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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19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4) (20/898)



〈 20화 〉19화 마법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4)

“마법진… 어떻게 하신 거예요?”
“….”


나는 아무  없이 루나를 바라봤다.


은색의  머리카락 속에 담겨 있는작은 얼굴을 석양이 아름답게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나에게 재차 물었다.

“마법진…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그녀와 비슷한 표정을 지어주면서 대답했다.


“그걸….”
“?”
“그 쪽한테 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읏….”


루나는 내 말에 미간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그녀의 표정에 금이 가게 했다.


통신으로 환호했다.

‘크… 한 방 먹였고요~’
[다행히 수호님을 기억하고 계시는  같습니다.]
‘크크, 그거 다행이네.’


처음만나자마자 내가 내민 손을 무시한여자.

감정이 없어 보이는 인형 같은 여자.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재능과 열정을 지닌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가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


NTL에 이만큼 적합한 여자는 없다.

내 손으로 저 표정을 깨트린 다음 성적인 재능으로 도배시켜주고 싶은 마음으로 끓어올랐다.

루나는정말 망가뜨리고 싶은 여자였다.

눈을 감고 침묵하던 루나는 눈을 뜨고는 내게 말했다.


“…아까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무슨 말인지?”
“….”


나는 모르는 척 딴청 피웠다.

루나와 나는 눈싸움을 벌이면서 기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승자는?

“…마법진에 관해서는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내일 또 찾아올게요.”


루나는 그 말을 하고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녀의 우아한 걸음걸이는 망토를 두르고 있음에도 숨겨지지 않았다.


테라스를 떠난 루나의 뒤태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 환호했다.


“이겼다!”
[뭘, 이기셨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혹시 다른 사람도 봤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뭐, 발뺌하면 지들이 어떻게 하겠어.”


잡혀가도 다시 함선으로 강제복귀하면 그만이다.


일에 지장이 생겨서 문제지….


그런데 일이 시작부터 잘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부터 막막할  같았는데, 루나가직접 와서 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비올라 때도 그렇고, 나는 참 운이 좋은 거 같다.

“이거 대박인데? 일단 이걸로 관계 좀 엮어봐야겠다.”
[다행히 기질에 나와 있는 정보대로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 생각보다 욕심도 있고….”

-[성장에 대한 갈망]-


루나 처지에서 내 능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일 것이다.

마법사들은 마법진을 그리는  엄청난 시간을 소요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 시간 동안 공들여서 마법진을 만드는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마법진을 생각만으로 형상화하는 것.


그녀로서는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들키기 전에 자기가 배우거나.


“케케케. 내가 개 무시당했으니,나도  무시로 앙갚음해주마.”
[….]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

“수호씨.”
“네?”

다음날, 마법진 구사 수업이 끝나자마자 루이스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첫날부터 여자들에게 파묻혀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혹시 동아리에 들어갈 생각 없어요?”
“동아리요?”

마법 학교도 학교답게 학생들끼리 모이는 동아리 시스템이 존재했다.


여러 동아리를 들어갈 수도 있고, 마법과 관련되지 않은 동아리도 꽤 많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귀찮아… 내가 그런 걸  들어가.’
[하지만 장기 임무인 만큼 친화적인 부분을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그건 그런데… 그래도 일단 나중에 상황 봐서 들어가야지.’


나에게 중요한 건 학교생활이 아니다.


루나를 어떻게 타락시키느냐지.


동아리 같은 곳에 허비할 시간에 차라리 쉬면서 계획을 짜는 게 훨씬 이득이다.

“미안하지만, 저는 아직 동아리에….”
“지금 제일  나가는 동아리가 마법진 연구 동아리인데, 인기가 많아요.”
“그러니까, 저는….”
“선배들도 굉장히 친절해서 성적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고 하니까, 같이 가요.”
“아니….”
“저기 있는 친구들도 같이 가기로 했어요.”


루이스는 내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는 놈이지?


‘아니, 미친놈이 사람 말을 계속끊네….’
[언변 술이 좋다고 해야 할지, 마이페이스라고 해야 할지.]
‘그냥 재수 없는데? 아, 짜증 나네.’


어제까지는 그냥 놈팽이였는데, 오늘은 귀찮은 놈팽이가 됐다.

내가 거절할 새도 없이 주위에 학생들이 몰려왔다.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여학생들도 나에게 동아리 권유를 시도했다.

“어제 보니까, 마법진도 잘 그리던데. 같이 가요.”
“어차피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도 어렵지 않대요.”
“…뭐 원한다고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여학생들이 동아리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면서 들어오라고 압박을 주고 있었다.

딱히 내가 들어갔으면 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오히려 귀찮아하는 표정이지….


‘아니,얘들 왜 이러지?’
[일단은 들어가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나오는 게 어렵지도 않고, 무엇보다 지금 거절하면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시불!’

루이스는 여자들 사이를 빠져나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루나에게 갔다.


“루나, 우리 같이 들어가자.”
“….”


루이스는 나에게 여학생들을 던져놓고 옆에서 루나에게도 동아리 권유를 하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갑자기 루이스와 루나가대화를 나누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하필 저런 애한테….)
(뭐,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하니까….)
(아, 왜 나는 어릴 때 루이스 같은 친구가 없던 걸까. 짜증 나.)


…좀 안 들리게 말해라.

너무 적나라하게 적의를 들어내면서 두 사람 몰래 쑥덕거렸다.


루이스는 그런 여자들의 말소리를 못 들었는지, 루나와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겟이 내가 되었다.

(이 남자는 왜 데리고 가려는 거지?)
(뭐, 마법진 잘 그리잖아. 그래서 그런 거겠지.)
(이 남자 안 가면 안 간다고 하니까….)
(그런데  이름이 뭐지?)
(몰라.)


좀 안 들리게 하라고….

옆에  사람은 안 들려도 나는대놓고 들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미친년들이 바로 앞에서 저러네.’
[일단 루이스라는 인물이수호님에게 관심이 있는 거 같습니다.]
‘설마 생각으로 마법진 만드는거 들켰나?’
[그건 아닐 겁니다. 루이스는 맨 앞자리 쪽에 있었고, 수호님을 보려면 티가 나게 돌아봐야 했는데, 그때 그렇게 뒤를 돌아봤다면 분명 감점을 먹었을 겁니다.]
‘하긴 그때 다들 한 소리 들었을 때니까….’


교수가 남의 마법진 보면 감점을 먹이겠다고 엄포한 다음이었기 때문에 티 나게 돌아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냥 마법진 그려서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루이스를 보다가 시선을 루나로 향해서 바라봤다.

그녀가 흘깃하며 나를 살며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쳐다보기를 몇 초.

그녀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알았어. 나도 들어갈게.”

나는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네.]
‘동아리 들어가자.’
[….]

루나가 들어가기로 결정하자, 나도 마법진 연구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

알아보니, 동아리는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갈  있는 건 아니었다.

소규모 동아리의 경우에는 특별한 조건이 없는 경우가많았지만, 대규모 동아리는 달랐다.

대규모 동아리는 들어오려는 학생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선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선별조건이 국가적 인맥이 될 수도 있고, 입학 성적이  수도 있었다.


마침 신입생들을 위한 동아리 설명회 같은 것을 열고 있었다.


나와 루나, 그리고 루이스와 여자들은 강당에서 진행하는 설명회에 참석했다.


단상에는 금발 머리의 여성이 올라와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슈트라 마법 학교 학생회장이라고소개했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황금색 눈동자에서는 금색의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원한 미소와 당차게 설명하는 모습이 학생회장의 위엄을 내뿜었다.

‘오우, 예쁜데?’
[기질을 보시겠습니까?]
‘아냐, 지금 루나만 신경 쓰자.’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학생회장의 말에 따르면 동아리 입부 신청은 일주일 뒤쯤에 할 있다고 했다.

아직 이곳에 온 지 얼마  된 학생들은 어차피 마법진 구사 수업만 듣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동아리를 돌아다니며 여유를 가지고 알아보라고 설명해줬다.

설명회가 끝나고 강당을 나왔다.

어차피 동아리 입부 신청은 일주일 후부터 가능하니, 돌아갈까나.

나는놈팽이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려고 했다.

사삭,은신술!


“아, 수호씨. 같이 밥 먹어요.”
“….”

내 신속한 은신술이 단번에 간파당했다.

시바….


‘아니, 이 미친놈은 나한테 왜 이래…. 아르모니아.’
[네.]
‘이놈 기질 좀 보여줘.’
[그건 불가능합니다.]
‘…뭐?’

명령 불복종?!

아… 나보다 직급이 높지.

오히려 내가 그랜절을 해야 하는 상황인가?

아르모니아의 말에 의하면 조디악이나 성전에서 관리하는 주인공들의 기질은 열람 및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해줬다.


[대신 조디악과 성전 측은 주인공들  인물들의 기질을 열람하거나 변경할  없습니다. 이게 저희의 규칙입니다.]
‘시불약점 좀 캐고 싶었는데….’

전의 용사는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어서 몰랐다. (1초 차이로 마주칠 뻔했지만.)


삼권 분립이라는 게 이런 거군….


루이스의 권유에 옆에 여자들이 꺄르르르 웃기 시작했다.


“역시 루이스… 사람을 정말 잘 챙겨주시네요. 착하다….”
“거기다 수석답게 꼴찌… 아니, 밑에 사람도 잘 이끌어주고 대단해요.”


밑에나 꼴찌나….

여자들은 루이스 칭찬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루이스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수호씨도 지금은 최하위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올라가는 즐거움도 있으니 저는 그게 더 부럽네요.”
“하긴 루이스는 이제 올라갈 곳이 없으니… 진짜 대단해요.”
“맞아, 맞아.”

그런데 이거 뭔가 분위기가….


‘이 새끼 나 까는 거 맞지?’
[…저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천적으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일부로 알고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거지 같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루이스와 여자들 뒤에서 나를 무뚝뚝하게 쳐다보는 루나.

그녀의 시선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루이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뒤돌아서서 루나 옆에 선 다음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 맞다…. 미안합니다. 루나는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못 해서…. 수호씨, 여기 있는 여성분들을 에스코트해 주시겠어요?”
“…네?”


얼탱이가 없는 소리를 나에게 했다.


나한테 몹몰이 한 다음에 몹과 싸우는 사이에 보물상자 가로채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아… 슬슬 빡치는데.’
[이해는 합니다만 참으셔야 합니다.]
‘하아… 내가 너랑 하고 싶어서 참는 거다. 알았지?’
[…알겠습니다.]


크크, 이런 식으로라도 기분을 풀어야지.

사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아르모니아랑 하고 싶어서 참고 있는 거다.

다른 여학생들은 루이스의 말을 듣고 아쉬워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했다.

“아….”
“루이스가 그렇다면야….”

그녀들은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루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렇게 대놓고 노려보는 데도루이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더 편할 수 있겠다고생각했다.

어차피 여자들이야 루이스가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루이스는 루나를 이끌고 식당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루나는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루나, 가자.”
“….”
“루나?”
“…같이 가요.”

루나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 괜찮겠어?  모르는 사람과 식사 못 하잖아.”
“괜찮아. 어제 알았잖아.”
“그… 그렇다면야….”


루이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루나랑 관련되니까, 처음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게 느껴졌다.

루나는 나를 보면서 다시 재차 권유했다.


“같이 가요.”


그녀의 표정에서 미세하게나마 미소가 느껴졌다.


나는 루나의 권유를 듣고 환한 미소를 지어줬다.

그리고 대답했다.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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