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2화 용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2)
[NTL 코퍼레이션]
아르모니아는 사명(社名)이 바뀐 기념으로 내 직함도 만들어줬다.
NTL 코퍼레이션 COO.
우리 회사는 이제 직원이 두명이 되었다.
나는 처음 내 집무실을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집무실에 화려한 책상과 접객용 소파, 탁자 그리고 책장 같은 사무 가구들이 번쩍번쩍 빛나게 배치되어 있었다.
거기다 화려한 침대까지.
“응? 여기 내 방이야? 여기서 자면 되는 건가?”
“아닙니다. 수호님의 개인실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집무보시다가 휴식을 위해 최대한 다 넣었습니다. 참고로 옆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욕실입니다.”
“와…. 욕실이 집무실이랑 크기가 비슷하냐….”
내가 COO 책상의자에 앉자, 아르모니아가 내 옆에 서서 설명을 시작했다.
분명 CEO는 아르모니아인데,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비서처럼 행동했다.
“오시자마자 죄송하지만 의뢰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일단 어떤 식으로 의뢰를 진행할 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집무실처럼 내 책상 앞에 커다란 스크린이 띄워졌다.
“일단 의뢰인이 알려준 자료를 토대로 가야될 장소를 지정합니다. 그 후, 에넬을 이용해서 그 시대와 배경에 맞춰서 만들어낸 신분에 수호님의 정보를 넣고 강제로 주위와 동화시킵니다.”
“응? 뭐, 세뇌같은 걸 한다는 거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주인공과 가까운 인물이 될수록 필요한 에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걸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오케이.”
시부레넬.
아르모니아는 더 설명을 이어갔다.
“그 후, 그 장소로 전송시키고 저와 소통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서 에넬을 사용해서 주인공 여자의 마음을 얻으시면 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되는 거야?”
“네, 다만 한 가지 명심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응, 말해봐.”
“저희 수중에 있는 건 고작 2000 에넬입니다. 이것조차도 선수금으로 받은 에넬입니다. 첫 임무부터 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뭐랄까, 분명 아르모니아는 전혀 표정 변화가없지만, 죄송하다는 느낌을 풀풀 풍겨왔다.
“뭐, 애초에 힘들었다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가자~”
“저는 집무실에 들어서 준비를 마치고 워프실로 향하겠습니다.”
***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워.”
내 앞에 나타난 건 함장복으로 환복해 온 아르모니아였다.
하얀색 베이스에 검은색 무늬로 새겨진 함장모와 함장복.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였다.
내가 꼭 저거 입히고 하고 말겠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나는 힘차게 워프 케이스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색의 불빛이 감도는 원통 안.
[지금부터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와, 누가 보면 세상을 구하려고 출격하는 영웅인 줄 알겠다.
NTL-초호기 기동 체크 완료!
[목적지는 일루니아 대륙의 크렐 마을로 마을 주민은 1000 명정도로 추정됩니다.]
[수호님의 신분은 사막을 건너온 행상인입니다.]
[크렐 마을은 주인공이 태어난 마을로 현재는 영주의 지원 덕분에 영주권 귀족에 버금가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왕쪽 정보에 의하면 용사는 연인이 일체없는데, 전쟁 중에도 한달 내지 두달에한번씩 크렐 마을을 들른다고 합니다. 거리만 말을 타고 3주일이 걸리는 거리임에도 거리낌 없이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보가 크렐 마을에 연인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다만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가능성이 보이는 크렐마을에 있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얻어서 주인공의 마음을 흔들고, 마왕대항군을 약화시키는 게 이번 임무의 최대 목표입니다.]
[다행히 이번 의뢰에는 신분 위조가 불필요해서 초기 비용은 전송에 쓰이는 800에넬만 사용됩니다.]
[추후 정보가 들어오면 통신으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저에게 말씀하고 싶으시면 허공에 대화를 하시거나, 누가 있을 때는 속마음으로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 트루먼쇼 마냥 내 모든 것을 보는 거야? 좀 흥분되는군.”
[…혹여라도 저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의 속마음은 저에게 전송이 되지 않으니, 불편함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 편리한 텔레파시구만.”
[이번 의뢰가 저희 …N…TL 코퍼레이션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나는 웃음을 띠며 아르모니아를 봤다.
강철의 여인, 아르모니아의 마음을 살짝이나마 흔들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NTL 코퍼레이션, 역시 이름 잘 지었어.
아르모니아는 브리핑을 마치고 능숙하게 여러 명이 맡아야 할 기계를 혼자 조작하기 시작했다.
버튼만 몇백 개인데, 모든 것을 정확히 누르고, 끄고, 입력하고 무슨 닌자 분신술로도 못할 거 같은 그런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역시 개쩔어….
그리고 가동되는 워프.
내 눈앞에서 봐달라고 생쇼를 부리는 쫀드기들.
나는 이미 경험한 워프보다는 도착할 곳이 어딘지 살짝 두근거렸다.
마을 밖이려나? 아니면 마을 한복판? 키킥, 여탕이면 개 웃기겠네.
현실 여자는 관심 없지만, 야겜에서 일어나는 시츄에이션은 좋아한다.
팟!
“윽!”
갑작스러운 빛에 나는 팔로 눈을 가렸다.
뜨거운 열기, 이글거리는 아지랑이.
그래, 여기는….
사막이다.
***
나는 아랍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10초도 안 돼서 안면이 불타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통신을 통해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저… 아르모니아씨? 제 얼굴이 타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생긴 듯 싶습니다. 그곳은 분명 마을 근처 숲이어야 할 텐데….]
20초, 고스트 라이더 변신 씬으로 돌입할 거 같았다.
이히익~ 후아아악~ 히키하아악~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짜 침착함이 1도 들어가지 않았다.
“…시불, 이거 진짜 죽는 건가?”
이거 진짜 농담 아니라 죽겠는데?
뿅.
“으잉?”
갑작스럽게 나타난 파라솔과 물통.
[일단 제기 임의로 1 에넬을 사용해서 물과 무게감이 적은 파라솔을 만들었습니다.]
“와씨… 살았다.”
에넬님 당신이 주신 물맛, 잊지 않겠습니다.
꿀꺽꿀꺽.
“푸하….”
일단 폐가 존나게 뜨겁지만, 속에 찬물이 들어오니 살 거 같았다.
시불, 군대에서도 물 생각나는 건 하루 정도는 지나고 나서였는데.
[죄송합니다. 저의불찰입니다. 제 실수로.]
“휴우…. 어차피 정보는 의뢰인 쪽에서 받은 거라며?”
[…네.]
“그럼 됐어. 일단 이 상황을 좀 해결하자. 설마 다른 대륙으로 떨어지거나 한 건 아니지?”
그럼 진짜 좆되는 거다.
[그건 아닙니다. 지금 알아본바, 그 장소는 원래 마을 근처 숲이었지만 사막화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마을 또한 이동한 것 같습니다.]
“하긴 사막 위에서 살 수는 없은 노릇일 테니. 그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일단 동쪽으로 가면 됩니다. 최대한 빨리 정보를 찾아오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나도 죽기 싫으니까, 움직일까.”
[…정말 죄송합ㄴ]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을 잘랐다.
“사과하지마.”
[…네?]
“어차피 이미 시작한 일이고, 다음에 실수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건 괜찮네.”
후후후. 나중에 이걸로 괴롭히면서 섹스하면 재미있겠군.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니, 살짝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
2일이 지났다.
30분 걷는 것만으로도 40키로 행군과 맘먹는 고난이었다.
그걸 2일을 버텨냈다.
그리고 도착한 숲.
“…나 죽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거 같아서 어느 정도 그늘이 도착해서 그냥 들어 누워버렸다.
[수호님!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오는 게 사람이면 뭔 신경을 쓰겠냐.
훔칠 것도 없는데.
[수호니….]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여성.
“저…괘…요?”
목소리는 안 들리지만 내 첫사랑을 닮은 여성이 있었다.
내가 죽어서 마중 나와 준 거니?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필리아….”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
[수ㅎ..]
졸려….
[수호ㄴ..]
졸려….
[수호님!!]
“와우! 시발 깜작이야.”
놀란 나는 일어난 다음, 주위를 획획 둘러봤다.
“뭐야, 여기 어디야?”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 걱정했습니다.]
“아르모니아? 뭐야, 여기 어디야? 나 분명 사막 건너서 숲에 온 건 기억나는데.”
[숲에 들어가시자마자 기절하셨습니다. 다행히 마을 주민이 와서 구해줬습니다.]
“몬스터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네.”
용사와 마왕이 있는 세상이면 몬스터도 있겠지.
순간 여오크에게 역간 당하는 상상을 했다.
“…나도 제정신이 아닌가 보네.”
[네?]
“아냐, 그럼 설마 여기가 크렐?”
[네, 맞습니다. 크렐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조심은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응? 왜?”
[이곳은 촌장의 집인데, 촌장이 수호님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습니다.]
“….”
시불, 나 촌장한테 역간 당한겨?
[아마, 금전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생각됩니다.]
“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내 인생의 장르에 자칫 이종간이나 게이물이 추가되는 줄 알고 심장을 졸였다.
“아르모니아, 대충 상황 설명 좀 해줘.”
“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 뒤에 새로운 상황을 알려줬다.
[조디악 쪽의 대리자께서 사죄의 의미로 2000 에넬을 더 보내주셨습니다.”]
“에넬…. 좋아. 진짜 쩌는 녀석이더라.”
나는 사막을 횡단하면서 에넬의 위대함을 실로 경험했다.
필요하면 차가운 물이요, 텐트에 음식까지 만들어줬다.
사막을 건너오면서 사용한 에넬은 10.
에넬이 없었다면 불타면서 태양의 만세를 외치고 있었겠지.
그리고 우리가사막에 떨어진 이유 또한 설명해줬다.
원래 마왕군이 이곳 지형의 지도를 가진 것은 몇십 년 전.
즉 오랜 기간 지나면서 사막화가 된 거고 마을도 통째로 이주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뜩이나 마왕군은 대항군과 전쟁 중이기에 이런 변방에 마을을 체크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저벅, 저벅, 저벅.
[누군가가 오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노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생김새부터 그냥 촌장이라는 직함이 어울리는 그런 외모였다.
“괜찮은가?”
“네, 그런데 이곳은…?”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예의상 물어보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기는 크렐, 우리가 널 도왔다,감사한 줄 알아라, 주절주절.
그리고 예상치 못한 한마디.
“자, 이제 정신 차렸으면 마을을 떠나게.”
“네?”
“귓구멍에 장애가 있나? 쯧쯧,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구먼.”
그냥 되물은 것을 병신 취급부터 하고 보다니.
가슴으로부터 빡침이 끓어올랐다.
‘이 영감탱이가 뒤지고 싶나….’
[진정하시길 바랍니다. 촌장에게 대들어봤자 좋을 게 없습니다.]
‘나도 알아….’
일단 이 영감에 대해서 알아야겠다.
‘아르모니아, 저 영감기질 좀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내 속마음을 읽은 아르모니아는 내 눈앞에 촌장의 상태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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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헤른
직업 : 크렐 마을 촌장
-기질-
[금전욕], [강약약강], [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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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촌장이란 인간이 [도벽]이라니.
일단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금전욕].
‘아르모니아, 이 대륙에서 값어치 나가는 보석이 뭐가 있어?’
[크리스탈 진주라는 게 있습니다. 바다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보석인데, 이곳은 내륙이라 더욱더 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거 만드는 데 드는 에넬은?’
[983 에넬입니다.]
시불 존나 비싸네….
‘그거 짝퉁은?’
[모조품은 12 에넬입니다.]
‘그것 좀 만들어봐.’
뿅.
갑자기 내 손에서 주먹만 한 크리스탈 진주가 튀어나오자 촌장이 기겁했다.
“으잇, 깜짝이야. 뭐여!”
“크리스탈 진주라고 아십니까?”
“그, 그럼 알다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한동안만 지내게 부탁드립니다. 나갈때 하나 더 챙겨드리겠습니다.”
나는 촌장에게 무심한 표정으로 짝퉁을 건네줬다.
나를 보는 눈빛이 도대체 어디서 났나 싶을 거다.
아까 내 몸 뒤졌을 때는 한 푼도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그, 그런데 지금 이걸 어떻게 꺼낸 건가?”
“물건 보관 마법 같은 겁니다. 더는 알려드릴 수 없겠네요.”
“크, 크흠. 아, 알겠네. 사막을 건너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한동안 있어도 좋네.”
“저, 저기.”
촌장은 내 말을 무시하고 허겁지겁 방을 나갔다.
“…아씨, 나배고픈데. 밥 좀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