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6 / 0180 ----------------------------------------------
2-6. Life's a bitch
"어, 너 오랜만이다?"
"……."
인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 오랜만에 학교 와서 무게 잡네. 쌩까냐? 돌았냐?"
일진 행세를 하는 남학생이 인후의 뒷통수를 때리고 지나갔다. 인후는 말없이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다 책상에 엎드렸다.
별 것도 아닌 새끼가.
인후가 뇌까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몇 마디 읊조리기만 하면 피떡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 하찮은 놈이었는데. 이제는 다시 아무 힘 없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저런 양아치의 주먹질 몇 번을 이길 수 없다. 슬프다.
"무슨 일 있었냐?"
그나마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연태가 다가왔다. 인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닥터드레는? 너 목에 헤드폰 없는 거 처음 보는데."
"이제 지겨워서."
인후가 어깨를 으쓱했다.
"애들 장난 그만 해야지. 랩은 무슨."
"진짜냐? 힙합 졸업했냐?"
"그래. 나 매점 간다."
인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태가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꿈 같은 시간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랩을 하면, 말하는 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술과 섹스, 마약에 취해 약탈하고 강간했다. 미국 하렘가 허슬러들조차 넘볼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오자 모든 게 덧없어졌다. 랩 같은 거 이제 지겹다.
이제 열심히 듣고 지껄여봐야, 그냥 허공에 흩어지는 말에 불과하다. 그 안에는 어떤 힘도 없었다. 잠시 귀에 들렸다 없어지는, 일었다 지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한때 자신이 하는 랩은 힘이자 언령이었으나, 현실로 되돌아오니 여전히 자신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어이. 힙찔이."
"연지야."
김연지였다. 여전히 예쁘다. 자신 같은 존재감 없는 녀석과는 어울리지 않는 몸매와 미모였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달랐겠지만.
"며칠 결석했다며? 뭐했어?"
"그냥."
"오, 자아찾기 여행이라도 했냐? 힙찔이?"
그리고 깔깔 웃었다.
"……."
"근데 헤드폰 없네? 힙찔이 졸업했냐?"
"힙찔이라고 하지 마라."
"어?"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어…… 삐졌어?"
인후는 그냥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인후의 뒷통수를 때렸다.
"이 새끼 괜한 데 화풀이하네."
아까 그의 머리를 쳤던 일진이었다.
"연지한테 왜 지랄이야?"
김연지가 남학생의 가슴을 쳤다.
"야, 박정진. 애를 왜 때려."
"너한테 지랄하는 거 보이는데."
"잠깐 정신 나갔나보지. 근데 왜 니가 그래."
"내 맘이다. 됐고 너 바나나 우유 빨리 사. 전에 갚는다며."
"쪼잔하게. 그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냐?"
"날로 먹으려고 하네. 김연지, 죽을래?"
"야, 간지러, 야!"
"빨리 바나나 우유 사라."
"더러워서 사준다."
박정진이 연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고, 그녀는 깔깔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이내 둘은 티격태격하며 매점으로 종종 걸어갔다.
그 자리에 혼자 남겨진 인후는 우두망찰해서 온몸 가득 더러운 기분을 곱씹었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모든 게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간 것뿐이다. 애초에 랩을 한다고 힘이 생기고, 그걸로 여자를 강간하고 하는 게 정상이 아니지. 이게 맞지. 그렇게 생각하려 했는데 인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황인후. 이따 교무실로 와. 이야기 좀 하자."
지나가던 인후의 담임, 예지윤이 말했다.
"네."
아름다운 여성이다. 자신이 힘이 있을 때였다면 예지윤도 자신이 취할 수 있었을 텐데. 모두가 동경하는 선생님도 박아줄 수 있었는데.
황인후는 자리로 돌아왔다.
"야. 힙찔이. 너 오늘따라 존나 띠껍다."
아까의 일진이 바나나 우유를 들고 빨대를 입에 문 채 다가왔다.
인후가 툭 내뱉었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푸핫, 하고 일진이 웃었다. 녀석과 함께 있던 같은 무리 녀석들도 어이 없다는 듯 낄낄거렸다. 주위를 향해 얼마나 황당한 기분인지 몇 마디 주워섬기던 녀석이 돌연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이 씹새끼가 감을 잃었네."
퍼억 퍼억
"죽을래 그냥?"
아프다. 이빨이 덜렁거렸다. 인후도 벌떡 일어나 허우적거리며 대응했지만 녀석은 싸움으로 다져진 일진이었다.
"웃기네. 병신아 오늘 제대로 맞자."
녀석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는 발로 마구 밟았다. 인후는 몸을 웅크리며 필사적으로 얻어맞는 면적을 줄이려고 했지만, 녀석은 쉬지 않고 빈틈을 걷어찼다. 코피가 터지고 복부를 가격당했다. 명치를 맞아 숨도 쉬기 어려운데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후. 새끼야 까불지 마라. 알았냐?"
바닥에 웅크려 꿈틀대는 인후의 머리 위에서 녀석이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연지한테 지랄하면 죽는다."
녀석의 말에 주위 녀석들이 오…… 사랑꾼……! 멋있다 박정진, 따위로 호응했다. 그런가. 인후는 엉망인 몸을 추스리며 생각했다. 하긴, 연지는 예쁘니까, 이렇게 싸움 잘하고 반반하게 생긴 놈들이 랑 맺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녀석들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인후는 터진 입술을 슥 닦았다.
병신 같은 인생.
점심 시간이 끝나고, 인후는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휴대폰이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한동안 길거리를 헤맸다.
하릴 없이 길을 걷기도 하고, 놀이터에 앉아 그네를 타거나, 피씨방에서 게임도 해봤다. 그러나 재미 없었다. 낡은 구멍가게에서 담배도 한 갑 사서 피워보았다. 유종이 녀석이 피워보래서 입에 댔다가 콜록거리고 다시 하지 않았던 물건이다. 맛은 없었다.
강변 벤치에 앉아 멍하게 있었다.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강유종이 말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뭐라도 입에 물고 싶었다.
운무 징기스칸에 있을 때가 그리웠다.
말하는 게 현실이 되던 그 힘이 그리웠다.
"야, 저 새끼 담배 피고 있는 거냐?"
"미쳤네."
"힙찔이 씨발아!"
박정진이었다. 오늘 하루 최악이다. 학교 밖에서까지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너 뭐 가정에 불화 그런 거 있냐? 갑자기 너 때린 거 미안해지네. 새끼야. 왜 학교를 째고 담배 피고 있어, 안 어울리게. 응? 너 때문에 내가 담탱이한테 까였잖아. 씨발년아."
박정진이 인후의 옆에 앉아 어깨동무했다.
"니네 엄마 아빠 싸우냐? 그런 거 아니지? 우리 인후 괜찮지?"
"……."
"대답이 없네. 뒤질라고."
다시 뒷통수를 가격당했다.
"……꺼져."
"응?"
"제발 좀 꺼지라고."
"내가 니가 꺼지라면 꺼져야 되냐? 말투 띠껍네?"
박정진이 픽 웃으면서 벤치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벗어 같이 몰려 온 무리에게 건내주고 있었다.
"야, 참아. 또 때릴려고?"
"새끼가 짜증나게 하잖아."
"냅둬. 야, 황인후 그냥 미안하다고 해. 왜 매를 버냐?"
"하……."
인후는 녀석을 보며 픽 웃었다.
"쇼를 해라."
"이 새끼가!"
박정진이 인후의 얼굴을 밀어찼다.
"어억!"
"아, 안되겠다. 오늘 진짜 이 새끼 조진다."
인후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박정진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뻔하다. 또 발로 막 밟겠지. 인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후가 천천히 고개 드니, 멱살을 붙잡힌 채 허공에 떠 발버둥치고 있는 박정진의 모습이 보였다.
"어이, 황인후. 쪽팔리게 맞고 다니냐?"
"……!"
잊을 수 없는 거대한 근육질 덩치.
강유종이었다.
"이, 이 새끼 뭐야!"
무리가 일제히 강유종에게 달려들었지만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강유종은 펀치 한 방에 한 명씩 날려버렸다.
박정진과 무리들은 코피를 줄줄 흘리며 허겁지겁 도망쳤다.
"유종아."
"새끼, 뭐 이리 찐따처럼 처박혀 있어."
"……."
인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 잔 할래?"
유종이 근처 술집으로 갔다. 학생이지만 아무런 제지도 않는 그런 곳이었다. 운무시 뒷골목에 자리한 술집.
인후는 강유종의 귀와 손, 발을 바라보았다.
없었다. 아마 종아리 아래는 의족일 것이다. 녀석은 앰뷸런스에 타고 병원에 갔다가 탈출해서 자신이 아는 정글의 뒷골목 의사에게 갔었다. 그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결국 잘린 부위를 재생시키진 못한 것 같았다.
인후가 술에 취해 한바탕 한탄을 늘어놓았다.
자신은 찐따이며, 이제 랩이고 뭐고 지겹다. 죽고 싶다. 그런 이야기들.
운무 징기스칸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이야기.
강유종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응, 그러니까 씨바알, 존나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예전엔 내가 말하는 대로 다 됐는데 이제는 그냥……."
"야, 병신아."
"왜, 왜 병신아."
"일어나봐, 이 찐따 새끼."
"너도 나 찐따라고 무, 무시하냐?"
"아오, 이 찐따놈."
강유종이 대충 계산하고 인후를 데리고 술집을 나섰다.
녀석이 담배를 인후의 입에 물려주고 길을 걸었다. 길빵이라고 눈총 주는 이들은 없었다. 발목 아래가 없다고 한들 유종의 거대한 덩치는 그대로였고, 귀가 없다는 건 한층 흉악해보였으니까.
유종이 인후를 데려간 곳은 공터였다.
"……여, 여긴 왜."
그리고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버스킹.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려 거리에서 공연하는 곳이었다.
"어차피 인생은 좆같애. 그리고 넌 어차피 죽어."
"……."
인후는 그 말을 알고 있었다.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그래. that's why we get high."
"……."
"어차피 좆같은 거야. 등신아."
그리고 유종이 인후의 뒷목을 붙잡고 사람들이 모인 공연장으로 끌고 갔다.
"야, 뭐하는, 뭐하는 거야."
"병신아. 내가 니 같잖은 언령 때문에 너랑 친구한 거 같냐?"
"……?"
여러 명의 아마추어 랩퍼들이 원을 그리고 자기들끼리 라임을 주고받는 현장, 그 중심으로 인후를 차 밀어넣었다.
요요! 체킷! 우리는 랩을 하지! 어……?
새로운 엠씨 등장! 어디 한 번 들어 보자! 요요요!
갑작스레 인후가 휘말려들자 잠시 주춤하던 그들이 인후를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인후는 우두망찰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멋있게 차려입고 있었다. 여자 여럿 울릴 것 같이 잘생긴 녀석도, 아니면 한 십 년은 랩한 것처럼 힙합 스타일로 몸을 흔드는 놈들도 있었다. 누구 하나 타투 없는 녀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인후는 한없이 위축되었다.
뭐야, 왜 랩을 안 해? 왜 들어왔어?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자신 때문이다. 인후는 도망치고 싶었다.
랩을 해볼까? 나도 제법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지? 라임북에 써놓은 게 몇 갠데, 그런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가 백지였다.
"……."
"저기, 안 할 거면 나가주세요."
한 명이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이었다.
원 밖에서 인후를 바라보던 강유종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어이! 병신 찐따새끼야!"
"……!"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힙합의 전설이 된 리릭을 강유종이 소리쳤다.
주춤하는 인후를 내보내려던 아마추어 랩퍼들이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뭐 어때.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인후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엠씨들이 유종이 소리친 가사를 받았다.
"yeah! that's why we get high!"
"yeahhhh-!"
비트박스로 박자를 주던 녀석도 템포를 바꾸어 나스의 리듬을 깔았다.
"Cause you never know when you're gonna go!"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That's why we puff lye!"
무슨 일이 일어난지 호기심이 생긴 행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두 랩퍼들 무리 가운데 선 인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한 스테이지. 자신만을 위한 비트박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후는 어렵게 입을 뗐다.
"라, 라입스어빗취 앤덴유다……."
"댓츠와위겟하!"
손을 흔들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마추어 랩퍼들. 그러나 걱정인지 기대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대하는 청중들.
아아. 인후는 눈을 감았다.
이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리워한 것은 운무 징기스칸이 아니다. 약탈도 강간도 아니었다. 지껄이는대로 이루어지는 그런 마법 같은 힘은 더더욱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스테이지, 그리고 리스너들.
자신을 향해 흔들리는 손.
그리고 자신은 리얼 엠씨.
리얼 엠씨는 결코 기대에 실망시키지 않지. 너희 같은 WackMC들이 감히 나를 그런 눈으로 봐?
인후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MIC를 쥐었다.
오오오오오
인후가 소리쳤다.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랩퍼들이 호응했다.
"That's why we get high-!"
그래, 어차피 인생은 좆같애.
[Cause you never know when you're gonna go!]
우리는 누구나 죽고 언제 뒤질지도 몰라. 인생은 씨발 창년이지.
"Life's a bitch and then you die!"
[That's why we puff lye!]
찐따인데 어쩌라고 개새끼들아.
[지금 여기 리얼 엠씨가 Rhyme을 떠벌리러 와!]
오오오
인후가 프리스타일을 시작하자 모두가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들었다.
[겁쟁이 새끼들은 집에 가, 아니라면 내가 무댈 씹어먹는 거 지켜봐!]
"오우!"
[어저께 나는 전지전능, 씨부리면 다 이뤄졌어 뭔지 모를, 힘이 나를 감싸 안았지 나는 신이었어 그래 말 그대로 G-O-D! 나스도 내 똥꼬를 핥아야 했겠지 제작사는 S-O-D! 장르는 쓰리썸, 나머지 한 명은 다들 알지 Bae-Soo-Zi!]
"오오오우!"
[근데 씨발 다 끝났어 하나 남은 것은 아가리뿐야, 주변에선 지겹게 씨부리지 랩이 밥말아 주냐! 필요 없어 니네도 똑같은 헬조선, 단군 새끼 반만년 구라! 나는 니네처럼 불안해서 남 뒤만 따르르는 좆밥 쫄보가 아니니까! 라임오렌지나무가 인간으로 환생한 격이지 제제 친구 슈르르르까! 죄송한데 한 수만 무르르를 순 없냐는 비굴한 씹쌔끼들을 토막내는 도살자 마치 구르르르르카! 난 시작했음 끝을 보고 모자라면 후일담까지 찍어내! 니들은 이 씬에서 도망치지 살길 원해? 그럼 니네 구린 라임북은 지워 내, 라임이 시작되면 부디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길 기원해, 내 랩은 복음이니까 온 세계 육십억 씹새끼들에게 전해!]
"이예에에에에!"
[나는 리얼 엠씨야! 니들이 평생 보고 섬길 메시아! 공차는 그 난쟁이 메시 아냐, 내가 뱉는 라임들을 가보로 내려 랩갓의 계시야! 하하! Check it up! Check me up! 나는 생각 않고 함부로 입을 열지! 물론 이는 역시! 내가 랩천재기 때문, 개새끼들이 매일 좆같이 구는 이유였지! So what? 모자란 씹새끼들아! 꼬와? 배틀 떠, 난 다 상대해주니까! 왝엠씨들 발라버리는 게 나의 취미이자 특기였으니까! 과거형으로 말했나? 걱정 마 지금도 똑같으니까! I'll give ma fucking MIC! Prepare your insurance, hummy LIG! The only word you can say is that, Well, I see! My rap is killing this fucking hot summer, cause imma pretty, juicy, and icy! 기억해 내 이름은 황인후, 사람 아니니까 인 빼면 엠씨더블에이치지!]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엠씨 더블에이치! 엠씨 더블에이치!
인후가 벌스를 끝내며 마이크를 높이 던졌다.
한국 힙합계에 길이 남을 랩퍼, 한국을 넘어 빌보드를 점령할 리얼 엠씨 MC doule H, MCHH의 탄생이었다.
*
"잘 봤습니다. 근데 좀 오글거리네요."
"네?"
"오글거린다구요."
"……."
"적당히라는 게 있는데 좀 과하네요. 찐따 소년이 군중들 속에서 랩을 시작하고, 모두 호응하는 스토리는 아무리 엠씨더블에이치의 뮤비라고는 하지만…… 편집도 과해서 오히려 구리네요. 오글거리다 못해 손발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아요."
"편집 아닌데요."
"네?"
"실제 영상입니다. 엠씨더블에이치의 에이전트인 강유종 씨가 과거에 직접 촬영했던 장면입니다."
"이게…… 짜고 한 게 아니라구요?"
"그렇습니다."
"이 경천동지할 랩도 그때 프리스타일로 했단 겁니까?"
"Of course."
"역시 엠씨더블에이치…… 제가 실언했군요. 그는 역시 랩갓, 랩메시아입니다."
"예, 실언이었습니다. 그는 랩킹갓이니까요."
"이 경천동지할 랩과 믿기지 않게 전율스러운 실제영상을 빨리 릴리즈하도록 하지요. 빌보드를 다시 한 번 점령해봅시다."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근데 혹시 엠씨더블에이치의 사인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저도 팬입니다."
"물론이지요. 사실은 엠씨더블에이치가 저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말입니까!"
"예. 오는군요."
"Yo, 엠씨더블에이치 등장, ma bro. 내 사인을 원해? 내 사인은 쿨해, 다시 말해 시원해. 요, 체킷."
"에, 엠씨더블에이치!"
"A-yo, Life's a 비취. yo, bitch 아냐, 영롱한 비취!"
"역시 랩짱킹갓!"
<2-6. Life's a bitch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