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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까지 밟아 졸라 세게 박아
"오오오오!"
"클랜 마스터님!"
강유종은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정혜리가 지친 숨을 고르다가 가슴을 폈다.
그녀 또한 몇 번 배트에 가격 당해 데미지가 있었으나, 결국 강유종을 쓰러뜨렸다. 그녀는 이 쓰레기를 살려두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경기중단을 선언하기 전에 완전히 숨통을 끊을 작정으로, 남몰래 뇌전을 몸에 쌓아갔다.
그리고는 강유종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살 타는 냄새가 났다. 발치에 쓰러진 강유종의 머리통을 몇 번 발로 툭툭 건드렸다. 반응은 없지만 아직 살아 있다.
끝장을 내주마.
길수가 무어라 입을 열려는 찰나, 정혜리가 순식간에 뇌전을 폭사시켰다.
파지지지지지직!
안에 쌓아둔 뇌전을 손에 담아, 강유종의 머리를 향해 손아귀를 내리꽂았다.
퍼억
"……아!"
정혜리의 몸이 날아올랐다.
하늘과 땅이 반전하며 몸이 부웅, 뜬 느낌이 들더니 머리 위로 처박혔다. 코에서 싸한 통증이 올라와 이내 코, 눈, 머리가 온통 헝클어진 듯 격통이 진동했다. 코에서 피가 샘솟았다.
정혜리가 주먹을 내리꽂는 순간, 강유종이 몸을 일으켜 뇌전을 피하고 어퍼로 도리어 그녀의 안면을 강타한 것이다.
코뼈가 부러진 듯 피가 멎지 않았다. 정혜리는 통증에 주저앉고 싶었으나 자신을 뒤쫓고 있을 강유종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자세를 다잡았다. 방향감을 잃어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다. 강유종은 어디인가, 우선 온몸에 뇌전을 끌어올리며 주변을 힘으로 틀어막았다.
어디야, 쓰레기.
그러나 강유종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는 없다. 정혜리는 코에서 올라오는 고통과 샘솟는 피를 억지로 막아내며 강유종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운무 징기스칸 클랜 앞쪽에 서 있는 길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하늘, 허공을 보고 있었다. 정혜리도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둔중한 물체가 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뇌전을 강하게 일으키기도 전에 그것이 그녀를 덮쳤다.
"끄허어억!"
"드디어 잡았네, 계집."
"아흐윽……."
"꼭 죽은 척을 하면 다가오더라고. 멍청하게."
그녀의 몸에서 미세한 전류가 지직거렸으나 강유종이 그녀를 깔아뭉갠 채로 목을 졸랐다.
"흐읍…… 컥……."
"살려달라고 애원해봐."
"커, 컥……."
"너, 방금 그년이랑 친구지? 같이 내 좆을 빨겠네."
강유종이 씩 웃으며 이미 발기해버린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몸뚱이에 문질렀다.
"이게 니 몸에 들어갈 거야. 벌써 서버렸잖아. 키킥."
"꺼억…… 흐…… 사, 살……."
"살려달라고?"
그녀가 희미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졸린 그녀는 이미 반쯤 실신한 상태였다.
강유종이 돌연 손을 놓았다.
"크헉, 콜록, 카학!"
압력이 사라지자 그녀가 몸을 비틀며 기침했다. 침과 눈물을 흘리면서 목을 부여잡고 한참을 콜록댔다.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얼굴이 엉망인 모습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여전히 강유종에게 깔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강유종이 일어났다.
"더 크게 말해봐. 살려달라고."
"……!"
"그럼 끝내주지."
강유종이 뒤로 살짝 물러나 거리를 뒀다.
"아님, 더 싸울래? 네 선택이야."
"……."
정혜리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떨리는 눈이 강유종의 뒤, 자신을 바라보는 클랜원들을 향했다.
"얌전히 내 노예가 돼서 귀여움을 받던가, 아니면 더 싸워서 처참하게 끌려가던가. 대우는 다를 거야."
강유종이 씨익 웃었다.
"참고로 이번에 싸운다고 하면 이번처럼 봐주진 않는다."
강유종이 배트를 어깨에 대고 기운을 올렸다.
분명 싸운다면, 미약하나마 그녀가 이길 수도 있다. 둘의 실력 차이는 현격하지 않다. 삼할은 그녀의 승리를 예견할 수조차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전 대결에서 김아현이 개처럼 배트에 구타당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몸이 덜덜 떨린다.
목이 졸릴 때, 그에게 깔렸을 때, 그녀는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
"어라, 뭐야, 너 지린 거냐?"
정혜리가 그의 말에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청바지 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아까 목이 졸릴 때, 강유종이 놓아주기 직전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공포에 실금하고 만 것이었다. 패배감, 굴욕감, 수치심이 뒤섞이며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녀의 뒤, 운무 징기스칸 클랜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강유종이 씨익 웃었다.
"삼 초 준다. 삼, 이."
"하, 항복……."
그녀의 입에서 패배의 선언이 흘러나왔다.
쥬피 썬더 클랜측은 그야말로 죽음 같은 적막이었다.
하지만 강유종이 다시 말했다.
"항복은 받아주지 않는다. 살려달라고 해. 아님 죽여버릴 테니까, 지금."
강유종이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목을 턱, 손아귀로 잡고 들어올렸다.
"컥, 컥……."
강유종이 잔인하게 웃었다.
"자,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해봐. 모두 보는 앞에서."
정혜리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사, 살려주세요……."
"좋아."
그녀가 정혜리를 내동댕이쳤다.
"삼차전도 승부가 결정난 것 같군."
길수가 선언했다. 운무 징기스칸 클랜이 환호했고, 쥬피 썬더 클랜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몇몇 여성 클랜원들은 울고 있었다.
"야, 오줌 지린 거 벗어."
"네, 네?"
"더럽잖아. 그리고, 방금 말대답한 거냐?"
강유종이 커다란 주먹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리려고 하자, 정혜리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하, 할게요."
"꼭 때려야 말을 듣는다니까."
정혜리가 황급히 오줌 지린 청바지와 팬티를 벗자, 강유종이 기분 좋다는 듯 그녀의 드러난 맨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정혜리는 하체가 알몸인 상태로 엉거주춤 강유종을 뒤따랐다. 그 모습에 운무 징기스칸 클랜원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강유종 저 새낀 여자 존나 잘 다룬다니까. 어떻게 그 표독스러운 년이 몇 대 처맞고 알아서 바지를 벗냐?"
"원래 곱게 자란 년들이 몇 대 맞으면 정신을 차리더라고."
"파하하핫!"
정혜리는 이미 마음까지 공포에 굴복당한 상태였다. 강유종의 말대로 그녀는 강한 힘을 가졌지만, 강유종과 같이 인면수심으로 상대를 겁박하는 광기 어린 존재는 처음 대면헀다. 외강내유, 스스로의 실력이 뛰어났지만, 그 때문에 더 강한 자가 나타나자 쉽사리도 마음이 꺾인 것이다.
강유종은 두 여인을 얻자 기권했고, 쥬피 썬더 클랜의 다음 주자들은 희망을 잃은 얼굴로 대전에 나섰다. 애초에 가장 강한 정혜리가 이렇게 된 이상 저항할 힘이 없는 것이다.
강유종이 정혜리를 대동하고 인후에게 다갔다.
*
강유종이 반격하는 것을 보면서 인후는 김아현에게 돌아왔다. 김아현은 인후의 미약한 치료의 언령이나마 도움이 되었는지, 전보다 진정된 기색으로 인후를 올려다보았다. 근육이 찬 몸에 약간 도도한 얼굴이지만,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에 인후는 그녀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
"더 치료해줄까요?"
"혜리는……?"
"혜리? 아……."
운무 징기스칸 클랜원들이 그들의 전투를 둘러싼 덕에 후방에 누운 그녀는 전투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아까 그녀가 어퍼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본 인후는 강유종이 질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강유종의 힘은 인후가 잘 알았다.
"아직…… 싸우는 중이에요."
"당신도 운무 징기스칸의 일원?"
"네, 뭐……."
"……."
그러다가 환호성이 일었다. 정혜리가 굴복한 장면이었다.
김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완전히 승리를 선언한 강유종이 정혜리를 끌고 인후에게로 왔다.
"어이! 인후야 여기 한 마리 더 왔다."
"어?"
정혜리는 처음의 강단 있는 모습과 달리 기가 잔뜩 죽어 있었다. 끌려오면서 운무 징기스칸의 다른 능력자에게 대충의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코에선 피 흘린 흔적이 역력하고 목에는 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하의는 벗겨진 채로 엉거주춤 걸어왔다. 그 모습에 인후는 알 수 없는 쾌감이 고양되었다.
"이겼네?"
"크큭, 당연하지. 어이, 쥬피 썬더 길마. 친구끼리 몸매 감상 한 번 하자. 상의도 벗어."
정혜리는 머뭇거리다가 상의를 벗었다. 지금은 수가 없으니까 일단 따라야 해, 라고 머릿속으로 자기합리화했다. 그러나 이미 심지가 꺾인 그녀는 덜 고통스러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녀는 차마 김아현의 눈을 보지 못하고 내리 깔았다.
"어이, 무에타이녀. 이름이 뭐랬지. 김아현? 너 쟤 옆에 서봐."
"……."
"이년은 아직 덜 맞았네."
강유종이 바로 야구 배트를 들었다. 김아현이 흠칫했다. 그에게 야구 배트로 마구 구타 당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입술을 깨물고는 조용히 일어나 김아현의 옆에 섰다. 고개를 숙였지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유종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유종이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좋아. 난 저렇게 반항적인 애들이 좋아."
"……."
"흐음. 인후야, 넌 누가 취향이냐?"
"나?"
둘 다 훌륭한 몸매였지만, 김아현이 탄탄하게 단련된 늘씬한 몸이라면, 김아현은 가녀린 것에 가까운 몸매였다.
인후의 눈이 김아현에게 붙박인 것을 본 강유종이 웃었다.
"넌 저쪽 취향이네."
"그런 거 같아."
"오늘 끝나고 우리 집에 와라."
"응?"
"재밌게 놀자고. 쟤랑 즐기게 해줄게."
"어……."
인후의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인후는 김아현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욕망이 끓는 것을 느꼈다. 잘 단련된 몸을 자신이 굴복시키고 싶다는 원초적인 갈증이었다.
강유종이 씩 웃으며 둘 사이로 들어가 두 여인의 어깨에 팔을 올렸고, 손을 내려 둘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리고 고개 숙인 정혜리에게 속삭였다.
"어이, 예쁜아, 선택 안 됐다고 슬퍼하지 마, 넌 내가 예뻐해줄게."
그리고는 젖꼭지를 비틀었다.
"아흑!"
"니네 클랜원들 다 똑같은 신세가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는 김아현의 등을 인후에게 떠밀었다.
"어어?"
갑작스런 행동에 김아현의 스탭이 꼬이며 인후에게 안겼다.
"인후야, 오늘 클랜전 끝날 때까지 주무르고 있어. 딴놈들한테 좋은 구경 시켜주고 싶으면 걍 박아도 되고. 크크큭."
친구가 되었다지만 정말 짐승 같은 녀석이다.
강유종이 정혜리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다시 속삭였다.
"키스할까? 입 벌려봐."
그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에 댔다. 그러나 정혜리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지 않았다.
"……."
"후, 이년도 참."
강유종이 바로 주먹을 휘둘러 그녀의 복부를 때렸다.
"커헉!"
그녀는 숨도 쉬지 못하고 꺽꺽거렸다.
강유종은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정혜리가 진정이 되어 벌벌 떨고 있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시 말한다. 자, 키스하자."
"……."
그녀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고, 다시 강유종이 그녀에게 입술을 부딪쳤다. 그녀는 겁에 질려 혀를 휘저었고, 둘의 혀가 뒤섞이며 진한 키스가 되었다. 금수만도 못한 놈과 설육을 나누게 된 정혜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인후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알 수 없는 욕망에 곁 선 김아현을 군침 삼키며 쳐다보았다.
이것이 정글이다.
승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힘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리고 인후는 승자의 편이었다.
인후는 곁에 있는 김아현의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주물럭.
탱탱한 탄력이었다.
그녀의 몸이 흠칫하는 게 느껴졌지만 인후는 모른 척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김아현은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주먹을 휘두를까 걱정했지만, 지금 이곳은 운무 징기스칸 클랜들이 모여 있는 그들이 진영이다. 인후가 저도 모르게 강유종과 같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손이 천천히 내려가 허벅지 뒤쪽을 훑다가, 이내 그 사이로 들어갔다. 김아현이 다리를 오무리려 했지만 이미 인후의 손이 침입한 뒤였다.
그녀의 터럭과 비처가 손에 느껴졌다.
인후는 김아현과 함께 계속되는 클랜전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꽃잎을 계속해서 문질거렸다.
*
"의외로 개인전에, 모인 쪽수가 많으니 지금 저 놈을 몰래 데리고 튀는 건 힘들겠고."
올가가 빗자루 위에 서서 중얼거렸다.
가느다란 빗자루 위에 양 발로 균형 잡고 선 그녀의 새하얀 다리가 눈부시다.
"나중에 클랜전 끝나면 추적해야겠다."
그리고는 희롱당하는 정혜리와 김아현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어린 놈들이…… 에이, 그냥 깽판 치고 가야지."
그녀가 주문을 외웠다.
해가 쨍쨍하던 날씨가 돌연 서늘해진다. 저 멀리에서부터 불어드는 한기가 공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올가가 손을 휘저었다.
"블리자드 오브 스톰!"
클랜전을 위해 모인 두 클랜의 머리 위에서 고급 마법이 시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