떤 곳은 입장하고 1시간 동안 유지가 되는가 하면 어떤 곳은 5분만 유지가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입장 인원도 3명부터 1명까지 다양해서 정해진 인원보다 초과 인원이 들어가게 되면 랜덤하게 밖으로 튕겨 나오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다 설명해줘도 돼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보스전 입장 전에는 안 되지만 들어가고 나서는 간단한시스템을 알려주는 건 가능해.
“아하!”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솔직히 말리려고 했는데. 제재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게꼬수는 내가 무슨 일이 생기기보다는 일단 살아서 더 재미있게 해주길 기대했다고 한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나 이거 살아남은 녀석 못 봤어…. 가끔성공했다는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본적도 없고….
“뭐… 어쩌겠어요.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요.”
입장상 말 못 하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게꼬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민하연에게 들었던 정보를 다 설명해줬다.
다행히 민하연도 그사이에 이런저런 정보를 꽤 많이 수집한 모양이었다.
“일단 이 안전지대의 남은 시간부터 확인해 보자.”
나는 안전지대의 남은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가운데에 있는 홀로그램을터치했다.
터치하니 보스전의 남은 시간을 표기하던 푯말이 ‘0 : 55[2/2]’라는 숫자로 바뀌었다.
“다행이다. 여기는 한 시간짜리 공간인가 봐.”
“거기다 2명… 정말 다행이다….”
민하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간도 최대시간, 인원도 두 사람으로 딱 맞았다.
그렇다고 태평하게앉아서 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모든 사람은 아니겠지만, 무사한 사람은 있는 거 같아.”
“응? 어떻게 알아?”
“보스는 총 6마리가 소환됐는데, 우리한테 붙은 건 두 마리잖아. 아마 다른 사람들한테도 붙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아… 니 말이 맞는 거 같아.”
일단 회귀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한여름이 살아있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나머지 여자들이 죽었다면 진작에 쇼크 비들이 나와 민하연이 있는 이 안전지대에 몰려왔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일단 파악했다.
이제 문제는 회귀….
‘아씨… 미치겠네. 한여름 새끼…. 항마력 물약 먹은 거겠지?’
[…그런것 같습니다.]
아까 콜로세움에서 입에 털어넣었던 것이 항마력 물약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비 파동에 시간이 멈추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보니까, 그동안 포인트 달라고 닥달했던 이유가 그거인가 보네….’
[아마 5회차에서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항마력 물약으로 시험해본 거 같습니다.]
‘하필 그게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아르모니아는 조심스럽게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수호님, 일단 지금 워프를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무슨 소리야? 죽기 전에 맞춰서 워프 해야 하잖아.’
[회귀는 예측하는 것 말고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응? 어떻게?’
[행성 외부에서 위그드라실의 에너지 파형이 변하는 것을 감지해서 회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르모니아는 이 회귀로 인해 위그드라실 자체도 회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한여름의 가호, 회귀가 발동하면 행성 외부에서도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에너지를 감지하고 회귀를 예측할 수있다는 것이었다.
아르모니아의 말은 지금 워프로 함선으로 복귀한 뒤, 한여름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기각했다.
‘아냐…. 만약 그러다가 끝까지 살아남으면?’
[….]
‘거기다 내가 볼 때, 인원이 줄어들수록 생존 확률도 늘어나는 거 같아.’
[…? 어떻게 아십니까?]
‘여기서 보스전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면 안전지대가 필수야. 그리고 내가 추측하기에는….’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안전지대의 숫자가 부족할 게 뻔해.’
[확신하십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안전지대가 많다면 이보스전의 의도가 퇴색될 것이다.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가 말이지….
그렇게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___━━__!”
딱들어도 근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아니었다.
“….”
“….”
나와 민하연은 그 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다시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안전지대가 사라지면 우리도 저렇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들은 비명으로 판단했을 때, 여성의 목소리였다.
여자들도 살아서 도망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아…. 도박을 해야 하나….’
[…설마 찾으러 가시려는 겁니까?]
‘응.’
[….]
아르모니아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거지 같은 녀석이라고 해도 일단 회귀에 먹히지 않으려면 근처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죽기 전에 워프라도 시도해보지….
문제는지금 당장 나가기에는 위험 부담도 있고, 걱정거리도 있다.
“….”
민하연….
내 옆에 앉아서 나를 향해 올려다보는 녀석을 놓고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잠깐….
‘안 되겠다.’
[…?]
나는 인벤토리에서종이를 하나 꺼냈다.
가호를 적을 수 있는 종이였다.
‘가호… 지금 당장 생각해보자….’
회귀를 극복하는 가호이든, 이 상황을 타개하는 가호이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