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82화 영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2)
-흐히힝. 다음 달에 생일이당! 강현이랑 맛있는 거 먹어야징(>_<)-
나는 초서현이 쓴 초딩 일기를 보면서 통신했다.
‘…애 맞네.’
[….]
아르모니아도 말을 잇지 못하는 걸 보면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초서현은 내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지, 지금이라도… 아냐, 그러면 애들 앞에서….”
“…초서현교관님?”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 아, 안돼. 빨리 가서… 아냐, 그럼….”
호명 받은 생도는 거의 다 온 상태였고, 초서현은 아직도 멘붕 상태였다.
나는 그런 그녀와 생도를 번갈아 보면서 통신했다.
‘안 되겠다. 아르모니아, 해결하자.’
[교무실까지 갔다 오실 생각이십니까?]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 되겠지만, 나는 또 하나의 해결책이 있었다.
‘기질 띄워줘.’
[…전부 말씀이십니까?]
‘어, 소모 에넬은?’
[다들 기본 능력이 일반인보다 높은 편이라 한명당 5~10정도 들어갑니다.]
‘오케이, 별거 없네.’
첫 번째 생도가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초서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어…. 너, 너는….”
나는 그런 당황하는 초서현을 놓고 생도에게 창이 담긴 케이스를 건네줬다.
“자, 이거 가지고 가.”
“자, 잠깐! 그렇게 막 주면….”
“감사합니다!”
“…?”
안의 어떤 무기가 들어있는지는 대충 케이스 겉만 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자를 건네받은생도는 웃으며 인사하고는 단상을 내려갔다.
초서현은 허둥지둥하는 상태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음 생도가 다가오자 활이 담긴 케이스를 넘겨줬다.
아까와 다른 분위기의 초서현은 조심스럽게 나를 말리려고 했다.
“저, 저기… 그, 그렇게 무작정 주면….”
“자, 받아라.”
나는 초서현의 말을 무시하고, 다음 학생에게 활이 담긴 케이스를 건네줬다.
“감사합니다!”
“자, 다음.”
“으그….”
초서현은 아무것도 못 한 채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주뼛주뼛 서 있었다.
오히려 학생들 명부 보면서 귀찮게 확인하지 않아서 편했다.
만약 명부 보면서 초서현과 대화하면서 일을 했으면 지금보다 몇 배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순소롭게 무기를 나눠주다보니 기과 5반 차례였다.
초서현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 들고 있는 문서를 보는 척하고 있었다.
나는 초서현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무기를 지급했다.
한 생도가 발랄한 걸음으로 당당하게 걸어왔다.
=======
이름 :송아라
-기질-
[무술], [혈기왕성], [리더쉽], [활발함], [긍정적]….
=======
‘…? 여자? 남자?’
[외형은 여자에 가깝습니다.]
숏컷이라멀리서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했다.
키는 160 중반에 어설픈 길이의 숏컷을 하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체형과 외형으로 여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수 있었다.
얼굴이 미형이라 남자라면 진짜 아까운 외모였다.
-[궁술 LV 26], [검술 LV 17]…-
‘와, 뭐야. 생도 맞아? 레벨이 다른 애들이랑 차원이 다른데?’
[저 정도면 생도 중에서는 최상위권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 생도의 주 무기 레벨은 10~15였다.
그런데 주 무기조차 월등히 높은데, 다른 스킬까지 높았다.
나는 숏컷을 한 생도에게 활이 들어있는 케이스를 건넸다.
그리고 뒤에 학생을 불렀다.
“자, 다음.”
“어……. 쌤.”
“…?”
활을 받은 생도는 내려가지 않고, 나를 보면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왜? 받았으면 들어가라.”
“푸핫!”
“…?”
옆에서 초서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구, 우리 새로 오신 교관님께서 실수를 하셨네?”
“….”
‘애냐….’
이건 애의 수준을 넘어서 유아급 아니냐….
초서현은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행동이 유치해 보였는지, 목을 풀고 근엄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봤자 애 목소리였지만….
“크흠…. 담당 학생 무기를 그렇게 잘못 전달하시면 어떡합니까. 빨리 검으로 바꿔 주세요.”
“…검?”
“네, 쌤. 저 주 무기 검인데요.”
-[궁술 LV 26], [검술 LV 17]…-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관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생도에게 검이 담긴 케이스로 바꿔줬다.
“감사합니다!”
밝게 웃으며 가볍게 뒤돌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까까지 기죽었던 초서현이 나를 보면서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거 하나도 다시 기가 살아난 것을 보면 진짜 애였다.
..
..
“어머? 벌써 무기 지급 끝냈어요?”
“네.”
“와, 두 분 합이 잘 맞나보네요.”
“흥….”
초서현은 그 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자, 그럼 우리 할 일 끝났으니까. 담당 반으로 가죠.”
“네.”
“그리고 저기박스 하나 들고 와요.”
“네….”
초서현은 턱짓하면서 교무실 한켠에 쌓여있는 상자들을 가리켰다.
나는 설렁설렁 대답하며 박스를 들고 초서현의 뒤를 따라갔다.
초서현은앞장서면서도 나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봤다.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결국 교실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가니, 시끌벅적했던 소리가 차츰 줄어들었다.
초서현은 교탁에 서자마자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
“자, 오늘부터 기과 5반을 담당하게 될 교관, 초서현이다.”
짝짝짝짝.
학생들은 바로 박수 소리로 그녀를 맞이했다.
초서현은 나를 소개하기 위해 내 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옆에는….”
그런데 말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시불, 이름도 모르고 있었던 거냐….’
[아침부터 분주해서 소개할틈이 없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미리 이야기도 들었겠구만….’
나는 교탁 옆에 서서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나는 이번 기과 5반 보조 교관을 담당하게 될 성수호다. 반갑다.”
짝짝짝짝.
너희들 좋은 애들이구나… 박수는 쳐주네.
혹시라도 기간제 교사 취급이라 무시당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환영받고 있었다.
초서현은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줄어들자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첫날이라 무기 지급, 스마트 워치 지급만 받고 바로 종료다.”
초서현은 내일 있을 수업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내용을 설명하고 현재 영사관의 문제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에 영사관 내부에 괴인이 잠입했던 사건… 알고 있지? 그 사건으로 서버가 먹통이다. 스마트 워치는 일단 생체 등록만 하고, 서버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분실하지 않게 잘 간수하도록!”
“네~”
“그리고 첫 주는 합을 맞추는 조별 훈련으로 진행하겠다.”
한 반에 총 30명의 학생이 있고, 그 학생들은 5명씩묶어서 6개의 조로 나눈다.
그렇게 조를 편성하고 나서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1학기 내내 계속 같은 조를 유지하게 된다.
개별 시험도 있지만, 조별 시험도 존재하는 만큼 생도들도 같이 조를 하고 싶은 생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는 생도들 마음대로 짤 수 없었다.
교관의 업무였다.
“조 편성은 내일 첫 수업에 알려주겠다. 다들 올해 마지막 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열심히 하도록. 이상!”
이 반에서 제일 작은 여자의 외침이었다.
‘근데 나도 할 말 없네. 여기 남자 중에 내가 제일 작은 거 같지?’
[육체 쪽으로 훈련한 생도들인 만큼 신체 발육은 뛰어난 것 같습니다.]
여학생들은 그래도 다 내가 살던 곳과 비슷한 평균이라면 남학생들은 무슨 190 넘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가끔 보면 나와 신체가 비슷한 생도들도 눈에 보였다.
초서현은 말을 마치고 교실을 나갔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우리 둘이 교무실에 도착하니, 오전과는 다르게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초서현은 자신의 책상 쪽으로 가서 앉은 다음 말했다.
“…오늘 기과 수업은 마무리에요. 마과 담당은 마과 건물로 가서 7반으로 가면 만날 수 있어요.”
“네, 그럼….”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가려고 했다.
교무실 문 손잡이를 잡고 열어서 나가려는 순간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초서현이었다.
“…? 네?”
“그….”
그녀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교무실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 성수호 쌤?”
“아.”
교무실로 들어온 것은 교관이 아닌, 생도였다.
그것도 아까 내가 활을 잘 못 건네준 숏컷의 여자 생도였다.
분명 내가 담당하게 될 기과 5반의 생도로, 아까도 반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나는 일단 상태창을 보고 이름을 말하면서 물었다.
“송아라 생도? 맞지? 무슨 일이지?”
“으어! 쌤! 어떻게 벌써 제 이름 아셨어요? 대박….”
“아…. 기록부에서 봤어. 기록부….”
놀라 하는 송아라를 두고 나는 다시 초서현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갑자기 나타난 송아라 때문에 무슨 말을 하려고했는지 못 들었다.
“다시 말씀해주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세요.”
“네.”
통신으로 투덜거렸다.
‘에이, 귀찮게 불렀다 말았다야….’
[….]
나는 내색하지 않고 송아라가 교무실에 들어올 수 있게 옆으로 비켜줬다.
“들어가라.”
“감사함당.”
외모에 걸맞지 않게 통통 튀며 교무실로 들어왔다.
초서현이 송아라를 보면서 말했다.
“송아라, 무슨 일이야?”
“아…. 초서현 쌤 뵈러 왔어요.”
“그럼 일루와.”
나는 두 사람의 다음 대화를 듣지 않고, 바로 교무실을 나왔다.
***
초서현은 성수호가 교무실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하고송아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그…. 지은이 일… 알 수 있나요?”
서지은.
송아라가 물어본 아이는 영사관 마과를 수석 입학한 생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신체에 문제가 생겨서 등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서지은은 송아라에게 중요한 인물이었다.
초서현은 앉은 채 팔짱을 끼고 말했다.
“아마… 조만간 다시 등교할 거 같더라.”
“와! 진짜요? 진짜죠?”
“그럼 내가 구라까겠냐….”
“쌤… 구라라뇨….”
초서현은 작년 기과 2학년 담당 교관을 맡았을 때, 송아라의 담당 교관이기도 했다.
그녀는 평소에는 근엄한 분위기로 생도들을 휘어잡지만, 이렇게 잘 아는 인물과 대화할 때는 가벼운 언행으로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었다.
“그래도 집안이 집안인지라 등교는 해도 기숙사 생활은 안 할 거 같더라. 부자인 거 티 내는 건지…”
영사관은 기본적으로 교관도 기숙사 생활을 해야한다.
하지만 서지은이라는 인물은 특수 케이스로 자택 등하교를 허락하고 있었다.
뒷배경에는 그녀의 집안도 어느 정도 섞여 있었다.
“에이, 지은이는 그런 애 아니에요.”
“아니긴 임마…. 하여튼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냐?”
“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쌤!”
“그놈의 쌤은…. 빨리 가!”
“넵!”
송아라는외모에 걸맞지 않게 싱글벙글 웃으며 경례를 하고 교무실을 파다닥 뛰어나갔다.
“…애구만.”
성수호가 들었으면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하며 웃었겠지만, 다행히 그는 없었다.
초서현은 책상에 몰래 자려고 설치해둔 가림막들을 거두면서 아까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했다.
“하아… 첫날부터 얕보인 거 아냐?”
초서현은 평소에 꼼꼼하게 뭐든 흠집 없이 일 처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이유는 그녀가 갑작스러운 일에 대처를 못 하는 성격이기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제일 싫은 점이 그 부분이기에 당황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언제나 꼼꼼하게 일 처리를 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학생들의 이름과 특기가 적힌 명부를 잘못 가지고 간 것이었다.
그녀는 특히 학생들 앞에서 당황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그 부분이 자신의 심장을 옥죄면서 더욱더 당황 시켰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로 불안해할 때, 옆에새로운 교관이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
별것 아닐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정신만 차렸다면 새로 온 교관에게 자리를 맡기고 1분 안에 명부를 가지고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서현은 당황해서 그런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는 건 그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었다.
“어떻게 단번에… 그렇게 파악이 돼?”
초서현도 상대방의 주무기를 파악하는 건 신체적인 부분을 잘 관찰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장검이랑 단검, 거기다가 쌍수도 판별했어…. 창을 쓰는 애들은 투창까지 구분해서 무기를 줬어…. 아니,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고?”
대충 흘겨보면서 학생들의 주 무기를 파악했다.
그것도 오늘 처음 온 교관이….
“그러고 보니까, 유일하게 송아라만 틀렸고…. 잠깐….”
송아라는 현재 영사관 기과 원탑 생도였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교관 중에 송아라는 모르는 교관은 없었다.
그야 새로운 교관이라면 그녀를 모르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모든 생도의 주 무기를 맞췄으면서 그녀만 틀린 건 또 아이러니했다.
“아라 녀석… 예전에는 활을 썼다고 생활부에 적혀 있었지?”
초서현은 작년 송아라를 가르칠 때, 그녀에 대한 과거 생활부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검으로 전향한 송아라였지만, 과거 기록에는 분명 활을 썼다고 적혀 있었다.
초서현은 머릿속에는 엉뚱한 생각이 짜 맞춰지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출근한 교관이 송아라의 과거를 알고 있다?
최근에 괴인이 영사관에 난입해서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영사관의 정보가 들어있는 서버도 문제가 생긴 것을 기억해 냈다.
“만약 생도들 정보가 괴인들 손에 들어간 거고…. 혹시 오늘 온 교관이….”
그녀의 머릿속에 의심의 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서현은 머리를절레절레 흔들면서 끈을 풀어 헤쳤다.
“…아냐. 그냥 능력을 파악하는 재주가 좀 남다른 거겠지. 아라 녀석, 무기는 죄다 다룰 수 있으니까. 그런건 또 헷갈린 거겠지.”
초서현은 책상을 정리하면서 쓸데없는 의심도 같이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