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47화 (14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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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까지 밟아 졸라 세게 박아

인후는 흥분이 가시지 않아 학원을 쨌다.

자신의 능력을 더 면밀이 파악하자.

소설 속 이야기 같겠지만 자신은 초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자만하다가 오히려 능력에 집어삼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후는 자신의 능력을 비밀로 하여 자신을 위해서만 은밀히 사용하기로 했다. 우선 그가 시도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만큼 타락한 사람도 아니고, 이걸로 도박에 사용할 수도 없다. 인후는 염력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나는 게 없어 그냥 사리사욕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근처 카페에 가서 제일 싼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자리 잡았다. 책을 펴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척하며 흘끗 주위를 살핀다.

커플과 여자들 몇, 혼자 앉은 여자는 하나였다. 대학생 같은데 책을 펴놓고 휴대폰 삼매경이다. 인후는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속삭였다.

"거기를 만져."

살면서 직접 본 적도 없는 부위를 염력으로 희롱했다.

그 여자가 폰에서 눈을 떼고 잠시 자신의 다리 사이를 보고, 이윽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황한 표정이다. 인후는 시침 떼고 폰 보는 척을 했다.

"계속 만져. 쓰다듬어."

본 게 야동뿐이라 잘 모르겠다. 그냥 쓰다듬으란 말만 반복했다.

여자는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고 다시 폰 보는 척을 했다. 여자의 시선이 거두어지자 인후는 계속해서 입으로 그녀를 희롱했다.

나는 유두를 빤다. 혀로 할짝거리고 입에 물고 굴린다.

클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문질거린다.

따위의, 차마 글자로 옮기기도 두렵고 민망한 음란한 단어들을 인후는 중얼거렸다. 야설보다는 야동에 익숙한 인후기에 어휘력에 한계는 있었으나 그 집요함은 충분해서, 여자가 자신도 모르게 끄응, 하는 소리를 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를 신경쓰는 이는 인후뿐이다. 자리에서 폰을 만지는 여자가 보이지 않는 힘에 애무당하고 젖었다는 것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여자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을 향했다.

인후가 몸을 기대며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여자가 다시 자리에 앉기를 기대했으나 그녀는 곧바로 자리를 챙겨 카페를 나가버렸다. 인후가 타겟을 바꾸어 커플 중 예쁘장한 여자에게 해보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남자를 끌고 카페를 나가버렸다. 남 좋은 일만 시켰다.

인후는 부끄러워졌다.

능력을 얻었다고 이딴 저질스러운 일이나 하다니.

그냥 카페에서 일어났다. 거리로 나섰다.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가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능력을 이용해 멀리서 밀어주었다. 갑자기 가벼워지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미끄러지듯이 리어카를 끌고 사라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식으로 이용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좋은 일에 쓰자.

그런 생각을 하며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자랑인 닥터드레를 쓰고 랩을 틀었다. 착한 놈은 아니어도 솔직한 놈이 되자. 진실된 사람이 되자. 뒤에서 여자를 더듬거리는 놈은 되지 말자고 혼자 되뇌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밤길이고, 인적이 없다. 그저 어슴푸레한 가로등이 빛을 흩뿌려 바닥에 널부러진 쓰레기 더미를 드러낼 뿐, 행인이라고는 없었다. 기묘할 정도로 홀로인 와중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가 뒤돌아보았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였다.

"얘야?"

"응."

여자가 껌을 씹다가 풍선을 불었다.

남자는 운동을 했는지 몸이 좋았고, 여자는 주택가 거리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차림새였다. 밍크 코트에 긴 다리가 다 드러나는 짧은 스커트다. 살색 스타킹이어서 마치 맨다리처럼 보였고 힐은 무지하게 높았다. 나쁘게 보면 창녀스럽고, 좋게 보면 무지하게 섹시했다. 얼굴 또한 화장이 진했으나 예뻤다.

"너, 능력 있지?"

"네?"

인후가 떠듬거렸다.

"맞지? 뭐 초능력 같은 거."

"아닌데요."

발뺌했다.

예상이 틀렸다. 조용히 능력으로 사소한 이득이나 보며 살겠다는 야심이었는데, 마치 냄새 맡고 나타난 사냥개처럼 위험해 보이는 놈들이 따라붙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남자가 말했다.

"겁 먹지 말고. 너 도와주려고 하는 거니까. 능력을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를 거 아냐."

"어……."

남자가 여자에게 흘끗 턱짓하자, 여자가 싱긋 웃으면서 인후에게 다가왔다. 코트를 양 옆으로 휘날리며 모델 워킹으로 걸어온다.

밍크 코트가 열리자 그 안에는 깊이 패인 스웨터였다. 가슴골이 그대로 보이고, 가슴 둔덕에서 이어졌음에 분명한 타투가 배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에 인후는 오히려 뒷걸음질했으나, 그녀가 인후의 곁으로 다가와 팔짱을 꼈다.

"무서운 사람 아니라니깐. 누나랑 이야기나 해. 겁나면 사람 많은 카페로 갈까?"

가슴을 비비며 귓가에 속삭였다.

"초능력 가진 건 우리만의 비밀이고."

인후의 귓가 솜털에 그녀의 입술이 닿을 만치 다가와 속삭였다. 뜨거운 숨이 귀에 닿자 인후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알았지?"

그녀의 손이 인후의 가슴에 올라왔다. 그리고 몸으로 밀다시피하며 남자에게 이끌었다. 인후는 어어하며 그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인후의 팔짱을 낀 여자는 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남자들의 눈은 그녀의 가슴께나 다리에 계속해서 꽂혔고, 여자들은 그녀를 위아래로 스캔하며 질투했다.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걸었으나 인후는 매우 불편했다.

"음…… 술? 커피?"

"저 학생인데……."

"그럼 술이네."

"아, 아니…… 안 돼요."

"흐흥."

그렇게 그들은 카페에 앉았다.

남자가 품에서 투명한 유리병을 꺼내더니 손끝에 살짝 부었다. 그리고 젖은 손으로 테이블에 무엇인가를 그렸다.

"이제 우리 대화는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인후가 납득하지 못하자, 굳이 인후의 곁에 찰싹 붙어 앉은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인후가 화들짝 피했고 남자가 귀를 막았다. 그 반응에 여자가 깔깔거렸다.

"봐. 자기는 놀랐는데 아무도 모르잖아?"

과연 인후 외에는 누구도 미동 않고 그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소개하지. 우린 이 동네에서 제일 큰 클랜이야."

정글과 클랜에 대해서 설명했다. 인후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으나, 듣다보니 클랜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았다. 확실히 이런 초능력을 가진 자들끼리 싸운다면 큰일날 것이다. 죽어도 뉴스에 안 나오는 정글이라는 세계라면 자신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하면 넌 안전해지고, 서로 돕고, 그렇게 되는 거지."

"네 힘을 더 강하게 도와줄 수도 있다. 네 힘이 언령 계열인 것 같군."

인후의 능력을 들은 그들은 감을 잡은 것 같았다.

"네가 그런 능력이 있기에 힙합 매니아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능력과 개인적 특성은 비슷한 경향이 있거든."

"어떻게 아셨어요?"

인후는 힙합의 힙 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 헤드폰만 봐도 너가 힙찔…… 아니 힙합을 좋아한다는 건 알 수 있지."

"너 힙찔이랄려고 그랬지? 이렇다니깐. 쟨 락만 들어."

"흠흠."

"우리 클랜에 아마추어 랩퍼도 있는데 오면 친해질 거야. 재준이라고 있는데 걘 전기를 써. 피카츄도 아니고."

둘은 늘 새로운 능력자를 영입하는 일을 해왔기에 인후의 벽을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인후는 이 사람들이 제법 괜찮다고 느껴졌다. 남자의 이름은 길수. 여자는 윤희라고 했다. 특히 윤희는 교묘하게 인후에게 성적으로 어필하며 그를 끌어들이려고 했다. 여자에 대한 면역이 없는 인후는 윤희가 가슴을 대거나,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살살 쓰다듬는 행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귀엽다. 여자친구 있어?"

"아, 아니요."

귀엽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인후의 경직된 반응에 윤희가 깔깔 웃었다.

그녀가 화장실 간다고 잠깐 자리에 일어서자 길수가 이렇게 귀띔하기도 했다.

"쟤 섹시하지?"

"네, 네, 하하, 뭐……."

"너 여자랑 경험 없지?"

"……."

"들어오면 원 없이 안게 될 거다. 능력자가 되고 클랜에 든다는 건 그런 거거든. 윤희랑 하게 어떻게 힘 좀 써줄까?"

"네?"

"보기만큼 가벼운 애는 아닌데…… 뭐, 내가 어떻게 해줄 수는 있지."

아니라고 해야 하지만 인후는 그저 하하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되기를 내심으로 바라면서도 차마 입으로 하기엔 민망하고, 또 윤리적으로 걸리는 게 있어서 자신의 의사표시 없이도 일이 그렇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묘한 눈빛. 못 이기는 척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전형적인 얼굴이었다. 길수는 씨익 웃었다.

이래서 꼬마 남자애들 꼬시는 게 제일 쉽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되면 애매하잖아? 클랜이 아니면 앞으로 볼 일도 없을 텐데…… 윤희도 생각해서, 네가 클랜에 가입하면 뭐 오늘 당장에라도 어떻게 되겠지?"

"아……."

인후가 눈을 피하고 어정쩡하게 있는 사이 윤희가 돌아왔다.

"어머, 자기들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분위기 좋다 나 빼고?"

"별 얘기 안 했다. 뭐 더 설명할 거 있지 않나?"

"음…… 복지? 월급? 너 들어오면 능력 레벨에 따라 다르긴 한데 기본급부터 다르다?"

윤희가 다시 인후의 사타구니에 손을 올리며 바짝 다가갔다. 자연스러운 듯 한 행동이지만 인후는 다리 사이에 피가 몰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스타킹만 신은 허벅지가 자꾸만 인후의 다리에 다가오고, 가끔 깔깔 웃으며 몸을 칠 때에는 그녀의 허벅지가 살짝 인후의 허벅지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응…… 자기 귀엽다. 우리 클랜에서 함께 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네……."

"가입할래?"

"그…… 생각 좀……."

"흐응……."

못마땅하다는 듯 윤희가 뒤로 몸을 빼며 팔짱을 꼈다. 그녀가 살짝 삐진 표정으로 스킨쉽을 관두자 인후는 잘못을 저지른 듯한 기분이 되었다.

길수가 인후에게 눈짓했다.

윤희 씨와 할 수 있다고……?

야동은 많이 본 혈기왕성한 청소년 인후였다. 말하자면 연예인이라고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예쁜 여자와 오늘 한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았다. 갑자기 이 상태가 현실인가 싶어서 인후는 자그맣게 확인해보았다.

떠올라라.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인후가 마시던 컵이 두둥실 떠올랐다. 갑작스런 염력의 발동에 길수가 컵을 붙잡고 떨구었다.

"조심해. 일반인들한테 보여지면 안 돼."

"아, 죄송합니다."

"제법인데? 방금 제법 강한 힘이 느껴졌는데. 너 재능이 있나보다."

"네……."

"우리가 제대로 알려주지. 어떻게 힘을 쓰는지 깨우치면 넌 더 강력해질 거다."

길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조잡하긴 하지만 인후에겐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으응…… 분위기 좋은데 우리 술이나 먹을까?"

"저 미성년자라서……."

"거짓말 그만. 너 성인이잖아?"

"……."

어떻게 그것까지 알았을까.

인후는 고등학생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성인이었다. 인후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옛날 사람이던 부모님은 출생신고를 늦게 하면 복이 온다는 무당의 말을 듣고 신고를 늦게 했다. 실제로는 올해부터 성인이었다.

"그래도……."

인후는 어릴 때 기억이 드문드문했고, 항상 열 일곱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본인도 그런 자각이 없었다.

"오늘 알려줄게. 가자 자기."

윤희가 팔짱을 끼자 거부할 수 없었다. 길수가 윙크했다. 인후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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