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5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30) (46/898)



〈 46화 〉45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30)

주말이 끝나고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은 월요병에 걸려서 좀비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탄하고 있었다.


월요병은 모든 세계의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  있는 장면이었다.

 월요병은 나도 걸린 상태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월요병 같은 게 아니다.

나는 옆을 흘깃 봤다.

루나는 아직 강의실에 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씨…. 루나 어쩌지….’
[일단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소냐 프리드리히에게 입을 맞춰달라고 말하는 게 최선책인  같습니다.]
‘그것도 마냥 쉬운일은 아닌데….’

어제저녁, 내가 테라스에서 기다리다가 통신으로 중얼거린  루나가 들어버렸다.

 봐도 오해를 살만한 대사였다.


…오해는 아니고 사실이긴 하지만.


언제나 이놈의 입이 문제다.

그 후 루나는 기숙사로 뛰어갔고, 결국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뒤에서 깨져있던 건 음료가 들어있던 유리잔이었다.


두 잔을 들고  것을 봐서는 같이 마시려고 들고 온 듯했다.

‘일단 소냐한테 좀 부탁좀 해봐야겠다.’
[마침 첫 수업은 소냐 프리드리히의 수업이니, 끝나자마자 바로….]

통신 중에 누군가가 강의실로 들어와서 단상으로 올라갔다.

조교였다.


“아, 오늘 교수님들의 사정으로 시간표가 변경됐습니다. 일단 오늘  수업은 특수 마법학이고, 그다음 시간은 마법진 구사 수업으로 변경됐습니다.”


수업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시간표가 변경됐다고 공지가 내려왔다.

다들 학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오, 되는 게 없어!’
[부활동 시간에 말씀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조교가 강의실을 나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특수 마법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뒷문으로 루나가 후다닥 들어와서  옆자리에 앉았다.

밖에서 대기하다가 교수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맞춰서 들어 온 듯싶었다.


‘…일단 수업 시간 동안 고민  해보자. 방법이 있겠지.’
[상태를 보니, 말을 걸어도 반응을 하지 않을  같습니다.]

아르모나이의 말대로 루나는 지금 고개를 숙이고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기력하게 책을 보는데, 눈에 뭔가 초점이 잘 안 맞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언뜻 보면 책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교수의 눈에는 띄지 않는 것 같았다.

단상에 있던 나이가 지긋한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갑자기 수업이 바뀌어서 어리둥절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인생이라는  그렇죠. 어여쁜 교수님을 기다렸는데, 노인이 오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교수의 웃음과 함께 학생들도 분위기를 타서 웃었다.

“오늘 수업은 저번에 있던 마나 드레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골렘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세계에도 골렘은 존재했다.

하나의 마나석에 여러 명이 만든 마법진을 회로처럼 연결해서 만들어지는 존재로 과거 전쟁 병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강한 파괴력과 단단함만으로좋은 골렘이라고 할  없습니다. 아무리 강하고 단단해도 해체술 하나에 무너진다면 그건 이미 불량품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역시 노년의 교수답게 말솜씨가 수려했고, 수업의 방식도 깔끔했다.

하나를 배우면 그다음 수업에 연계가 되고, 그 결과 효율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식이었다.

교수는 여러 가지 골렘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교수가 말해주는 골렘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화염으로 이루어지거나, 얼음으로이루어지거나, 순수하게 암석으로만 이루어지거나.

그리고 설명 막바지에 언급된 골렘은 마나 골렘이라는 것이었다.

“마나 골렘….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별거 없습니다. 당시에 일부 마법사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이 녀석은 마나 드레인의 연구 부산물 중의 하나입니다.”


순수하게 모래로만 이루어진 마나 골렘은 평소에는 쌓여있는 모래 속에 핵이 숨겨져 있고, 일반인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처에 마법사가 감지되는 순간…. 바로마나를 흡수해서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골렘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그렇게 변한 골렘은 흡수한 마나로 외피를 만들어 마나 방벽으로 감싼다고 한다.

“그럼 혹시 마나 골렘이 누구를 타겟으로 만들어졌는지 아시는 학생계십니까?”

모든 학생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관심종자의 기질을 타고난 루이스도 조용히 있었다.

‘난그 마나 골렘이라는 녀석도 오늘 처음 들어보는데.’
[대륙 전쟁 당시 사용했던 병기로 마나가 적은 인물들. 즉, 지금 슈트라 학교의 학생들 수준의 마법사를 타겟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오오, 하지만 나는 조용히 있을래.’


손들고 싶지 않아.

“하하.아마 마나 골렘이라는 걸 오늘 처음 들어본 학생이 대부분일것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보는 책에도 없는 내용이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어차피 다 모른다는 이야기였으니, 모른다고 창피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내쉬는 안도의 한숨을 즐겁게 바라보던 교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친구를 희생양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죠?”


다들 어색하게웃으며 교수의 눈을 피하기 바빴다.


교수는 고개를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학생들을 살펴봤고, 누군가가 눈에 띈 듯이 미소를 지었다.


 쪽. 아니, 내 옆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거기, 학생. 책을 열심히 보시는데, 해답은 찾으셨습니까?”
“….”


루나는 멍하니 책을 볼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냥 교수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내가 살짝 팔을 쳤다.


“!”

놀라서 나를 쳐다보는 루나.

나는 단상 쪽을 보라고 눈치를 줬다.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더니, 단상의 나이가 지긋한 교수를 멍하니 바라봤다.


“책을 열심히 보시던데, 마나 골렘의타겟이 누구인지 찾으셨습니까?”
“그, 그게….”

지금 수업 자체를 전혀 듣지 않고 있는 듯했다.

‘안 되겠다.’
[?]


나는 종이에 아르모니아에게 들었던 해답을 적어서 루나에게 날렸다.


“!”

조준력 덕분에 순식간에 날아간 종이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루나의 책상 위에 안착했다.


당황한 루나는 일단 종이를 보고 그대로 읊었다.

“그… 마나가 아직 미숙한… 저희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오!”

교수는 놀란 표정을 하고는 루나를 바라봤다.

그동안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전혀 변화가 없는 얼굴은 활짝 펴져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교과 과정에도 없는 내용을 본인 스스로 추론하다니, 훌륭합니다.”
“그, 그게….”
“상점 10점을 드리겠습니다.”

다들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우등생 기질을 타고난 루나였기에 다른 학생들은 오히려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


내 눈치를 살피던 루나는 조심스럽게 앉았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볼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단상에 있던 교수가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제가 오늘 이 마나 골렘에 관한 이야기를 한 건 여러분들의 최대의 천적은 저 같은 늙은 마법사가 아닌, 마나 골렘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직 미숙한 학생들의 마나는 정돈되지 않고 흐트러짐도 심하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마법진 구사를 위해 팔찌를 준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만약 여러분이 마나 골렘을 보게 된다면 일단 무조건 도망가세요.”

학생들을 굉장히 무시할  있는 발언처럼 보였지만, 그 말에 모두 쥐 죽은 듯이 침묵했다.

“단숨에 여러분의 마나를 꾸역꾸역 먹고 바로 활성화가 되어서 자신의 마나 때문에 오히려 화를 입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될 겁니다.”


진지한 표정을 짓던 교수는 한 가지 더 말해줬다.


“특히 여러분, 혹시라도 슈트라 학교 동쪽의 있는 숲의 대련장은 실수로라도 방문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3학년들의 실전 연습장으로  세계에 유일하게 마나 골렘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교수는 실수로라도 들어가는 순간, 자칫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상성이 너무 안 좋은 상대라는 것이었다.


교수는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바꾼 뒤, 수업을 진행했다.


“그럼 이제부터, 훗날 마나 골렘과 마주쳤을 때의 대처법을….”

오늘특수 마법학은 마나 골렘으로 시작해서, 마나 골렘으로 끝나는 수업이 되었다.



***


“그럼 모두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만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교수의 잔잔한 목소리와 함께 수업이 종료되었다.

나는 바로 루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타다닥!

루나는 이미 옆자리에서 이탈해서 이니셜 D를 찍으며 화려하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에이 씨불.’
[일단 루나 슈타트펠트는 천천히 해결하셔야 할  같습니다. 하지만 수호님, 명심해주십쇼.]

아르모니아는 고심 끝에 말하는 느낌이었다.

[의뢰가 실패해도 수호님이 계시면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끌려 다니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알았어, 이제부터쓸데없이 여자 안 꼬실게.’
[아닙니다. 소냐 프리드리히에 관해선 오히려 저는 좋은 성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필요가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는 것뿐입니다.]


분명 소냐의 욕구불만을 풀어서 루이스에게 넘어가지않게  건 굉장한 신의 한 수였다.

그 녀석이 루나가 안 놀아주니, 설마 한눈을 팔 거라고 나도 생각  했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의 산물이고, 우리의 목표는 루이스를 파탄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다음 임무를 하게 되면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했다.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나.’
[수호님.]
‘응?’
[소냐 프리드리히가 오고 있습니다.]

강의실을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먼발치에서 소냐가 나를 보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
[누차 말씀드리지만, 제 말을 너무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호님은 충분히 실적을 내고 계십니다.]
‘그럼 고맙고.’

나는 실실 웃으며 소냐에게 다가갔다.


학생들이 제각기 식당으로 향하고,어느 순간 강의실과 복도는 조용해졌다.

몇몇 학생들이 서로 잡담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 중요한 이야기인데. 시간 괜찮아요?”
“네.”
“할 이야기가….”


소냐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자신이 한동안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과 그것과 더불어서 부활동도 잠정 중단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엥? 무슨 일 있으세요?”
“그….”


소냐는 망설이는 듯이 생각에 잠기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말했다.


“절대 말하면 안 돼요.”
“…? 그럼요. 절대  안 할게요.”
“…이번에 조교수 자리가 비어서  자리를채울 겸임교수를   뽑는데, 저도 그중에 한 명이 됐어요.”
“오….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아직 뽑혔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네?”
“수호 학생 전에 마법진 구사 수업을 맡은 조교수님이랑 사이가  좋았죠?”


 성희롱 조교수를 말하는 것이었다.

“네, 파리가 귀찮게 했다고 말했더니. 길길이날뛰었죠.”
“푸웃…. 크흠, 그 조교수님 조심하라는 말을 하려고 부른 거예요.”
“…?”
“이번에 빈자리가  조교수님 자리에요.”
“오! …좋은  아니에요?”


나는 순간 기뻐서환호를 지를뻔하다가 주위 눈치를 살피고 다시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좋긴 하지만문제는 아직 조교수라는 거예요.”


 슈트라 마법 학교는 교수들에 대한 직위 보장이 굉장히 좋다고 한다.


만약 내치더라도 나가기 전까지는 자신의 식구처럼 감싼다는 것이다.

거기다 조교수의 권한도 유지가 되고….

“혹시나 수호 학생을 만나면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감점을 줄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해도 진짜 적용이 되나요?”
“네. 그래서 조심하라는 말을 하려고 온 거예요. 그리고 보니 루나 학생… 없네요?”

소냐는 루나가 당연히 같이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게….”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콰당!


“아야!!”

진짜 아프게 꿀밤을 때렸다.

“왜 그랬어요!”
“설마 뒤에 있는 줄은 몰랐죠.”
“후우…. 일단 제가 따로 불러서 얘기해볼게요. 혹시라도 말실수하지 말고요!”
“그….”
“…?”

소냐는 설마  뭔 짓을 저질렀니?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의문이 들어서 물어봤다.


“소냐 교수님은  절 도와주세요?”
“….”

전부터 궁금했다.

적당히 도와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좀 의문이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자신의곁에 있는 남자를 떠나 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수호 학생을 좋아해요.”
“….”
“하지만 우리 관계의 끝은 절망뿐이에요. 저는… 수호 학생이 그런 미래를 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한 여자와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의 만남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현명한 여자입니다.]
‘그러게… 나는 진짜 운이 좋았네.’


소냐는 마지막 말을 남기면서 나를 토닥였다.


“루나 학생한테는 제가 어떻게든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일단은 괜히 말 걸지 말고 기다려봐요.”
“네…. 교수님.”
“네?”
“…사랑해요.”
“후후…. 이제 그 말은 다른 사람한테 해야죠.”


소냐는 씁쓸한미소를 지으며 나를 떠나갔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