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51화 (15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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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까지 밟아 졸라 세게 박아

"운무 징기스칸이래. 졸라 유치하다."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쥬피 썬더는 어떻고."

"왜? 귀엽잖아. 따온 것도 직관적이고. 징기스칸이 뭐니?"

"그러긴 해."

"얘들이 올까?"

"오겠지."

쥬피 썬더의 클랜 마스터, 정혜리의 손끝에서 뇌전이 진동했다.

운무 징기스칸과 쥬피 썬더의 대전이 잡힌 당일, 그들은 운무시 외곽의 공터에서 일대 결전을 벌이기로 했다. 각 클랜에서 다섯 명씩, 일대일로 싸우며 승자는 계속해서 전투한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클랜이 이번 클랜전에서 이기는 것이다.

쥬피 썬더가 이기면 운무 징기스칸이 소유한 일정 지역을 양도 받고, 향후 십 년간의 휴전.

운무 징기스칸이 이기면 쥬피 썬더가 운무 징기스칸 산하에 들어오는 것.

각자 클랜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 몫이었다. 그리고 공터에는 쥬피 썬더 클랜이 먼저 도착해서 운무 징기스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면전은 몰라도, 개인전은 우리의 승리지."

정혜리가 씽긋 웃었다. 그러나 웃는 낯과는 반대로 손에서 지직거리는 뇌전은 한층 하얗게 백열했다.

"다신 설치지 못하게 죽여버려야지."

클랜전에서 살해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누구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혜리는 쥬피 썬더 클랜을 찾아와 클랜전을 선언하며 그녀를 조롱했던 운무 징기스칸 클랜의 사자를 떠올리고 이를 악물었다. 어린 녀석이 발랑 까졌는데 싸가지도 없어, 그녀를 성적으로 희롱하고 도발했던 것이다.

그 녀석도 이번 대전에 출전한다고 했으니 그녀의 손에 감전되어 죽을 것이다. 정혜리가 몸을 스트레칭하며 싸움을 준비했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녀를 따라온 클랜원들, 그리고 싸움에 참가할 네 명의 클랜원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인원은 적으나 믿음직한 동료들이다. 본래 운무시 태생은 아니었으나 정글의 가혹한 생태에 질려, 무력의 공동지대라고 할 수 있는 기묘한 곳, 운무시에 자리 잡은 것이다.

운무시의 자리한 그 괴물의 존재 때문에 누구도 운무시를 자신의 것이라 선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도리어 정글의 주민으로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녀에겐 소중한 도시였다.

그런데 운무 징기스칸이라는 날파리들이 몸집을 불리며 그녀의 마지막 평온까지도 부수려 하고 있었다. 정혜리는 이 싸움이 잘못되면 그녀와 친분이 있는 다른 클랜과도 연계해서 어떻게든 저항할 생각이었다.

"먼저 괜찮겠어?"

"예."

어린 소년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이미 오래토록 마도를 추구한 마법사, 김재현이 선봉이었다.

그 다음이 정혜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오른팔, 김아현. 중간이 바로 쥬피 썬더 클랜의 보스, 뇌제 정혜리. 이어서 김채수와 유예린이었다.

막강한 전력이다.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했다.

"오는군."

늘어서 있는 쥬피 썬더 클랜원들의 맞은 편에 운무 징기스칸의 전투원들이 우뚝 섰다. 선두에 있는 것은 인후를 캐스팅했던 남자, 길수였다. 그리고 그를 따라 강유종, 황인후, 등등의 운무 징기스칸의 멤버들이 도열해 있었다. 길수가 말했다.

"자. 다 모였군."

"너무 늦은 거 아냐?"

정혜리가 도발했지만 길수는 그녀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뒤돌아서 곧바로 클랜원들에게 이야기했다.

"말한 대로, 자신이 꺾은 상대의 처분은 본인에게 맡긴다. 추가로 승리보상이 있을 것이다. 끝."

정혜리가 으득, 이를 갈았다.

"우리 듣는 앞에서 참 건방지게 이야기하네? 아저씨?"

"이야기 섞고 싶진 않으니 그쪽 첫 상대나 나오라고 해."

"그쪽은?"

"안 정했는데 아직."

"뭐야?"

"우린 민주주의거든."

"제법 여유 부리는데, 네 대가리를 잘라 축구공처럼 뻥뻥 차주마."

정혜리가 말했다. 길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지만, 뒤에 서 있던 빅마우스, 인터넷 악플러 강유종이 곧바로 도발을 되갚아주었다.

"넌 젖탱이가 크니 언제나 짤 수 있게 클랜 공용 젖소로 만들어주마. 뒷구멍도 공용으로!"

저급한 발언이었지만 운무 징기스칸 클랜원들은 폭소하면서 정혜리를 손가락질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그녀의 젖가슴이나 허벅지께를 가리키며 그들끼리 음탕한 소리를 지껄였다. 정혜리는 분노와 동시에 결의를 한층 다지게 되었다.

이런 놈들에게 진다면 그녀의 처지, 다른 클랜원들의 처지도 뻔하다.

그녀가 굳은 얼굴로 곁에 선 마법사 김재현에게 말했다.

"꼭 이겨."

"물론입니다. 마스터."

미소년의 외양을 한 마법사, 김재현이 첫 주자로 등장했다.

차가운 얼굴을 한 홍안의 미소년, 그러나 그 안에 든 것은 수십 년간 마도의 정수를 추구한 극의의 마법사이다. 그가 등장하자 주변의 마나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임전태세, 그의 일대의 마나가 그를 따를 것이며 그의 기운을 닮아 내려앉은 것이다.

길수는 첫 주자를 보고 눈에 이채를 띄더니 씨익 웃었다.

그리고 뒤돌아 클랜원들을 향해 말했다.

"자, 예쁘장한 꼬맹이, 끌리는 사람?"

"아, 남자잖아!"

운무 징기스칸 클랜에서 소란이 일었다.

"후후, 나는 마음에 드는데? 갈까?"

"여자였으면 바로 나갔는데."

승부 자체보다 승자독식의 전리품, 패자를 더 탐내는 모양새였다. 몇 여성 클랜원들이 흥미를 보이고 나서려는 찰나였다.

"내가 나간다!"

"헉!"

"으으으……."

"저 미친놈이 있었지……."

험상궂은 남자였다. 온몸은 우락부락, 스테로이드로 과부하시킨 최고의 보디빌더조차 감탄할 근육질이었다. 샘솟는 테스토스테론을 증명하듯 턱은 사각턱에, 안와상이 불끈 융기되어 있었고 그 아래 숨은 눈동자는 검고 음험했다.

"흐흐흐, 예쁜 녀석이구나……."

"꺄, 안 돼, 길수 오빠 내가 나갈게!"

"저 귀요미 꼬마 지켜주라고!"

"이미 늦었다. 선착순이니 박동근이 나간다."

그의 등장에 여성 클랜원들이 자기가 나가겠다 아우성쳤다.

"안 돼…… 또 귀요미 하나 망가지겠네……."

"저 미친 새끼……!"

박동근이 그녀들을 밀치고 나서며 말했다.

"흥, 시커먼 계집들 시끄럽다! 도대체가 쓸모가 없는 여자들. 징그러워, 징그러."

"어머, 저 짐승 같은 자식 말하는 것 봐."

박동근이 길수를 지나쳐 맨 앞으로 나섰다. 그의 등장에 마법사 김재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박동근이 김재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내 룰은 하나다. 꼬마."

"뭐냐?"

"여자는 죽이고 남자는 겁탈한다!"

"……!"

그렇다.

그는 [진짜]인 것이다.

김재현이 몸을 떨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장갑에 박힌 자신의 징을 혀로 핥으며 중얼거렸다.

"후후, 오늘 나온 보람이 있군……?"

"더러운 자식."

"너 같은 녀석이 재미가 있지. 나중엔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더라고."

"그냥 죽여주마."

김재현이 주문을 외웠다. 그의 주위로 기하학적인 모형들이 떠올랐다. 강력한 방어의 술, 웬만한 공격은 오히려 튕겨나가 데미지를 반사하는 마력의 벽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보호한 후 다시금 허공을 훑었다. 그의 손끝 궤적 아래로 다양한 마법진들이 떠올라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김재현은 걔중 이글거리는 불길을 머금은 육망성을 손에 휘감아 곧게 쳐들었다.

"헬 파이어!"

육망성이 회전하면서 분해되더니, 그 자리에서 백열하는 화염이 쏟아져 박동근을 향해 날아들었다.

"크으윽……!"

박동근이 굴러서 피했지만 헬파이어는 바닥을 치받고는 도리어 생명체인 것처럼 한층 가열차게 땅을 타고 박동근을 좇았다. 박동근이 헬파이어를 피해 뛰다가, 아예 방향을 틀어 김재현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그의 주먹이 방어막을 두들겼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력에 쥬피 선더 클랜원들이 숨을 들이켰다. 김재현도 움찔할 정도로 강력한 주먹질이었다.

방어막은 아직 살아남았다.

한동근이 다시 주먹을 내리치려는 찰나, 그를 좇던 헬파이어가 이내 박동근의 등을 덮쳤다.

"됐어!"

정혜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방어막의 코앞에서 헬파이어가 짐승처럼 박동근의 몸뚱이를 살라먹고 있었다.

"일승이네. 좋았어."

"시작이 좋아. 김재현이면 둘은 더 없애겠지."

정혜리가 김아현이 덕담을 주고 받는 와중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소리에 둘이 얼어붙었다.

헬파이어에 휩싸인 사람의 형체가, 주먹질을 계속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쩌저적

하고, 김재현의 방어막에 금이 떠올랐다. 김재현이 당황하여 다시 손을 펼쳐 주문을 전개했다.

"체인 라이트……!"

콰아아아아앙!

주문을 끝내기도 전에 방어막이 부서졌다. 김재현이 재빠르게 박동근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주문을 완성시켰다.

"체인 라이트닝!"

새파란 뇌전이 허공을 방전시키며 박동근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몸뚱이를 가격한다.

화르르르륵

치지지지징!

전기와 뇌전, 두 가지가 하이에나와 아나콘다인 것처럼 그를 물어 뜯고 휘감아 비틀었다. 그러나 불길과 전기에 휩싸인 당사자는 조용히 걸음을 내딛었다.

저벅, 저벅

"……!"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돼!"

김재현이 다시금 방어막을 펼치려 주문을 외우는데, 박동근이 단숨에 도약했다.

불길과 전기에 휩싸인 거인이, 작은 소년을 덮치는 모습이었다. 김재현은 얼어붙어 주문을 잇지 못했다.

착지한 박동근이 자세를 낮추더니 단숨에 복부에 어퍼를 쳐올렸다.

"끄어어어억!"

김재현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한동안 배에 든 것을 토해내며 괴로워했다.

그러자 박동근을 괴롭히던 화염과 뇌전도 사그라졌다.

그는 그을린 자국과 탄 흔적이 몸에 가득하고 옷도 망가졌으나, 큰 데미지를 입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제법 아팠어. 예쁜이."

"크허어어…… 흐어어……."

"자, 대가를 치러야지?"

박동근이 김재현의 머리채를 잡고 성큼성큼 자신의 진영으로 걸어갔다. 김재현은 반항도 못하고 개처럼 끌려갔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정혜리가 소리쳤다.

"잠깐! 다음 싸움은……!"

승자가 다음 승부를 이어가야 한다.

"기권할 테니까 니들끼리 싸워."

박동근은 흥미 없다는 듯 말했다. 아예 이 자리에서 김재현을 데리고 퇴장하려는 모습이었다.

"김재현 놔둬! 아직 싸움 안 끝났잖아!"

"내가 알 게 뭐야?"

"뭐?"

"꼬우면 룰이고 뭐고 싸우던가."

"……!"

"니네가 이기면 돌려줄게. 끝날 때까진 내가 이 꼬마 쓰고 있을게, 됐지?"

"미친……."

"여긴 정글이야, 계집아."

그리고는 박동근은 유유히 클랜원 쪽으로 걸어갔다. 운무 징기스칸 클랜원 중 마법사 하나에게 말을 걸어 그와 김재현 둘만의 아공간을 펼쳐달라 부탁하는 모습이었다. 정혜리가 이를 으득 갈았다.

"저 개새끼가……."

"그럼 다음 놈 나와!"

두 번째 차례인 김아현이 분노해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빠르게 죄 작살내고 데려온다."

"호오."

길수가 눈을 빛냈다.

"예쁜 아가씨네."

"워우!"

벌써부터 자기가 나서겠다고 아수라장이었다. 길수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이번엔 다들 하고 싶은 것 같네?"

김아현은 질색한 표정을 했다. 자신을 훑는 수많은 시선에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육체파 무투가로, 무에타이를 단련한 무술의 달인이다. 여자치고는 큰 키에, 건강미 넘치는 복근과 단단한 허벅지, 그리고 가느다란 발목선까지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몸매의 소유자인 것이다. 움직임을 편하게 하기 위해 핫팬츠에 민소매 트레이닝복을 걸쳐 몸매가 도드라졌다.

"내가 동전을 던질 테니까 제일 먼저 잡아채는 놈이 나간다. 자, 지금!"

길수가 동전 하나를 허공에 높이 던졌다. 수많은 남자들의 신형이 솟구쳤다.

"내 차례군! 크흐흐흐!"

광소하는 것은 강유종이었다.

"뭐야, 박동근에 이어 이번엔 저 새끼야?"

"아우, 저 아가씨 나한테 걸리면 잘해줄 거였는데."

"미친놈한테 또 걸렸네."

강유종의 두터운 덩치가 김아현 앞에 섰다. 강유종 또한 탄탄한 몸이지만 앞서의 박동근보다는 못했다. 그러나 눈에서는 비교불가의 광기가 질질 흘러내렸다. 강유종이 들고 있는 것은 나무로 된 야구배트였다.

"일단 두들겨보실까?"

"……."

그들의 미친 언행과 기세에 약간 질린 기색이었으나, 김아현은 차분하게 자세를 잡았다. 둘의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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