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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화 〉85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5) (86/898)



〈 86화 〉85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5)

‘아오, 개빡쌔!!’
[조금만 힘내십쇼.]


나는 흙먼지를 날리면 산을 미친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영사관 뒤편에 있는 산으로 영사관 소유의 토지였다.

그리고이 산은 생도들의 연습을 위해서 애용하는 곳이었다.


다행히 길이 다져진 산이라 넘어지거나 다치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내 체력….

‘어우, 찾았다….’
[다행히 이제  괴수를 퇴치한 것 같습니다.]
‘…쉬게 해줘.’

현재  산은 기과 5반의 훈련장소로 이용하는 중이었다.


내가 존나게 달려온 이유는 평가를 위해서고….

원래라면 생도 개인마다 지급된 스마트 워치로 모든 상황을 기록하고 전송해서 나중에 일괄 평가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전에 있었던 괴인 난입 사건으로서버가 먹통, 덕분에 이렇게 교관이 따라다니면서 수기로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쓰러져 있는 괴수들을 전부 확인했다.


아니, 내가 아닌 아르모니아가 해줬다.


[현재 수호님의 시야에 보인 괴수들은 전부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땡큐.’

나는 대충 훑어보고 들고 온 파일에 수기로 평가를 작성했다.

내가 헐떡이며 평가를 작성하고 있을 때, 한 생도가 내게 다가왔다.

송아라였다.


“쌤….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

쪽팔린 상황이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어차피 내가 가진 하체로는 이 괴물들의 체력을 따라잡을 리 만무했다.

‘아오, 나중에 슈트라 가서 이동 관련 마법은 꼭 배우고 만다….’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꼭 필수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사기적인 손기술도  상황에는단 일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른 생도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송아라는 진짜 나를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쌤, 땀 많이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교복 소매로 내 이마의 땀을 닦아줬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뒤로 빼고 말했다.

“아, 괜찮아. 가서 쉬어라. 10분 휴식하고 다음 지역으로 가야하니까, 그때까지 쉬어둬.”
“에이, 저 하나도 안 힘들어요.”


방긋웃으며 폴짝 뛰는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좋겠다…. 난 죽을 거 같다.


..
..


산에서의 실전이 마무리되고 초서현에게 대판 깨졌다.


“아니, 그거 하나 따라잡지 못하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나는 일단 기죽지 않는 선에서 사과했다.


일단 잘못한  잘못한 거니까.


‘시부랄, 내가  경공술 같은 거 배워온다….’
[그런 세계가 언젠가 오길 빌겠습니다.]

초서현은 그렇게 갈구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래서 만득이는….”
“….”


오늘 하루종일  만득이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처음에는 저게 뭔가 싶었는데, 아르모니아가 정보를 찾아서 알 수 있었다.


(영웅 서열 10000등 이상 넘어가는 자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영웅에도 당연히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서열의 끝은 10000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그 이상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프로필에도 순위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10000등이 넘어서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런 자들은 특별히 영웅이라는 칭호를 쓰지도 못하고, 본인들도 쓰기를 꺼린다고 한다.


등수 너머의 존재가 뭐가 자랑이라고 영웅이라고 하겠는가….


그렇게 마지막까지 만득이 소리를 들으면서 오전 기과 수업을 마쳤다.

..
..

나는 식당으로 향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머리를 굴려봤다.

그리고 나온 답!

‘아! 아까 경공술 이야기했잖아! 에넬로 그거 배우자!’
[…죄송합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어?! 왜?’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 스킬을 가진 존재를 대면해야 합니다.]

지금 스킬들은  직접 대면했기에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해줬다.

슈트라에 루나, 소냐. 마왕성의 베아트리체.


즉, 뭔가 배우기 위해서는 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자를 최소한  번 대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 늦게 알려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냐, 그럼 나중에 슈트라 가서 이동 마법이나 배워야지 뭐….’

루나… 보고 싶엉….

여기 생도들은 경공술 같은것을 쓰는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사기적인 체력이 뒷받침되는 존재들이었다.


‘뭔 수를 구하기 전까지는 빡쎄게 달려야겠네. 응?’

결국 해결책을 내지 못한 상태로 식당에 도착하자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성수아였다.


혼자  식탁에 앉은 상태였다.

‘존나 고민된다. 같이 앉느냐, 거리를 두느냐….’
[그냥 같이 앉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늦었넹….’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금방 그녀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남녀 구분은 없었지만, 남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워우, 성수아 유명한 편인가?’
[사색의 정령술사라는 이명으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가지 속성의 마법을 전부 다룰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명이라고 했다.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고, 인기도 많다.


성수아는 타겟이고, 자주 붙어있을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상대는 지금까지 분명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쌓여온 여자다.

어제 한번 친절을 베풀었다고 계속 달라붙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친분을 쌓는 건 수업 중에도 충분했고, 같이 식사하는 건 나중으로 기약했다.

‘와, 어제는 정신없어서 그랬나. 오늘은 장난 아니게 북적이네.’
[어제 같은 분위기가 접근성은 좋을 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뭐, 어쩌겠어. 쉬는 타임이라고 생각하지, 뭐.’

나는 혼자 배식을 받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곳에서 밥 먹으면 굳이 혼밥 걱정은 없겠다 싶었다.


조용한 자리 없나 찾아보는데, 눈에 띄는  명이 보였다.


송아라였다.

그녀는 어제 연어알에 이어서 오늘은 모체인 연어를 조지고 있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두 존재는 송아라의 몸속에서 연어보완계획의 최종단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송아라를 보면서 감탄했다.

‘와, 진짜 저렇게 보면 먹방 하나는 끝내주게  찍겠네.’

일단 저 정도 얼굴이면 남자들이 뭔지도 모르면서 섬네일 보고 바로 들어올 듯….


거기다 여자들도 헷갈려서 들어왔다가  빠질 거 같고.

그런데 신기한 건 그녀의 주위에는 아무도없다는 것이었다.


‘뭐지? 쟤도 혼밥하나?’

성격상 그런 녀석은 아닌 거 같은데.

[주위에 흔적을 봐서는 같이 앉았던 일행이 먼저 자리를 비운 것 같습니다.]
‘허미, 쟤보다 빨리 먹는 애들이 수두룩하다고?’

송아라, 먹방 탈락.

안타깝지만  정도 속도로는 어림도 없겠구나.

나는 그녀에 관한 생각을 접고 구석 식탁에 앉아서 혼자 밥을 먹고 마과 7반으로 향했다.

..
..


나는 마법 훈련장에서 생도들이 화려한 마법을 연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각기 다른 속성으로 마법을 시전하고, 성수아는 옆에서 생도들을 보고 자신의 노하우를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만 노하우가 추상적이라 문제지만….


훈련장 구석에 앉아 있던 나는 느긋하게 통신했다.


‘아… 너무 편해… 마과만 맡고 싶다.’
[신체는 편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는 마십쇼.]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마과 담당은 편하지만 어느 정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문제가 발생할 시,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올 때,  특기는 풍속성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성수아는 혹시라도 생도들에게 문제가 생길 시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생도의 안전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마과를 담당하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생도들의 수준은 높은 편이었지만,  정도 수준이면 해체술을  수 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성수아, 답이 안 보이네….’
[생각보다 지금까지 만난 여자 중에 제일 골치 아픈 케이스가  것 습니다.]

이 넓은 마법 훈련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성수아는 학생들 근처로 가서 일일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도를 하고 있었고.

일단 페로몬의 영향이미치기 힘든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수업 끝나고 사적으로 만날 수도 없다.


과연 내가 개인적으로 술이나 한잔하자고 하면 받아줄까?


아마 식사는 흔쾌히 허락해도 술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물어보는 순간 나에게 남자라는 이미지가 비쳐서 공략 불가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분명 저렇게 사랑한다면 주위의남자는 경계하지 않아도, 남자라고 느껴지면 아예 싹을 자를지도 몰라.’

괜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본인이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이 컸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실 생각이십니까?]
‘성수아는 일단 동료적 친분을 많이 쌓아야겠다.’


간단히 말해서더럽게 오래 걸리더라도 순수하게 친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성수아에 대한 흑심은 OFF 하기로 했다.


하지만 친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
‘레나처럼 뭔가 망가질 계기가 있어야 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레나의 경우는 크게 보면 나로 인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죄책감이 드냐고?


전혀.

그녀가 지금 내 품 안에서 행복하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결정이다.


내가 하는 건 핵폭탄을 만들고 가동할 수 있게 하는 거지, 발사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다.

그 버튼이 뭔지도 모르고 주인공새끼가 실수로 누르게 만들어야 한다.

용사 새끼가 전쟁터를 떠난 것처럼.


제한 시간 1년.


진짜 장기 임무다운 임무라고 느껴졌다.




***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저녁노을이 각종 그림자와 경계를 이루며 비치는 마과 7반에 성수아가 마무리 인사와 함께 수업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자유분방하게 앉아 있던 생도들이 웃으며 인사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꺄오!  먹자!!”
“배고파, 배고파!”


5명밖에  되는반이라 그런지 서로 친하게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성수아는 생도들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웃으며 성수호에게 말했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에이, 제가   있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성수아와 인사를 나눈 성수호는 조심스럽게 교실을 나갔다.

성수아는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켜고 주소록을 확인했다.

-초강현-

“…오빠, 오늘도 바쁘겠지?”

성수아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그녀는 고아원 출신으로 과거에  사건으로 가족을 잃었다.


그녀가 말하는 오빠란 초강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번더… 아니야, 조급하지 말자….’


그녀는 이제 언젠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초강현의 말을 기억해 냈다.


(미안,내가 진짜 바빠서 급한  아니면 내가 먼저 전화할게.)
(…네, 죄송해요.)
(아냐, 나야말로 미안하지. 어차피결혼하면 매일  테니까. 그때까지 참아.)
(…네.)

그 후 성수아는 초강현에게 전화를 먼저 걸지 않았다.

언제나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러다 가끔 전화가 와서 주말 저녁에같이 식사하는 게 전부였다.

그 식사조차형식상 만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잠시나마라도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나 때문이겠지.’

그녀는 과거 일을 떠올렸다.


성수아가 영사관에 입학할 당시에 초강현은 기과 3학년생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1등 자리를 고수했던 그는 성수아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학년말쯤 그와 친분을 쌓을 기회가 생겼고, 어느 순간 약혼자라는 가까운 사이가 될  있었다.


그 당시의 초강현은 언제나 친절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차가운 감정이 자신의 피부까지 느껴졌다.

성수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초강현에게는 전혀 문제를 삼지 않고, 자기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성수아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제 나처럼 나이 먹은 여자를 좋아할 이유가 없겠지.’

그녀의 나이는 고작 26살로 이제 젊음이라는 꽃이 피어오르는 나이였다.

하지만 성수아는 자신 안에 문제가 있다는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는 어느 순간 외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초강현의 마음에 드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사치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성수아는 그를 위해서 꾸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그의 시선에는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수아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책했다.

“…이상한 생각하지말자. 바빠서 그런 거겠지.”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챙기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응? 성수아 교관님 아직 안 가셨어요?”

성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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