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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화 〉87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7) (88/898)



〈 88화 〉87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7)

‘휴… 다행이다. 어제보다는 훨씬 낫네.’
[다만 초서현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긴장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기과 5반의 오전 수업은 대련.

초서현이 정해준 생도끼리 대련을 하고 있었다.

고작 30명이지만, 이 큰 훈련장에 꽉 차 보일 만큼 다들 거침없이 대련하고 있었다.

그중에 단연코 눈에 띄는 건 검과 창의 대결.

특히 송아라가 눈에 띄었다.

주특기 검으로 창을 들고 있는 남자 생도와 현란하게 움직이며 대련하고 있었다.

‘미친… 쟤네 일합에 바로  달아날 거 같은데.’
[수호님은 손기술이 있으니, 그 능력으로 검술이나 창술을 배우시면 오히려 그들보다 높은 경지에 이를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오오! 손기술 짱!’

아직 검이나 창을 직접 들어보지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20~40 사이의 레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정도면 송아라 같은 녀석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겠지.

그렇게 생도들이 열심히 대련하고 있을 때,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초서현이 생도들을 향해서 외쳤다.

“거기! 창을 너무 깊숙이 넣는다!”, “느려! 그런 상황이면 차라리 찌르기로 대응해!”, “활 시위가 너무 흔들린다! 집중해!”

초서현의 주특기는 단검술.

아직 그녀의 전투를 본 적이 없어서 평가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외침만 봐도 그녀의 수준이 짐작이 갔다.

자신의 주특기가 아님에도 생도들의 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단검술 LV 39], [검술LV 27]…-

일단 내 손기술이 먹히는 무기가 있다고 해도 초서현을 이기는  요원할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초서현의 큰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그만! 10분간 휴식!”

다들 무기를 쥔 상태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숨을 고르며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 한 남자 생도의 목소리는 내게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아, 송아라 진짜 자비 없네….”
“그러니까, 평소에 열심히 연습을 해야쥐~”
“너는 평소에 좀 쉬어라….”

전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남자 생도는 송아라에게 탈탈 털린 게 눈에 보였다.

상대가 상대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송아라를 며칠 정도 봐오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아깝네, 적성에 맞게 활 썼으면 여기서 초서현 말고는 아무도 상대가 안  텐데.’
[재능이라는 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같습니다.]
‘하긴… 나도 기질창 보지않았으면 내 재능을 몰랐을 테니까.’

그놈의 손기술… 기질을 직접 보지 않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사실 본인 인생, 본인이 사는 거니까.

그래도 착한 녀석이라 뭔가 하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다.

나는 원래 나한테 조금이라도 잘해주면 일단 호감을 느끼는 편이라 송아라가 마음에 들었다.

옆에서 초서현의 외침이 들려왔다.

“자! 다시 대련 시작!”

나는 송아라에 관한 관심을 끊고 다시 생도들을 보며 집중했다.

..
..

초서현은 오전 대련과 수업을마치고 나를 교무실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사담없이, 본론을 말했다.

“다음 주에 서버가 안정화되면 VR 가상 훈련을 시작할거예요. 해본  있어요?”
“…아뇨.”
“하아….”

초서현은 내 대답을 듣고, 한숨을 푹 쉬기 시작했다.

물어봐서 대답했을 뿐인데….

‘왜 다들  여자를 싫어하는지 알 거 같아….’
[그래도 수호님은 첫날 도와준 게 있어서 이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수아나 초서현이나 둘다 진짜 개 빡세네….’

무시당하거나 괄시받는 건 큰 문제가 안 됐다.

짜증 나도 저 여자가  앞에서 헐떡거리는 순간 쌓였던 모든 체증이 풀릴 테니까.

루나도 첫인상이 마냥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도 그녀를 사랑하게 걸 보면 초서현도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초서현은 내 상태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서 진행했다.

“VR 가상 훈련이라고 영사관에서 다음 주부터 시작할 거예요. 그걸 사용해서 평소에 보기 힘들 괴수들을 직접 상대해보는 거죠.”
“아하….”

초서현이 말한 VR 가상 훈련은 내가 살던 세계에서 이용한 VR과 차원이 달랐다.

캡슐 안에 들어가면 진짜 가상 장소로 이동하고 오감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서현이 나에게 VR 가상 훈련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 나 같은 사람들은 그런 캡슐을 볼 일이 없으니까….

“일단 이거 받아요.”
“카드…입니까?”

초서현이 내게 건네준 것은 노란색의 카드였다.

“네, 그거로 VR 가상 훈련 기계실 들어갈 수 있어요. 그거가지고 직접 체험해봐요. 괜히 다음 주에 애들 앞에서  당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말을 해도 진짜 이쁘게 한다….

초서현은 할 말 다 하고, 책상에 있는 타자를 치면서 말했다.

“그럼 가봐요.”
“네.”

나는 형식적으로 대답을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사람들도 북적였다.

‘초서현… 으찌해야 하나….’
[고작 해봐야 3일밖에  지났습니다. 천천히 생각하셔도  것 같습니다.]
‘일단 성수아처럼 대화의 끈을 하나 묶어놓으면 딱인데….’

사람이라는 게 일단 사적인 이야기로 친분을 쌓으면 공적인 자리에서도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이다.

거기다 초서현은 왠지 어린애 같은 기질이 있어서 더욱더 영향을 받을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어린애 같아서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

비올라가 좋아하는 만화라도 추천해줘야 하나?

초서현에 대한고민으로 머릿속이꽉 짜인 사이에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오늘도 여전히 북적였다.

‘뭐, 초서현은 초서현이고. 일단 빨리 먹고 기숙사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점심 먹고 자는 잠이 정말 꿀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식판을 들고 줄을 섰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우연이네요.”
“어?”

식판을 든 채로 뒤를 돌아보니, 성수아가 싱그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나와 성수아는 마주 보며 밥을 먹게 되었다.

나는 오늘 초서현에게 들었던 VR 가상훈련에 관해서 물어봤다.

“아, VR 가상훈련이요?”
“네, 성수아 교관님도 많이 해보셨나요?”
“아니요. 마과에 있으면 거의 쓸 일이 없어요.”

성수아의 말에 의하면 VR 가상훈련에 쓰이는 기기가 마나를 인식하지 못해서 마법 계열의 영웅은 거의 쓰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한창 마나를 인식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겠다고 하는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감감무소식이네요.”
“마법사들은 힘들겠네요. 그런 거라도 있었으면 훨씬 수월하게 교육받았을  있었을 텐데.”
“…그러네요.”

성수아가 나를 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 표정의 의미가 뭘까 싶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갑자기 그녀가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어제 말했던 서지은 생도에 대한 기록을 뽑아놨어요. 이따 드릴게요.”
“아… 굳이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괜찮아요. 언제나 필요하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나는 통신으로 속삭였다.

‘…귀찮아.’
[….]

그냥 말문이나 틀자고 꺼낸 주제였는데, 저렇게 나오니 막상 귀찮았다.

하지만  귀찮음과 별개로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성수아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따 수업 끝나고 VR 가상훈련 기계실로 제가 가지고 갈게요. 저도 마침 VR 가상훈련 해보고 싶어졌거든요.”

..
..

삐빅.

나는 초서현이 준 카드 키로 VR 가상훈련 기계실로 들어왔다.

‘서지은이라는 애가 어떤 애인지는 모르지만 진짜 고맙네….’
[이렇게까지 접근하는 것을 보면 수호님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서지은이라는 아이 덕분에 성수아가 나를 괜찮은 인물로 판단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나에게 VR 기계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고 싶다며 오히려 부탁을 해왔다.

나는 당연히 승낙했고, 수업이 끝나고 성수아는 나에게 먼저 VR 가상훈련 기계실로 가 있으라고 했다.

자신은 교무실에서 서지은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오겠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기계실 안에는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VR 기계들이 나열되어있었다.

처음 피씨방을 방문했을 때 받았던 감격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와, 개쩔어!’

캡슐들이 전부 새 차같이 삐까뻔적한 게 정말 멋졌다.

그렇게 한동안 감탄하고 있는데, 성수아가 돌아왔다.

성수아는 웃으며 기록들을 넘겨줬다.

“이거예요.”
“귀찮으실 텐데….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언제라도 필요하면 부탁하세요.”

그녀는 광이 나는 캡슐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내게 말했다.

“자, 그럼 한번 해볼까요?”
“네.”

성수아는 정말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줬다.

VR 기기를 여는 법부터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자세를 잡아야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VR 기기의 종류도 알려줬다.

이런 고가의 캡슐형이 있는가 하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헤드기어형도 존재한다고 한다.

다만 그런 헤드기어형은 정밀도도 낮고, 영사관에서 하는 전투 훈련용으로 쓰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게임용으로 쓰이는 편이라고 한다.

“제 기숙사에도 헤드기어형이 하나 있어요.”
“아, 성수아 교관님은 게임 안 하실 거 같은데. 의외네요.”
“하하…. 게임은 하지 않아요. 쓰고 싶은 용도가있었는데, 결국 쓸 일이 없었어요….”

말하는 분위기가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분위기보다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에이…. 게임 같은  좋아했으면 어떻게든 하나 구입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비싼 물품입니다. 5억  정도 호가하는 물건입니다.]

아르모니아가 착각한 모양이다. 나는 헤드기어를 말한 건데….

‘아니, 캡슐 말고. 저 헤드기어형 말하는 거야.’
[그 헤드기어형이 5억원 입니다.]
‘…시발.’

존나 비싸네. 미친 거 아냐?

게임을 하는데 5억을 태운다고?

하긴 가상현실 게임인데 컴퓨터마냥 몇백 하는 녀석은 아니겠지.

성수아는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캡슐을 열어서 나에게 손짓을 했다.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접속하는 법 설명해 드리고 저도 들어갈게요.”
“네.”

캡슐에 들어가고 문을 닫자마자 성수아가 말한 대로 안에 있는 기판들을 조작했다.

그렇게 조작하자 갑자기 눈앞이 껌껌해지더니 암전이 되었다.

..
..

“와….”

암전은 고작 2~3초 정도였고, 눈을 뜨니 새까만 공간에홀로 있었다.

눈앞에는 -등록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접속을 위해서 신체 등록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는 홀로그램 창이 떠 있었다.

나는 홀로그램을 무시하고 손을 펼쳐서 내 몸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신기하네…. 근데 옷은  이러지.”

입고 있는 옷이 아까의 교관복이 아닌, 평범한 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딱히 멋있지도, 튀지도 않은 보통의 티셔츠와 면바지였다.

어두운 공간에서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건 초기 착용되는 옷이에요. 나중에 교관복으로 따로 바꾸실 수 있어요.)
“아, 성수아 교관님이죠?”

아름다운 선율 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바로 성수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맞아요. 지금 장소는 오프라인 모드예요. 일단 앞에 있는 창에 등록이라는 버튼을 누르세요. 그러면 성수호 교관님 신체가 등록될 거예요.)
“어? 지금 서버 먹통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네. 그런데 기본적인 등록, 접속, 로그인은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네, 그럼….”

앞에 홀로그램에 등록 버튼을 누르니, 갑자기 동그란 진행 창이 뜨면서 내 신체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30초 정도 지나자, 완료됐다는 표시와 함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성수호님 환영합니다.-

“…아무 일도 없네요?”
(후후, 지금 기능들이 거의 다 막혀 있어요.)
“아하…. 어차피   없겠네요.”
(일단 저도 접속해볼게요. 마지막으로 접속한 게 생도 때지만 아직 접속될 거예요.)
“네.”

나는 성수아가 캡슐에 들어가는 동안 아르모니아를 불러봤다.

‘아르모니아, 내 말 들려?’
[네, 들립니다.]
‘휴, 다행이다. 여기는 꿈속이랑 다르게 대화가 되네.’

가상현실에서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아르모니아가 봐줘야지 뭔가 불안감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혼자 멀뚱멀뚱  있는데,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도때 이후로 이렇게 들어오는 건 처음이네요.”
“하하, 오랜만에 드러……….”

나는 뒤돌아서 오랜만에 들어와서 어떤 느낌이냐고 그녀에게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다음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생도 시절로 보이는 알몸의 성수아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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