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35화 (135/180)

0135 / 0180 ----------------------------------------------

2-3. 더블 드래곤

이 말도 안되는 좆같은 상황에 정한새는 어이가 없어졌다.

바알의 문장이 세 마리 포효하는 드래곤으로 바뀌고 그들이 지옥의 새로운 정의를 세우겠답시고 주변 마왕들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두 인간, 고대 악마의 힘을 이어받은 놈들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서서 바알의 앞을 막는 악마들을 도륙하고 있다고 했다. 바알까지 합쳐 트리플 드래곤, 셋의 악명은 지금 지옥을 뒤흔들었다.

바알은 정한새와의 모든 협정을 무(無)로 돌렸다.

정한새가 계약위반이라 항의했을 때 바알은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룰을 어겼다. 그래서?"

그의 강대한 투기 앞에 정한새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정글의 룰은 승자독식, 약육강식이다. 약한 놈아."

정한새는 입술을 깨물고 울분을 씹어삼키며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유경이라는 여자애는 구해진 후 기억을 지우고 인간계로 되돌려보냈다. 그가 고대하던 것들은 모두 수포가 되었다.

정하, 그 고혹적인 여자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짐승처럼 쑤셔박아 정액을 뿌려 자신의 아이를 배게 하겠다던 그 황홀한 미래는 다시 멀어졌다. 가지지 못한 것에 갈증은 더 타들어가고, 손에 닿았다 여겼던 것이 스러진 순간 그의 참을성은 다시 바닥에 이른다. 정한새는 자신의 아래에 엎드린, 늘씬하고 긴 흑발을 가진 여자의 자궁에 사정하면서 정하의 이름을 속삭였다.

정한새가 눈을 감았다.

아, 그 얼굴.

그 피내음.

진저리쳐지는 달콤한 목소리.

그에 반해 너는 어떻니, 창녀야. 정한새는 자신의 밑에서 부르르 떠는 여인의 척추를 어루만진다. 너의 성기에서는 와인처럼 달큰한 피내음이 아니라 매독의 냄새가 난다. 성병의 냄새, 널 거쳐간 남자들이 남긴 씨앗이 말라 죽은 시취이다. 구역질이 올라와 숨을 삼키게 하지만은.

여인이 바닥에 드러누워 늘어졌다가, 슬며시 몸을 돌리고 정한새를 향해 눈웃음쳤다. 그 순간에 스치는 짧은 이미지. 정하의 눈을 닮았어. 그래서 정한새는 그녀의 심장을 꿰뚫어버리는 대신에 다시 한 번 물건을 세우고 그녀를 안았다. 한 번 짓쳐들 때마다, 전에 느끼지 못한 아득한 쾌락에 그녀는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아아. 더. 깊이. 찔걱거리며 허연 액체가 정한새의 남근에 묻어나왔다.

"아흣! 하아!"

***

"아흣! 하아!"

정하가 흐느끼면서 수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예전에는 어땠을까, 연장자로서, 수현을 리드하며 가지고 놀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무리다. 수현이 삽입하고 빼어낼 때마다 정하는 몸의 컨트롤을 잃을 정도로 강하게 자극받고, 용서해달라는 듯 수현을 향해 고혹적인 눈가를 일그러뜨리며 혀를 내민다. 수현이 마주 혀를 내밀면 목마른 이가 샘을 탐하듯 그의 설육을 빨고, 조금이라도 수현이 심술궂게 허리를 쳐올리면 애교 부리듯 아양을 떨며 몸을 밀착시킨다. 자신에게 매달리는 정하를 내려다보며 한층 가학심에 열이 오른 수현이 그녀의 목을 물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녀는 애액과 소변을 함께 지리며 경련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축 늘어진다. 못됐어…… 하고 속삭이다가도 수현이 혀를 내밀면 목을 끌어안고 다시 사랑을 고백한다.

"자기, 이수현…… 수현아."

서로의 이름을 계속 속삭이며 천천히 피스톤질했다. 가느다랗게 척추를 울리는 지긋한 쾌감. 정하가 수현의 목을 끌어안고 빙글, 자세를 역전시키고 올라탔다. 늘씬한 허리를 쭉 펴면서 위아래로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쾌감을 조율하면서 가만히 수현을 내려다본다. 그마저도 이따금 견디기 힘들어 미간을 찌푸려 올리고 젖은 숨을 토해내다가, 다시 눈웃음을 지으며 수현의 코에 자신의 코끝을 얹고 쪽, 키스하고 되돌아간다. 수현이 입술을 들어 그녀에게 입 맞추려 들면 다시 뒤로 물러나 약을 올렸다. 수현이 못이기겠다는 듯 쿡 웃으면 그제야 다시 상을 내리듯 츄, 입을 맞추고.

수현이 혀를 내밀면 다시 뒤로 물러나 약올리며 눈웃음.

둘의 웃음기 밴 시선이 서로를 빤히 응시하다가, 수현이 그녀의 양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러자 정하의 얼굴이 당황하는 듯, 기대하는 듯 묘한 얼굴로 붉어져서는 수현의 어깨를 붙잡고 도리질쳤다. 수현이 심술 궂은 표정으로 턱짓하고는, 아래에서 허리를 크게 쳐올렸다. 그녀가 조준하던 위치보다 훨씬 더 깊은 곳으로 수현의 귀두가 짓쳐들었다. 그녀가 바르르 떨면서 수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가장 깊은 곳을 찔리자 그녀는 발가락 끝을 세우면서 허연 애액을 수현의 남근 위로 질질 쏟아냈다.

표정이 관리 안 돼 잔뜩 흐트러진 음란한 얼굴로, 정하가 눈꼬리에 물기를 매달고 수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수현이 허리를 슬슬 비틀자 그녀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타액이 흐른다. 수현이 그를 따라 혀를 기다가 이내 그녀의 입 안으로 설육을 밀어넣었다. 기갈에 허덕이는 사람처럼 정하는 수현의 혀를 탐했다.

자신 때문에 흐트러지는 그녀를 사랑한다. 앙탈을 부리면서도 결국은 길들여진 본성을 주체 못하고 다시 되돌아와 매달리는 그녀를 어찌 사랑 않을까. 사정할 땐 항상 다리로 허리를 휘감고 안을 채워달라고 칭얼거리는 그녀는 내것이다. 정액을 받을 때마다 절정에 오르는 그녀를. 구겨지는 일이라고는 없을 것처럼 오만하던 얼굴이 형편 없이 일그러져 헐떡이며 사랑을 애걸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

기나긴 괴롭힘 끝에 그녀는 수현의 정액을 배 안에 받아내고서 몸을 떨었다. 그녀의 눈가는 붉고, 온 몸은 수현과 얽히느라 발그레 달아올랐다. 질질 새어나오려는 수현의 씨를 조금이라도 더 품으려 드러누운 채 하체를 M자로 들어올리고,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허연 정액을 그러모아 질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모습을, 남근을 받아내느라 헤벌어진 그녀의 음탕한 구멍을 수현이 응시했다. 정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셀 수도 없이, 닳고 헐도록 모든 구멍을 사용하며 수현의 아래에서 개처럼 뒹굴어 왔는데도 이따금 견딜 수 없이 부끄럽다.

발목을 교차시켜 자신의 꽃잎을 감춘다.

수현이 그녀의 양 발목을 잡아 벌렸다. 다시 그녀의 비처를 자신의 시야에 둔다. 정액이 아래로 흘러 항문까지 이르렀던 자국이 선명하다. 그녀의 항문에 길게 키스하고, 자신의 씨를 채운 질구멍에 길게 키스했다. 정하가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붉어진 뺨을 감쌌다. 수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웃자 정하가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정하가 앙탈부리며 발바닥으로 수현의 어깨를 밀었다.

수현이 도리어 그녀의 발을 손 위에 갈무리하고서, 발바닥 중앙에 키스했다. 다시 입술로 엄지를 머금고 빨았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혀로 훑었다. 수현의 혀끝이 그녀의 피부를 훑을 때마다 정하가 어깨를 비틀며 신음했다. 다시금 엄습하는 쾌감에 허리가 흔들리고, 질이 수축하며 수현의 정액들이 질질 흘러나왔다. 애액과 뒤섞이며 한층 묽게 시트를 적셨다.

수현이 그녀의 발등에 키스하고는, 그녀의 사타구니 안쪽을 밀어 다리를 벌렸다.

그녀의 유연한 허리가 허용하는 최대치로 열어제껴 그녀의 양 허벅지가 일자로 벌어지자, 그녀의 달아오른 가랑이 사이가 낱낱이 드러났다. 거뭇한 수풀 사이에서 허연 정액이 끊임 없이 흘러내려 그녀의 항문을 지나 아래 시트 위로 고여들었다. 수현이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아랫배에 이를 박아넣었다. 정하의 허리가 삐끗거렸다. 허벅지로 수현의 목을 조으며 발작하듯 몸을 비틀었다. 조수와 오수가 함께 뿜어져나왔다. 수현이 이를 떼어내면서, 곧바로 발기한 남성을 그녀의 구멍 위에 올렸다. 그녀의 꽃잎이 벌름거리며 수현의 기척에 반응했다. 귀두를 밀어넣는 것으로도 둘은 절정에 이를 것처럼 흥분한다. 수현이 길게 삽입해 넣자, 정하는 사지로 수현을 끌어안아 옭아매고는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수현의 목을 물었다. 수현 또한 휘도는 쾌감에 어질어질했다. 한 차례 정액을 뿜고 말았다. 정하와 수현, 둘의 허리가 동시에 경련하고, 수현 또한 드러난 정하의 목덜미를 물었다. 서로가 동시에 오르가즘에 오르며 몸이 덜덜 떨렸다.

둘은 눈을 감은 채 서로의 피를 지긋이 빨아냈다. 지속되는 흡혈로 절정 또한 지속되고, 둘의 몸이 틈이라고는 없이 하나로 이어진 채 경련했다. 눈꺼풀이 닫힌 어둠 너머에서 둘은 다시금 서로를 발견할 수 있다.

둘은 알몸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환희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은 쾌락 속에서, 환각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만난 둘은 끌어안고 다시금 키스를 했다.

***

정한새가 여자의 등 위에 엎어지며 숨을 골랐다. 후배위를 끝내고 난 후에, 치미는 허탈감은 곧 살의로 이어져 여자의 왼쪽 날개뼈에 손끝을 올렸다. 불과 몇 인치 아래에서 심장은 고동치고 있을 테다. 죽이면 피가 솟구칠 것이고, 그 안에서 그녀의 잔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한새는 품에 둔 작은 새의 생과 사가, 섹스와 희롱이, 모든 게 손에 쥐어져 있다는 생각에 들뜬다. 여자는 지쳐서 작은 새처럼 호흡하고 있다.

한 치, 밀어넣으려 손끝을 세웠다.

살해하며 피가 튀는 순간이면 그 붉은 얼룩들 사이로 그녀의 입매가 떠오른다.

그러므로 그는.

시야 가득 핏물이 배어나왔을 때에 그녀를 고대했으나.

그저 붉게, 그리고 이윽고는 어둡게, 암전하는 시야에 우두망찰했다.

정한새가 내팽개쳐졌다.

허공에 몸뚱이가 떠올랐다. 장막을 두른 시계는 온통 어두워 시간도 공간도 지각할 수가 없다. 어둠의 속살거림이 귀를 간지럽혔다. 정한새는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렸으나 고개가 돌아간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어둠 안에서 침몰한다.

무한정한 깊이로 떠내려갔다.

공포가 차올랐다. 아래로 아래로, 모든 것들은 멀어지고 있다. 사유는 얕아지고 인식은 희미해졌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삶이 풀어헤쳐졌다.

어둠이다.

씹새끼가.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상상하고 있어.

하고, 머리 안으로 의미가 들이닥쳤다.

그녀는 내 것이다.

어둠이 찢겨나가고 그 너머에서…… 그것이 끔찍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그것은 어둠과 공포 그 자체이다. 형체는 있으나 없고, 무한정히 두려운 개념, 그 자체인 것이다. 정한새는 전율하고, 그의 정신은 고개 쳐박는다.

그는 포식당하고.

끝났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자기, 뭐해?"

정하가 수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수현은 그의 몸보다도 크고, 달과 밤을 다 담아내는 창틀에 걸터 앉아 밤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 더 깊은 어둠이 스러지는 게 보였다.

수현은 말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뱃속에서 시꺼먼 어둠이 일렁이다가 이내 고요히 내려앉았다.

============================ 작품 후기 ============================

개인사정으로 아직 시간 내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연재속도를 되돌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