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4화 엑스트라(?)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3)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부디… 벌해주세요.”
“제가어찌 공녀님 몸에 손찌검을….”
“제발… 벌해주세요.”
공녀는 오히려 내게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아르모니아가 내말을 믿을까?
일단 말하는 나도 믿지 못할 듯….
‘시발, 이걸 누가 믿어….’
갑자기 공녀가 자기 엉덩이 때려달라며 치마를 들어 올릴 거라고 누가 상상하겠냐고….
공녀의 사고 알고리즘이 엉망이 된 건지, 내가 무의식적으로 공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건지 알 길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넘기기도 그런데….’
어차피 꿈이라 때려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마신 수면초는 분명 마취 효과가 미약하다고 했다.
공녀의 엉덩이를 찰지게 찹! 치는 순간 갑자기 깨서 내 목젖에 손칼을 날리면 그날로 나는 인생 마감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전희부터 시작했다.
빵댕이를 때리기 위한 전희….
전에는 새하얀 팬티였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핑크색 실크 팬티였다.
테두리에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속옷은 태양에 반사되어 광채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탱탱한 엉덩이를 한 움큼 쥐었다.
“흐읏! 하아….”
“공녀님, 마지막까지 잘 치시다가 왜 틀리신 것이죠?”
“그, 그게… 흐읏!”
주물럭, 주물럭.
전쟁으로 다부진 공녀의 신체는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자랑했지만, 그녀의 엉덩이는 살집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흐읏, 흐응!”
“지금 신음을 내시는 겁니까? 신성한 교육 시간에?”
“그, 그게…. 흐응!”
“정말 안 되겠군요. 이런 태도로 임하시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하는 겁니다!”
“흐읏! 죄, 죄송합니다….”
위계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공녀에게는 이렇게 고압적인 위압감을 주는 게 효과적이었다.
공녀는 아직 때리지도 않았지만, 귀까지 빨개지며 숨결을 내 쉬었다.
엉덩이의 탄력감만큼은 내가만난 여자 중에서 최고였다.
나는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을 멈추고 공녀를 내리깔고 봤다.
나를 향해 슬며시 고개를 돌려서 올려다보는 공녀의 모습이 내 가학심을 부추겼다.
하지만 참았다.
‘일단 살살 하자. 좆되는 수가 있다….’
어떤 경우든 공녀가 깨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짝….
“흐읏….”
“신성한 음악을 다루는 수업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군요.”
짝….
“흐응…. 서, 선생님….”
“….”
창피하긴 한가 보네, 그만해달라는 것 같았다.
일단 그만두고 이따가 수면 스킬 걸고 한번 찰지게 쳐볼까 싶었다.
그런데 손을 내리자, 공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 정도로는 반성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저, 저는… 좀 더… 세게….”
“….”
저기요, 뭐라고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일단 나는 강하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체벌의 권한은 저에게 있습니다! 지금 제게 명령을 하시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공녀가 경직된 자세로 드레스 치마를 후다닥 내리고 올곧게 서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크크크,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그런데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재미있기는 한데,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저번에 공녀 꿈을 통해서 알았던 사실은 마왕성에서 핍박받으며 지낸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때려달라고 하다니….
어떤 부분이원인이 돼서 이러는 걸까?
장소? 인물? 시간적 배경?
‘슬슬 튕겨질 시간이네.’
일단 차츰 알아가기로 했다.
침몽 시간이 끝나자, 그녀의 꿈 밖으로 튕겨 나왔다.
그 후에도 몇 차례의 침몽을 행했고, 연주 실수는 계속되었다.
나는 일단 빵댕이(?)를 수차례 살살 때리는 것으로 그날 침몽을 마무리했다.
혹시 깰까 봐 손기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흥분한 나머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 공녀를 껴안고 침몽을 계속했다.
그리고 침몽의 치명적인 단점을 알게 됐다.
‘아… 졸려. 여기서 잘 거 같아. 빨리 떠나자.’
[조심하십쇼.]
공녀는 꿀잠 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서 그런 건지 전혀 잠을 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야행성이라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슈트라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한 덕분에 주행성으로 바뀐 상태였다.
문제는 공녀가 나를 껴안고 좀처럼 놔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더 때려주세요.”
“맙소사….”
저 지고지순한 얼굴에서 도저히 나올 것같지 않은 성도착증 증세 환자의 말이 튀어나왔다.
거기다 공녀가 껴안는 강도가 장난 아니었다.
공녀가만약 작정하고 나를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면 절대 못 벗어날 것이다.
‘하아… 미칠 거 같아 놔줘라. 미치겠네. 아 발기된다고!!’
[도대체 무슨 꿈을 꾸게 한 겁니까?]
‘가면서 말해줄게…. 안 믿겠지만….’
공녀를 간신히 뿌리치고 그녀의 방을 나왔다.
문을 잠그고, 열쇠는 꼬맹이 방에 던졌다.
“쿠울….”
“이 새끼는 아까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개꿀잠 자네….”
누구는 공녀랑 노닥거리느라 피곤한데, 이 녀석은 태평하게 자고 있네.
…아, 내 쪽이 훨씬 좋긴 하구나.
바닥에 고꾸라진 상태로 자는, 꼬맹이를 향해 비아냥 섞인 어조로 말한 뒤 방을 나왔다.
객실로 향할 때, 산 너머로 태양의 심지가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꿈속에 있었던 일을 아르모니아에게 설명해줬다.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줄 알았다….’
이걸 누가 믿어….
다른 인물도 아니고, 공녀가 맞는 걸 원하다니….
[…기질 창에도 관련된 성기질은 따로 없습니다.]
‘그럼 뭐지?’
[하지만 이런 기질이 있었습니다.]
-[의존 갈망], [상명하복], [허무(虛無)의 공포]-
분명 상황과 맞는 기질 같긴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나는 기질만 알면 모든 인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녀는 좀 다른가 봐.’
[기질은 모든 것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저희가 모든 기질을 조합하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침몽으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라도 모든 기질을 다 확인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내일 공녀의 꿈속에 들어가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어보자.
***
“식사하시겠습니까?”
“…엉?”
내 흐리멍덩한 시야에 보이는 건 나를 내려다보는 공녀의 모습이었다.
정갈한 메이드 복을 입은 공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은 비처럼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나를 무감각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일어나서 이렇게 가까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어…, 지금….”
“점심시간입니다.”
“…응? 비올라는?”
나는 침대 옆을 팔로 허우적대면서 물었다.
침대 위에 내 현실 첫사랑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 심심하시다며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가셨습니다.”
“아예 밖으로 찾으러 갔구나….”
아무리 만화가 좋아도, 역시 살아 있는 친구가 제일 좋은 법이다.
비올라는 베아트리체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았다.
공녀는 나를 내려다보며 다시 물었다.
여신이 강림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떻게, 식사하시겠습니까?”
“응, 오늘도 2인분 가지고 와.”
“…네, 알겠습니다.”
공녀는 구두굽 소리조차 줄이며 조용히 객실을 나갔다.
벌러덩 누워서 아르모니아와 통신했다.
“아…. 여기 있는 동안만 침몽 쓰고, 나중에는 신중히 써야겠다.”
[하지만 수호님이 깊이 주무신 덕분에 공녀가 생각보다 수호님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대감에 아르모니아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오? 그래? 뭐 했어?”
[비올라 씨가 계시는 동안은 문 앞에 서 있었지만, 비올라 씨가 나가고 나서는 수호님 근처를 계속 두리번거렸습니다.]
“페로몬 효과는?”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애초에 공녀에게는 페로몬 중독이 아직 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쉽네.”
생각해보면 루나도 페로몬의 영향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일 옆에 앉아 있어도 그 정도였다.
공녀도 내가 돌아갈 때쯤에나 미세하게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공녀가 문을 열고 식사 카트를 끌고왔다.
그녀가 카트를 식탁 쪽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진짜 볼수록 대단한 엉덩이였다.
천박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게 아닌, 기품있게 찰랑거렸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식탁에 앉으니, 공녀가 바로음식이 담긴 식기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1인분.
“그냥 다 올려.”
“…혹시 또저 때문이라면.”
“먹어, 명령이야.”
“읏…. 네, 알겠습니다.”
공녀는 내 명령에 흠칫 놀라고는 바로 카트에 있는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오! 반응이 좀 괜찮아졌는데?’
[꿈의 영향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수호님을 확실히 윗사람으로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쫑알쫑알대꾸하던 공녀가 내 단호한 명령에 바로 몸을 움직였다.
느낌이….
‘그러고 보니까, 대공이 화냈을 때도 비슷하던데.’
[그런 점은 저도 마음에 듭니다.]
‘오, 이제 좀 마음에 들었어?’
아르모니아는 공녀를 높이 평가했지만,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직도 임무 중에 자신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급자인 수호님의 명령보다는 상급자인 제 말을 잘 따를 것 같습니다.]
‘….’
그러면 그렇지…. CEO라서 좋겠수.
일단 공녀를 데리고 오면 명령권은 아르모니아에게 귀속될 예정인 것 같았다.
뭐, 이 개차반보다는 아르모니아가 훨 낫겠지.
아침 같은 점심 식사를 마치자, 공녀는 후다닥 식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간 있었던 일 때문인지, 경계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보였다.
공녀는 빠르게 식기를 반납하고, 객실로 돌아왔다.
또 잠들어서 실수할 것을 두려워해서 늑장 부릴 줄 알았는데, 공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일 처리가 빠릿빠릿했다.
“아, 여기도 계속 이러니까 심심하네.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마왕성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하지만내부는 저도몰라서….”
“가자!”
“…? 지금 바로 말씀이십니까?”
“어, 심심해.”
도서관을 가는 길은 공녀가 앞장서서안내했고, 나는 옷을 갈아입은 상태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도서관의 외형은 별거 없었다.
처음 들어갈 때 제지를 당한 것 말고는….
“꺼져라! 여기 인간이 올 곳이 아냐.”
징그러운 거대한 지네 녀석이 들어가려는 것을 막았고, 공녀가 그 괴수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목숨만은….”
“나는 그냥 안을 구경하고 싶은 건데….”
“감사합니다! 마음껏 둘러보십쇼!”
딱히 죽일 생각도 없었는데, 목숨을 구해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싸움이 되나 싶었다.
독이빨로 한방 쑤시면 내가 죽겠는데?
거기다 독이 퍼지기 전에 과다출혈로 죽지 않을까?
보니까 저 거대한 지네는 사서였다.
수백개의다리로 책장들을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책을 정리하고있었다.
근데 문제가 책이 너무 컸다.
공녀가 내 속마음을 단번에 파악하고 사서에게인간이 볼 수 있는 크기의 책의 위치를 묻자, 직접 와서 굽신거리며 안내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허름한 책들이 잔뜩 진열된 장소였다.
“죄송합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크기의 책은 여기가 전부라….”
“괜찮아. 볼일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책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족이 아닌, 이 세계의 인간들이 작성한 책들인 것 같습니다.]
‘흠, 이기고 나서 쓸어 담아온 책인 건가?’
이곳은 전혀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중구난방이었다.
각 나라의 중요한 자료가 적힌 문서들은 길바닥 던져진 전단지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책들도 순서 없이 엉망으로 대충 꽂혀 있었다.
나는 공녀에게 말했다.
“나 돌아다닐 테니까. 너도 마음대로 봐도 돼.”
“…네, 알겠습니다.”
공녀도 이곳은 관심의 대상이었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길 잘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볼 게 없었다.
‘엉망이네, 심심해서 오긴 했는데. 만화는 없겠지?’
[…수호님.]
‘오? 만화 있어?’
내 기대와 다르게 아르모니아는 통신으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정면에 있는 책, 서큐버스와 관련된 책입니다.]
‘…만화 아니네?’
[임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야, 무시하지 마….’
이게 대놓고 무시하네….
나는 책장에 있는 책을 꺼냈다.
양옆의 책의 마찰로 책장이 흔들리면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책은 굉장히 두꺼웠지만, 양피지로 작성된 녀석이라 그런지 페이지는 많지 않았다.
대충 내용은 인간이 서큐버스를 조사하고,연구한 내용이었다.
‘일단 챙기자, 이거 대여 정도는 해주겠지?’
[아마 쉽게 해줄 것 같습니다.]
나는 혹시 괜찮은 책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돌아다녔다.
공녀는 서 있는 채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내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기다란 분홍색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들이 그녀의 책을 가리고 있어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나는 공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기 테이블에 앉아서 봐.
“흣!”
탓!
흠칫 놀란 공녀가 책을 덮고는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망가봤나?’
[….]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집중해서 보고 있는 나머지 내 낌새를 눈치 못 챈 공녀가 신기해서 한 말이었다.
공녀의 수준이면 내 기척을 바로 챌 것 같았는데, 그만큼 집중한 것 같았다.
나는 공녀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테이블에 가서 봐. 괜히 이동 방해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공녀는 내 명령에 가까운 말을 듣고, 그대로 이행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내 눈치를 보더니,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는 책이 뭔지 궁금했다.
나는 적당히 서재를 둘러보다가 뒤쪽에서 그녀에게 수면을 걸었다.
풀썩….
열심히 책을 읽던 공녀는 테이블 위에 상체를 엎드리고 자기 시작했다.
‘항마력 없는 세상에 가면 이거 사기 스킬인데?’
[그래도 조심하십쇼. 항마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마법진이 없어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항마력이 없다면 사기지만, 항마력이 있다면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는 공녀에게 다가가서 책을 슬며시 빼냈다.
문서의 내용은 페르온의 왕에 관한 기록이었다.
공녀는 고개를 돌려 자고 있으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