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1화 용사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 (1)
구축우주 사기업, 에넬 코퍼레이션.
그들이 하는 일은 우주 곳곳에 퍼진 주인공들을 색출하고 신의 대리자에게 정보를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주인공은 신의 자원인 에넬을 높은 순도와 많을 양을 뿜어냈고 주위에 일반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었다.
신의 대리자들은 에넬을 목적으로 주인공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해왔다.
신의 대리자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선의 성향의 성전과 악의 성향의 조디악.
하지만 어느 순간 성전과 조디악의 균형은 깨지고, 성전의 압도적인 시스템에 조디악은 재능인 영입뿐만 아니라, 유지할 힘조차 없어진다.
문제는 에넬 코퍼레이션의 최고의 수입원은 두 진영 간의 대립이었던 것이다.
망해가는에넬 코퍼레이션은 조사 중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한다.
주인공 중 조디악이 유리한 곳은 성전의 주인공들이 이성에게 관심받지 못해서 절망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성을 빼앗겼을 때의 절망감은 그들을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 급의 패배자로 만들기까지 했다.
서서히 망해가는 에넬 코퍼레이션의 CEO는 최후의 도박을 한다.
남은 에넬을 전부 신에게 바쳐서 원하는 인재를 영입.
사귄 여자 횟수 7,568명.
애정도 없이 성교한 여성의 숫자 25,748명.
모진 수모를 당해도 모든 여자가 이 남자에게 넘어왔다.
“당신만이 저희의 희망입니다!”
에넬 코퍼레이션 CEO는 소환한 남자에게모든 것을 설명하고 고개 숙이며 부탁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남자.
“그게…. 내가 그 정도 여자랑 한 건 맞긴 한데…. 좀 다른데….”
“…어떤 게 다르다는 거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잔 건컴퓨터 속 2D 캐릭터들이거든….”
왜 이런 상황인지 이해 안 가지?
10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0분 전-
한 남자가 핸드폰으로 전송된 영상을 보면서 격한 자위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 속에서는 남녀의 목소리가 출력됐다.
[자! 니가 누구지? 카메라 보면서 제대로 말해봐!]
[하앙… 저는… 하아앙, 금태님의… 히끄윽, 전용, 오나, 하으윽, 홀, 입니닷!]
내용은 뒷치기를 당하는 여자의 동영상.
[하아, 크으. 존나 조이네. 자, 남친한테 감상평 말해줘.]
[하앙, 하앙. 최고야! 하읏! 내 처녀를, 흐읏! 먹어준 하아,하아. 자지! 최고얏! 하으읏!]
[크윽, 싼다!]
[히으윽!]
여자의 고개가 떨어지고 몇 번의 경련이 일어난 뒤, 그녀는 아래로 고꾸라졌다.
기절한 여자를 두고 카메라를 든 불량해 보이는 남자가 배실배실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니 덕분에 아주 자알~ 먹었다.]
그 말과 함께 영상이 끝났다.
[하아…하아… 성희야…. 사랑해….]
폐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이미 더러운 휴대폰을 향해 정액을 발사하면서 화면은 회색으로물들었다.
-fin-
“킥킥, 병신 같은 녀석. 보면 볼수록 웃기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자위하는 남자를 비웃었다.
혹시나 말하는데, 저 찌질한 놈 나 아냐.
내 이름은 성수호.
지금 게임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다.
지금 회색 화면은 현실이 아니다.
게임.
그것도 야한 게임.
줄여서 야겜이었다.
시점만 보면 남주가 자기 여친이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걸 보면서 정신병 걸린 녀석마냥 자위만 하는 게임 같지만, 전혀 다르다.
이건 마지막장면에 불과하고, 모든 내용은 저 금태라는 녀석이 잘나가는 남자의 예쁜 여친을 조교로 타락시키는 내용이다.
회색 화면 안에 폐인 모습으로 자위하는 새끼는 원래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인기남이었다.
주위의 선배, 후배, 인턴 모든 여자가 다 달라붙어서 꼬시려고 하는 인기남.
누가 봐도 주인공 같아 보이는 놈이다.
그중에 제일 호감 가는 동기와 사귀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게임은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한 양금태.
양금태는 인기남의 주위 여자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인턴부터 시작해서 인기남의 후배, 선배를 먹고 결국 마지막에는 동기까지 먹는 내용이다.
그리고 인기남에게 그동안 먹은 여자들의 동영상을 보내주면서 멘탈을 한국산 미세먼지로 만들어주는 야겜.
전형적인 NTL 게임.
지겹도록 봐온 클리셰.
그럼에도 나는!
“9.1점! 역시 클리셰는 옳지.”
어디서 봤던 거 같은 스토리, 어디서 봤던 거 같은 조교, 어디서 봤던 거 같은 병신같이 네토라레 당하는 남자.
그리고.
어디서 봤던 거 같은 게임 속 ‘진짜’ 주인공, 양금태.
“하하하. 해도 해도 질리지 않아. 역시 마지막 장면은 저렇게 찌질하게 만드는 게 최고지. 제작자가 뭘 좀 아네.”
또 하나의 야겜을 클리어했다.
내가 이번 주에 구입한 야겜은 37개.
아직 20개의 게임이 남았다.
하지만 평점 9.1점은 흔치 않았다.
“이대로 넘어갈 작품이 아니지. 아무리 훌륭해도 플레이는 한번…. 더는 성희를 볼 일은 없겠지.”
10점이 되는 게임이 아닌 한 내 인생에 두 번의 플레이는 없다.
그런 10점의 히로인을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양금태에게 빙의해야 할 시간.
하루에 한 번 이뤄지는 숭고한 작업을 하기 위해 나는 바지를 벗었다.
“자, 그럼…. 어? 어어?!”
갑자기 눈앞에 형형색색의 쫀드기들이 내 시야를 온통 차지하고는 춤추는 풍선처럼 웨이브를 하기 시작했다.
맛있겠다. 내가 이래 봬도 할배 입맛이라 쫀드기를좋아한다.
아, 그게 아니지. 일단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내가 있던 방은 사라지고 쫀드기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뿐이었다.
“이거 혹시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 아냐!?”
흥분된 나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플레이했던 게임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이세계 갈색 머리 내국인’? 아니면 ‘표절물 속으로’? 아, ‘게임 속 회귀자를 따먹음’도 명작인데.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시.
“아, 씨불. 혹시 금방 전, 찌질한 새끼한테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미친, 그럼 자살각인데.”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당신만이 저희의 희망입니다!”
개쩌는 미녀가 내 우람한 물건을 보면서 ‘희망!’이라고 외쳤다.
-다시 현재-
은발의 미녀.
내가 인생을 살면서 현실 여자에게 이런 평가를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나는 현실 여자에게 ‘미녀’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정도로 예쁘다.
키는 160정도에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가슴은 C컵에 바지에 가려진 다리도 매력적으로 쫙 뻗어 있었다.
나는 정장파가 아니지만, 엄청난 몸매와 아름다운 미모가 나의 취향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나는 이제 정장파다!
그런 예쁜 여자가 나의 2D 경력을 듣고 나서 고개 숙이고 침묵했다.
내 물건 보나?
바지를 벗은 채 뻘쭘했던 나는 주절주절 말했다.
“뭐, 일단 말해준 건 다 이해하겠는데. 내 여자 경력이 2D 한정이라.”
“….”
나는 침묵하는 여자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바지가 필요하다.
은발 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아까와 같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당신이 뽑힌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
나도 부탁하고 싶다, 바지를 달라고.
나는 일단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남은 야겜 20개. 여자 진짜 이쁘네. 바지 입고 싶다. 등등….
그런데 일단 들어보면 내가 플레이하던 게임을 현실에서해달라는 거잖아?
현실 여자 별론데….
아니.
한 명 빼고.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말씀해주세요. 가능한 한 모두 수용하겠습니다.”
“너랑 하고 싶어.”
“알겠습니다.”
“….”
님, 너무 빠른 거 아님?
뭔가 갑자기 팍 식어버렸다.
하지만 내 우람한 물건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움찔움찔. (XX : 대박!)
그래, 형이 니 마음은 알겠는데. 좀 얌전히 있어.
부르르릉. (XX : 출격! 그렌라X! 너의 물건은 우주를 뚫어버릴 드릴이다!)
닥쳐, 미친놈아.
그러나 무표정의 여자는 옷을 벗는 게 아닌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당신에게 들어간 에넬의 열 배를 벌어 주신다면 제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수익만 내주신다면 노예로 부리셔도 좋습니다.”
“….”
역시 그냥은 재미없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여자가 다리를 벌리는 게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임이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뭐든지 하려는 여자.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소중한 것마저 내게 바치고 헐떡이는 여자.
그런 여자가 있는 게임, 그거야말로 내게 최고의 게임이다.
이건….
“오케이, 콜!”
게임이다!
***
은발의 미녀는 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가서 미처 하지 못했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비록 나는 아직 바지를 못 입었지만.
“저는 이곳 키보토스의 함장이자, 에넬 코퍼레이션의 CEO를 맡고 있는 아르모니아입니다.”
“엄청난 직함이네. 그런데 오는 내내 부하들은 안 보이네?”
“직원이 저 한 명입니다.”
“….”
직원 1명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워프 함선 키보토스라는 곳이고, 에넬 코퍼레이션의 본진이라고 설명해줬다.
에넬 코퍼레이션은 에넬을 이용해서 더 큰 에넬을 벌어들이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에넬의 주 수입처에 문제가 생겼고, 긴 세월 적자를 유지하면서 결국 파산으로 향하는 문턱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원래 저희는 주인공들을 탐색, 발견해서 신의 대리자 단체에 정보를 파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주인공 그러는데. 얼마나 대단하면 그런 표현을 쓰는 거야?”
“주인공이라는 건 신의 대리자들이 부르는 표현일 뿐입니다. 신의 대리자는 주인공에게 명령하고 플레이를 하는 것이죠.”
심즈 같은 건가?
아르모니아의 말을 들어보면 주인공의 종류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어떤 곳은 판타지 배경에 용사, 마왕도 있고.
어떤 곳은 사이버 펑크 시대로 천재 기술자, 미치광이 과학자도 있고.
어떤 곳은 심즈처럼 내가 살던 현대배경에 천재 예술가, 미치광이 테러리스트도 있다고 한다.
“그런 간택을 받을 수 있는 주인공들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행성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하죠. 이해하기 쉽게 엄청난 재능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진짜 대단한 거네.”
“주인공은 정해져 있고, 다만 그들을 누가 간택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먼저 선점하는 쪽이 그 행성을 본인의 소유로 만든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리고 행성에 있는 존재들에게 에넬이라는 걸 뽑아내는 거고?”
“네,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설명은 에넬을 위해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르모니아는 에넬을 ‘신의 재화’라고 말했다.
비유가 아니다.
진짜 ‘신이 쓰는 재화’였다.
“신의 대리자들은 에넬을 모아서 신께 일정 부분 바치고 이 우주를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그럼 에넬 코퍼레이션은?”
“에넬 코퍼레이션은 신의 허락을 받은 우주 사기업으로 바치는 에넬의 비율이 대리자들보다 훨씬 많은 대신에 자유로운 운영을 허락받은 단체입니다.”
결국 에넬을 모으는 게 핵심 목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넬을 모으는 방법은 주인공의 멘탈을 박살 내는 거고?”
“네, 행성에 있는 조디악 쪽 주인공이 활약할 수 있게 채택한 방식이 지금 수호 님이 말씀하신 그 방식입니다.”
“그럼 성전이랑 싸우게 되는 거 아냐? 거기 장난 아니라며?”
“일단 성전은 지금 저희가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 할 것입니다. 아니면 정말 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들키면 귀찮겠네?”
솔직히 걱정이 드네. 존나 강하다잖아.
블랙홀 포 같은 거 맞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껌 되는 거 아냐?
“아뇨,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왜?”
“저희는 어디까지나 중립. 성전이든, 조디악이든 애초에 저희와 거래를 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성전이 개인적인 원한으로 저희를 공격한다? 신께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다행히 나는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거네.
아르모니아는 갑자기 허공에 글자들을 띄웠다.
와우, 미래 기술 쩌네.
그런데 그 허공에 내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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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성수호
-기질-
[침착함], [도발의 제왕], [유연한 대처], [타락 욕구], [소시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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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상태창.”
“네?”
“아냐, 혼잣말 한 거야. 이거 보니까. 내 설정 같은 거야?”
“네, 맞습니다. 아까 갑작스러운 소환에도 침착하게 대처하신 건 저 [침착함]이라는 기질 덕분이군요.”
내가 인생 살면서 쉽게 놓치지 않는 게 침착함이다.
딸치는 도중에 가족이 들이닥쳐도 유연하게 사정하는 나란 남자.
그런데….
“아니, 내가 소시오패스라고?”
“기질에 적혀 있는 정보이니 확실합니다.”
“….”
왠지 반박은 못 하겠지만, 납득 불가.
내가 소시오패스라니, 겨우 남의 여자 먹어서 멘탈 깨트리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사는 인간이 소시오패스일 리가 없잖아.
…맞나?
“이걸 보여드린 이유는 이제부터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지상에 내려가게 될 겁니다. 그곳에서 다른 인물들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그건 진짜 편하겠네.”
“다만, 에넬이 필요합니다.”
“그놈의 에넬….”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에넬은 만능입니다. 임무 중에 유용한 기질을 작성한다든지, 그곳에 통용되는 화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게 가능합니다. 충분하다면 말이죠.”
“결국 에넬이구만, 뭘….”
기승에넬.
결론, 에넬은 드럽게 중요하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니, 난이도가 점점 낮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까는 우주다, 신의 대리자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너무멀게 느껴졌는데, 이런저런 기능에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할만한 난이도라고 느껴졌다.
“저는 성심성의껏 수호님의 보좌를 맡겠습니다. 계약에 적혀 있는 저의 몸을 제외하고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아, 그럼 나 원하는 거 하나 있는데.”
“말씀해주십쇼.”
“에넬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은 너무 심심해서, 여기 이름 바꾸는 거 가능해?”
“네, 가능합니다.”
오, 설마 이렇게 바로 승낙할 줄이야.
정말 대단하다. 저런 것도 철저한 계산에서 나오는 즉답이겠지?
“기업명을 말씀하시면 그대로 바꿔서 활동하겠습니다.”
“아, 기업명은.”
“NTL 코퍼레이션. 어때?”
“….”
무표정의 아르모니아는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쭈글쭈글. (XX :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