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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28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3) (29/898)



〈 29화 〉28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13)

“버, 벌레…새애끼!?”
“?”

조교수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말에 굉장히 과민반응을 하고 있었다.

‘저 양반 왜 저러는 걸까? 벌레 혐오증 있나?’
[수호님의 말씀으로 비유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응? 비유?’
[벌레가 있다고 말한 걸, 본인으로 착각한  같습니다.]
‘아하!’

나는 불자의 깨달음을 얻고 나서 5초 뒤에 상황을 파악했다.


‘시불 좆됐네….’
[….]

교수의 표정을 보니 어떠한 해명도 소용이 없어 보였다.


아니, 해명하면 할수록 엉망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파리 새끼가….”
“파, 파, 파리!?”


오케이, 이제 본인을 파리로 규정한 거 같았다.

입 다물면 중간은 간다고 하는데, 역시 입이 문제다.

‘…CEO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만 상급자를 찾는 건 나쁜 버릇이십니다.]
‘…너 미워.’

아르모니아조차 포기한 상황.


나를 한 대 때릴듯이 바라보는 교수 주위에,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별꼴이다.)
(그러게 적당히 해야지….)
(나 들었는데, 동아리 선배가 저 교수랑 절대 가까이하지 말래.)
(왜?)
(글쎄 여자애들을 몰래 데리고 가서 강제로….)

교수가 큰 소리로 소란을 잠재웠다.


“누가 수업 시간에 떠들어!”
“““….”””

모든 학생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용히 교수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모두 존경심은커녕 벌레 보는 듯한 눈으로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윽….”

교수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큰 발소리를 내며 단상으로 걸어갔다.

쿵, 쿵, 쿵.

덩치에 맞게 강의실에 큰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단상에 도착해서 내 쪽을 보면서 말했다.


“너! 이름이 뭐야!”
“…성수호입니다.”
“시끄럽게 떠들었으니, 감점 10점이다!”
“….”


내가 감점 10점을 받고 나서 수업은 재차 진행될 수 있었다.

다행히 다시 시작된 수업은 조교수의 뻘짓은 포함되지 않은 조용한 수업이었다.

***

“…그럼, 오늘 수업은 이만 마치도록 하지.”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들 파리를 보는 시선으로 조교수를  뿐.

“큭….”


쿵쿵쿵. 쾅!


조교수는 빠른 걸음으로 강의실에 지진을 일으키고는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다들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보면서 아르모나이에게 한탄했다.

‘거지 같은 파리 새끼….’
[어느 쪽을 지칭하시는 겁니까?]
‘…둘다.’

두 파리 다 거지 같아….

 머릿속이 파리 생각으로 가득할 때, 옆에서 루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 정말… 고마ㅇ.”

하지만 루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주위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와, 진짜 대단해요!”
“대박, 속이 시원하더라.”
“이름이 성수호였죠?”
“아, 네.”

아까 있었던 사건으로 다들 흥분해서내게 이것저것 말을 걸기 시작했다.

루나는 말이 끊긴 채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

내 주위가 시끌벅적한 틈을 타 루이스가 루나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있었다.

“루나, 괜찮아?”
“…응, 괜찮아.”
“그 교수 자식 내가 진짜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이미 놓친 버스를 보면서 버스 번호만 계속 중얼거리는 꼴이었다.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루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루이스는 루나를빤히 쳐다보더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강의실을 나갔다.

루나는 쉬는 시간 동안 나를 계속 쳐다보면서뭔가 말을 걸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내 주위에 인파 때문인지 말을 걸어오지는않았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나고 소냐가 들어왔다.

이번 수업은 소냐의 기초 속성학이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나를 바라봤다.

씽긋.

나를 향해 웃더니, 수업을 시작했다.

‘흐흐, 이거 기분 좋은데? 비밀 관계. 흥분 되는구만.”
[조심하셔야 할  같습니다. 루나 슈타트펠트가 보고 있습니다.]
‘뭘 알겠어. 그냥 얼굴 관찰이겠지.’

루나의 시선은 소냐의 기초 속성학이 끝날 때까지 느껴졌다.

틈만 나면 나를 보기 일쑤였다.

수업이 끝나고 소냐가 단상에서 전달 사항을 말했다.

“제가 저번 주에 주속성, 부속성 정하라고 했죠? 다들 이제 정하셨을 것이라 믿어요. 속성을 정하고 내일부터 속성에 맞게 이동수업을 하게 될 거예요.”


소냐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정한 주속성, 부속성을 수업이 끝나자마자 조교에게 말하라고 설명했다.

“오늘도 수업받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짝짝짝.


학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수업이 종료됐다.

수업 종료와 함께 루나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아까… 고ㅁ.”
“아! 수호 학생.”
“네.”

루나의 말이 또 끊겼다.


“하아….”


루나의 한숨 소리가 내 귓속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한숨을 모르는 소냐는 활짝 미소 지으며 나를 단상으로 불렀다.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


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루나를 놓고 단상으로 향했다.


다른 학생들은 조교에게 주속성과 부속성을 말하면서 강의실을 나가고 있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루나도 책상을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하고 있었다.

내가 단상에 도착할 때쯤 소냐는 나를 보며 섭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이 들리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저를혼자 놓고 가니 기분이 좋던가요?”
“설마요. 그날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데요.”
“….”
“….”
““풋.””


서로 장난기 있는 연기를 하고는 같이 웃었다.

“농담이에요. 그날 정말 즐거웠어요.”
“저도요.”
“제가 부른 건 주속성, 부속성에 관한 거예요.정했어요?”
“네, 일단 정했어요.”

어제 하루 동안 고민해서 결론을 냈다.

“주속성은 풍속성, 부속성은….”
“?”
“뇌속성입니다.”
“….”

소냐는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수 초간을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나 해서 부른게 다행이었네요.”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뇌속성 말고 다른 건 어때요?”
“…? 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아서요.”
“….”


내가 뇌속성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뇌속성은 마법진을그리기 굉장히 어려운 데, 마법진 구사의 능력이 높으면 일단 중간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점이었다.

최소한 마법진을 그리는 동안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것만으로 뇌속성은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단점은 점차 극복해야 할 부분이고.

거기다 속성 개화하는데 1만 에넬씩 소모되기 때문에 다른 속성을 뚫는 건 또 아까웠다.


“수호 학생이 뇌속성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있어요.”
“….”

그런  없는데….

애착 같은 거 가진 적 없었지만 일단 조용히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연도부터… 뇌속성 마법 수업이 없어졌어요.”
“…네? 인기가 없어서인가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마법 학교에서 하나의 주된 속성 수업이 없어질 수 있나?

소냐가 거론한 인물의 이름을 듣고 나서야 바로 이해할  있었다.


“막시밀리안 빈터님….”
“…설마?”
“…그분이 과목 담당 교수님이셨어요.”
“아….”


일이 꼬여버렸다.

‘아오, 되는 게 없네….’
[다른 속성을 개화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넬 아까운데….’


사실 뇌속성이야, 대충 수업만 받으면 그만이라고생각했다.

다른 속성 배우기에 에넬을 쓰는 게 너무 아까워서 선택한 게 제일 크니까.

소냐는설명을 더 해갔다.


“교수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원래 수업을 받던 학생들조차 다른 과목으로 전향했어요.”
“…그럼 수업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거네요?”
“네… 대신 과목은 그대로 있어서 신청은   있지만, 강의실에서혼자 책을 보고 독학하는 게 전부예요.”
“….”


나는 오히려 소냐의말을 듣고 뇌속성을 신청하고 싶어졌다.

‘그럼 수업 시간에 나 혼자만 있는 거잖아? 개꿀인데?’
[그 시간 동안 자유가 보장된다면 오히려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습니다.]
‘맞아, 애초에 수업은 나한테 의미도 없고.’


애초에 내가 쓰는 마법들은 노력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에넬로 올리는 거다.


거기다 사실 마법도 학교생활 때문에 억지로 배운 거니까.

나는 마음을 정하고소냐에게 말했다.


소냐는 나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했지만 내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편할 수 있다는데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알았어요. 만약에 꼭 힘들다고 하면 말해요. 제가 어떻게든 바꿔줄게요.”
“하하, 그러지 않도록 열심히 할게요.”


나는 조교에게 주속성과 부속성을 말하고 소냐와 함께 부실로 향했다.

***


나와 소냐가 부실에 도착했을 때, 부실에 있던 건 루이스 혼자였다.


소냐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루이스에게 물었다.

“어머? 루나 학생은 잠시 자리를 비운 건가요?”
“그게….”


루이스는 소냐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루나는 강의실을 나가자마자 자신의 기숙사로 바로 뛰어갔다는 것이다.


루이스의 말을 들은 소냐가 인상을 찌푸리고 나와 루이스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같은 학교 교수로서 부끄럽네요.”
“아뇨, 소냐 교수님이 무슨 잘못이 있으시다고….”
“맞아요. 파리가 문제죠, 파리가.”
“푸웃.”

소냐가  파리 이야기에 입을 가리고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금방 웃음을 참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아… 그 조교수… 님은 예전부터 그런 부분이 있으셔서….”
“뭐,  수업부터 딱 티가나더라고요.”
“수호 학생….”
“네?”

소냐가 갑자기 내 오른손을 양손으로 감싸면서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저한테 말해요. 알았죠?”
“하하… 그런거 감당 못 할 정도면 슈트라에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 조교수…님은 정말 악독한 분이에요.”


소냐도 ‘님’자를 붙이기 꺼리고 있었다.

그런데 루이스가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이 나를보고 있었다.

‘쟨  왜 저래….’
[정보를알 수 없으니,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소냐가 내 손을 붙잡은 상태로 떼지 않고 말했다.

“후… 일단 오늘 분위기도 이러니까. 부활동은 쉬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네.”


루이스가 소냐를 보면서 말했다.

“그… 교수님.”
“네?”
“혹시 따로 이야기 가능할까요?”


나는 저 이야기를 나에게 ‘꺼져줄래.’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루이스는 소냐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새끼 도대체 알 수가 없네….’
[수호님을 빼고 이야기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이야기를 할 사이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루이스가 소냐와 따로 이야기하는  자체를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수업 중이나 부활동에서만 필요한이야기를 주고받는 정도니까.


소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중요한 이야기인가요?”
“네,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오래 걸리나요?”
“네, 그럴  같습니다.”

소냐는 손을 잡은 상태로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괜히 나서봤자 이상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루이스의 표정에 짜증이 서려 있는 게 보였다.

‘저 새끼 혹시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겠지?’
[상대는 겸임 교수이더라도 교수입니다. 절대 함부로  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하아… 소냐랑 하고 싶은 마음에 존나 설렜는데….’

소냐는 감싸  양손을 내 손에서떼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승낙했다.

“알았어요. 그럼 수호 학생은 먼저 가서 쉬도록 해요.”
“…네.”


우리 둘은 눈빛만으로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는 것처럼 서로를 바라봤다.


눈빛 교환을 마치고 나는 부실을 나왔다.

***

어설프게 부활동이 마무리되고 나는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루나를 기다렸다.


“…설마 오늘 안 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미 해가 기울어서 밤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원래라면 부활도 끝나고 한 시간 후이니까 진작 왔어야지 정상이었다.

“설마 파리 교수 새끼 때문에 상처 입은 건가?”
[루나 슈타트펠트가 그런 인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기질에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아….”


소냐랑 못 하고, 루나도  만난다고 생각하니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파리 교수를 잡아다 죽일까 보다….”
“…그러지 마세요.”
“응?”

뒤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돌아보니, 루나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루나는 그동안보지 못했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히 저 때문에 그런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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