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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게임-130화 (13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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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악마의 기호

그간 너무 말랐다.

품에 안겨서 잠들어 있는 소희의 체구가 전보다도 가녀렸다. 자신이 큰 것인지, 그녀가 마른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일는지. 그녀의 몸을 쓸어 훑으면 손끝에 그녀의 도드라진 뼈들이 걸려들었다. 수현은 새근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이마에 키스했다. 소희가 낮게 몸을 비틀며 수현의 몸에 더 파고들었다. 한 쪽 다리는 수현의 다리와 꼭 맞대고, 한 쪽 다리는 수현의 몸에 올려 빈틈 없이 밀착한 채로 자꾸만 안으로 안겨든다.

당장이라도 깨워서 더 해버리고 싶다. 힘들다고 애원할 때까지 그녀를 안아 내 것으로 하고 싶다.

사실은 피가 났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녀가 힘들어했다. 육체는 예전과 같이 예민해 금새 예전의 감각을 회복하고 헐떡였으나, 더 했다간 부담될까봐 수현은 그녀를 그냥 품에 가두고 재웠다.

그간 웃지 못해 굳었던 그녀의 얼굴이 이내 수현을 향해 활짝 피었을 때 수현은 오히려 가슴이 가라앉았다. 예상한 적 없는 죄책감이었다. 그의 테두리 안에는 정하와 예브게냐, 올가, 이브린만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삼 년간 말라간 이 소녀를 보자 수현은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내려다보며 처음으로 갈증을 느꼈다.

"안 자……?"

잠자리에서의 교태 어린 목소리는 여전하다. 소희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마치 수현이 정말 여기 있는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 그의 가슴을 몇 번 쓰다듬다가, 고개를 들어 수현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헤헤 웃고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잘게."

"으응…… 내일도…… 같이 있자……."

소희가 잠꼬대하듯 속삭였다. 수현은 응, 하고 대답하며 그녀의 뺨에 입술을 올렸다. 귀를 살짝 핥고, 관자놀이에 키스한다.

***

이것 봐. 악마가 친구하자고 달려들겠다 야. 하하하.

응, 난 농담한 건데, 안웃겨? 재미있지 않아?

옛부터 악마들, 사이한 것들은 언제나 섹스와 연관되곤 했었지.

그러니까 난교가 악마 숭배의 상징인 거야. 방탕한 성행위라야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지. 너처럼 남을 질시하고, 금전을 숭배하고, 탐식하고 나태하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불의한 자들이 곧 악마들의 친구야. 이제 이해가 됐니? 내가 농담하면 이해하고 함박웃음 지을 수 있겠니?

정한새는 상냥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청중은 말을 잇지 못한다. 그녀의 고개는 쳐박혀 있다.

뒤로 소년에게 강간당하고 있으므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쾌락을 거부하고,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도록 이를 악물고 고개 쳐박는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집요하게 그녀의 내부를 쑤시고 뒤집는다. 그의 물건은 악마의 것이고 악마는 쾌락에 능하므로, 일개 인간인, 그마저도 세속에 물든 그녀로서는 그를 당해내지 못하고 마침내 가느다란 신음을 내고 만다.

쾌감은 그녀의 신경계에서 뇌로 여과 없이 들이닥친다.

인간의 이성을 쾌감으로 짓누르고 짐승처럼 헐떡이게 만드는 것이 악마의 기쁨이다. 유경은 이내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생식기를 마찰하고 비비는 그 동물적인 행위가 그녀를 굴복시키고 제 스스로  호응하는 그 순간에, 그녀의 자궁에 똬리 튼 악의 씨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너무 좋아, 발음조차 불분명하게 쾌락에 매몰된 목소리로 그녀는 물을 흩뿌린다. 정한새 또한 때가 되었으므로 사정을 향해 한층 열을 올렸다. 씨앗들은 양분을 전할 살기둥이 입구를 두드리는 것을 보고서 입을 벌리고 몸을 흔들었다. 그 반동에 유경은 눈을 뒤집으며 쾌락에 몸을 경련했다.

자, 섹스하자. 즐거운 섹스.

그의 거대한 물건이 유경의 살을 헤집고 쑤셔박히는 음탕한 마찰음이 방안 가득 울렸다. 방 안, 어슴푸레한 전등 불빛에 밝혀진 그녀의 나신은 온통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정한새의 손이 닿는 곳마다 경련했다. 정한새는 신이 나 힘껏 팡팡, 그녀의 엉덩이에 하체를 접붙인다. 애교 떨듯이 달라붙는 속살에 참을 수 없는 쾌감이 남근을 통해 전해져왔다.

이윽고 정한새의 정액이 그녀의 자궁에 뿌려졌다. 씨들이 발아했다. 정한새가 숨을 고르는 새, 그녀의 자궁에서 태어나 정액을 타고 질내를 기어나온 악마들이 스르르, 방 구석에 차례로 도열한다. 그 순간 어둠 속에 자리한 악마들이 일제히 눈을 빛냈다. 수백, 수천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 떠올랐다. 정한새가 바닥에 나뒹구는 술병을 까고 벌컥벌컥 마셨다. 유경은 탈진한 채로 침대에 널부러져, 무방비로 몸을 열고 있다. 그녀는 엎어진 채 꼴사납게 벌려놓은 가랑이 사이로 꽃잎과 벌어진 속살을 내보였다. 정한새가 씩 웃으며 그녀의 구멍에 침을 퉤 뱉고 다시 남근을 키웠다.

자, 우리 연인처럼 섹스하자.

그녀를 안아올려서는 허벅지 위에 마주 보고 앉혔다. 서로 마주보는 자세로 정한새가 허리를 튕기자 유경은 그에게 안긴 채 헐떡였다. 정한새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혀를 희롱했다. 악마에게 취한 소녀는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지금 몸을 휩쓰는 쾌감에 골몰했다.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고 살아 날뛰는 것은 오직 육체의 감각 그뿐이다.

정한새는 이제 그에게 굴복한 소녀를 원하는만큼 취할 수 있다. 그래서 그가 보다 원하는 것들을 했다. 그녀의 머리를 뒤흔들고 그가 선호하는 체위와 스타일을 요구했다. 그 끝에서, 정한새는 유경에게 자신이 원하는 여자의 모습을 겹쳤다.

오만한 얼굴.

고혹적인 미소.

칠흑의 마력을 흩뿌리던 그 여자.

누구라도 유혹할 것처럼 가늘게 웃다가도, 정작 매혹되어 다가오는 이들은 짓밟고 비웃어대던 기만자, 사람들을 노예로 전락시켜 발치에 엎드리게 하던 여왕, 그녀를 숭배케 하고 기꺼이 불구덩이로 뛰어들게 하고 웃어대던 악녀.

정하의 얼굴을 유경에게 겹쳤다. 닮은 것 하나 없어도, 그는 그 집요한 집착으로 유경에게 정하의 상상을 뒤집어씌우는 데 성공한다. 그는 지금, 정하를 강제로 범하고 있다. 그녀는 그의 밑에 깔려서 쾌락에 취해 애달프게 울고 있다. 한 번 삽입할 때마다 속살이 물어대면, 그는 사정할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 돌려 억지로 키스했다. 정하와 혀를 뒤섞고 생식기를 쑤시는 상상에 그는 더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자궁에 사정했다. 지금 그의 귀를 흔드는 여자의 신음은 정하의 것이다.

"정하, 정하. 이 씨발년. 좋아? 좋냐고?"

사정한 이후에도 줄지 않은 물건을 억지로 흔들며 정한새는 상상에 도취한다.

"정하. 이 개년. 걸레년. 좋아. 사랑해요. 사랑한다고요. 그러니까, 나랑 섹스해요. 정하. 정하. 사랑한다고, 씨발."

계속되는 무자비한 삽입에 유경의 신음이 고통스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한새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육체를 쥐고 비틀며 자신의 물건을 쑤셔넣는다.

"사랑하니까, 응, 키스하자."

혼곤한 유경의 입술을 빼앗으며 정한새가 몸을 떨었다.

처음 그녀에게 사로잡혔을 때, 그녀는 귀여운 꼬마네, 하고 웃었다. 그녀의 등 위로 떠오른 것은 믿기지 않도록 거대한 만월이었다. 그녀가 유혹하듯 그의 살갗을 훑으며, 새까만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정하는 그의 영혼을 꿰어 올린 것이었다. 그녀에게 물렸을 때 소년은 흡혈의 쾌락에 떨며 처음으로 사정했다.

복종을 맹세하며 그녀를 안고 싶다고 애원했을 때,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그의 혀를 잘랐다. 그리고 그의 물건을 길게 베어냈다. 피가 줄줄 흐르는 혀와 성기를 부여잡고 널부러져 신음하다가 이내 그녀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창을 열고 바람을 들여, 밤의 냄새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 모습, 그 고혹적인 미소에 정한새는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그녀의 노예로서 숱한 짓들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나타난 한 소년, 그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 더이상 그는 정하에게 복종할 수조차 없었다.

몸을 회복하고 정하를 되찾으려 먼 발치에서나마 서성거렸다. 그러나 열린 창틈으로 그가 보았던 둘의 섹스는 정한새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정하를 상상하며, 가끔은, 혹여 정하가 처녀가 아닐까…… 라고 상상하며 미친 듯이 수음하곤 했었다. 닳은 듯한 태도와 달리 한 번도 남자와 자는 것을 본 적 없었다. 이따금 종속의 낙인을 받은 여자 노예들을 침대로 끌어들인 적은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 막연한 상상은 그 장면으로 부서졌다. 정하는 마치 연인을 숭배하듯 소년에게 키스하고 다시 키스하고, 그의 물건을 핥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며 서로 껴안고 한참이고 서로를 애무하고 다시 키스하고 서로를 음미하듯 알몸으로 얽히다가 이내 소년의 남근을 받아내면서 짐승처럼 신음하고 있었다.

씨발년. 너도 그냥 창년이었어.

정한새는 이를 갈았다. 소년의 육중한 물건이 그녀의 안으로 삽입되자, 정하는 울면서 소년을 껴안고 열렬히 허리를 흔들었다. 둘은 섹스하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달콤한 말들을 서로 계속해서 귓가에 속삭이며 애정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가 상상한 적도 없는 모습이었다. 정하의 오만하고 고혹적인 미소가, 저렇게 애틋하게 비칠 수 있는지 전에는 알지 못했다. 둘은 온갖 체위로 날이 밝을 때까지 서로 얽혔고, 또 얽힌 채로 잠들었었다. 잠든 와중에도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에 정한새는 돌아가 아무 여자나 붙잡고 미친듯이 그녀를 강간했다.

그 이후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소년을 죽이고, 정하를 빼앗는 것.

그는 자신의 능력 나이트워커를 훈련시켰다. 악마들과 손잡는 그의 능력은 광기와 분노가 타오르는 만큼 강해졌고, 이내 악마 군단의 바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군세는 수천 수만이었고 그의 힘은 인간이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대가는 그의 영혼이나, 기꺼이 내어줄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를 세뇌시켜 마치 소년을 대하듯이, 자신을 사랑하게 하여 자신의 항문에 기꺼이 키스하게 할 것이다.

몇 번이고 소년을 노렸다. 그의 능력을 시험하고 그의 싸움들을 관찰했다. 그는 드래곤조차 굴복시켰으나, 그가 얻은 바알 지옥 대공의 힘은 그보다도 위다. 그가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사라져 소년을 찾아 삼 년을 헤맸고, 지금 다시 돌아왔다. 삼 년 동안 그는 더욱 강해졌다. 바알은 이제 그의 후견인이었다. 그의 광기는 바알과 같았다.

이제 유경의 몸을 제물로 하여 바알의 힘을 지상에 강림시킬 것이다.

"정하. 정하 누나. 나 사랑해?"

유경은 대답하지 못한다.

그녀의 자궁에서 발아하는 악마들의 씨를 느끼며 정한새는 유경에게 키스하고 속삭였다.

응. 나도 사랑해.

***

정하는 수현의 외박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이러는 것인가, 정하가 거실에 앉아 와인을 콸콸 부어 들이켰다.

"누가 내 욕을 하나."

귀가 간지러워졌다.

문득 허공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이브린이었다. 그녀는 새하얀 슬립 드레스만 걸친 채 둥실 떠올라 정하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흰 살갗과 흰 드레스, 은발이 어울리자 정말 인형 같았다.

"외로운 것이냐?"

"뭐, 주인님이 안왔으니까."

"흐응. 내가 위로해주길 바라느냐?"

"아-니!"

수현과 네 여인들이 함께한 시간도 오래 되었다. 다섯이 함께 하는 난교는 이미 익숙하고, 게다가 수현은 여인들이 엉키는 걸 보며 흥분하는 취향도 있었다. 그녀들은 이미 레즈비언 플레이를 돌아가며 끝까지 즐겼던 경험자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하는 본래 오랜 시간동안 동성애를 즐기는 취향이었다. 강하게 부정했으나 이브린이 그 인형 같은 얼굴로 말끄러미 바라보자 정하는 살짝, 가슴이 요동치는 것이다.

"우리끼리의 위로는 주인 또한 권장하는 사항이니라. 또한 나는 주인 다음으로 너와 할 때가 좋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이브린은 표정도 하나 안 변한 채 살짝 몸을 일으켜 정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하가 움찔했다. 애초에 자신을 사로잡았던 복수로 온갖 기구로 이브린을 괴롭혔던 것도 자신이다. 이브린의 입술이 다가오자 정하는 머리가 어지럽고, 조금씩 몸이 달아올랐다. 수현만큼은 아니지만…… 저 입술은 부드러울 것이다. 어린 새와 같이 발그레한 혀가 안에 자리하겠지.

정하와 이브린의 입술이 살짝 맞닿고, 둘의 혀가 살짝 얽혔다가 풀렸다. 아, 젖었다. 이브린과 키스하자, 예전에 수현에게 삽입당하며 이브린과 키스하던 예전의 감각이 떠올라 몸이 멋대로 반응했다.

"위로 가지 않겠느냐. 주인의 방으로."

이브린 또한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녀 또한 다급한 듯 허벅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 도도하던 드래곤조차 이렇게 만들어버린 수현에게 정하는 새삼 감탄했다.

수현의 냄새가 나는 침대 위에서라면 더 즐거울 거다. 정하가 이브린의 안아올려서는 위층으로 향했다.

수현의 방문을 열었다.

"……흐응."

"……흐음."

정하와 이브린이 동시에 침음성을 흘렸다.

커다란 침대 위에서 예브게냐와 올가가 반라로 껴안고 키스하고 있었다. 손으로 서로의 가슴과 다리 사이를 훑고 있다.

정하가 피식 웃었다. 이브린과 정하가 후끈한 방 안으로 들어섰고,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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