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64화 (16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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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Life's a bitch

"음. 음."

수현의 저택 지하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

깊숙히 아래로 뻗어 있으며, 그 안에는 특별한 플레이를 위한 공간도 있고, 마법 실험을 위한 공간도 있고, 이브린이 본체화할 수 있는 공동도 있으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감옥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층들 중에는 이제 수현의 소유가 된 스물 여섯 명의 여인들을 모아둘 수 있는 장소도 있었다.

"……."

"흐읏, 흣."

유예린을 제외한 스물 다섯 명의 여인들은 그 내부에 앉아 있었다. 지하인데도 마치 대낮인 것처럼 마법석이 빛을 뿌리고 있었고, 공기는 산림욕을 하는 것마냥 상쾌하다. 지하라기보다는 화려한 성 안에 들어선 것 같다.

그리고 스물 다섯 명의 여인들 앞에서 유예린은 수현의 무릎 위에 알몸으로 앉아 희롱을 견디고 있었다.

소년이 무슨 수작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그가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터치할 때마다 유예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소리내지 않으려 이를 악무는 모습도 보였으나 그녀의 온몸은 이미 분홍색으로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소년의 다리 사이를 애무할 때마다 찔걱거리며 애액이 마찰하는 소리가 선명했다.

"하아, 하아……."

"이왕 이렇게 됐는데. 이렇게 사이 좋게 지내자. 이렇게."

"하으으응!"

예민한 곳을 건드리던 수현이 수현이 유예린의 귀를 핥았다. 유예린은 자존심은 지키려 억지로 입을 다물었지만, 소년이 몸을 훑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것이 안에서 피어오르며 쾌락과 감각이 선연해졌다. 결국 달뜬 한숨처럼 신음이 배어나왔다.

"하아, 하……."

수치스럽다.

모두의 앞에서 희롱당하는 것.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들의 시선. 그러나 유예린은 견뎌낼 수 있었다. 어차피, 저들도 자신과 똑같은 신세가 될 테니까. 어차피 정글이다. 자신의 의사를 벗어나 남자를 구걸하게 만들어지는 수단은 너무나 많다.

따라서 진정으로 굴욕적인 것은, 자신을 휘감고 있는 이 소년의 강력한 마력과 힘을 느낀 이후에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였다. 자신 안에서 무엇인가가 싹튼 것처럼, 이 소년에게라면…… 하고, 오히려 안기기를 기대하는 감정이 있었다. 자발적인 성애의 감정.

아름답고, 강하다.

너무나도 강한 수컷이다.

따라서 그녀의 몸은 본능에 이끌리고 있었다.

자신은 클랜의, 운무시의 미래를 위해 희생한 것이어야 했는데, 상을 받은 것처럼 아래로 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년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그녀를 희롱했다.

자신의 엉덩이로, 소년의 발기한 물건이 느껴졌다.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소년이 그녀를 밀어냈다.

"아……?"

수현이 웃었다.

"걱정 마. 나중에 돌아오면 며칠이고 귀여워 해줄 테니까."

전부 같이. 수현이 씨익 웃었다.

"……."

유예린이 몸을 추스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애액이 흘러내린 자국은 선연해서 가릴 수가 없다.

수현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예브게냐였다.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

인후와 유종이 무릎 꿇려졌다.

"쿨럭, 쿨럭. 퉤."

인후가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최후의 결전, 인후와 유종의 탈주극은 화려한 격돌로 막을 내렸다. 인후와 거듭된 라임이 미증유의 힘을 불러와 운무 징기스칸의 태반을 초토화시켰다. 그야말로 전략병기와도 같은 파워였다. 그의 벌스는 이제 권능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

청중들…….

그와 리듬을 공유하고, 사상을 전파하고, 자신의 랩에 취해 같이 스크림해줄 청중들이 있었다면, 자신은 그야말로 힘의 파도로 운무 징기스칸을 넘어 모두를 궤멸시키고 정글의 역사에 남을 대학살극을 펼쳤을 것이다. 암이 전이하듯이 인후의 언령은 무작위로 퍼져나가 그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독자 없는 소설이 휴지조각이듯이, 청중 없는 랩은 그저 공허했으므로, 그는 마지막 제약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쉽다. 너무나 아쉽다. 자신의 랩을 들어준 이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러나 비통하지 않다. 자신의 친구와 허공을 박차며 펼친 활극, 그 뜨거운 전율을 기억했으므로 이제 죽음이 아쉽지 않다.

"새꺄, 너가 가지 말자며."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씨벌."

"븅신."

"시바, 니가 막판에 좆밥처럼 밀려서 그렇잖아."

"그정도면 잘한 거지. 내가 초사이어인이냐?"

곁에 무릎 꿇은 유종과 티격태격하던 인후가 이내 킬킬 웃기 시작했다. 엉망으로 얻어맞아 눈도 뜨지 못하는 유종도 마주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운무 징기스칸의 아지트, 한 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클랜원들은 스캐빈저의 뱃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이제 남은 이들은 마스터와 일부 상급 능력자들 정도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강유종과 황인후라는 두 남자에 의해 벌어진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운무시가 손에 들어올 상황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두 남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굳이 척살을 명한 마스터의 잘못인가.

그들을 무릎 꿇린 길수는 알 수가 없었다. 마스터는 예의 온몸을 가리는 차림새로 황인후와 강유종의 앞에 섰다. 이제 오십 명도 되지 않는 클랜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이, 마스터."

강유종이 말했다.

"무슨 꿍꿍이야?"

"……."

"거기서 후퇴를 명한 것도, 그렇다고 나 강유종을 척살하라 한 것도, 말이 안 되지 않아? 애초에 당신."

강유종이 씨익 웃었다.

"넌 우리 같은 악당이 아니잖아?"

강유종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같은 부류가 아니다. 운무 징기스칸의 마스터는 노예를 거느리지 않았고, 철저히 논공행상하여 노예들을 뿌렸으나 본인이 직접 학대하거나 범하지도 않았다. 그는 뒤에서 판을 짜는 사람이었지, 앞장 서 약탈하는 악당이 아니었다. 운무 징기스칸이라는 클랜의 방향성을 제외한다면 그의 행동들은 오히려 운무시의 클랜 마스터들을 닮았다.

"진짜 정체가 뭐야?"

"……."

"건방진 새끼. 마스터에게."

뒤에서 길수가 유종의 등어리를 걷어 찼다. 그가 커억, 하고 앞으로 엎어졌다.

"마스터, 제가 즉결하겠습니다."

운무 징기스칸의 마스터가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라."

"무엇을요?"

"내 주인을."

"……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그들이 집결한 아지트, 지금은 텅 비어버린 폐공장의 내부를 내려찍는 거대한 기운이 있었다. 길수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허둥지둥 둘러보았다.

무리 지은 클랜원들, 바깥쪽의 약한 이들부터 하나, 둘 머리를 붙잡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이내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한 이들은 허옇게 거품을 몰며 발작했다. 그 기운은 한층 진하게 이곳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길수 또한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기 시작한 육체를 애써 다잡으려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목에 핏줄이 섰다.

소름이 돋는 정신계 권능.

"이게 대체……."

그가 목숨 바쳐 충성했던 마스터가 무릎 꿇는 게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 공장 구석의 한 켠 어둠에서부터 걸어나오는 인영이 보였다.

"아. 짜증나. 이 버러지들아."

그림자 밖으로 먼저 내딛어진 것은, 밟으면 찔릴 것만 같은 높고 뾰족한 킬힐.

그 위로 뻗은 아름답고 하얀 다리가 나타났다. 검은 미니드레스를 입고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금발벽안의 터무니 없는 미녀는 예브게냐였다. 그녀가 미간에 한 줄의 선을 그렸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허물어진 운무 징기스칸 클랜원들을 바라보다가, 턱을 살짝 비틀었다.

"아아아아악!"

한층 가혹해진 힘에 길수마저 비명을 질렀다.

"너희가 일처리를 똑바로 안 하니까 이상한 계집애들이 나타나서, 이 사업도 접히고, 주인님은 그 스무 명 넘는 창녀 같은 년들 끼고 헤벌레하고, 모든 게 최악이 되어버렸잖아. 쓰레기들아."

곁에 선 수현이 예브게냐를 쳐다보았다.

"헤벌레하진 않았는데……."

"헤벌레했잖아!?"

"그래도 난 누나가 훨씬 좋은데."

"그거야…… 당연하지."

"오늘 밤엔 둘이서 놀자. 응?"

"뭐어……."

수현이 예브게냐를 끌어당겨 어깨를 안았다. 예브게냐가 못이기는 척 수현에게 기댄다.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어쨌건, 너희는 전량 폐기처분이야."

갑자기 나타나 제멋대로 구는 두 남녀. 그러나 그 누구도 반항하거나 항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은 진짜 괴물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복수한다거나 힘을 길러서 나란히 서야지, 같은 생각이 불가능한 괴물들이다. 길수는 알 수 있었다. 정글의 최상층, 이런 작은 지역을 넘어 세계의 정글을 관리하는 균형의 수호자들이나 이들과 마주 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인지를 초월한 강자들이다.

어떻게 이런 이들이 있단 말인가. 길수는 고통 속에 이를 악물었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진창을 구르며 힘을 기르고 이제는 운무시에서 패권을 차지하려 발버둥쳤던 모든 투쟁이 의미를 잃은 것 같았다. 어차피 세상은 이들의 손에 굴러간다. 잠깐 걸리적거리면, 손짓 한 번 하는 것으로 그들은 쓸려나가는 존재이다.

"끄으으윽……."

유종과 인후도 바닥에 고개 처박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수현이 예브게냐에게 속삭였다. 그녀가 힘을 사그라뜨렸다. 비명 지르며 뒹굴던 이들이 숨을 들이켰다. 머리를 찢어내던 그 공격이 멈추었다. 그러나 차마 고개 들진 못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다시 짓밟힐 테니까.

수현이 중앙에 무릎 꿇려진 강유종과 황인후에게 걸어갔다.

"어이. 니가 운무시효도르냐?"

"……!"

강유종이 고개 들었다.

"나 운무시귀공자다."

"……?"

강유종은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가 단 악플은 한 두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은 놈은 기억해도 때린 놈은 기억 못한다.

수현이 입꼬리가 비틀렸다.

"왜. 악플을 달아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강유종의 얼굴을 걷어찼다.

"크흐윽!"

강유종의 이빨이 허공을 날았다.

"서, 설마……."

이 모든 것들이.

"그래."

수현이 바닥에 쓰러진 강유종의 머리를 짓밟으며 말했다.

"니 악플이 빚은 사태다."

"……!"

"니가 악플만 안 달았어도 안 건드렸을 텐데."

"고, 고작……."

고작 악플 때문에……?

"고작이라고?"

수현이 강유종의 귀 하나를 붙잡아 뜯어냈다.

"크아아아악!"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사회가 혼란한 거야. 고작 악플이 아니라."

수현이 귀를 붙잡고 소리 지르는 유종의 손가락을 하나 붙잡았다. 엄지를 선택해서 잡아 뜯었다.

"으아아아아악!"

"니 악플은 말이다. 내 섬세한 하트를 찔렀어. 언어폭력은 마음을 다치게 한다고. 이 자식아."

수현이 강유종을 몇 번 걷어차고는, 그의 다리 사이를 짓밟았다.

"으어어억……."

"자, 그대로 읽어주마."

수현이 휴대폰을 열었다.

"응 니앰. 운무시 찐따 찌그래기년. 나한테 걸림 뒤질 듯 눈 깔고 다녀라?"

"……!"

"댓글 없네 쫄았네. 인터넷으로 깝치면 형한테 혼난다 찐따년이. 운무시 귀공자는 무슨, 운무시 좆밥 인정?"

"죄, 죄송……."

"그래서 인터넷 말고 찾아왔잖아. 이 씹새끼야."

수현이 강유종의 발목을 붙잡고는, 그대로 잡아 뜯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릎 아래 종아리부터 찢겨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브게냐가 중얼거렸다. 주인님 저런 모습, 너무 섹시한데?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길수는 허탈했다.

악플.

악플 때문이었단 말인가. 운무시의 패권을 얻어 수도권의 다른 시로 진출해 최후에는 자신을 버러지처럼 굴렸던 서울의 클랜들에게 복수하겠다는 평생의 목표가. 고작 저 놈의 악플 때문에 이렇게 허물어졌단 말인가.

수현이 손아귀에 어둠을 쥐었다.

내리꽂는 순간 그 누구라도 격살할 농도 깊은 어둠이다.

"후. 난 데이트하러 가야 되니까 그냥 빨리 죽어라."

운무 징기스칸을 정리한 후 예브게냐와의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예브게냐가 검은 미니드레스를 차려 입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유종의 생명을 거두려는 찰나, 수현의 귀에 누군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리얼 엠씨지…… 색소폰으로 치면 케니지…… 맞기 전에 들어놔라 엘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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