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108화 XXX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1-13)
“하아… 미쳤지….”
민하연은 호텔에 있는 침대에 뒤집어 누운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하아…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짓을….”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아까 있었던 성수호와의 키스를 떠올릴 뿐이었다.
꿈에서 깬 민하연은 꿈과 현실을 구분 못 하고 침대 밑바닥에 누워있는 성수호를 올라타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한참을 키스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민하연은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고 방에서 도망쳐 나왔다.
성수호에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냥 뛰쳐나온 것이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사과하지….”
민하연은 계속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도통 그에게 어떤 식으로 사과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싹싹 빌까.”
민하연은 결국 여자로서 자존심을 떨어뜨리더라도 인정하고 뉘우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휴… 그나마 술 먹을 때 채널 닫아놔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난리 났겠지?”
그녀는 어제 성수호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개인사라는 이유로 채널을 닫았다.
그 덕분에 그들이 난리 치면서 민하연을 놀리는 상황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결심했다.
“일단 가자…. 가서 날 어떻게 보든 용서를 구하자.”
그렇게 문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하아.”
민하연은 왠지 노크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생각으로 자신의 방에 노크할 사람은 한여름뿐이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이상하네. 이 시간에는 절대 일어나는 애가 아닌데.’
한여름은아침잠이 많아서 점심에 일어나는 것도귀찮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녀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한여름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며 미리 짜증을 내며 문을 열었다.
“하아… 무슨 일ㅇ…. 어?”
“…잘 잤어?”
“그, 그, 그…어! 자, 잘 잤지….”
그녀의 앞에는 성수호가 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아씨… 마음의 준비는 하고 만나려고 했는데….’
민하연은 갑작스러운 성수호의 등장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금세 침착하게 정신을 차리고 사과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빨리 사과하자….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진짜 기분 안 좋았던 거야.’
평소에 남자처럼 으?X으?X하던 민하연도 이런 순간에 여자의 자존심이 깎여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민하연은 표정을 어둡게 깔고 입을 열었다.
“그… 수호야… 어제….”
“미안해….”
“응?”
민하연은 자신의 입에서 나올 단어가 성수호의 입에서 나오는 바람에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
민하연은 뭔 소린지 이해하기 위해 물었다.
“미, 미안하다니?”
“어제… 괜히 내 방에 재워서 기분 나빠해서 갑자기 간 거 같아서….”
“….”
민하연은 자신을 향해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성수호를 보고는 생각했다.
‘…넘어가 주는 거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남녀가 부둥켜안고 키스를 했는데, 그걸 기억 못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성수호는 민하연처럼 비몽사몽 한 상태도 아니었다.
민하연의 속마음은 결국 죄책감이 아닌, 이기심에 손을 내밀어 버렸다.
“…그런 거 아냐. 내가 오히려 미안해서 그랬지.”
“하하… 다행이다.”
성수호의 표정을 보면서 민하연은 다짐했다.
‘…나중에 …나중에라도 꼭 용서를 빌자.’
민하연은 자신의 잘못을 잠시 마음 한구석에 밀어 넣고 말했다.
“음… 이렇게 만난 거 아침이라도 같이 먹을래?”
“아냐. 괜히 같이 있는 거 보이면 너 곤란하잖아. 오늘도 사냥 같이할래?”
“…응. 하자.”
민하연은 웃으며 성수호와 점심에 사냥 약속을 잡고 문을 닫았다.
“휴… 그런데… 나중에는 어떻게 말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성수호가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 왜? 또 할 말… 어? 진희 씨?”
“그…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왔는데요….”
어제 약초 가게에서 성수호와 민하연이 같이 있는 상황을 목격했던 박진희는 민하연과 대화를 나누고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소심했던 박진희는 그 일로 밤새 잠을 뒤척였다.
성수호와 민하연이 사귄다는 것을 도저히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박진희는 한여름을 놓고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린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민하연이 자신을 꼬드겨서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결국 민하연에게 찾아가서 사과하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당황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성수호가 민하연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저 아까 나오시는 분 봤어요…. 두 분… 정말 사귀는 건가요?”
“그….”
민하연은 어제는 일단 내뱉고 본 말이었지만, 막상 여유가 생기니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방에서 남자가 아침에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은 같이 잤냐는 것과 다를 게 없는 말이었다.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머릿속에 하나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잠깐….’
민하연은 성수호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기 시작했다.
사기에 가까운 능력, 성실함, 배려심….
그리고 한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진짜 성수호를 모르기에 해버린 착각.)
그야말로 한여름과 완전히 대칭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그렇게 갑자기 수호를 덮쳤지?’
그 순간 어제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성수호의 음경을 입 안에 넣고 있던 은발의 여자.
평생을 살면서 그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 나는….’
그녀는 성수호에게 가졌던 죄책감이 사라지자, 그것이 감싸고 있던 욕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민하연은 순간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박진희에게 말했다.
“맞아요. 저 그분이랑 사귀고 있어요.”
“어… 그럼….”
“그리고 여름이랑 잘 되고 싶다고 했죠? 저 없는 동안 있었던 일 좀 이야기해줄래요?”
민하연은 잠에서 깨자마자 성수호에게 키스를 퍼붓던 느낌을 떠올렸다.
‘루나… 그 여자한테서… 수호를 뺏고 싶어….’
***
“어제는 진짜 놀랐네.”
꿈속에서 사정과 함께 침몽이 해제됐는데, 그 후에 민하연이 기습키스를 해왔다.
알싸한 알코올 냄새와 함께 민하연의 체액이 내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키스를 마치자 민하연은 정신을 차리고 방을 뛰쳐나갔고, 나는 날이 밝아지자 민하연이 민망하지 않게 그녀에게 찾아가서 대화를 나눴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와 어제 개 쫄깃했네. 미션 성공하는 줄….
“아니, 만포정도는 그냥 주세요. 무슨 몇 만포도 아니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 포인트가 문제가 아니라, 니가 지고 나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싶음.
“거참… 성격하고는….”
내 채널 시청자는 내가 뭔가 이루는 모습이 아닌,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가 보다….
이미 내 채널 코드는 좌절로 맞춰진 것 같았다.
‘슬슬 오늘도 준비해볼까… 이제 하루 남았지?’
[그렇습니다. 내일은 보스전을 치를 테니,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변수가 없기를 바래야지….’
마비 파동을 쓰는 것을 확인하고 워프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에라도 한여름이 오늘이나 내일 보스를 잡기 전에 어디서 병신 짓 하다가 죽으면 곤란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불안전한 방법이기에 다음 회차를 좀 더 여유롭게 하기위해서 최대한 포인트를 모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
..
‘이거 난감하네….’
[첫날 구입한 달빛초는 그동안모여있던 재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약초 가게에 들러서제피룸 달빛초 매대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매대에는 -품절-이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어제 그 여자가 팔고 간 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
[한여름이 운이 좋긴 정말 좋은 거 같습니다. 제피룸 달빛초를 그렇게나….]
어제 한여름의 심부름을 온 박진희라는 여자는 민하연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제피룸달빛초 5송이를 팔고 호텔로 돌아갔다.
분명 다른 사람과 같이 파티를 꾸려서 갔는데,혼자 그렇게 나올 수 있나 싶었다.
참고로 제피룸 달빛초는 한여름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한 송이조차 구경해보지 못한 희귀아이템이었다.
‘오늘도 에넬 열심히 증발시켜야겠네….’
[수호님 슬슬 방식을 바꿔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게… 재료 변환 올려볼까?’
사실 제피룸 달빛초는 재료 변환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재료 변환 레벨이 낮아서 리스트에는 없고, 레벨을 올려서 목록에 있어도 꽤 많은 마나를 소모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이번까지는 좀 무리를 해보자. 마나까지 고려하면 마법력도 올려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재료 변환, 마법력… 거기다 마지막 보스까지 생각하면 항마력 개화도 필요하다.
이곳에 와서 매주 3만 에넬씩 지급받고 있으니, 아직 무리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회차에서는 에넬을 많이 사용한만큼 회귀에 휩쓸려서초기화된다면 골치 아파진다.
‘일단… 오늘도 호구 짓 하러 가야겠지?’
나는 점심쯤 되어서 마을 동쪽 입구로 향했다.
..
..
“참 내… 어처구니가 없네….”
“….”
내 말을 듣던 한여름은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마지막 날 숟가락 얹고 꿀 빨겠다는 거 아냐?”
“죄송합니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네요.”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천 포인트씩 주는 걸로 넘어가려고 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괜찮게 생각했지만, 한여름은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하… 그럼 좀 더 줘봐. 우리도 사정이 있잖아?”
“… 그건 곤란하겠네요. 저도 없으니.”
“흥….”
내게 어떻게든 포인트를 더 뜯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뿐이었다.
‘어이구… 아주 그냥 탈탈 털어먹으려고 작정을 하셨네.’
[…이상합니다. 분명 한여름은 아이템도 잘 나와서 포인트도 넉넉할 텐데….]
‘그러게…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가?’
어제 천 포인트를 줬다고 해도 그건 여기 멤버들이 좋아할 일이지 사실 한여름은 크게 기쁠 일이 아니었다.
더럽게 좋은 운으로 이미 꽤 많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야 내가 버는 포인트에 비하면새 발의 피이지만….
결국 몇 차례의 실랑이를 거치고 나서야 타협하고넘어갈 수 있었다.
‘아오… 다음 회차도 이딴 짓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는구만….’
[다만 걱정이 듭니다. 만약 한여름이 능력을 올려서 수호님을 파티에 참여시키지 않게 될 것이 걱정됩니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아. 그렇게 되면 미래가 바뀌는 거니까, 민하연에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다만 한여름이 나를 적대하기 전에는 무조건 온전히 회귀를 극복할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
어제처럼 멤버들과 헤어지고 민하연이 기다리고 있는 서쪽 입구로 향했다.
민하연은 어제와 다르게 나무에 기대고 서서 발끝을 땅바닥에 툭툭 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딱 봐도 뭔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 아까일 때문에 불편한가?’
평소에 운동선수 출신을 과시하듯 털털하게 행동하던 민하연의 모습과 많이 달라 보였다.
내가 다가가니 낌새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면서 억지로 웃기 시작했다.
“와, 왔구나! 가자….”
..
..
“하아… 하아….”
“하연아? 괜찮아?”
“으, 응… 괜찮아….”
평소 힘이 넘쳐흐르던 민하연의 모습은 오늘 볼 수 없었다.
고작 30분 전투로 지친 기색을 내비쳐왔다.
‘…? 평소보다 더 많이 잡기는 했는데. 이상하네….’
[혹시 숙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술이 쎄도그렇게 뻗으면 숙취가 있긴 한가 보구나….’
어제 만취했을 정도로 마셨으니, 숙취도 존재했을 수도 있다.
나는 민하연을 안전지대로 이끌었고, 그녀는 안전지대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하아…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에이, 무슨 소리야… 너 아니었으면 나는 아예 사냥할 수 없는데. 일단 좀 쉬자.”
“응….”
민하연은 대답하고 나서 몸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포션을 만들려던 나는 민하연의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왜? 혹시 다쳤어?”
“그, 그게….”
회복 포션이 필요한가 싶어서 물었지만,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 잠깐만 눈 좀 붙여도 될까?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아아! 그럼!”
확실히 숙취가있었다면 당연히 피곤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제야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간 나는 바닥에 앉고는말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잠시 눈 좀 붙여. 그런데… 이거 최소한 베개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제피룸을 떠나서 험난한 구역을 여행할 때는 침구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따로 인벤토리에 챙길 이유가 없었다.
민하연은 씨익 웃더니, 내 쪽으로 파다닥 오더니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여기 베개 있구먼. 뭘…. 히히….”
“야… 누가 보기라도 하면….”
“보라고 하지 뭐~ 나 좀 쉴게~”
민하연은 내 허벅지를 베고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웃으며 눈을 감았다.
‘…이상한데? 갑자기 왜 이러지?’
[성격에 변화가….]
‘아르모니아, 기질 좀.’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민하연의 기질을 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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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민하연
-기질-
[무술],[침착함], [정신집중], [혼전순결주의], [신중함], [신뢰 중시]….
[연애 권태감], [연인에 대한 회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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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게….
‘뭐가 빠진 건가? 애매하네.’
[고지식 기질이 빠졌습니다.]
‘…빠질 거면 혼전순결주의나 빠질 것이지.’
저거 빠지지 않으면 저 철통 보지를 뚫을 수가 없을 거 같은데….
그런데 아르모니아는 내게 다른 기질을 보여줬다.
[수호님, 민하연에게 성기질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오오!! 보여줘, 보여줘!!’
아르모니아는 성기질의 세부 사항을 내게 보여줬다.
그곳에는….
-[페로몬 : 미세한 중독]…-
‘아하! 대박! 페로몬 중독 걸렸구… 어… 시불 뭐여….’
[….]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NTL 기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