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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38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23) (39/898)



〈 39화 〉38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23)

나는 멍하니 소냐를 바라봤다.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걱정하지 마세요. 들키거나  거 아니니까.”
“휴우….”

소냐는 웃으면서 내 한숨을 지켜봤다.

“미안해요, 장난 좀 친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 보자고   진짜예요.”


소냐가 남편과 대화를 나눌 때 내 이야기를 좀 했더니, 같이 식사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평소에 학생에 관해서 전혀 이야기하지 않다 보니, 남편이 신기해한 모양이다.


“혹시 불편하면 거절해도 돼요.”
“…음, 아뇨. 괜찮아요.”
“후후, 그럼 점심시간에 맞춰서 나와줘요. 학교 정문에서 기다릴게요.”
“네.”

나는 소냐와 약속을잡고, 부실을 나와서 테라스로 향했다.

테라스로 향하는 복도는 주황빛으로 물들어서 따스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테라스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우…. 하루만 쉬자고 할까 했는데, 타이밍이 안 좋았네.”
[루나 슈타트펠트는 준비하느라  늦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오는 애한테 ‘오늘은 쉬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테라스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서 등을 기대고, 파란 하늘을  뚫어놓은 듯한 아치 모양의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태양이 힘을 잃으며 지면에 씹혀져 가기 시작했다.


밤을 알리는 신호.

그리고 나는 지평선에 먹히는 태양과 함께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다.

..
..


[수호님.]
“흐엉?”


갑자기 아르모니아의 말이 뇌 속을 때리면서 정신이 들었다.

어두컴컴한 밤.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서 인식할  없었다.


인식하기 위해 뚫어지게 쳐다보니, 나를 내려다보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셨나요?”
“흐엇!”


깜짝 놀라서 정신 차리고 상체를 들어 올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몇몇 랜턴이 빛 가루처럼 밝히고 있는 테라스가 보였고, 내가 누워 있던 곳은 벤치였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은 루나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내가 누워 있는 동안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다.

“아, 미안, 미안…. 잠깐  좀 붙인다는  아예 자버렸네.”
“괜찮아요.”


어두운 시야로 희미하게 그녀의미소가 느껴졌다.

나는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크으으흐응! …깨우지.”
“걱정 마세요. 주무시는 동안 계속 연습했으니까.”
“그건 잘했네.”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통신했다.

‘나 얼마나 잔 거야?’
[대략 3시간 정도 주무셨습니다.]
‘…오래간만에 정신없이 잤네.’

아르모니아는 내가 자는 동안 계속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말 피곤하긴 했던 모양이다.

나는 양손으로 세수하듯 안면을 몇 번 비비고 나서 정신을 차렸다.


“푸우…오늘 잠 다 잤네. 그러고 보니까, 오늘 정신없었을 텐데, 들어가자.”
“…제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나도 정신없었거든?”


루나는 그런 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나나 루나나 오늘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서 정신이 없이 하루를 보냈다.

서로 조용히 복도를 나란히 걸어가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



단상 앞에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은은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마법진의 역사에 대해서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특수 마법학 수업이었다.

“여러분들도 이미 아시겠지만, 마법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수천 년 전의 기록에는 마법진 없이 마법을 구사하는 게 보편적이었죠.”


마법진없이 마법을 구사한다.


누가 들어도 메리트는 이쪽이 훨씬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저런 방식은결국 추상적인 생각으로 마법을 발동하는 것이 되고 천재들조차 단명시키는 이유이기도 했다.

과거의 마법과 지금의 마법 수준을, 예시로 들자면 동굴에서 장작 피우는 것과집안에서 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었다.

분명 똑같이 따뜻하게 해주지만 위험도나 효율, 기술적 발전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버리는 것이었다.


현재에 들어서는 추상적으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게 뿌리박혀 있었다.


아니, 그런 짓을 하는 행위 자체가 그냥 원시인과 비슷하게 보는 시대가 온 것이었다.


이미 체계적으로 발전한 마법진을 두고 어떻게 나갈지, 얼마나 마나를 사용할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몇몇 천재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마법을 지금이렇게 발전시킨 건 선조들의 위업임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들이 더욱더 발전시킬 차례이고요.”

마법진을 구사한다는 건 비효율이 아닌, 체계적으로 적립된 고도의 기술력이었다.


교수는 마법진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슈트라 마법 학교는커녕 마법사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쓰는 족족 실수해서 다 뒤질 테니까….

“하지만 사실 오늘 수업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중요한 본론으로 들어가죠. 바로 해체술입니다.”

마법 해체술.

마법을 구사하는 것을 방해하고 소멸시키는 마법진이었다.

“제가 마법진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 건 바로 이 해체술 때문입니다. 추상적인 마법은  마나의 흐름도 너무 단조롭습니다. 결국 너무 단조롭다 보니 파훼도 쉬워진 것이죠.”

어느 정도 숙달된 마법사는 마나의 줄기를 감각적으로 느낄  있다고 한다.

머릿속에 구상한 마법은 너무 단조로워서 흐름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바로 상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마법진입니다. 마나를 마법진에 새겨서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마법진의 탄생 이유  하나입니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이고,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된 마법진.


그리고 오늘 하는 실습은 마법진을 파훼하는 실습이었다.


“자, 일단 첫 시간이니. 제가 간단하게 그려놓은 마법진에 어떻게 해체술을 구사해야 할지 골똘히 생각해 보세요.”


굉장히 간단한 마법진이었다.

그런데 뭔가 알 듯  듯 한 느낌만 들뿐 정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아, 어렵네.’
[아마 수호님의 마법력 레벨이 5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법력은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설명해줬다.

지금 나와 있는 마법진의 해체술은 레벨 6~7정도가 된다면 쉽게 해체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사실 까짓거 해체 좀 늦게 하거나, 못해도 별 상관없었다.

옆에서 루나가 해체술을 발동하기 전까지는.

그녀는 역시 수재답게 해체술을 손쉽게 구사하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강의실에 있는 학생의 반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체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마법력 올리자!’
[몇 까지 올리시겠습니까?]
‘8까지 올려줘.’
[남은 에넬은4935입니다.]

-[마법력 LV 8]-


마법력이오르자, 단상에 있는 마법진의 구성이 머릿속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이해도였다.

내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해체술이 떠올랐고, 쉽게 책상 앞에 그릴 수 있었다.


루나가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휴, 하마터면 쪽당할 뻔했네.’
[에넬을 매주 지급 받는다고 해도 주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허튼 곳에 썼으면 에넬이 모자라서 자칫 망신당할 뻔했다.

교수가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해체술을  구사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지적을 받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내가 구사한 해체술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갔다.

다행히 실패작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마법진 구사처럼 마법력 레벨 40~50 맞춰주면  일텐데.’
[…너무 욕심이 과하십니다.]
‘하긴 지금도 개사기이긴 하다만.’

치트키는 싫지만, 막상 현실판 치트키가 발동되니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마법진 구사 때, 느꼈던 우월감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내가 마법진을 화려하게 구사할 때 보여줬던 루나의 표정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렇게 특수 마법학 수업을 끝으로 이번  스케쥴도 마무리됐다.

모든 수업이 끝나니 주말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 걱정이네…. 내일 그 남편이라는 사람, 괜히 이상한 사람이면 큰일인데.’
[소냐 프리드리히가 직접 좋은 남편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너무 부담을 가지실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나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해.’

소냐에게 들은 남편은 굉장히 자상한 인물이었다.

이 슈트라 근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나가고 있다고 한다.

돈 많고, 자상한 남편.


그런데 도대체 소냐 같은 아내를 두고 왜 성교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소냐의 말로는 굉장히 오랜 기간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니, 뭔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 남편이라는 놈이 갑자기 죽방을 때리는 식으로 나오지만 않으면 뭔 짓을 해도 참아줄 용의가 있었다.

소냐의 남편이니까.


내가 내일을 걱정 하고 있을 때, 루나가 내게 다가와말을 걸었다.


“같이 부실 가요.”
“아….”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떨결에 놈팽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엥? 없네?’
[오늘 내내 루나 슈타트펠트를 보면서 웃는 것을 보면 뭔가 있어 보입니다.]
‘하루 종일 실실 쪼개긴 하더라.’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는 종일 기분 좋은지 루나를 보면서 좋아라 웃긴했다.

다시 루나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내 옆에서 다소곳하게  있었다.

“….”
“그래, 가자.”


나와 루나는 부실로 향했다.


부실에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온 쪽지와 열쇠였다.

(죄송해요. 오늘은 급한 사정이 있어서, 자리를 비웁니다. 제가 조교분께는 말씀드렸으니, 자유롭게 부활동을 하셔도 됩니다. -소냐 올림.-)


나는 옆에 열쇠를 들어올리며 루나에게 말했다.

“아, 오늘 교수님 안 오신다고 하네.”
“아…. 그럼 어떻게….”


뭔가 자기의 입으로 말하기 민망해서 내 입장을 기다리는 듯했다.

“이왕 이렇게 된  여기서 마법진 연습하자. 뭐, 내가 하는 거라고는 봐주는 게 전부지만.”
“좋아요.”

나와 루나는 서로 마주 보며 책상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았다.


나에게 안광을 발사하는 루나의 모습은 퍽 귀여웠다.


‘아, 이렇게  거 루나 상태창이나 구경해볼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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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루나 슈타트펠트

-기질-
[마법], [성기질], [책임감], [냉정함], [성장에 대한 갈망], [지은보은(知恩報恩)]….
=======


‘페로몬은 어떻게 됐으려나~’
[띄워 드리겠습니다.]


성기질란이 확대되면서 안의 세부 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페로몬 : 미세한 중독], [상….-

나는 화면을 보면서 아쉬워했다.

‘에이, 변화가 없… 뭐요?’


그런데옆에 뭔가 하나가 더 추가됐다.


다만 그게 내 기준에서 정말 맞는 건지 확신이 안 드는 기질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변동 사항을 체크 못 했습니다.]
‘아니, 괜찮은데. 저거 진짜야?’
[기질이 거짓을 나타낼 리 없습니다.]


성기질에 추가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상상 자위]-

…상딸 같은 건가?


눈에 들어온  진실이라고 아르모니아가 재차 강조해줬다.

‘언제부터지?’
[…행동 변화를 보면 어제 루나 슈타트펠트의 행동에 이상이 감지되긴 했습니다.]
‘와, 어제 늦은 이유가 자위해서라고?’
[그리고 전날 있었던 일을 고려해보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흐어… 캐비닛이 또  건 해내는 거만….’


루나의 자위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저 기품있고, 우아한 자태의 루나가 자위할 땐 어떤 표정을 지을까.

[수호님, 슬슬 루나 슈타트펠트의 마음을 확인해봐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스읍… 진짜 애매하네.’
[어떤 부분이 문제이십니까?]
‘…장소가 문제야.’


나도 확신이 들었다.

루나에게 들이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문제는 장소다.

만약 루나와 하고 나서 버리겠다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이미 거사는 치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만… 내가 루나를 진짜 좋아하고 있다는  문제지.


이런 독특한 환경에서 첫 경험을 맞이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찔러나 보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딴생각을 하는 루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 혹시 시간 돼?”
“아! 네, 네? 내일이요? 그, 그럼요! 아… 그게…”
“?”

루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승낙하려다가 갑자기 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조금 고민하더니, 내게 말했다.

“그… 꼭 내일이어야 하나요?”
“아, 그냥 물어 본거야. 바쁘면 괜찮아.”
“그, 그게 아니라….”


루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루나는 내일 무슨 일이 있어 보였다.


‘뭐, 내일만 날도 아니고. 다음 주에 외출이라도 권해봐야겠네.’
[그래도 저 행동을 보니, 긍정적으로 진행이   같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였다.

나는 루나와 부실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밤이 되어서 각자의 기숙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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