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1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6)
정식 학생이 되고 나서 첫 수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교수가 말했다.
“오늘부터 마법진 구사 수업은 여기 조교수가 진행할것이다.”
“잘 부탁합니다.”
교수 옆에 있던 조교수가 인사를 했다.
짝짝짝.
나는오늘도 박수 치는 척하면서 조교수의 인상을 확인했다.
다른 교수들과 비슷한 검은 색 복장에 마법사치고는 덩치가 있어 보였다.
나이는 한 30대 중반?
그리고 인상은….
‘인상이 더러운 교수에서 더러운 인상의 조교수로 바꼈구만….’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있어, 차이점이….’
뭐랄까, 교수는 세세한 거 하나 꼬투리를 잡을 거 같은 분위기였다면 조교수는 책잡히면 조용히 안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교수가 할 말을 다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럼 나는 가 보겠네.”
“제가 문제없게 지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교수는 나가는 교수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탁.
교수가 나가자마자 단상에 올라가서 학생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뭔가 스캔하는 느낌?
그렇게 고개를 천천히 돌리다가 나에게 시선이 꽂혔다.
갑자기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발, 저 새끼 왜 웃어! 게이 새끼 아냐!?’
[수호님을 본 게 아닙니다. 루나 슈타트펠트를 보고 있습니다.]
‘휴…다행이다.나, 존나 무서웠어….’
저번 자경단원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 날 뻔했다.
조교수는 한껏 루나를 보더니, 시선을 떼고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그 전과 같이 마법진을 그리는 수업으로 진행됐다.
조교수가 수업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를 잡고 테스트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일주일 후에 마법진 구사 테스트를 진행할 거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그린 단순한 도형뿐만 아니라,룬문자도 그릴 수 있어야 할 거다. 그리고 마법진의 입력, 출력, 좌표도 전부 구사하는 시험이니 긴장하고 수업을 들어라. 알았나?”
“““네.”””
‘눼에~~’
[….]
그 후 수업을 받았는데, 확실히 난이도가 많이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조교수의 말로는 아직 초보 수준의 교육이라고 하지만, 이곳에는 룬문자조차 처음 보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어제까지 어린이 미술 교실이었다면 오늘부터는 어린이 글자 수업 시간이었다.
‘킥킥킥, 진짜 엉망진창이다.’
[다들 처음 써보는 룬문자라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와, 루나도 이건 빡센가 본데?’
옆자리를 슬쩍 보니 루나가 열심히 룬문자를 그리고 있었다.
글자 자체는 나름 예쁘게 그렸지만 나열된 문자들의 크기와 위치가 삐뚤빼뚤해서 엉망이었다.
나는 그런 루나를 보면서 피식 웃고는 책상 위에 양손을 살며시 펼치며 창조주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훗, 우민들…. 내가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지.’
[….]
나는 허공에 룬문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생판 처음 보는 글자임에도 나는 허공에 유려한 룬 문자들을 또박또박 그려나갔다.
위치, 크기, 모양새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루나는 슬쩍 내가 그린 룬문자를 보면서 자기의 룬문자와 비교를 했다.
한참을 보던 그녀는 앞에 룬문자를 삭삭 지우고는 집중해서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보다 나아지긴 했다.
아까보다는….
‘낄낄, 열심히 그려 보거라.’
[수호님, 조교수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헙.’
나는 전처럼 괜히 꼬투리 잡히지 않게,정신 차리고 룬문자를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그런데 조교수는 내 쪽으로 오는 게 아니었다.
바로 옆에 루나 쪽으로 가고 있었다.
조교수는 루나 뒤에서 그녀가 열심히 그리는 룬문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큼흠, 처음 치고는 굉장히 잘하고 있군.”
“감사합니다.”
“저기 있는 룬문자는 옆으로 좀 더….”
조교수는 이미 수업 진행은 뒷전에 놓고 루나 뒤에서 그녀에게말 거는 데 정신이 팔렸다.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조교수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느껴졌다.
첫날부터 뻘짓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이야…. 다들 한마디를 못 하네. 조교수한테도.’
[기본적으로 교수에게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게 조교수이기 때문에 수호님도 주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난 신경 안 써. 근데 내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하는 게 짜증이 나서 그렇지.’
결국 수업 시간은 조교수의 뻘짓으로 마무리되었다.
***
마법진 구사 수업이 끝나고 나서 처음으로 다른 과목을 듣게되었다.
기초 속성학.
마법에 쓰이는 속성의 기본을 배우는학문이었다.
자신이 쓰지 않는 속성이더라도 대응법을 위해꼭 배워야하는 과목이었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나는 단상에 서 있는 여자를 보면서 아르모니아에게 소리쳤다.
‘아르모니아! 지금 당장 저 여자의 기질을 보여줘!’
[…루나에게 집중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일단 보자. 너무 궁금해!’
학생회장이야, 내가 만날 일이 없지만 지금 단상에 서 있는 여자는 달랐다.
단상에 있는 여자의 상태창이 표시됐다.
=====
이름 : 소냐 프리드리히
-기질-
[마법력 LV30], [성실함], [긍정적], [친절함]….
=====
소냐 프리드리히.
기초 속성학을 가르치는 겸임 교수였다.
파란 중단발 머리에 성숙미가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거기다 밝은 미소 한방으로 학생들의 경계심도 단숨에 풀어버리고있었다.
“오늘부터 여러분의기초 속성학 수업을 맡게 된 소냐 프리드리히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짝짝짝짝짝짝.
평소보다 많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옆에 있는 루나와 소냐를 비교해봤다.
분명 예쁜 건 루나 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루나에게는 없는 성숙미가 소냐에게서 느껴졌다.
확실히 사람마다 매력 포인트라는 게 존재했다.
‘루나 보니까, 확실히 애 같긴 하다. 예쁜 건 루나지만.’
[나이가 20대 후반 정도로 보입니다.]
‘그리고 기질도 마음에 들어.’
상태창에는 열혈 교육자에 어울리는 기질들로 가득했다.
내가 소냐에 대해서 감탄하는 사이에 그녀는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기초 속성학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일주일 후에 정하게 될 주속성과 부속성은, 이수업을 들으면서 바뀌게 될 수도 있죠.”
기초 속성학답게 세세한 작은 틀이 아닌 큰 틀에서 어떤 식으로 속성을 익히고, 배워야 하는지 알려줬다.
“일단 속성의 기본 성질부터 시작할게요.”
그녀는 허공에 심플한 마법진을 그린 다음 발동시켰다.
작은 마법진인 만큼 나온 건 고작 해봐야 야구공만 한 불덩이였다.
“뭐, 다들 알겠지만, 시작은 화속성이죠. 대부분의 저명한 마법사들은 화속성을 주속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화속성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모든 면이 균일하다는 점이었다.
파괴력, 마나 소모량, 마법진을 그리는 난이도….
다른 속성들이 장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화속성은 특별한 장점은 없지만 특출난 단점도 없었다.
“그야, 수속성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면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죠.”
그리고 바로 나온 것이 수속성.
“수속성의 장점은 운용력입니다. 바람처럼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지 않고, 대지처럼 마법진도 그리기 편합니다. 거기다 화염처럼 굳이 만들어낼 필요 없이 주위에 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규모로 운용시에는 살상력이 굉장히 낮다는 단점이 있다.
대규모 전에적합한 녀석이라 커다란 마법진을 그려야 하기에 실용적인 면이 부족한 속성이었다.
“하지만 이 수속성은 우리 학교 학장님, 대 마법사 루트비히 리펜슈타인께서 애용하시는 속성입니다. 수속성을 완벽하게 숙달한다면 화속성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죠.”
그다음은풍속성.
“풍속성의 장점은 마나입니다. 소량의 마나로도 대규모의바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단점으로는 마법진을 유지하기 힘들고, 파괴력이 낮다는 점입니다.”
수속성과 같은 대규모 전에 적합할 거 같지만 생각보다 소규모 전에서 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서 순식간에 날리는 바람 칼날들은 살상력은낮더라도 보이지 않아서 상대방을 교란하기 용이하다고 한다.
“지속성…. 파괴력은 위에 속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죠. 하지만 그 파괴력만큼 마나 소모가 극심합니다. 지속성의 경우에는 화속성과 결합해서 대규모공성전에서 유용하게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속성이라고 한다.
특히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마나 소모 때문에 꺼린다고 한다.
즉, 비인기 속성.
“그럼 이 네 가지 속성의 마법진을 보면서 간단하게….”
“교수님.”
“네?”
“질문드려도 될까요?”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루나였다.
“그럼요, 말씀하세요.”
소냐는 루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펼쳤다.
“감사합니다. 그… 뇌속성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아…. 죄송해요. 제가 그 부분은 생각 못 했네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궁금해서….”
“아니요. 수업을 바로 잡아주셔서 오히려 고마워요.”
소냐는 루나에게 웃음을 보여주며 손바닥만 한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노란색의 스파크가 튀는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마법진이었다.
“여러분… 혹시 뇌속성 마법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는 분 계신가요?”
“….”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키키, 여기서 ‘저 아는데요?’ 하면 감점이겠지?’
[…수호님은 정말 하실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학생들이 아무도 대답이 없자, 소냐는 아까와 사뭇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뇌속성 마법의 장점은……없습니다.”
학생들의 표정을 설명하자면 갈고리 물음표를 소냐를 향해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마나 소모는 소모대로 많고, 파괴력은 사방으로 퍼지는 번개로 약해지고, 마법진은 다른 속성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리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운용이 좋냐면 그것도 아니다.
마법진을 그리는 중에 터져서 아군에게 피해를 주는가 하면, 잘 만들어서 쏘려는데 마나가 흩어져서 발동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거기다 최고의 백미는….
“얼마 전에 뇌속성 마법을 최장기간 연구하시던 ‘막시밀리안 빈터’님께서 마법진이 터져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소냐는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그 마법사를 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소냐의 표정을 보면서 같이 애도를 표하고 있었다.
나만 빼고.
‘키키키키, 병신인가. 지 마법진에 자기가죽는다고? 푸하하하.’
[…그만큼 굉장히 어려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아, 진짜 시원하게 웃고 싶다, 푸하하하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입을 가리고 어떻게든 튀어나오려는 웃음소리를 간신히 참고 고개를 들었다.
“후우……. 응?”
“괜찮으세요?”
내가 웃음을 참고 버티는 사이에 소냐가 내 책상 앞에 와 있었다.
‘…망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아르모니아도 대책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마법사가 죽었다는데, 혼자 처웃고 있는다?
그것도 유명한 마법 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이?
이 정도면 강제 퇴학감 아닐까?
일단 좆된 건 좆된 거고 사과부터 하자.
“그, 그게… 제가…”
“혹시 막시밀리안님을 아시나요?”
“…?”
뭔 생뚱맞은 소리인가….
그런데 소냐의 눈빛에 경멸이나 분노가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내가 웃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울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만약 알고 계시는데, 제가 괜히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말해서 상처 받으신 건가 해서….”
“아….”
보였다.
엔딩이… 아니, 해결책이!!
나는 눈물……은 차마 나오지 않아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목이 메는 소리를 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존경했던 분이라….”
“어머….”
지금 소냐의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일단 상황은 잘 회피한 것 같았다.
‘아르모니아. 소냐 표정 어때?’
[…울고 있습니다.]
‘우효~~~ 대박! 어, 어!?’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에게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머리를 끌고 갔다.
몰캉….
“어떡해…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상처받으셔서…”
“흐브브!”
소냐가 자신의 가슴으로 내 얼굴을 파묻었다.
‘수, 숨막혀! 그런데 존나 좋아!!’
[….]
옷에 가려졌을 때는 감이 안 왔는데, 이 정도면 비올라보다 클 것이다.
이거 E컵 아냐!?
소냐는 자기 가슴에 내 얼굴을 갖다 댄 수준이 아니라, 가슴골에 내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덕분에 산소 호흡을 잊고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피부 호흡을 했다.
후하~ 흐읏아~ 흣아~
시불, 움켜잡고 싶다!!!
불끈불끈 (XX : 하자!)
미친놈인가, 여기서 어떻게 해!
수업 중에 학생들 보는데, 하라는 미친놈이 여기 있네.
부르르르! (비올라의 목소리 : 수호씨, 해요!)
비, 비올라? 정말 해도 돼? 알았어!
비올라가 하라면 해야지.
[수호님,진정하셔야 합니다. 표정이 위험합니다.]
‘헛! 고마워, 아르모니아. 정신 차렸다. 휴….’
파닥파닥 (XX : 에이, 시부랄!)
하마터면 사탄의 꼬임에 넘어갈 뻔했다.
한껏 볼떼기로 가슴골을 헤엄치다가 익사하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소냐는 자신의 가슴에서 나를 꺼내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줬다.
그녀는 진짜 울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 때문에 감동의 눈물이나올 거 같았지만….
“미안해요. 저 때문에…. 어쩜 좋아….”
어쩜 좋긴요, 그냥 좋아요….
“괘, 괜찮습니다….”
소냐는 간신히 진정하고 나서야 수업을 진행할 수있었다.
나는 그 사건 덕분에 수업 시간 내내 남자들의 매서운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