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61화 (16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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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까지 밟아 졸라 세게 박아

올가가 저택으로 돌아오자 맞이한 것은 드문 풍경이었다.

일단 언제나 정하를 예뻐하는 주인님이 답지 않게 그녀에게 개목걸이를 채우고 입에 재갈을 물린 뒤 알몸으로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는 초가 타올랐고, 촛농이 흘러내릴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의 양 구멍에는 바이브래이터가 박혀서 진동하고 있었고, 기어가기도 힘든지 몇 걸음 가다가 주저 앉아 몸을 부르르 떨며 쾌감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수현이 손에 든 채찍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흐읍…… 흡, 흐으윽…… 으으응…… 으흥, 흐으응……!"

수현의 채찍질에 정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떨더니 절정에 이르렀는지 몸을 푹 웅크리며 애액을 오줌처럼 뿌리기 시작했다. 쾌락에 절어 벌벌 몸을 경련시키는 모습을 보던 수현이 그녀의 둔부에 박힌 바이브레이터를 발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으흐읍, 크흐읍, 으흐으으응……!"

재갈 아래로 침을 흘리며 정하가 절정했다. 한계를 넘었는지 오줌마저 지리는 모습이었다.

"이 마조 암퇘지, 채찍질에 가버리는 거야? 응?"

플레이에 푹 빠진 수현이 그녀의 꽃잎에서 바이브레이터를 꺼내더니, 채찍 손잡이를 밀어넣어 앞뒤로 피스톤질했다. 이미 절정에 이르러 몸도 못가누던 그녀가 다시금 몸을 젖히면서 성대하게 조수를 뿜어냈다. 비명처럼 신음했지만 재갈 때문에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뭉개질 뿐이었다. 그녀가 몸을 거세게 틀자 촛농이 크게 흘러내렸다.

"흐으응읍, 크흐읍!"

그 광경을 보며 올가가 식은 땀을 흘렸다.

운무 징기스칸 클랜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은 묘하면서 심플했다.

영문을 모르는 예브게냐는 당황한 올가의 어설픈 설명 속에서 악플러, 추적, 운무 징기스칸, 흑막, 따위의 단어들을 캐치해내고 그녀의 사정을 파악해냈다. 올가는 일단 저택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운무 징기스칸의 마스터는 다시 예브게냐의 충실한 수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올가는 자신의 짧은 모험을 뒤로 하고 이곳 저택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정작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악플러 강유종과 힙찔이는 살아 있고, 운무 징기스칸도 그대로이다. 그들의 악독한 짓과 위기에 처한 운무시의 클랜들 같은 사정 따위도 그대로이다.

“으으, 모르겠다.”

“어, 정의의 사도 올가 왔네?”

“주인니임.”

저택을 나서 온갖 일에 시달리다보니 수현이 그리웠다. 올가는 도도도 달려가 수현의 품에 안겼다.

“흐응, 난 악플러 데려오기 전엔 아무 것도 안 해준다고 했는데?”

“이잉, 다 들으셨잖아요. 저 고생했다구요. 그놈도 예브게냐 언니의…….”

“알았어.”

수현이 올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치된 정하는 축 늘어져 낮게 신음하고 있었다.

올가가 정하를 내려다보며 갸웃했다. 보통 저런 역할은 자신의 것이었는데 정하 언니가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흥분이 되면서도 가엾었다.

“정하 언니는 왜 괴롭히고 있어요?”

“내게 모욕감을 줬거든.”

“네?”

“과한 질투심 유발의 최후지.”

“아항…….”

대강 짐작한 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는 억울한 눈으로 수현과 올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하의 눈은 마치 어서 자신을 구해달라는 듯 간절했다. 올가는 눈을 피했다. 그런 걸 시도했다간 자신은 더 심한 꼴이 될 테니까.

수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여기까지 할까?”

정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현이 정하의 재갈을 풀어주었다.

“하악, 하아…….”

“수고했어.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

수현이 말을 끝맺으려는 찰나 저택 현관이 열리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자, 본격적으로 해볼까, 주인님!”

화사하게 웃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 예브게냐였다. 그녀는 한손엔 수현의 것보다도 훨씬 크고 질긴 가죽 채찍을, 다른 한 손에는 전류가 지직거리는 전기 충격기를 들고 있었다.

“…….”

정하가 재갈 때문에 흘러내린 침을 스윽 닦으며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분노조절장애 걸린 년.”

“뭐야, 왜 벌써 끝이야?”

“오늘 정말 내 손에 죽어야 정신을 차리겠네.”

“풉, 흡혈암퇘지가 재갈 풀었다고 사람한테 대드니?”

“걱정 말고 죽으면 사람 안 치니까 송장 만들어줄게.”

“상스럽네. 정말 끝장을 볼까?”

“난 지금 끝장 보자고 하고 있는 건데.”

정하와 예브게냐가 강렬하게 눈싸움했다. 수현이 끼어들어 둘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올가도 왔는데 빨리 들어가자.”

정하가 수현을 째려보더니, 흥, 하고 팩 고개를 돌렸다.

“누나 삐졌어?”

“…….”

“왜, 아까 할 땐 좋아했으면서. 싫은 척 해도 엉덩이를 움찔움찔…….”

정하가 수현의 팔을 꼬집었다.

“아얏.”

살갗을 쓰다듬던 수현이 웃으며 정하의 허리를 안고 키스하려 했다. 그러나 정하는 수현에게 고개 돌리지 않았다.

“흐흥, 당분간 주인님이랑 키스 안 할 거야.”

“왜?”

“삐졌으니까.”

“그럼 이제 나 안 사랑하는 거야?”

“그건 아닌데…….”

“그러면 왜 키스를 안 해주는데?”

“삐졌으니깐!”

“삐져서 이제 안 사랑하네?”

“아니, 그건 아니라니깐.”

“그럼 사랑해?”

“으응.”

“그럼 키스하자.”

“나 삐졌다니깐.”

“사랑한다며?”

“아니…….”

“나도 누나 사랑하는데?”

“……바보.”

정하는 수현의 막무가내 논리에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고, 수현은 그를 놓칠 새라 정하에게 키스했다. 정하도 결국 수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뜨겁게 혀를 얽었다. 둘이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한창 플레이 중이어서 알몸인 정하의 나신을 수현의 손길이 훑고 지나갔다. 정하가 허벅지를 수현의 허리에 감았다. 둘은 키스하면서 눈도 감지 않고 열렬히 서로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던지 토라지던지 언제나 최후에는 애정행각으로 끝나버리는 수현과 정하를 보면서 올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

운무 징기스칸의 진군은 다시 계속되었다.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운무시 클랜 연합의 숨겨진 거점들을 차례로 파괴하고, 능력자들을 사로잡아 인신매매와 이권 장악으로 그들의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쥬피 썬더와 강한 녀석들, 아프로겐, 운무 신세기 클랜, 그리고 그 외 소규모 클랜의 구성원들은 처참하게 살해당하거나, 사로잡히거나, 그리고 온갖 비인간적인 대우 끝에 그들의 유희거리가 되었다.

“제발, 그녀만은…….”

한 클랜원이 강유종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빌었다. 그의 손에는 그 남자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붙잡혀 있었다. 남은 일은 명백하다. 강유종이 앞으로 벌어질 유희를 기대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여자를 구하고 싶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유종이 폭소하더니, 자신의 바지 지퍼를 열고 남자의 머리에 오줌을 싸갈겼다.

“……!”

“자, 내가 싸는 오줌을 받아마시면, 너와 이 계집은 그냥 보내주지.”

“……크, 크윽……!”

굴욕감에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강유종이 그를 비웃었다.

“빨리. 나 오줌 다 싸간다.”

남자는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더니, 이윽고 입을 벌려 강유종의 오줌을 삼켰다. 컥컥거리면서 흐르는 것을 제 입에 어거지로 갈무리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악마.

그것이 그들이었다.

이윽고 강유종의 소변이 멎었다. 남자는 콜록거리며 바닥에 헛구역질했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머리통을 강유종이 짓밟았다.

“……!”

“뻥이야.”

“너…….”

“이 여자는 내 거니깐 잘 맛볼게. 몸매가 내 취향이거든.”

“죽여버리겠어! 죽어도 다시 살아나 네놈들을……!”

“오우, 그럼 죽이진 않을게. 귀신이 무서우니깐.”

강유종이 그의 팔을 짓밟았다. 힘을 실어 짓밟자 그의 팔은 부러졌다. 내부에서부터 뼈들이 조각나 다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사지가 부러진 남자는 꿈틀대면서, 처참한 얼굴로 고개만을 들어 강유종에게 사로잡힌 그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여인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이, 인후야. 잘 돼 가?”

“물론이지.”

강유종과 어울리며 그에게 동화된 인후 또한 구석에서 그 못지 않은 잔학한 행위를 벌이고 있었다. 두 자매를 나란히 엎드리게 해놓고는 자신의 물건을 쑤셔박고 있는 것이다. 인후의 언령에 의해 몸을 가눌 수 없게 강제된 여인들은 수치스러운 자세로 소년의 능욕을 감내하고 있었다.

“제대로 조여봐. 이년들아.”

인후가 각목으로 자신이 쑤셔박은 여인의 등줄기를 후려쳤다.

“꺄아악!”

“오, 잘 조인다.”

인후가 희희낙락하며 여인의 등을 수없이 내려쳤다. 그럴 때마다 고통에 수축하는 여인의 근육이 인후의 것을 움켜쥐었다. 그 감촉에 만족하며 인후가 허리를 흔든다.

“짜식. 남자네.”

강유종이 웃음을 터뜨렸고, 인후 또한 또한 따라 웃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다른 운무 징기스칸의 약탈자들은 모두가 그들과 다름 없는 행위를 저지르며 환희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아수라장. 그러나 이것이 정글의 풍경이다.

그들을 뒤에서 지휘하는 운무 징기스칸의 마스터는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남은 모든 거점을 소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운무시 클랜 연합의 잔당들, 유예린과 주세창, 강성 등 나머지 마스터들이 모여 있는 빌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얌전히 잡아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죄책감이 피어올랐지만, 그 괴물 같은 여자에게 당한 정신계 능력이 그를 옭아맸다. 그는 끓어오르는 고통에 필사적으로 죄책감을, 그녀의 의사와 운무 징기스칸의 잔혹함에 반하는 모든 상념과 감정들을 떨쳐내려 애썼다. 어차피 이것은 그의 소관이 아니다. 그는 그보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흑막들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으며, 눈앞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짐승들도, 그들에게 짓밟히는 가련한 희생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은 거대한 이들의 손짓에 따라 나풀거리는 잎사귀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은 정글이다.

*

유에린과 주세창, 강성, 길현수, 연합의 주축인 네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들은 사지가 잘려나간 것과 다름 없었다.

그들이 보낸 엘프는 무소식이며, 운무 징기스칸은 차례로 그들의 거점을 휩쓸고 납치하고 약탈하고 강간하고 죽이고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그들의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운무 징기스칸의 이죽거림과, 클랜원들의 비명이다.

“……다 끝났어.”

유예린이 말했다. 공허한 목소리였다.

운무 징기스칸이 이제는 이곳을 향해 진군할 것이다. 그들 또한 앞서 비명에 떠난, 악의에 능욕당한 다른 클랜원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이다. 시간의 문제였다.

“우리가 뭘 잘못햇지?”

유예린이 말했다.

“그저…… 행복하게…… 함께 그렇게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시달리며 살았다. 언제나 전투와 전투, 복수와 복수, 폭력과 약탈뿐인 지독한 나날들을 버텼고, 그리고 종국에는 정혜리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미래를 보여주었다.

정글에 도를 세우는 거야. 우리의 힘으로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거지.

유예린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운무시에서 그 도사를 만나고, 그가 세운 운무시의 미래를 보았다. 약탈과 약육강식을 배우던 정글의 아이들이 힘을 절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일을 배우고 있었다. 정글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그들은 부수기보다 이루려고 했다.

꿈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그 어떤 이들보다도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무엇을 잘못했길래. 대체 왜.

자신을 이끈 정혜리는 약에 절어 능욕당하고, 가축처럼 팔려나갈 것이다. 정글의 최하층민이 되어 가장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다.

“대체 왜……?”

“약해지지 마라. 유예린.”

주세창이 쓰게 웃었다.

“벌써 약해지면, 앞으로 닥칠 일은 어찌 감당하려 그러나.”

“그냥 죽을까?”

“…….”

유예린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기운들을 느끼며,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어떡할까?”

수현이 물었다.

“뭘 어떡해? 내버려두면 알아서 돈이 될 텐데.”

“그래도, 불쌍하잖아요!”

“어차피 승자독식이야. 사업일 뿐이니까 넌 내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안일이나 하렴.”

“안 그래도 돈 충분하면서. 그 사람들 좋은 일도 많이 하던데.”

“흥. 주인님, 뭐라고 말해보세요.”

수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야, 그 악플러놈만 죽이면 되는데…….”

“이왕 하는 김에 뿌리를 뽑아야죠. 그 악당 클랜도 없애요.”

“주인님, 이 꼬맹이 말을 듣는 건 아니겠지?”

“으으응…….”

수현이 고심했다. 예브게냐가 열심히 진행한 사업이니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다. 수입도 되고. 하지만 올가의 말에 따르면 괘씸하기도 하다. 그 악플러놈도 따지자면 그 막무가내 클랜이 만들어낸 괴물 아니겠는가.

어느 쪽도 고만고만해서 수현은 양손을 들었다.

“아, 몰라. 맘대로 해. 내 알 바 아냐.”

“주인님!”

“주인님!”

둘이 동시에 소리쳤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올가와 예브게냐에게서 눈을 피하던 수현이, 문득 무엇인가를 생각해냈는지 씨익 웃었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수현이 일어나 두 여인의 어깨를 안았다.

“날 만족시키는 사람의 뜻대로 하기로.”

“네에?”

“흐응?”

“각자에게 삼 분씩, 기회를 주겠어. 그 안에 실패하면 다음 사람에게 턴이 넘어가. 그렇게 계속 번갈아가면서 날 만족시키다가, 날 싸게 만든 사람의 승리야. 어때. 재밌겠지?”

“후후, 당연히 이 발육부진 꼬맹이보다는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

“으으…… 저 또한.”

올가도 망설이는 듯 했지만 얼굴은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이리저리 얽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와 관계 없는 클랜들의 일이야 어쨌건 그녀는 오랫동안 수현에게 안기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이런 내기를 빌미로나마 수현과 뒤엉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차고 넘친다.

“좋아요.”

“누가 먼저할까?”

“가위바위보로 하죠.”

“너, 나한테 가위바위보를 할 생각이야?”

“아, 맞다! 취소! 취소!”

“늦었어. 자.”

“히잉!”

선공은 예브게냐. 그녀가 고혹적으로 수현의 입술을 핥고 키스하더니, 곧바로 수현에게 올라타 그의 물건을 품었다. 그녀의 허리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올가도 아래가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또 시작이야.”

그리고 정하는 창가에 앉아 그들의 새로운 유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짐승들.”

내로람불의 한 마디를 중얼거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문득, 낯선 기척을 발견한다.

왜애애애애앵

파리 한 마리였다. 마법진에 문제가 생겼나, 파리가 다 보이네. 정하는 생각하면서 손끝에 파리를 얹었다. 그녀에게 제압당한 파리는 옴짝달싹 못한 채 그녀의 손아귀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아마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신이 내려앉은 이가 어떠한 존재인지도 전혀 모를 것이다. 정하는 그 파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대로 바스라뜨릴까.

아니면 밖으로 놓아줄까.

너무나 하찮은 존재여서 그것이 고민거리였다.

한동안 정하의 손아귀 위에서 속박당해 있던 파리는 버릇대로 자신의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슥삭슥삭. 슥삭슥삭.

파리의 흔한 습성이지만, 왠지 자신에게 애원하는 것 같아서 정하는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스라뜨릴까.

놓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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