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7화 용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7)
-[손기술 LV 555]-
파닥파닥. (XX: 역시 나를 만족시킨 명기. 보통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주급 손나홀이었군.)
닥쳐….
“아르모니아.”
[네.]
“레벨 555면 어느 정도 수치야?”
[저도 본 적이 없어서 가늠할 수 없습니다만, 주인공들의 재능은 아무리 못해도 300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대리자들의 나름 규칙입니다. 예외가 있을 수는있지만….]
“왜 하필 300이야?”
[기술 쪽이 300이 넘게 되면 자칫 대리자들조차 손을 쓰지 못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모니아의 말에 따르면 레벨 300이 넘으면 차원도약이 가능한 물건을 만들거나, 공간을 찟을 정도의 검술, 행성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마법력이 생겨버려서 대리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위협의 수준보다 진짜 문제는 혹여라도 통제되지 않는 주인공을죽여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레벨 300급으로 키우려면 에넬의 필요량도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키우려면 행성에서 모으는 에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결국 벌어들이는 양보다 쓰는 양이 많아지는 상황이 펼쳐지기에 그렇게 키우는대리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죄송합니다. 저로서도 도대체 무슨 일인지…. 하지만.]
“응?”
[이로써 제가 쓴 에넬로 수호님이 오시게 된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아, 신에게 바쳐서 나 부른 거였지?”
[네, 거기다 그냥 부른 게 아닙니다.]
“어떻게?”
[…카드 뽑기로 불렀습니다.]
“….”
시불, 가챠여?
대충 아르모니아의 말로는 신에게 에넬을 바쳤더니, 10장의 카드 중에 한 장을 뽑으라고 했단다.
#성수호가 설명을 듣고 각색한 장면
“신이시여! 저에게 원하는 인재를 뽑아주시길 간청합니다!”
(자, 카드 10장이다~ 뽑아보도록 하여라~)
“카, 카드 말입니까?”
(한장의 EX급, 4장의 A급, 4장의 C급, 한장의 F급이 있노라~)
“그, 그냥 A급으로….”
(그럼 뽑지 말던가~ 나는 가보겠다~)
“아, 아닙니다! 뽑겠습니다! 이, 이거다~!”
..
..
(존나게 축하한다~ EX급이구나~)
“크아아! 이 맛에 가챠하는구나!!!”
- 다시 현재 -
[…저는 저런 말투를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께서는 저희와 따로 대화를 나누시지도 않으십니다. 어디까지나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계시만 내리실 뿐입니다.]
“뭐야! 너 역시 내 속마음 마음대로 읽고 있지?!”
[일부러 들려주신 거라 어쩔 수 없이 들었을 뿐입니다.]
뭐, 여하튼….
“대박. 내가 EX급이구나…. 그런데 이거 큰일 아냐?”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손기술 레벨이 555면 모든 여자를 죄다 지금처럼 뻑 가게 만든다는 거잖아. 그럼 진행도 뭣도 안 되겠는데….”
그야, 손기술이 이 정도면 여자 마음도 뻑 갈수도 있겠지만, 나 치트키 존니 싫어하는데….
[그건 오해하시는 겁니다. 기술 레벨이 높다는 건 강함도 뜻하지만, 숙련도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호님께서 무작정 쾌감을 주는 게 아닌, 상대방을 원하는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오! 그건 진짜 좋군. 내일부터는 적당히 해봐야겠다. 아까는 나도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했던 건데.”
일단 레벨이 높으면 뭐든 좋다는 소리군.
시불, 근데 나머지들이 다 레벨1인 건 너무 심한데….
“근데 나머지는 다 1이고, 얘만 이런 식으로 돼 있는 거지?”
[어떻게 하면 저런 수치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그것도 개인의 자력으로….]
“음…. 일단 알 수 없는 일은 접어두자, 이 일이 끝나고 나서 알아봐도 늦지 않으니까.”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나는 누워있는 비올라는 지긋이 바라봤다.
내 손기술에 떡실신한 비올라는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혔는지, 숨을 색색 쉬면서 깊은 깊이 자고 있었다.
나는 비올라 옆에 누워서 팔베개를 해줬다.
자는 비올라에게 키스를 했다.
“흐응… 츄릅… 하읍…”
분명 잠이 든 상태임에도, 키스를 하니 바로 즉각적으로반응이 나왔다.
성 기질에 키스가 있어서 그런지, 키스를 시작하니 잠자는 중에도 내 쪽으로 얼굴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츄읍, 하앙, 더…. 츄릅.”
키스를 계속하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키스를 그만두니, 다시 얌전해졌다.
“흐응….”
“아르모니아, 나 잘 건데. 혹시 이따가 비올라 깰 거 같으면 나도 좀 깨워줘.”
[네, 알겠습니다.]
***
[수호님.]
“엉?”
나는 아르모니아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그리고 흐린 시야 너머로 여자의 얼굴이 비쳤다.
토끼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비올라였다.
[비올라 씨가 조금 전에 기상하셨습니다.]
‘아하.’
비올라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인가요?”
“아, 어제 갑자기 기절해서 내가 자는 침대로 데리고 왔어.”
“아…. 죄, 죄송해요!”
웬 사과인가 싶었는데, 어제 기절한 자기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 힘들지 않았냐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역시 천사다.
이제 내가 타락 천사로 만들겠지만, 켈켈.
“무슨 소리야, 사귀는 사이에당연한 거지.”
“그, 그런가요.”
“응, 그리고 그럴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야.”
“하읍!”
나는 비올라에게 격렬한 키스를 한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
비올라가 집을 돌아가고 나서 아침 일찍 노파를 찾아갔다.
“계십니까?”
“없어, 꺼져.”
“….”
에이씨….
화가 나는 건 아닌데, 귀찮구만.
노파는 작은 움막에서 얼굴도 내밀지 않고 축객령을 내렸다.
일단 대화가 되어야 뭔가 시작할 텐데.
몰래 엿들었던 마을 회의에서 나왔던 주제를 말하기로 했다.
“용사에 관해서 여쭤보려고 들렀습니다.”
“….”
“그리고 아드님에 대해서도.”
“…뭐?”
확실히 반응이 있었다.
노파는 미간에 셀 수 없이 많은 주름을 만들면서 움막을 나왔다.
“넌 뭐여?”
“저는 사막 건너에서.”
“헛소리 말고 니가 뭔데, 내 아들 일을 알고 있는 거여?”
“….”
거짓말을 보태서 설명해줬다.
나는 용사의 치부를 알아내기 위해서 비밀리에 파견된 인물이다. 라고 구라를 쳤다.
사실 노파에게 비밀을 꺼내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노파의 기질 [복수심], 이걸 이용하기로 한 것뿐.
“그걸 믿으라고….”
“그리고….”
“?”
“가족의 원한도 갚으려고 왔습니다.”
“!”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노파.
아르모니아가 통신을 통해 말했다.
[점점 더 거짓말이 능숙해지시는군요.]
‘흥, 들키지 않으면 모든 거짓말은 진실이랑 다를 게 없지.’
[…네, 맞는 말씀입니다.]
눈을 감고 몇 분을 생각에 잠겼던 노파는 결심한 듯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놈이 내 아들을 죽였어….”
“그런데 마을 사람들 말로는 아드님이 뭔가 잘못을….”
“아냐! 내 아들은 그럴 놈이 아냐!”
나에게 화가 나서 소리친 게 아니었다.
항변이었다.
노파는 20년 전의 일을 내게말해줬다.
당시의 마을은 지금 위치와는 다르게 사막 쪽에 있었다고 설명해줬다.
사막 쪽이라 몬스터가 적다고는 하지만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 해줬다.
마을 주민들이 합세해서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는 중에 갑자기 몬스터들이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화전민 땅꼬마 녀석 덕분이었지….”
“그 꼬마가….”
“지금 용사라고 씨부리는 자식이지.”
“아, 여기 출신이 아니었군요?”
“다들 오래 알고 지냈으니, 별로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고작 8살의 나이에 몬스터들을 벌레마냥 학살하는 인간.
그런 인간이 화전민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을 사람들과 알게 되었고, 몬스터를 없애는 대신 식량을 받는 식으로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족이 있다는 걸알게 됐지. 동생과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야.”
“….”
“내 아들놈은 두 녀석이 가엾다고 하면서 음식을 싸서 가져다주다가….”
그 이후 아들은 죽은 상태로 발견되었고, 용사라는 녀석이 마을을 와서 한 말이 가관이었다고 한다.
다시는 내 동생 근처에 얼씬거리면 죽여버리겠다고.
“…내 아들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한 게 아니다!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했던 거야, 그런데 그 개 같은녀석은….”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의 만류로 인해서 어찌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고 설명해줬다.
용사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어느 순간 왕궁에 불려갈 정도로 유명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도 용사가 여동생을 매번 데리고다닐 수 없는 처지이기에 세운 마을이라는 것도 말해줬다.
“그 과정에서 몇 명이 죽고 몇 명은 떠나갔지…. 거기다 영주라는 녀석도 용사녀석 덕분에 출세했으니, 어떻게든 입막음을 시킨 것이고….”
“음, 의심하는 게 아니라 확인차 여쭤보는 건데, 아드님은 정말 그런 생각이 없었겠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날 애들 주겠다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하려고 했다고? 거기다 고작 해봐야 3~4살 되는 여자애를?”
“아,그건 확실하네요. 그럼 혹시 그 후에 죽었다는 남자들에 대한 증거는 따로?”
“그건 나도 몰러. 그런데….”
“?”
“촌장, 그 양반은 대충 알고 있지 않을까 싶네.”
좋은 정보다.
‘또 짭퉁으로 구슬려야하나?’
[저는 개인적으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왜?’
[마을에 대해서샅샅이 조사하는 사람은 의심받기마련이죠.자칫 비올라마저 만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긴….’
그래도 한 줄 요약 정보를 알아냈다.
용사는 씹 미친 개 싸이코 또라이 새끼라는 거다.
***
나는 오늘도 마찬가지로 비올라의 집 근처에서 여자들과 노닥거렸다.
그리고 나에게도 변화된 점이 하나 생겼다.
“제 미래는 어떤가요!?”
“조만간 마을 바깥에서좋은 인연을 만난다고 나와 있네요.”
“호호호, 혹시 안에는 없나요?”
“하하하, 이 마을에는 멋있는 남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밖에 없으니.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무슨 소리세요. 수호씨도 얼마나 멋있으신데… 혹시 이따 저랑…”
“이제 좀 비키죠? 뒤에 순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씨….”
줄지어 서 있는 현실에 존재하는 여자들.
난 어제까지 분명 그녀들에게 단 1의 호감도 없었다.
하지만 어제 비올라와아직 시작뿐이지만,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고 나서 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여자들을 보는 내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야, 막상 잘 보니까. 다들 괜찮은 편이었구나….’
[혹여라도 다음 의뢰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사라진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런 여자들이랑 자기 위해서 이런 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언제나 야겜, 2D만 외치던 나는 현실 여자도 꽤 즐겁게 마주 보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흐으아. 드디어 내 차례네. 그런데… 수, 술은 언제쯤?”
“하하하… 조만간 사드리겠습니다.”
쉬헐크는 쉬헐크였다.
‘손바닥이 무슨 내 얼굴만 하냐…. 이 손으로 내 얼굴 감싸고 힘주면 순두부처럼 으깨지겠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순두부는 아니고, 귤처럼 으깨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상상하니까, 존내 무섭잖아….
그래도 노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끔 찾아와서 말 상대를 해줄 정도로 인간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화 마무리에 노파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결혼혀, 딱 어울리는구만.
-….
‘복수해주마…. 감히 나한테 그런 악담을 해?’
[…그런데 걱정입니다.]
‘뭐가?’
[저번에야 비올라의 손금을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흥미를 유발했지만, 지금은 일단 연인처럼 지내기로 했는데, 섭섭해하지 않을까요?]
‘설마… 섭섭한 게 아니라 질투해야지. 겨우 섭섭하게 만들려고 이 고생을 하는 게 아냐.’
[그럼 오히려 부작용 아닌가요?]
‘오늘 밤에 보면 알겠지.킥킥.’
***
저녁이 되고 나서 어김없이 비올라가 찾아왔다.
나는 비올라와 수풀에 앉아서 손을 잡고 조용히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비올라의 표정이 어제와는 사뭇 달았다.
나를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오늘도 손금 봐주셨죠?”
“응. 아! 또 봐줄까?”
“아, 아뇨! …….”
비올라의 표정이 뾰로통한 게 보였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상태창에는 비올라의 기질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초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