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75화 엑스트라(?)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4)
늦은 저녁 남자들이 아우성을 지르며 숙실 건물 밖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안 풀려! 안 풀린다고!!”
“씨발, 빨리 꼴통 좀 데리고 와봐!”
남자들은 자신의 고간에 달린 쇳덩어리를 풀기 위해 안간힘들을 쓰고 있었다.
아까 베리우스의 말을 들었던 남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하루만 착용하자고 합의를 봤다.
마왕성 창고에 있는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몸이 우선이었기에 몰래 착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서 볼일을 보기 위해변소로 왔지만, 풀리지 않는 정조대 덕분에 변소 앞에서 바지를 벗은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빨리! 존나 급하다고! …누구야?”
숙실 건물 쪽에서 두 남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패트리샤와 베리우스였다.
그녀는 변소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리고는 말했다.
“뭐야, 너희들…. 왜 여기서 홀라당 벗고 있어.”
“그, 그게….”
남자들은 당황해서 바지를 입으려고 했지만, 그들이 바지를 입기 전에 패트리샤의 눈에 정조대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착용했네….’
패트리샤는 성수호의 옆에 있을 때, 그들에게 정조대를 억지로 채우려는 계획을 듣게 되었다.
거기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정조대와 남자들이 착용한 정조대가 다르다는 것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후후…. 나를 위해서…. 분명 다음에 방문하면 나를 꼭 데리고 가겠지?’
패트리샤는 자기 혼자 망상에 빠져서 성수호가 남자들에게 정조대를 채우려는 이유가 자기를 보호해주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패트리샤는 남자들의 정조대를 보면서 말했다.
“너희들도 그거 착용했어?”
“어! 뭐야… 너도?”
“어, 여자들은 전부 착용했어.”
패트리샤는 성수호에 대해서 조심스럽게이야기하고는 떳떳하게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 마침 좋은 물건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히 받았지.”
남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아우성치며 정조대를 푸는 방법을 물었다.
“이거 어떻게 푸는 건데? 빨리 알려줘!”
“뭐…. 간단하긴 한데…. 일단 나 좀 풀고 알려줄게. 자, 들어와.”
“으윽… 놔! 알아서 들어갈 테니까….”
패트리샤는 베리우스의 옷깃을 잡아끌고는 변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둘이 같이 들어가?”
“시끄러! 나도짜증 나니까….”
패트리샤는 정조채를 채우면서 우월감을 느끼긴 했지만, 남자와 같은 변소에 들어가는 아직은 껄끄러운 상태였다.
패트리샤는 베리우스 앞에서 치마를 들어 올렸다.
“하아… 하아….”
“….”
베리우스는 치마 안으로 손을 넣으면서 그녀의 허벅지와 하복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녀석이 왕자라니….’
패트리샤는 베리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베리우스는 변소 안에서 정조대를 해제시키고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패트리샤의음부로 향하고 있었다.
베리우스는 패트리샤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하고 있었다.
‘아… 진짜 웃기는 놈이네.’
패트리샤는 코웃음을 치고는 면박을 줬다.
“변태 같은 새끼…. 뒤 돌아!”
“아, 알았다고….”
베리우스는 정조대를 든 상태로 시무룩하게 등을 돌렸다.
‘아, 그래도 이런 녀석이 있으니까 기분은 나아지네.’
창피하지만, 자기를 떠받들어주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에 패트리샤는 기분이 상쾌해졌다.
소변을 보는 내내 베리우스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볼일을 다 보고 나서 치마를 올린 상태로 그의 앞에 서서 말했다.
“다시 채워.”
“으그그….”
베리우스는 분해하면서도 그녀의 고간에 눈을 못 뗐다.
패트리샤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베리우스를끌고 나갔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있는 사실 모두를 설명해줬다.
해제할 수 있는 건 베리우스뿐이고,만약 벗긴 상태로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음경이 폭발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줬다.
“우, 웃기지 마! 평생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어. 그러길래, 누가 마음대로 그렇게 입으래? 애초에 너희들한테는 주려고 만든 것도 아닌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야!”
로리안은 베리우스를 향해서 소리쳤다.
이미 많이 위축된 베리우스는 놀란 상태로 대답했다.
“왜… 왜?”
“빨리 들어와! 풀어줘!”
“이, 이거 놔!”
로리안은 베리우스를 끌고 변소로 들어가서 억지로 해제하게 했다.
베리우스는험악하게 구는 로리안 때문에 구토감이 몰려오면서도 그의 정조대를 해제했다.
“푸, 풀렸다! 이제 됐어!”
“자, 잠깐! 그대로 가면!”
“닥쳐! 내가 그딴 말 믿을 거 같아?”
로리안은 바지를 입고 바로 변소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 모습을 보던 패트리샤는 로리안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잘가라, 멍청아.’
얼마 후, 숙실 건물복도 한복판에서 고간 사이로 피가 철철 흐르는 로리안이 발견되었다.
***
“어때? 괜찮지?”
“….”
나는 객실로 오자마자 베아트리체를 불러서그녀에게 같이 떠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반응을 하고 있었다.
싫다기보다는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기운이 빠진 느낌이었다.
‘뭐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베아트리체에게 슬쩍 물었다.
“아, 우리랑 가는 거 싫은 거야?”
“…그런 건 아니다냥.”
“그럼?”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냥. 그나마 여기 오고 나서 다들 싫어해도 간신히 혼자가 아니게 됐다냥.”
베아트리체는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와 제대로 말도 섞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묘족한테도 괄시받고, 서큐버스족에게도 외면받은 아이였다.
그나마 곁에 있어 줬던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고, 그녀에게 있어서 이곳은 마지막으로 남은 안식처라고 했다.
다들 자기를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투스타가 계속 돌아다니면 누가 좋아하냐….’
[눈치는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녀가 우리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와 같이 가서 적응 못 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후 다시 이곳에 못 돌아오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아! 그럼 이렇게 하면 되려나?’
[…?]
‘이 행성을 느린 배속으로 잠시 돌려놓아달라고 하자.’
만약 한 달 정도 가서 전혀 적응하지 못한다고 하면 다시 돌려보내면 그만이었다.
배속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그곳에서 한 달 정도면, 이곳은 고작해봐야 3일 정도 자리를 비우는 셈이니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디악 쪽에서도 그 정도 부탁은 능히 들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부탁으로 적당히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묘족 서큐버스 데리고 가서 적응 좀 시키려고 배속 시스템을 부탁하는 것도 웃기겠네.
나는 베아트리체에게 우리가 사는 함선과 이곳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고 설명한 뒤, 다시 한번 제안했다.
“진짜냐냥?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냥?”
“내가 뭐하러 그런 거짓말을 하겠냐. 나는 그냥 니가… 어?”
“좋다냥!”
베아트리체는 나에게 폴짝 뛰어서 안기고는 눈을 반짝이며 승낙했다.
무엇보다 이 사실을 알게 됨으로 인해서 제일 기뻐했던 건 비올라였다.
***
“….”
레나는 창가에 서서 창밖에 있는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날씨는 점점 어두워져서 커다란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침에 다시 방으로 돌아온 후로 단 한 걸음도움직이지 않고 이 상태로 창밖을 볼 뿐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주위가 소란스러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인식하지 못했다.
메이드 복을 입은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밖을 볼 뿐이었다.
그녀는 커다란 보름달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마지막 날이 지나가는구나.”
자신의 말과 함께 슬픔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행복한 순간도, 힘든 순간도, 고통스러운 순간도 멈춰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이렇게 망가진 그녀도한때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머리가 뛰어났던레나는자신이 가진 희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기에 절망을 더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단 한 사람의 방문만을 기다리는 그녀는 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안 오시는구나.”
레나는 절망의 사로잡힌 마음을 가지고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인원 체크를 위해서였다.
이미 꽤 많이 늦은 상태였다.
레나는 문을 열면서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역시… 나 같은 여자는….”
“너 같은 여자가 뭐?”
“….”
앞을 볼 수 없었다.
소매로 가려진 시야로 인해서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레나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정신을 바싹 차린 상태로 돌아와 물었다.
“무슨 일로 이곳에….”
“…내가 내 여자 만나러 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해?”
“흐읍!”
방 밖에 있던 남자는 레나에게 키스를 하며 그녀를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
“….”
베리우스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운 채 눈에 초점없이 방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오늘부터 하게 될 일은 단순하면서 황당한 일이었다.
정조대를 들고 대기하는 일이었다.
왕자가 지녀야 할 품위와 동떨어진 일이었지만, 베리우스는는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잘 이행하면 나중에 공녀 데리고 오면 니 껄로 만들어줄게.)
(저… 정말… 내가 그렇게만 하면 공녀님을….)
(어, 니 꺼로 만들어 준다니까?)
침대 위에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우월한 기운을 풍기던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하아…….”
아까 낮에 베리우스의 눈으로 각인된 여자들의 알몸은 하루종일 그의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동안 힘든 일은 하기 싫다는 핑계를 대며 레나에게 빌붙었던 그였다.
하지만 정조대를 들고 대기하는 일은 하찮은 일임에도 저열한 흥분을 고조시켰다.
베리우스는 음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속이기 위해 레나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행동의 당위성을 부여했다.
“공녀님… 제가 구해드릴게요….”
분명 남자는 이 일을 잘 수행한다면 레나를 빨리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리우스는 겉으로는 공녀를 부르면서 머릿속에는 패트리샤와 다른 여자들의 알몸이 떠올랐다.
“하아… 하아….”
베리우스가 꼼지락거리며 침대 안으로 파고드는 그 순간이었다.
벽을 통해서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넌 내 껀데, 니 마음대로 평가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뭐, 뭐야….”
베리우스는 하복부의 흥분을 간직한 상태로 벽에 귀를 댔다.
옆에 있는 레나의 방에서 남자의 말소리가 귓속으로 또렷하게 들려왔다.
-페르온 대공한테 감사해야겠네. 이런 여자를낳아줘서.-
“이, 이게!”
베리우스가 들어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언사를 레나에게 하고 있었다.
그가 침대에서 뛰쳐나가려는 순간 레나의 목소리가 베리우스의 행동을 멈춰 세웠다.
-저… 레나 드 페르온은… 당신의 몸종이 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 아냐…. 공녀님이 저런 말을 할 리가….”
레나 드 페르온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베리우스조차 무겁게 느낄 정도로 대단한 위상을 지닌 이름이었다.
그런 공녀가 자신의이름을 남자의 유희를 위해 사용했다는 건 베리우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부디… 페르온의 여식을… 마음껏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아… 아냐… 고, 공녀님은… 저런 말을….”
베리우스는 실의에 빠진 상태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벽에서 귀를 떼지 못했다.
그는 아까 들었던 남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한테 해코지한다고 하니까, 바로 다리 벌리고 복종하던데?)
베리우스의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 남자의 말에 자책하기 시작했다.
“나… 나 때문에… 공녀님이… 흐으윽…. 흐아앙….”
혹시라도 옆방에 자신의 울음소리가 들릴까 봐 베리우스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울기 시작했다.
“히윽… 내가… 내가 꼭 구해드릴게요…. 공녀님 꼭 제가…. 흐아앙….”
베리우스는 벽에 귀를 바싹댄 상태로 두 사람의 교접 소리를 들으며 레나를 구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