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31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6)
(…이미 왔던가.)
소냐의 싸늘한 목소리가 캐비닛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들켰다….’
[수호님, 지금이라도 나가시면 루나 슈타트펠트 쪽은 보호할 수 있습니다. 저희의 타겟은 루나 슈타트펠트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후….알았어.’
아르모니아의 말이 맞다.
소냐가 문을 열어서 들키는 것보다 내가 자발적으로 나가서 루나를보호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가려는 순간….
(루이스 학생.)
(…네.)
응?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소냐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루이스 학생은 오늘부로 동아리 멤버에서 제외됐으니 나가주세요.)
(네!? 교수님! 갑자기!)
(일단 뺨을 때린 건 저도 잘못했으니, 어제 있었던 일은 불문에 부치고 넘어가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루이스의 목소리에 분노의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상대는 교수인데다가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루이스 쪽이 먼저 잘못을 했다는 게 느껴졌다.
(자, 빨리 나가세요.)
(…알겠습니다.)
으드득.
루이스의 이를 가는 소리가 캐비닛 안에도 들릴 정도였다.
드르륵, 탕!
부실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도저히 교수 앞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소냐는 별 말 없이 부실에 조용히 있었다.
몇 초간 조용히 있던 소냐는 책상 위에 뭔가 올려놓는 듯했다.
짤그랑.
(열쇠… 책상 위에 놓겠어요. 사용하고 내일 반납해 주세요.)
소냐는 혼잣말을 하고는 바로 부실을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부실에 적막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나는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후하아….”
“….”
‘진짜 좆되는 줄 알았네….’
[소냐 프리드리히가 설마 저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게….’
아르모니아의 말대로다.
분명히 이 캐비닛 안에 누가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았을 텐데, 저렇게 넘어가 줄 줄은 몰랐다.
일단 한시름 놓았다.
이제 나가서 루나랑 오붓하게 마법진 그리기에 매진하면 된다.
‘휴우~ 자 이제 나가서… 크읗으흥?’
[수호님 이해할 수 없는 언어입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자, 잠깐만 크읏….’
루나에게서 떨어져서 캐비닛을 나가려는데, 루나가 도통 놔주지 않았다.
몸을 껴안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루나가 사타구니로 내 음경을 꽉 조여왔다.
나는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루나에게 말했다.
“저, 저기 이제 나가도…. 크읏….”
“저번에….”
“응?”
“저번에 여기 있던 게… 소냐 교수님이신가요?”
산 넘어 산이었다.
간신히 해결한 줄 알았는데, 더 큰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모르는 척하면서 당당하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여기 있던 게 교수님이라니.”
“….”
내 음경을 조이던 루나의 고간에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음경을 빼냈다.
사삭…사삭….
“흐읏…흐응….”
루나의 두 차례 신음소리를 들으며 물건을 빼낸 다음 캐비닛 밖으로 나왔다.
나는 튀어나온 물건을 정리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후아…. 큰일 날 뻔했네. 괜찮아?”
“…네, 괜찮아요.”
루나는 헝클어진 은발을 매만지며 캐비닛에서 나오고 있었다.
정복도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고, 얼굴도 열기 때문인지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루나의 치마 쪽에 눈이 갔다.
저 치마 사이로 내 물건이 왕복했다고 생각하니, 눈을 뗄 수없었다.
너무 대놓고 보고 있는 나를 의식한 루나는 몸을 옆으로 돌려서 정복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
“크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캐비닛 안에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
“아까는 일부러 한 거 아냐. 미안.”
“…괜찮아요. 저야말로 괜히 끌어들여서 죄송해요.”
우리 둘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 부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부활동을 할 때처럼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이렇게 된 거 여기서 마법진 연습해보자.”
“아, 여기서요?”
“응, 너도 테라스보다는 여기가 편할 거 아냐?”
“….”
루나가 입을 조그마하게 열고 중얼거리는 게 보였다.
너무 작게 말해서 내 귀에 들리지는 않았다.
‘쟤 뭐라고 하는 거야?’
[‘거기가 좋은데.’라고 말했습니다.]
‘키키, 귀엽네.’
사실 옆에 딱 달라붙어있으면 좋긴 하지만 이미 부실에 자리 잡고 앉았으니, 오늘은 이대로 하기로 했다.
“자, 시작해봐.”
“네.”
루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너무 대놓고 보는데?
“응?”
“…왜 그러세요?”
“아니, 왜 날 그렇게 뚫어지게 보나 해서.”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마법진 구상 하려고 집중하는 거예요.”
“아… 그래.”
루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나를 계속 쳐다봤다.
그렇게 보면서 입으로 또 뭔가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또 뭐래?’
[‘이건 이거대로 좋네.’라고 했습니다.]
‘…나도 좋은데?’
나는 나도 모르게 루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처음에 루나와 만날 때만 해도 이런 관계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루나를 빨리 꼬셔서 놈팽이 멘탈을 가루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손을 거절한 것부터 시작해서 어느 순간 매일 만나서 호감을 나누는 사이까지 발전해 왔다.
요새 루나도 내게 있어서 비올라처럼 10점짜리 히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가 어느 순간 나와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고는 시선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신을 못 차렸다.
“…너, 너무 쳐다보시는 거 아니에요?”
“너도 보면서 뭘….”
“저, 저는 마법진 구사를 하느라 그런 거예요.”
“후우… 너도 고생이 많다.”
“…네?”
루나는 내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는 부실 창문 밖에 저녁노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싫어하는 사람이랑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
“…무슨 말씀이세요?”
“나랑 말도 섞기도 싫을 텐데, 억지로….”
탓!
루나가 벌떡 일어나서 책상을 치면서소리쳤다.
“그렇지 않아요!”
“아, 깜짝이야….”
진짜 깜짝놀랐다.
루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이에요. 싫지 않아요.”
“너, 나랑 손도 잡기도 싫어….”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루나는 책상 건너편에서 팔을 뻗어서는 책상 위에 있던 내 손을 잡았다.
그냥 적당히 감싸는 게 아닌, 내 손바닥을 펴서 자신의 손바닥을 맞닿아서 서로의 손의 체온을느낄 수 있었다.
루나는 붙잡은 내 손을 감싸고는 하염없이 바라봤다.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알았어, 괜한 소리 해서 미안.”
“….”
오늘의 만남은 그렇게 어색하게 끝을 맺었다.
루나는 몇 시간 동안 제대로 집중을 못 하고 나와 헤어졌다.
“…오늘 정말 죄송했어요.”
“아냐, 나는 즐거웠는데.”
“저도….”
“응?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루나는 그 말을 하고는 후다닥 자신의 기숙사 쪽으로 달려갔다.
“…귀엽네.”
[아까 루나 슈타트펠트를 떠보신 건 일부러 하신 겁니까?]
“응, 속에 넣어둔 죄책감을 가끔 이렇게 끄집어내 주면 좋을 거 같아서 해본 거야.”
[좋은 반응이 나와서 다행입니다.]
나는 흥겨운 발걸음을 내며 기숙사로 향했다.
***
“하아….”
루나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정복도 벗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진이 빠진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떠올렸다.
풍속성 수업때 옆에 앉고, 부실을 같이 가서, 캐비닛에 갇히고, 그곳에서….
“하아….”
루나도 이미 성인이었다. 자신이 무슨 상황을 겪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다리 사이로 들어온 존재.
그렇게 들어와 놓고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자신의 다리 사이를 휘저었던 존재.
그런데도….
“그 사람의….”
그 행위에 대한 혐오감 따위는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그렇게 있고 싶어 했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루나는 눈을 감고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성수호를 떠올렸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녀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귀족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남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남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었고, 자길 어떻게 대했으며, 테크닉이 얼마나 좋았는지 자랑하기 바빴다.
루나는, 웃으며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주고받는 그녀들을 혐오했었다.
자신의 치부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웃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가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바보같아, 남자가 뭐라고….)
그런데….
“하앗… 흐응…. 이러면… 안 되는데… 하아….”
루나는 어느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속옷 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까 느꼈던 감촉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하아… 흐으읏… 흐으응….”
아까 잡았던 성수호의 손가락 감촉을 떠올리며 자신의 음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평생 해본 적 없던 자위.
첫 자위를 성수호를 떠올리며 하고 있었다.
평소에 너무 자세히 봐온 터라 그녀의 머리 속에는 이미 성수호가 완벽하게 자신을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누워있는 성수호는 루나의 음부를 애무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루나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성수호도 맞춰서손가락을 움직여줬다.
“하응! 흐응! 흐으읏!”
그리고 어느 순간 루나는 자신의 의지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아닌, 머릿속에 떠오르는 성수호의 움직임에 맞출 뿐이었다.
“하아앙! 하으응! 하아! 하아앙!”
성수호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빼먹지 않고 머릿속에 담으려고 했던 루나였다.
상상 속에서는 자신을 바라봐주는 성수호의 동공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언제나 무관심해 보이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성수호.
그러면서도 자신을 성심성의껏애무해주는 자상한 남자.
“거, 거긴 안 돼! 하앙! 하으응! 흐응! 더, 더는! 하앙!
루나에게 상상 속의 성수호는 이미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상태였다.
지금 그녀에게 머릿속 상상은 현실이었고, 모든 감각이 현실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루나의 속옷은 젖어서 그녀의 음부를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고, 성수호는 그녀의 속옷을 통해 음부를 애무하고 있었다.
“좀 더! 하앙! 안에! 하앙!”
루나는 성수호가 자신의 속옷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주길 바랐지만, 그는 계속 속옷위를 애무할 뿐이었다.
루나는 그런성수호가 야속했지만, 그녀는 그가 하는 행위에 어떠한 변화도 줄 수 없었다.
그가 하는 행동에 맞춰서 손가락으로 속옷 위로 애무할 뿐이었다.
“하앙! 하으응! 하아…하아….”
가벼운 절정에 도달한 채 누워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루나는 풀린 동공으로 자신의 손을 펼쳐봤다.
끈적끈적한 애액이 손에 매끄럽게 묻어 있었다.
손가락을 타고 조금씩 흐르는 애액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루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면서 내면에 혐오를 느껴지면서도 손바닥을 계속 바라봤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성수호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에 자신도 당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
“휴, 오늘 하루는뭔가 사건이 많았네.”
[고생하셨습니다.]
“빨리 들어가서 씻은 다음에자고 싶어.”
기숙사에 도착해서 바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 앞에 있던 사감이 말을 걸어왔다.
“수호 학생.”
“네?”
“누가 찾아왔어요.”
“저를요?”
“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숙사로 나를 찾아올 사람은 한사람밖에 없었다.
…소냐.
지금 이 시각이면 이미 집에 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혹시 모르니 사감에게 누구인지 물어봤다.
“누구인가요?”
“아, 지금 저기….”
사감의 시선이 내 뒤로 향해져 있었다.
“….”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내 시야에 비친 건….
어두운 밤길 위에 팔짱을 낀 채 파란색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여인.
‘시불….’
[….]
소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