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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46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31) (47/898)



〈 47화 〉46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31)

“씨발….”


15평 정도 되어 보이는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풍만한 덩치로 창가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는 그의 이름은 한스 밀버그.

성수호의 마법진 구사 수업을 맡았던 조교수였다.

저번  학장 앞에서  사고를 친 그는, 그날 생각보다 조용히 넘어가서 안심하고주말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는 월요일에 출근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 달 후에 자신의 연구실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하루 만에 소문이 쫙 퍼져서 그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도 못했다.

슈트라 학교에서해고당한 인물은 50년 전에 학교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며 난동을 피우던 미치광이 교수를 제외하고 처음이었다.

참고로 그 인물은 학장 마법에 죽어서 해고가 된 케이스이고, 한스 밀버그는 살아서 해고되는 최초의 사례로 남을 예정이었다.

“씨발, 씨발! 내가 학교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가한 것이라고는 수업 시간에 성추행한 게 전부였지만, 그는 그것마저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젠장… 해고만 아니면 어떻게든….”


슈트라 마법 학교조교수 경력이면 어느 국가든 받아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슈트라에서 내친 인물을 받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입국조차 허락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레빈 왕국의 궁정 마법사를 생각하면서 조교수는 그녀에게 빌붙을 생각을했다.


“그때 일을 빌미로 잡으면 알아서 설설 기겠지.”

한스 밀버그는 학교 내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 교수 중의 한 명이었다.

그 소문의 내용은 조교수의 직권으로 여학생들을 불러서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건….


“조만간 결혼도 한다는데, 학교에서 따먹었던 이야기를 하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오히려 과소 포장된 것이었다.


그는 매년 괜찮게 생긴 여학생이 들어오면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약점을 잡고 겁탈하기 일쑤였다.


매해 한두 명 정도에 그쳐서 그나마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당한 여학생들은 모두 평민이고, 졸업 때문에라도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학생 중 한 명이 졸업한 후, 성공해서 궁정 마법사가  것이었다.

그런 짓을 저지르는 데도 소문이 퍼질지언정 걸린 적은 없었다.


슈트라 마법 학교의 내부가 마냥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케이스였다.


“그러고 보니 루나 슈타트펠트….”


최근 관심을 가진 학생이 떠올랐다.


여학생  유달리 빼어난 외모를 가진 학생은 매년 몇 명씩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여학생들은 대부분 귀족의 자제이고, 아무리 조교수라고 해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정도의 판단은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수업 시간에 모욕감을 주면서 즐기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연히 루나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루나는 지금 자신이 빌붙으려는 레빈 왕궁의 출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는….

“…신기하군. 반역죄라면 일족이 멸하는 중죄일 텐데 혼자 살다니.”


반역죄로 일족이 몰살당했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떳떳하게 잘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국 몰락 귀족이라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따로 작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영지도 몰수당했다는 이야기를전해 들었다.


주위에 있는 귀족에게 지원을 받으며 귀족으로 사는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까지가 전부였다.


한스 밀버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계책이 떠올랐다.


그의 생각으로는 루나 슈타트펠트의 실력으로는 수석 졸업을 못 할 것으로 판단했다.

수석 졸업이 아닌 이상 이 학교에 남을  있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자신도 레빈 왕국에서 지내게  것이고, 3년 후에는 루나도 레빈 왕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수석은 아니지만, 분명 엄청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될 것이고 분명 엄청난 대우를 받을 게 뻔해 보였다.


그는 루나를 덮쳐서 미리 약점을 잡을 수 있다면 그녀를 평생 자신의 것으로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차피 이렇게  거 루나 슈타트펠트 그년의 약점을 미리 잡아서…. 응?”

그가쓰레기 같은 계획을 짜면서 창밖을 보는 순간, 혼자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보였다.


루나 슈타트펠트였다.






***



루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도저히 옆에 남자와 계속 있을 수 없어서였다.

그렇게 나온 그녀는 정처 없이 학교를 떠돌다가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아침 식사조차 하지 않은 그녀였지만, 입에 뭔가를 넣고 싶지 않았다.

어제 성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 그녀는 정신을 차리니 자신의 침대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상태였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상실감이 그녀를 에워싼 것이었다.


“…나 혼자 좋아한 거였어.”


루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성수호를 생각했다.

자신의 마법진 구사를 도와주고, 조교수의 파렴치한 행위를 떼어내 주고, 두 사람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 속에 그의 애정이 느껴졌고, 당연히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말을 듣고, 모든 게 산산이 무너져 버렸다.

루나의 입장에서 성수호가  여자를 좋아할 것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루나의 눈에는 그의 평소 행실로 봤을 때, 여색을 탐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즉, 소냐 교수님을 좋아하면서 자신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남자   때문에 자신의 기분이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학교에 오고 나서… 아니, 성수호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게 바뀌었다.


그런데 그와 소냐 교수와의 관계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냐 교수님은 결혼하셨잖아. 잠깐….”

루나는 어제 일을 잠시 되짚어 봤다.

우수에 찬 표정으로 노을을 바라보는 성수호. (루나의 관점)


그의 옆에 있던 화려한 문양으로 뒤덮인 상자.


자세히는 못 봤지만, 분명 그건화장품을 담는박스였다.


어제 성수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소냐 교수님!)
(하아…. 확실히 밤새도록 난리를 치니까. 진이 빠지네.)
(같이 자는 것도 일이니까.)


일이니까…. 일이니까….

루나의 머릿속에는 말도  되는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설마… 소냐 교수님이….”

최하위의 성적을 가진 학생과 교수.


은밀한 거래.


자신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몸을 바친 성수호.


그녀는 소냐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성수호를 취한 것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안돼!”

루나는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아! 루나 양.”
“어?”

몇몇 여학생들이 마침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과 같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었다.

“여기서 뭐 해요?”
“잠시 고민할 게 있어서 혼자 있었어요.”
“마침 점심 먹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괜찮으면 같이 갈래요?”
“그… 죄송해요. 오늘은 속이 안 좋아서….”
“아…, 그래요.”


다른 여학생들이 루나는 지나쳐서 가려는 순간이었다.

루나는 고개를 돌리고 여학생들에게 말했다.


“내일은  같이 먹을게요. 권해줘서 고마워요.”
“어! 그, 그래요!”

다들 식당으로 가면서 쑥덕거렸다.

(의외네, 우리랑 같이 있는 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조용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긴 해.)
(나는 오히려 조교수 때문에 불쌍하더라.)

세간의 평가에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는 루나였지만, 최근 귀 기울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졌다.

언제나 혼자라는 생각에 주위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옆에 누군가가 서 있게 되었고, 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자신의 평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혹여라도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해가 될까 봐.


여학생들의 뒷모습을바라보는 루나의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이거…. 루나 학생 아닌가?”
“….”

루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같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아…. 하필 이럴 때 왜….’

뒤돌아보니, 역시나였다.


마법진 구사 수업을 가르치는 조교수가 서 있었다.

루나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흐음…. 여기서 혼자  하고 있는 거지?”
“…잠시 몸이  좋아서 추스르고 있었습니다.”

루나는 속으로 하염없이 기도했다.


‘제발  달라고 해도 안 갈 거 알지만, 제발 좀 가라….’


루나는 평소에 짓던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정말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는 시선으로 조교수를 바라봤다.


조교소의 미간이 꿈틀거리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표정이 상당히 안 좋군. 정말 몸이  좋은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지금은….”
“감점 10점.”
“네?”

루나는 조교수의 갑작스러운 말에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수업 시간도 아닌, 갑자기 이런 장소에서 감점을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나 학생, 분명 귀족이라고 들었는데, 격식을 차릴 예의는 없는가 보군?”
“…죄송합니다.”


입을 다물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교수라는 인간들이 정말 이런 인간밖에 없는 거야?’

루나는 조금  소냐에 대해 이상한 오해를 하는 바람에 슈트라에 대한 동경심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조교수의 말이 그녀의 신경을 더 긁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놈도 그렇고 문제야, 문제.”
“…옆에 라는 게?”
“그 이상한 이름을 한 학생 말이다!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군.”

자신의 옆에 이상한 이름이라고 하면 성수호밖에 없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루나도 처음에는 독특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조교수의 한마디가 루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놈은 내가 어떻게든 감점을 먹여서 퇴학을 시킬 거다.”
“……네?”


루나는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감점 300점이면 퇴학이다. 하루에 10점씩이면  달이지. 너도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겠지?”
“그, 그게… 왜… 그를….”
“걱정하지 마라. 루나 슈타트펠트, 네가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니까.”

조교수는 루나와 성수호와의 관계를 모르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성수호를 이용해서 루나에게 자신의 입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루나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감점 따위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 같은 사람이 함부로  사람이 아냐….’


성수호를 함부로 하는 조교수에게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조교수의 눈에 비친 루나는 협박에 몸서리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조교수는 자신의 계획이 먹혀들어 간다고 착각하면서 루나에게 말했다.


“감점에 대해서 불만이 있으면 이리 따라오도록!”
“…네.”


루나는 분노의 감정을 곱씹으며 조교수의 뒤를 따라갔다.





***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뒷덜미를 긁으며 식당을 나왔다.

주위에는 학생들이 오가면서 시끌벅적했다.

‘하아… 오늘 상태가 안 좋아서그런가? 밥이 잘 안 들어가네.’
[그런 것 치고는 평소보다 많이 드셨습니다.]
‘고기잖아…. 어디까지나 평소보다 잘 안 들어갔다고, 들어가는 건 많이 들어가더라.’

여기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월요일 식사는 정말 맛있게 잘 나온다.

아마 월요병 개선을 위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걱정이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소냐가 잘 해결해줄  있으려나?’
[기본적으로 분별 능력이 뛰어난 여자입니다.  해결하리라 생각됩니다.]
‘…내가 사는 세계에 되게 유명한 말이 있어.’
[어떤 말입니까?]
‘두 여자를 화해시키는것보다 유럽 통일이 훨씬 쉽다.’
[….]
‘존나 어렵다는 이야기야….’

거기다 그 양반은 그렇게 말해놓고 유럽 통일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소냐가 한발 물러선다면 이야기가 다르긴 할 것이다.

낙관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오가는 중에 옆에 여학생들의 말이 들려왔다.

“어떡하지…  해야 하나?”
“하아… 그런데 말하다가 우리까지 걸리면….”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말했다.

[같은 반의 학생들입니다.]
‘그래?  처음 보는데. 세상 모든 사람이 걱정할 일투성이인가 보네. 강의실에 먼저 가서 잠이나 때려야겠다.’

나는 조금이라도  많이 자기 위해서 강의실로 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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