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77화 (17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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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byss, Aquarium

……니, 언니.

언니!

유예린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흐린 시야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눈을 깜빡였다. 안구가 뻑뻑해서 잠시 고개를 흔들었다. 아침인가, 주위가 밝았다. 억지로 하품하자 눈가에 습기가 차오르며 이내 시야가 선명해졌다. 물기를 닦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응…… 유솔아."

아침이다.

그제야 유예린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유솔아."

"언니, 벌써 시작했어요. 밖이에요."

클랜원 한 명이 뛰쳐나가고 있었다. 몸을 일으켰다. 막 일어나 피가 몰리며 다리가 휘청했지만, 이미 머리는 각성상태였다. 전투의 예감이 그녀를 긴장시켰다. 어떻게 된 거지. 걸음을 옮기며 유솔을 쳐다보았다.

"송하 언니가 푸른방에 있던 사람들 몇 명 먼저 쳤어요. 그래서 나머지도 나와가지고 지금……."

유예린이 머리를 돌렸다. 강한 친구들은 대개 다 함께 움직이지만 이따금 소수만 어울릴 때도 있었다. 푸른방에 몇만 있는 걸 놓치지 않고 박송하가 쳐서, 인원을 줄이고 전투를 개시한 걸까. 입구에 도달해 문을 열어제끼려던 유예린이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언니……?"

"아, 가져올 게 있어서."

유예린이 허둥지둥 침대로 돌아갔다. 먼저 입구로 나선 유솔이 언니, 빨리요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녀의 가슴이 뛰었다.

나무로 된 이층 침대의 일층, 하얀 시트와 이불이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가 베개를 휙 뒤집었다.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

없었다.

유예린이 침대를 이리저리 흔들고 뒤집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헝클어진 이불을 들어 흔들었다. 시트를 뒤적이다가 매트리스를 들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쭈그려서 침대 아래를 살폈다.

"언니……?"

"아, 그, 유솔아."

유예린이 황망하게 두리번거렸다. 옆 자리 침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안 나오자 위층 침대까지 뒤집었다.

"너 그거 못봤니?"

"네? 어떤……."

"그러니까 그거…… 그……."

유예린이 말을 맺지 못하며 일대의 침대를 모두 뒤집어 엎었다. 이불을 던지고 베개를 털었지만 먼지뿐이었다.

"내 마력석……."

유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박송하의 주먹이 한 여인의 복부에 꽂혔다.

"꺄흑! 윽……."

그녀가 배를 부여잡고 무릎 꿇었다. 곧바로 따귀를 갈겼다. 여인은 허물어졌다.

"아악!"

"유예린 이 기집애는 뭐하는 거야?"

박송하가 씩 웃었다.

마력등이 밝자마자 그녀는 바깥 동태를 살폈다. 아침부터 푸른방을 방문한 강한 친구들의 멤버들이 있었다. 드물게도 소수였다. 나머지는 아직도 침실에서 곯아 떨어졌는지 네 명의 여인들만 빵을 연성하고 있었다. 그들을 먼저 제거하면 인원 차이는 현격해진다. 무투계는 단 한 명. 박송하는 자신의 클랜원들을 이끌고 그들을 급습했다.

선봉은 박송하였다. 오히려 그녀 혼자로도 충분했다. 새처럼 날아 급소를 쏘자 여인들은 허물어져 억억거렸고, 무투계로 추정되는 한 명이 저항했지만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다. 기습으로 넷을 없앴다. 인원차는 현격해질 것이다.

소란을 감지한 강한 친구들 클랜의 침실이 열렸고, 모두 우르르 나왔다. 강한 친구들 클랜원들이 늘어서서 박송하와 무리를 노려보았다. 그녀들 뒤로 나른하게 걸어나오는 최화영이 보였다.

"뭐하는 짓이니, 송하야?"

"싸움."

최화영은 잠이 덜깬 듯 반쯤 감긴 눈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댓바람에 무슨 짓이야, 정말."

"언제까지 여유부릴 거야?"

박송하가 자신의 밑에 널부러진 강한 친구들 멤버 하나를 걷어찼다.

"네 왕자님 없어. 그냥 좀 맞고 조용히 살면 돼."

"어쩜 이렇게 단순할까."

"여유있는 척 말고, 썅년아."

박송하의 말에 최화영은 웃었고, 도수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프로겐 멤버 다섯과 강한 친구들 여덟이 공동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소리에 깬 운무 신세기의 세 명도 합류해서 여덟과 여덟의 싸움, 여기에 쥬피썬더가 함께한다면 열 넷과 여덟의 싸움이었다.

압도적인 인원 차이. 그리고 박송하와 지하은이라는 강력한 싸움꾼들의 존재. 유하린만 등장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박송하가 씩 웃었다.

"유하린은 왜 안 나와?"

"글세요……."

쥬피썬더도 한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침실 밖으로 나온 멤버들은 이야기한 대로 박송하 주위에 함께 섰다. 세 클랜의 연합이 승기를 잡았다.

최화영 곁에서 도수진이 걸어나왔다. 곁의 여인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는 엄청난 위압감이다. 단단하고 늘씬한 몸매에는 단단한 근육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박송하에게 턱짓했다.

"나와. 언니한테 욕했으니 맞자."

"하, 언니한테 반말도 찍찍 갈기고 도수진 많이 컸네?"

"키는 원래 한참 컸잖아 꼬맹아."

박송하가 경쾌하게 걸어나오며 최화영에게 말했다.

"어이, 너 마력석 쓰지 마라. 쓰면 죽는다."

"그럼 이길 거라고 생각하니?"

"하핫, 곧 알겠지. 대신 마력석 쓰지 마. 쓰면 너 말고 얘를 진짜 반죽여버린다."

그리고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오랜만에 재밌겠는데?"

시야 가장자리에서 유예린이 걸어나오는 게 보였다. 유예린도 합류했으니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입가에 웃음이 배어나왔다.

도수진, 키가 큰 무에타이 기반의 파이터, 피지컬이 우수하지만 체중은 가벼운 편이다. 안으로 파고들어서 눕히면 게임오버. 어디를 부러뜨려줄까, 그녀의 낭창한 팔다리를 하나하나 훑으며 박송하는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일단, 선제공격.

박송하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뛰쳐나갔다.

도수진은 주먹으로 거리를 벌리려 할 것이다. 일단 위빙으로 피하며 균형을 흐트리자. 박송하가 머리를 흔들며 도수진을 현혹했다. 그녀의 어깨가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잽이겠지, 박송하는 고개를 뒤틀면서 궤도를 역으로 파고드는 카운터 훅을 날리려 했다.

그리고 퍼억.

위아래가 반전했다.

모래가 흩어지며 눈앞이 흐리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땅바닥이다. 무릎을 굽히고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애써 팔로 상체를 지탱하며 비칠거렸다. 다리가 풀렸다.

보이지 않았다. 뭘 맞은 거지. 파고드는 순간 도수진의 어깨가 흔들렸고, 이후 기억이 사라졌다. 해머에 맞은 것 같다. 이가 흔들렸다.

아, 지금 싸움중인데.

박송하가 고개를 들었다. 도수진이 한참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그늘 때문에 역광이어서 표정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그녀의 다리가 들렸고, 자신을 향해 발이 내리꽂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퍼억, 퍽

"아흑! 악!"

박송하가 머리를 감싸고 몸을 보호했다. 이것은 투기 스포츠가 아니라 실전이다. 도수진은 싸커킥으로 박송하의 배를 찼고, 그녀가 꺽꺽거리자 다시 발등으로 그녀의 얼굴을 갈겼다. 코가 깨져 코피가 줄줄 흘렀고 입은 다 터져 토하듯 피를 흘러내렸다.

"어윽, 어어……."

유예린, 유예린은 뭐하는 거야.

박송하는 자신을 파운딩하는 도수진의 체중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눈을 들었다.

유예린의 황망한 표정이 보였다.

아, 씨발 왜 그런 표정이야. 빨리 얘 치우고 최화영 잡아야 하는데, 그런데.

주먹이 날아들었다. 턱에 제대로 꽂혔다. 머리가 울리고 몸이 멋대로 뒤흔들렸다. 뇌가 충격을 받아 몸이 경련하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수진은 그 꼴을 보고도 멈추지 않고 박송하의 얼굴을 때렸다. 예쁘장하던 얼굴은 온통 멍과 피투성이로 검붉게 물들었다.

보다 못한 아프로겐 클랜에서 끼어들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다. 박송하의 배에서 일어난 도수진이 이들을 모두 일방적으로 구타했다. 몸놀림은 바람처럼 가볍고, 파괴력은 쇳덩이 같았다.

바닥에 허물어져 꿈틀대면서, 박송하가 눈을 들어 최화영을 보았다.

그녀는 마력석을 쥐고서 웃고 있었다. 마력석은 분명 하나다. 하지만 지금 도수진의 전투력은 마력석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클랜원들의 비명소리가 귓전에 희미하다.

유예린 이 씨발년은 뭐하는 거야. 박송하가 다시 눈을 돌렸다. 유예린은 입을 가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설마.

설마 저 병신 같은 년이.

생각을 잇기도 전에 박송하의 머리채가 잡아끌려 목이 꺾였다.

"커흑!"

"무슨 깡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굴었어, 박송하?"

"아흑, 그, 그만……."

도수진이 박송하의 허리를 밟고 머리채를 쥐어당겼다. 머리가 뜯기고 허리가 꺾이는 고통에 신음하는 박송하의 입가로 침이 흘러내렸다.

빡!

도수진이 박송하의 뒷통수를 갈겼다. 박송하가 널부러졌다. 그녀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화영 언니한테 뭐라고 했어?"

"……끄윽……."

"꿇어."

도수진이 씩 웃으며 박송하의 얼굴을 밟고 발바닥으로 부비적거렸다.

"일어나서 꿇으라고. 썅년아."

그리고는 다시 박송하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배를 때리고, 젖가슴을 발로 차고, 관절기를 걸어 그녀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꺾으며 킬킬거렸다.

박송하는 만신창이가 되어 알몸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얼굴은 엉망이었다. 피와 눈물, 타액이 뒤섞여 부어올랐다.

압도적인 폭력이다.

강한 친구들 쪽에서는 환호와 비웃음이 터졌고, 반대편은 얼어붙었다.

도수진이 씩 웃으며 몸을 돌려 널부러진 아프로겐 클랜 너머 쥬피썬더와 운무 신세기를 향했다. 주먹진 손을 펼쳐보였다.

마력석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

모두의 시선이 유예린을 향했다. 그녀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떻게…… 그걸……."

상황을 이해한 지하은이 박지나와 클랜원을 이끌고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며 킥킥거리던 도수진의 눈이 이제 쥬피썬더를 향했다.

"뭐…… 아프로겐 애들이 갑자기 돌아버렸는지 우리 애들을 쳤는데…… 너희는 뭐 할 말이라도?"

"……."

"없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수진이 킥, 하고 웃으며 유예린에게 말했다.

"예린 언니."

"……."

"뭐, 싸울 거에요? 아니죠?"

"……."

"대답 안 하면 아프로겐이랑 한통속으로 봐도 되는 거죠?"

"아…… 니야."

"잘 안 들리는데. 그러니까 아프로겐이랑 관계 없죠?"

유예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없어."

"좋아요."

도수진이 몸을 돌려 최화영에게 말했다.

"언니, 이년은 어떻게 할까요?"

"이유 없이 우리 애기들 쳤잖니."

최화영이 걸어나왔다. 이곳 지하에 떨어진 이래 최고로 생기 넘치는 얼굴로, 화사한 장미처럼 웃었다.

"수진이 너가 알아서 처벌해."

널부러져 있던 박송하가 몸을 떨었다.

도수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송하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켰다. 그녀가 다시 주먹 쥐는 모습에 박송하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일어나. 계속해야지?"

"져, 졌어……."

"뭐?"

"내가 져, 졌으니까, 그만……."

"풋, 푸하핫."

도수진이 웃었고, 강한 친구들 클랜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박송하가 눈을 질끈 감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물기가 배어나왔다.

"까고 있네."

도수진이 킥을 꽂으려는 듯 다리를 들어올리자, 박송하가 반사적으로 허우적거리며 엉거주춤 몸을 움츠렸다. 공포에 굴복한 몸짓이었다.

"하."

그 처참한 몰골에 도수진이 다리를 내렸다. 박송하가 추락한 모습에 아프로겐 클랜원들은 울고 있었다.

"언니 앞에 꿇어."

"……."

박송하가 머뭇거리자 도수진이 주먹으로 그녀의 복부를 찔렀다.

"커헉!"

박송하가 꺽꺽거리며 헛구역질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눈이 돌아간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한동안을 벌벌 떨었다.

"자, 다시 말하지. 꿇어."

도수진이 짐짓 주먹을 쥐자 박송하가 허겁지겁 무릎을 꿇었다.

"나 말고, 저쪽. 언니한테."

다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비참한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유예린은 침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어디 가니?"

나른한 목소리가 유예린을 붙잡았다.

"이건 일종의 본보기니까…… 모두 끝까지 보도록 해. 혹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잖니?"

최화영이 특유의 살랑거리는 걸음으로 박송하 앞에 섰다. 박송하는 무릎 꿇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곁에 선 도수진이 그녀의 뒷머리를 발로 밟아 이마를 바닥에 찧게 했다.

"아흑!"

"공손하게. 죄송합니다."

"으흑…… 죄…… 죄송……."

박송하의 비참한 모습을 아프로겐, 쥬피썬더, 운무 신세기 모두 보고 있었다.

뒤에 선 그녀들로서는 무릎 꿇고 조아리느라 치켜올라간 박송하의 엉덩이 사이로 그녀의 꽉 다물린 항문과 비처, 터럭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박송하의 굴복은 그 굴욕적인 자세와 어우러져 형용할 수 없는 모멸감을 모두에게 전이시켰다.

"흐응……."

최화영이 나른한 눈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정도로 용서해줄까……?"

공터에 있는 모든 여인들의 시선은 최화영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듯 흐트러짐 없는 우아한 몸짓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도수진이 박송하를 밟고 있던 발을 치웠다.

"송하야."

"……."

"고개 들어. 송하야."

박송하가 고개를 들었다. 엉망인 얼굴, 눈에는 공포와 굴복이 서려 있었다. 호쾌하고 시원하던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이 아프니. 용서해줄게. 이거 먹어."

최화영이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고기였다. 새로 열린 노란방의 갱도를 파 얻을 수 있는 고기로 싱싱한 1++급 횡성 한우였다. 잘 구워진 채였다.

최화영이 박송하의 입가에 고개를 갖다댔다.

"먹어. 응?"

박송하가 머뭇거렸으나 도수진이 그녀의 엉덩이를 툭 찼고, 그제야 입을 벌려 고기를 입에 물었다.

입가가 엉망이라 씹어삼키는 것으로도 고통스러워 박송하는 씹고 멈추고를 반복하다 그냥 삼켰다.

"맛있지?"

"……."

"빵만 먹다가 이거 먹으니까 너무 맛있지. 처음 먹었을 때 우린 정말 감동했지 뭐야."

최화영이 몸을 일으켰다.

"아프로겐이 우리 애들 친 건 실수한 거니까 용서해줄게. 그리고 앞으로 잘 어울리자는 의미로……."

그녀가 걸어나왔다.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강한 친구들은 이제 아프로겐이랑 협력할 거야. 우리가 빵을 줄 테니까, 아프로겐 애들은 노란방에서 고기 캐는 걸로. 분업 좋지?"

"……."

"송하가 이미 고기도 먹었으니까 협정 체결로 치고, 앞으로 잘해보자. 송하야."

유예린 앞에 선 최화영이 싱긋 웃었다.

*

지하 18층 아쿠아리움을 모니터링하는 방에서 두 남녀가 속삭이고 있었다.

"주인님 커졌네. 저렇게 성격 나쁜 여자가 좋다는 거지?"

"누나가 그런 말 하니까 웃겨."

"흥."

금발벽안의 초미녀, 예브게냐가 눈을 샐쭉히 뜨며 수현의 뺨에 키스했다.

"이렇게 되면 흡혈귀랑 내기에서 주인님이 이긴 거네……?"

"그렇지."

"후후. 걔는 질 거 알면서 골랐을 걸?"

본성은 마조야, 마조. 하면서 수현의 귓가에 속삭이며 혀로 날름, 수현의 귀를 핥았다.

예브게냐는 알몸으로 수현의 허벅지에 자신의 가랑이를 끼운 채 앉아 여기저기 키스하며 허리를 움직여 자신의 꽃잎을 적시고 있었다. 수현 또한 예브게냐의 가슴을 이리저리 주무르며 마주 혀를 내밀어 끈적하게 키스를 주고받았다.

쪽, 하고 입을 뗀 예브게냐가 배시시, 수현에게만 보이는 얌전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요새 다시 만났다는 그 선생이랑은 어떻게 돼 가?"

"응, 그건……."

"아흣……."

수현의 손가락이 예브게냐의 항문을 파고들었다.

"여기다 세 번 싼 후에 알려줄게."

"어머, 나 죽일 셈이야?"

예브게냐가 깔깔 웃으며 수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뜨겁게 얽히는 두 남녀의 어깨 너머 아쿠아리움, 그곳에서는 새로운 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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