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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90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0) (91/898)



〈 91화 〉90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0)

“저, 성수아 교관님….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하아… 죄송해요….”


성수아는 풀밭에 쪼그려 앉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게임도 NPC가 존재했다. 성수아는 당연히 앞에  있던 꼬마도 NPC라고 확신해버린 것이었다.

설마하니 성수호가 어린아이로 변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울상을 짓고 있는 성수아는 성수호를 힐끔 보면서 생각했다.

‘귀엽다….’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성수아는 외견이 바뀐 성수호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된 성수호는 작은 손으로 성수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성수아 교관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오히려 즐겁네요.”
“…네?”

성수아는 무슨 소린지 이해 못 해서 고개를 들고 어린 성수호를 바라봤다.

“어제도 그렇고 저희가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보겠어요.”


성수호는 그렇게 말하고 성수아의 옆에 앉았다.


“어제도민망했지만, 저는 즐거웠어요. 오늘도 좀 당황했지만, 이런 상황이 재미있고요.”
“아….”
“오히려 귀찮게 불러서 저 때문에 기분 안 좋으셨을까 봐 걱정이죠.”
“아,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흔하지는 않죠?”

성수아는 웃으면서 성수호를 내려다봤다.


‘아아… 머리 쓰다듬고 싶어….’

성수아는 자신 안에 응어리진 욕망을  참고 있었다.


그런 성수아의 마음을 모른 채 작은 성수호가 당차게 일어나서 말했다.


“일단 게임 시작했으니까, 진행해볼까요?”




***




나는 성수아와 오프닝을 진행하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확실히 신체가 작아지니, 벌써 불편한 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수아의 발을 맞춰 걸어야 하다 보니, 뭔가 허둥지둥 걷는 느낌이었다.

‘와,이거 몸이 작아지니까 생각보다 불편하네.’
[지금이라도 설정을 변경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일단 이렇게 해보자.’

처음 VR 기기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건드려보던 나는 실수로 나이를 잘못 넣어서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 되는 나이로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몸에 만족했다.


‘와…, 성수아 가슴 쩔더라.’
[….]


성수아의 가슴에 얼굴을 비빌 있었다는 것만으로 대만족이었다.


다만 캡슐과는 다르게 헤드기어는 확실히 느껴지는 오감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 비해서 부족한 느낌이지불평할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코에 스며드는 풀냄새와 팔뚝으로 느껴지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


광활한 평지와 그 평지를 감싸고 있는 녹지로 뒤덮인 산들.

들어온 것만으로 돈값 한다는  느껴지는 기기였다.

‘와, 이 정도면 5억… 쓸만하겠는데?’

아직 게임 오프닝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성수아가 나를 힐끗쳐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을 보자 바로 황급히 정면을 바라봤다.


‘…?’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불만이나 불평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서 마을 입구에 도착했고,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웬 너구리 얼굴을 한 의인화된 NPC가 우리를 환영하면서  주절주절 설명을 시작했다.

너구리 NPC는 진짜 동물 형태가 아닌, 귀여운 SD 형태의 캐릭터로 등장했다.

간단히 말해서 주민으로 온 것을 환영하고,  한  줄 테니까 대출금 갚으면서 천천히 삶을 즐기라는 거였다.

‘맙소사 게임이 시작부터 빚으로 시작하네?’
[너무 과하게 몰입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자율이 턱없이 낮고, 연체에 대한 불이익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빚이잖아….’
[….]


사실 내가 하는 NTL 게임 중에도 저런 요소가 들어있는 게임이 많은 편이다.

일단 어떠한 사정으로 빚이 있고, 그걸 갚으며 천천히 내용이 진행되는 스토리.

그리고 그런 게임은 빚을 갚는 것에 큰 의의를 두지 않게 설정한다.

빚은 어디까지나 스토리를 진행하는 틀일 뿐이니까.

아마 이 게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애초에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는 게임이 빚 갚는데 한세월 보내게 만들어 놓으면 망하겠지.


옆에서 너구리 NPC의 말을  들은 성수아가 밝게 웃으며 앞장섰다.

“자, 집으로 가볼까요?”
“네.”

그렇게 도착한 집은….

“…좀 작네요.”
“원래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해요.  평수는 점차 늘릴 수 있어요.”


허름한 집은 아니었지만, 작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성수아가 먼저 집을 들어가고 내가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쾅.

분명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푸른색 벽이 생기면서 코를 박고, 뒤로 나자빠졌다.

“아야!”
“어? 괜찮으세요!?”


성수아는 급하게 집을 나와서 나를 부축해줬다.

그녀의 품에 안긴 채 코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하앍, 하앍. 잡고 싶어! 주무르고 싶어!’
[….]


성수아의 가슴이 내 눈앞에 출렁거리고 있었다.

잡는 순간 아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가슴이 아닌 내 코를 문질렀다.


현실에서 저렇게 부딪쳤으면 꽤 아팠겠지만, 게임이라 그런지 조그마한 촉감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코를 문지르니, 성수아는 안타까워하면서 내 이마를 어루만져줬다.


너무 거리낌 없이 이마에 손을 대서 좀 당황스러웠다.

“괜찮으세요? 죄송해요. 제가 호스트인데 집 방문을 설정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아아… 괜찮습니다.”
“후후….”
“…?”


 대답에 성수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모습은 아이인데, 어른스럽게 말하는 뭔가 재미있네요.”
“하하….”

성수아의 모습이 흡사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자상한 보육교사 같았다.

그녀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엉덩이를 털어줬다.

‘…영락없는 애 취급이네.’
[그래도 수호님을 남자로 보지않는 덕분에 거리감을 좁히기 쉬워진  같습니다.]
‘그러게…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격이네.’


사실 내가 이 게임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녀가  VR 기기 안에 있던 게임 플레이 시간을 보고 결정한 것이었다.


성수아는 나에게 VR 헤드기어를 초기화를 시키지 않은 채 전달해버렸다.

그녀의 핸드폰이 없어서 그런지 성수아의 계정으로 접속은 못 해도 간단하게 프로필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리스트를 보다가 플레이 시간이 제일 길었던 이 게임을 선택한 것이었다.

성수아는 내게 모든 곳의 방문 권한을 설정하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10평 남짓한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곳을 보면서 성수아가 허탈하게 웃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네요.”
“일단 아까 너구리가 말한것부터 해보죠.”

일단 게임의 튜토리얼은 집안의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장비들을 가지고 나무를 베고 돌을 부숴서 재료를 얻은 다음, 작업대에서 DIY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주위에 나무를 베어봤다.

나만큼 커다란 도끼를 횡으로 베며 나무를 찍어봤다.

도끼가 무겁지는 않았지만, 입체감 때문인지 낑낑거리며 나무를 찍었다.

그냥 살살 치는 수준이었지만, 몇  찍힌 나무는 밑동만남긴  장작으로 변해 있었다.

“오…. 그냥 툭툭 치니까베어지네요.”
“하아… 진짜….”
“…네? 무슨 문제 있나요?”
“아, 아니에요! 일단 몇 그루만 더 베어가요.”

성수아는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나무로 향했다.


그녀도조심스럽게 도끼를 들고 나무를 살살 찍으니, 나무가 장작으로 변했다.


재료를 모은 후에 집 앞에 있는 작업대에서 가구를 만드는 법을 익혔다.

사실 재료만  준비하면 알아서 만들어주기에 이것도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침대와 식탁, 의자를 집안에 배치했다.

그렇게 가구를 다 만들고 나자….

“어!? 갑자기 밤이 됐네요?”


나는 놀란 얼굴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갑자기 멀쩡했던 해가 사라지고, 달이 뜨면서 밤이 되어 있었다.


성수아는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 게임이 현실의 시간과 계절을 반영해요. 현실에서 비나 눈이 오면 여기도 환경이 똑같이 변하기도 하고요.”
“와….”

아까는 튜토리얼을 진행하기 위해서 강제로 낮의 상태를 유지했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시간이 맞춰진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이 게임 속에서 수면을 취하면 현실과 동일하게 수면을 취할  있다는 것이었다.


한창 이 게임이  나갈 당시에는 다들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 꾸며놓은 집에서 잠을 잘 정도였다고 한다.


“와, 확실히 도심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가끔 기분 전환 겸 좋겠는데요?”


이곳이 풍경은 촌의 시골 분위기보다는 광활한 평지를 가진 대자연의 기분이 더욱 물씬 풍겼다.

이런 곳에서 지내면 정신적인 안정도 찾을 수 있을  같았다.


“맞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자고는 했는데, 신선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진짜 대단한 물건이네요. 이거….”

내가 감탄하면서 초승달을 올려다보고 있자, 성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일단 자기 집에서 처음 자고 일어나는 걸로 다음이 진행돼요.”
“아…. 그럼 일단 제가 로그아웃을 하고….”
“에이, 그럴 필요 없어요.”
“네? 어?”

성수아는 갑자기 나를 끌고 침대에 눕혔다.


체격 차이가 있다 보니, 내가 힘을  도리도 없이 그냥 끌려갔다.

나는 당황한 채로 성수아에게 말했다.

“저, 성수아 교관님?”
“여기서 진짜 잘 수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잠깐 누워서 잠을 자고 일어난다는 선택지만 누르면 잤던 걸로 기록돼요.”
“그런데 여기는 침대가 하나라….”


애초에 1인 가구로 시작하는 게임이었다.

당연히 아까 튜토리얼에서 같이 만든 침대도 하나였다. 두 개를 만들어도 놓은 장소가 없기도 했고….

성수아는 가볍게침대에 나를 눕히고 그 옆에 누우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잠시만 누워있으면 돼요. 그동안 뒤돌아서 누워있으면 되죠.”
“아… 그럼 저도….”

나는 일단 어색해서 뒤돌아 누웠다.

 어려진 모습 탓인지 성수아의 경계심이 완전제로의 영역으로 들어서 버렸다.

그렇게 돌아서누워있자니, 뒤쪽에서 성수아가 터치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막상 이렇게 누우니까, 졸리네. 오늘 하루종일 굴러서 그런가.’
[오늘 기과 수업은 고됐으니, 오늘은 이만 마ㅁ… 쉬ㅅ….]


통신을 듣던 나는 어느 순간 스르륵 눈이 감겼다.


..
..


[수호님.]
‘어? 뭐야?’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눈을 떴고, 내 눈으로 엄청난 햇빛이 섬광을 날리며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시야도 시야였지만, 문제는 온몸을 뭔가 옭아매서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린 상태에서도 한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아, 잠깐 눈만 감는다는 게 자버렸나 보네….’
[이제 슬슬 출근 시간이십니다.]
‘…뭐? 그럼 그때부터 계속 자고 있었다고? 좆됐네!’

그렇게 놀라며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옭아매는 존재는 성수아였다.


그녀도 눈을 감고 자는 모양이었다.


 볼로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 감촉도 당황스러움을 진정시켜주지는 못했다.


…조금 효과가 있긴 하다만.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던 나는 일단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정확한 상황은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접속을 해제하시고 출근 준비를 하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몰래 빠져나오자. 걸리면 뭔 생각을 할지….’

보니까 성수아도 얼떨결에 같이 자버린 것 같았다.


아무리 불가항력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고 해도 그녀가 먼저 깨어나면내 이미지가 개차반이 되는 수가 있었다.


정작 나를 껴안고있는 건 성수아였지만, 이미지 걱정을 해야 하는  나였다.


내가 슬금슬금 빠져나오려고 하자 아르모니아가 통신을 해왔다.


[수호님.]
‘응? 잠깐만… 일단 나 걸리지 않게 빠져나가고….’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왜?’

아르모니아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수아는 현재 자는 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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