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100화 (100/180)

0100 / 0180 ----------------------------------------------

외전 : 이상한 나라의 수현

눈꺼풀을 찌르는 햇살에 눈을 떴다.

누구도 깨라고 강요하지 않고, 때 되어 쪼이는 햇빛에 못이겨 눈을 뜨는 이런 주말 아침을, 수현은 가장 좋아한다.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여느 때처럼 그의 동거인들이 잠투정을 부리며 더욱 품으로 파고든다. 서로가 알몸으로 껴안고 맨살을 비비는 느낌이 좋다. 수현이 미소지으며 곁의 흑발을 쓰다듬었다.

"흐응."

정하가 기분 좋은 얼굴로 신음한다.

섹시한 저음이다.

…….

아니, 너무 저음인데. 수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정하를 빤히 쳐다본다. 머리카락이 짧아졌다. 눈 감은 얼굴선이 샤프하다. 예전에는 살떨리게 고혹적인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제법 남자다운 느낌이 난다.

수현이 소스라쳐서 벌떡 일어났다.

정하가 덜 깬 얼굴로 미소짓는다.

"으응…… 주인님 일어났어……?"

나른하게 속삭이는 낮은 울림이 귀를 건드린다.

엄청나게 섹시한 목소리다.

……다만 여자에게만.

수현이 놀라서 침대 밖으로 뛰쳐나온다. 너무 놀라니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가 아는 정하는 여자다. 세상에서 제일로 고혹적인 여자다. 그런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저 사람은.

여자라면 누구나 홀릴 것 같은 섹시한 얼굴의 미청년이다. 무슨 장난을 치냐는 듯 웃고 있는 표정에도 색기가 묻어나온다. 알몸은 말랐지만 단단해서, 유연한 표범을 연상케 한다. 그가 이불에서 벗어나 바닥을 딛었다.

알몸이라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한 커다란 물건이 눈에 밟힌다.

"아침부터 나 유혹하는 거야?"

그 남자가 키득 웃는다. 그 모양새는 분명 정하를 닮았는데, 정하가 남자라면 딱 저 모습일 거 같은데, 정하는 여자다. 수현의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소리쳐서 예브게냐나 올가, 이브린을 불러야 한다. 수현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문이 열린다.

"주인님! 아침 드세요!"

누군가가 활기차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집사처럼 차려 입은 미소년이다. 반바지 아래로 뻗은 날씬한 다리가 하얘서 눈을 사로잡는다. 피가 섞인 듯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운 부분만 정제해서 내놓은 듯한 아름다운 생김새로, 엉거주춤 서 있는 수현을 발견하고서 생긋 웃는데 꽃이 피는 것만 같다.

……말하자면 올가가 소년이었다면 딱 이런 생김새일 것이다.

"주인님. 모닝 키스 해주세요."

이게 무슨…….

당황해서 눈을 피하다가, 벽에 붙은 전신거울에 눈이 이르렀다.

순간 마주친 것은 지독하게 새까만 눈동자.

소녀였다. 신이 고심하여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모아 빚어낸 듯한 아름다운 소녀다. 커다란 눈에 콧날은 곧고, 입술은 발그레하다. 피부는 새까만 머리카락에 대비되어 한층 하얗게 빛난다. 가슴은 크지 않았으나 모양새가 잘 잡혀 있고, 유두는 봄을 올린 듯한 분홍색이다. 한줌도 안될 듯이 가냘픈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곡선이 유려하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가느다래서 너무 말랐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손 닿으면 녹아버릴 듯 매끈해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다리 사이 희미한 터럭 아래에 비치는 것은 남성기가 아니라, 여성기다.

꽃 같은 분홍빛이었다.

"……어어."

수현이 입을 열자, 거울 속 소녀도 입을 벌린다.

미의 여신과도 같은 외모가 무색하게 상당히 얼빠진 표정이다.

"이게 무슨……."

거울 속 소녀가 말한다.

"이게 뭐야……?"

수현의 귀에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듯 황홀한 소프라노였다.

*

수현은 식사하는 네 청년을 흘끗 쳐다보았다.

정하와 올가뿐 아니라, 예브게냐는 신경질적인 표정의 화려한 금발 미청년이었고, 이브린은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아름다운 미소년이었다. 어쩐지 식탁에서 움츠러들었다. 수현이 젓가락을 슬며시 놓았다.

"주인님 더 안먹어?"

곁에서 달큰한 목소리로 속삭여오는 건 정하였다. 평소 그녀가 하던 행동 그대로에, 얼굴도 남성적으로 바뀐 것 외엔 그 고혹적인 빛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진짜 여자 여럿 울리겠다. 수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네, 벼, 별로 안고프네요, 배가."

"그럼 나도 그만 먹을래."

정하가 뱀파이어라 식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 식탁에 앉는 이유는 수현과 함께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정하가 수현의 뺨에 입술을 갖다대자 예브게냐가 틱틱댔다.

"흡혈귀 넌 앞으로도 식탁에 앉지 좀 말아줄래? 음식 아깝거든."

"넌 그대로 좀 죽어버려. 피 아까우니까."

둘이 으르렁댄다. 미모의 여인들이 날을 세울 땐 귀여웠는데, 청년 둘이 그러고 있으니 분위기가 그냥 험악하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이브린에게서 마력이 뻗어져나왔다.

이후로도 둘이 계속 무어라 말을 하는데, 수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브린의 마력장이 펼쳐져 그들의 소리를 차단한 것이다. 이브린은 소녀일 때에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은 아름다운 얼굴로 싱긋 웃는다.

"언제나 시끄럽구나. 주인. 나와 함께 드라마를 보지 않겠느냐."

수현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늘 하던 일인데 뭔가 낯설다.

전엔 식탁에서 이브린을 안아들고 걸어갔는데, 이젠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이브린과 키 차이도 그리 나지 않는다. 작은 동생을 데리고 가듯 손을 잡고 거실 티비로 향했다.

이브린은 여전히 아침드라마를 사랑했다. 인터넷 티비 채널에서 막장 스토리로 이름 높은 몇 개 드라마를 고르더니, 첫편부터 시작했다. 도입부부터 불륜과 배신으로 얽힌 파격적인 내용이 흘러나왔다. 이브린이 몰입했다.

어린 모습이라 그런지, 이브린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여전히 귀여웠다. 정하와 예브게냐는 청년이 되어서 조금 낯선데, 올가는 괜찮았고 이브린은 마치 자신이 남자일 때의 소녀 이브린 같다. 수현이 웃으면서 이브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브린이 고개를 돌렸다. 루비를 녹인 듯이 선연한 눈동자가 수현을 향했다.

순간 수현이 멈칫했다. 이브린의 눈에 떠오르는 욕정을 느꼈다. 전이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곧바로 안아줬을 텐데 지금은.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이브린이 수현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 키스했다. 수현은 그대로 이브린에게 안겨 혀를 내주었다.

이브린이 주도하는 키스는 색달랐다.

수현은 자신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감각에 당황했다. 남자일 때와는 다르다. 그때엔 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여인들의 안에 뿜어내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면, 지금은 조용히 아랫배가 달아오르며 온몸이 예민해졌다. 이브린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더듬었을 땐 전기가 찌릿하는 충격에 허리를 들었다.

"하아……."

이 달콤한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주인의 혀는 나날이 달콤해지는구나."

이브린이 속삭였다. 수현은 전율했다. 마치 이미 길들여진 듯한 몸은 이브린의 작은 속삭임, 살갗을 기는 작은 접촉에도 반응했다. 낯선 감각에 이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다리 사이가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맙소사…….

"나를 패배시킨 주인이 이렇게 음탕한 여자일 줄은 몰랐느니라."

나, 난 여자가…….

치마가 훌렁 걷혔다. 수현은 왜 하필 치마를 입었는지 후회했다. 올가가 오늘의 의상이라며 던져준 것을 입었다. 브래지어는 자주 벗겨도 보고 이따금 입혀도 봐서 어떻게 착용할 수 있었다.

이브린의 손이 수현의 팬티 위를 훑는다.

"아흐응……!"

저절로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뭐야 이거. 수현은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이브린의 손길마다 천국의 손이 뇌를 마사지하는 기분이었다.

"노예에게 안기고 싶어 잔뜩 젖어버리는 주인이라니…… 음란한지고."

수현은 지금 이게 꿈인지, 아니면 다른 세상의 자신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빨리 깨고 싶었다.

이브린의 손가락이 애액을 잔뜩 싸버린 질을 헤집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감각에 허리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젖혀진다. 이브린이 웃으면서 자신의 물건을 수현의 허벅지에 비빈다. 그 열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수현의 치마는 반대로 훌렁 걷힌 채, 팬티를 벗겨지고 아래를 희롱당했다. 하얗고 마른 다리가 치마 아래에서 벌어진 채 분홍색 음부를 드러내고 줄줄 울고 있다. 수현의 눈가에도 물기가 흘러내렸다. 이브린이 핥았다.

"주인은 정말이지, 할 때마다 우는구나. 귀엽느니라."

진짜 울고 싶어서 우는 거거든.

이브린이 자신의 양물을 잡고 수현의 가랑이에 대었다. 수현은 이브린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힘이 없다. 머리는 거부하는데, 몸은 이브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현이 눈을 내려 하체를 보았다.

자신의 다리는…… 남자였던 자신이기에,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평할 수 있었다. 하얗고 투명한 다리선은 가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비처는 분홍빛이다. 다만 지금은 욕정에 취해 붉게 물들어 물을 줄줄 흘리는 꼴이, 음탕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다가오는 이브린의 양물은, 외모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길었다.

"이, 이브린…… 그, 잠ㄲ……."

이브린이 물건을 밀어넣었다.

여자가 되어 느낀 첫 삽입은.

감당할 수 없는 쾌락이었다.

"으하아앗…… 흐아앙……!"

뭐야 이거…… 수현은 혼곤한 머리로 생각했다. 이거 기분 좋아. 이브린이 한 번 쳐넣을 때마다, 싸악싸악 마찰하는 질내벽이 환희에 차 떨었다. 이브린이 수현의 얼굴을 마주하며 입술을 맞추었다. 수현이 쾌락에 절어버린 눈으로 혀를 내밀었다. 둘의 혀가 뒤엉키고, 이브린이 허리를 놀렸다.

자기보다도 작은 소년의 모양새를 한 드래곤에게, 다리를 벌리고 박혀대는 아름다운 소녀.

"이브린만 재미 보는 거야?"

나른한 말투, 그러나 그 안에는 언제나 도발적인 분위기가 배어 있는, 정하였다. 정하가 쇼파에서 이브린에게 범해지는 수현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이제 이브린은 수현의 젖가슴을 핥고 있다.

"주인님. 이런 꼬마에게 당하면서 너무 헤벌레하는 거 아냐?"

"으흐응…… 하, 하앙…… 시끄……러어어흐읏……!"

"아. 귀여워. 내가 주인님의 처녀를 가졌을 때 같네."

그리고는 수현에게 키스했다. 아래로는 이브린에게 당하면서, 정하의 혀에 농락당하는 건 색다른 기분이었다. 두개골에서 빛이 번쩍거리는 느낌이다.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뻗어 이브린의 허리를 휘감았다. 이브린이 싱긋 웃으며 정하와 키스하는 수현의 목덜미에 키스마크를 남겼다.

수현은 비명처럼 신음하며 이브린의 허리를 꽉 조였다. 이브린의 뜨거운 액체가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난생 처음 느끼는 여자로서의 쾌감에 수현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흐느끼며 혀를 내밀었다. 자제라고는 할 수 없이 꼴사납게 신음을 내지르고, 또 그 소리가 사랑스럽다며 키스한다.

앞에서는 이브린, 뒤에서는 정하가 수현을 희롱한다.

"정말 이렇게 민감한 건 주인님이 처음이야."

정하가 웃으며 말하자, 수현은 순간 발끈해서 정하를 노려봤다. 정하가 실수했다는 듯 수현의 목을 끌어안고 이마에 입맞췄다.

"미안. 이제 나한텐 주인님뿐이니까. 앞으로 내 물건도 주인님 구멍 전용이니, 질투하지 마."

자신의 물건을 수현의 어깨에 비빈다. 평소라면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수현은 그 육중한 존재감에 몸이 달아오르고 말았다. 이브린이 질투하는 듯 흥, 하며 깊숙히 자신의 것을 밀어넣는다. 자궁구를 찌르고 비비는 이브린의 테크닉에 수현의 입가로 타액이 흘러내렸다.

"주인님이야말로 내 앞에서 늘 다른 남자한테 다리를 벌리잖아."

정하가 속삭이며, 이브린에게 박히는 수현에게 키스했다. 수현은 아래로는 이브린을 받아들이며 정하에게 키스하는 느낌이 한층 흥분했다.

여자로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소년과 청년들에게 둘러싸이는 게 마치 수현이 네 여인을 거느리는 것만큼 황홀한 일이겠지.

수현의 빈약한 가슴, 그 끄트머리에 자리한 유두는 정하의 손길에 금새 쾌락물질을 분비한다.

수현이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정하에게 안겨 침실로 옮겨졌다. 어느 때고 정사로 이어지는 것은 남자일 때와 같은데, 이제는 수현이 여자이고 주도권이 노예들에게 있다. 공주님처럼 떠받들어지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어느새 이 몸에 동화된 걸까.

수현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침대에 뉘여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정하와 이브린의 눈에서 타오르는 욕망을 보았다. 수현의 알몸에 흥분해서 꺼떡거리는 그들의 양물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수현이 젖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예브게냐와 올가도 합류해 있었다.

수현이 부끄러워 몸을 웅크렸다. 무릎을 모아 가슴에 대고 태아처럼 몸을 가렸는데, 그들의 시선이 더욱 열렬해졌다. 그제서야 수현은 여성의 몸에 남자와 다르다는 걸 떠올렸다. 여성은 웅크려도 여성기가 노출된다. 오히려 더 고혹적인 모습으로.

올가가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수현에게 다가왔다.

"주인님 오늘도 예뻐요. 또 반했어."

"으응……."

"오늘은 새로운 놀이를 준비했어요."

……아니, 하지 마.

올가가 검은 천을 가져와 수현의 눈을 가렸다. 수현이 저항했지만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올가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다.

눈이 안보이자 자신의 몸을 긁는 네 남자의 시선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아 척추가 오싹오싹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몸뚱이는 벌써 흥분해서 질질 애액을 흘리고 있다.

어떻게 된 몸이야…….

하기야 남자일 때에도 늘상 이리 뒹굴었으니, 여자라면 이런 식이겠다. 수현은 생각하며 앞으로 이어질 행위에 두려움 반, 기대 반이 되어버렸다. 수현은 이제 이게 꿈이라고, 그것도 굉장히 리얼한 꿈, 자각몽이라고 단정했다. 아마 자신의 능력 덕분에 이렇게 리얼한 꿈을 체험하는 게 분명하다.

어차피 꿈이라면, 조금 부끄럽지만 이런 걸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순간 수현이 뒤집어졌다. 엉덩이를 치켜올리라는 듯 손길이 그녀의 몸을 훑는다. 이 자세는, 분명 수현 자신이 여인들에게 자주 요구했던 그 음탕한 자세다. 자신이 직접 하자니 부끄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아.

뜨거운 게 닿았어.

수현이 화들짝, 몸을 떨었다. 엉덩이 양쪽에 뜨거운 막대기가 올라와서는 그녀를 애태웠다. 그 거대한 존재감에, 저런 게 자신 안에 들어올까 싶은 불안감이 생겼다. 엉덩이에 비벼지는 남근에게서 미끈한 액체가 흘러나와 한층 성감을 높인다. 쿠퍼액이구나. 수현은 자신의 꽃잎이 저절로 벌름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 부끄럽다.

남근이 두 개, 엉덩이를 희롱하면, 다른 두 개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는 동시에 뺨에 하나가 닿았다. 그 남근의 냄새와 존재감이, 이상하게 수현을 흥분시켰다. 여자가 되어버려서 그런지, 핥으라고 해도 기꺼이 핥을 것 같다.

그때, 갑자기 남근이 꽃잎을 비집고 밀려들었다. 갑작스런 삽입에 수현이 비명처럼 신음했다.

"흐그으읏……!"

"누구 물건이게요?"

"맞추면 상 줄게. 주인님."

수현은 자신을 범하는 네 남자들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너무 기분이 좋다. 이런 거, 견딜 수 있을 리 없다.

"흐윽! 하, 하앙…… 하으응! 하아앙……!"

철썩, 철썩,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음란하게 들려왔다.

"주인님한테 박아대는 이 물건의 주인은 누굴까요."

"그, 그런 거어…… 하응……! 모, 몰……."

"빨리요."

찰싹, 하고 엉덩이를 때린다. 수현은 굴욕감과 동시에 더 흥분했다. 그의 여인들을 범할 때도 엉덩이를 때리면 자신도, 여인들도 흥분하곤 했는데 자신이 이런 상황이 되자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정복당한다는 피학적 쾌감이 피어오른다.

수현은 어쩐지, 이상하게도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모두가 큰 물건이지만 각자의 특징이 있었고, 자신의 몸은 이미 그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수현은 생각나는 이름을 말했다.

"예, 예브게냐……."

"정답."

그리고는 예브게냐의 휜 물건이 자궁구까지 밀어닥치며 수현의 중심을 꿰뚫었다. 수현이 입을 벌리고 신음도 지르지 못한 채 쾌감에 떨었다.

"그럼 이건……?"

뺨에 닿아 있던 남근이 움직여, 수현의 입술에 지분거린다. 입술에 쿠퍼액이 묻어 온통 미끌거렸다. 그의 재촉에 수현은 순순히 입을 벌렸고, 그 물건이 입으로 들어왔다. 수현은 어떻게 하는진 잘 몰랐지만 열심히 혀를 놀리고 빨았다. 마치 예전부터 했던 것처럼 익숙한 느낌, 그리고 봉사하는 게 기분 좋다.

"지금 빨고 있는 건 누구 물건이게요?"

"……너, 올가."

"헤헤. 기뻐요. 주인님."

수현이 다시 뒤집혔다. 정면이 하늘을 향한 채, 여전히 예브게냐가 수현의 꽃잎을 쑤시고 있었고, 올가가 올라타 수현의 입을 마치 구멍인 마냥 허리를 놀리며 그녀를 범했다. 수현은 아래와 위를 동시에 범해지며 신음했다.

보이지 않아 감각만 살아 날뛰는데, 또다른 물건이 그녀의 손에 닿았다. 수현은 그 신호를 반사적으로 이해하고 그 물건을 손에 쥐었다. 흔든다. 다른 물건은 스스로 수현의 젖가슴에 비비고 있었다.

네 남자에게 동시에 범해진다는 거.

정신을 못차리게 황홀했다. 수현은 이제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고, 입술을 모아 남근을 빨고, 손에 쥔 물건을 흔들었다. 머리 가득 차오르는 쾌감에 눈물이 절로 배어나오고, 타액이 흘러내렸다. 예브게냐의 단단한 허리를 여린 다리로 부여잡는다.

이윽고 올가가 입 안에 사정했다. 수현은 정액을 삼키며 환락에 젖었다. 그러는 와중에, 예브게냐의 허리놀림이 빨라진다. 수현은 곧 그의 절정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다. 수현 또한 오르가즘으로 밀어올려지며, 그의 움직임을 따라 허리를 율동했다.

"아앙! 하아앙! 흐, 흐에…… 흐아앙…… 흐으응……!"

수현은 머리가 하얗게 되는 쾌감에 백치가 되는 게 아닌가 두려워졌다.

예브게냐의 뜨거운 액체가, 자신의 뱃속을 때린다. 자궁 가득히, 그의 씨가 뿌려졌다. 수현은 황홀해서 몸을 경련하며, 손을 휘저었다. 예브게냐가 안아주어서, 그의 육체를 껴안고 마음껏 신음을 내질렀다.

아아.

너무나 큰 쾌락에 머리가 어질하다.

수현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으앗."

수현이 벌떡 일어났다.

교실, 점심시간이었다. 학생들이 한산하다. 수현은 여기서 계속 잤던 모양이다. 수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 역시.

말도 안되는, 진짜 터무니 없는 꿈이었어.

수현이 이마를 닦았다. 땀으로 축축하다. 여자가 되어서, 남자가 된 정하와 예브게냐, 올가, 이브린에게 범해지는 꿈이라니.

조금 기분이 좋긴 했지만 그래도 꿈일 뿐이야.

어두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온 안도감에 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아졌다. 역시 꿈이었어.

"야. 하루종일 자냐?"

"으응?"

낯선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도 한 목소리였다.

수현이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인상의 여학생이 서서 수현을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치고 키가 크다. 눈매가 날카롭지만 쾌활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운동을 했는지, 몸의 선이 늘씬하고 탄력이 넘쳤다. 머리가 길지 않아 보이쉬한 느낌도 들었다. 그 모든 게 어울려서 몹시 예뻤다.

이렇게 예쁜 애를 내가 모를 리 없는데.

수현이 그녀의 명찰을 보았다.

박정혜.

정혜…… 정혜가 누구야. 얼굴은 낯이 굉장히 익다. 그, 누구냐 하면…….

그때 뒤에서 누군가 수현을 와락 껴안았다. 정혜의 얼굴이 구겨진다.

"이소현! 이 잠팅아. 이제 깼어?"

수현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수려한 남학생이다. 살짝 도도한 눈매인데, 수현 앞에서는 강아지처럼 좋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라 화사한 면이 도드라졌다. 티비에 나오는 아이돌들 정도는 되는 미모였다.

그런데 난 소현이 아니라…….

남학생의 명찰을 확인했다.

이소휘.

"……."

수현이 벌떡 일어났다.

"응?"

"……?"

수현이 둘을 떨치고, 성큼성큼 걸어 교실 뒤편에 걸린 거울을 향했다.

"소현아 뭐해?"

거울을 들여다본다.

마치 영화 그래픽처럼,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의 부분만 그러모아 조각한 듯한 비현실적인 미모의 소녀가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얼굴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근데 머리가 길었다.

교복도 여자 블라우스였다.

명찰에는. 이소현, 이라고 씌어 있다.

그러고보니 허벅지 아래가 휑한 게, 바람불 때마다 치맛자락이 허벅지를 쓸었다.

"……맙소사."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특별 외전 이상한 나라의 수현 1편이 끝났습니다. 이어서 바로 쓸 건 아니고, 가끔씩 드문드문 되돌아올 겁니다. 언젠가 다시 찾을 2편을 기대해주세요 ㅎㅎ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