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75화 (7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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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름 휴가

"으아."

수현이 뒷걸음질하다가, 온몸으로 힘을 발산했다. 몸에서 뻗어나간 암력이 배를 감싸고 주위를 휘돌았다. 거치적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짓밟아버릴 것이다. 하지만 무엇 하나 잡히는 것 없이 조용하다.

다시 주위는 침묵이다.

수현이 난간으로 주춤주춤 걸어갔다.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은 환영이었을까. 수현이 고개를 내저으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몸에 배어난 찬 땀이 축축했다.

이제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맥주로 한 모금 목을 축이고, 나머지는 난간 밖으로 쏟았다. 아까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그곳을 향해 마구 쏟아버리고는 맥주캔을 아귀힘으로 찌그러뜨린다. 귀신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납작해진 캔을 다시 반으로 접어버리며 수현이 흥, 코웃음쳤다.

"히히히히히히히히."

등 뒤였다.

수현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

수현이 놀라 선실로 뛰어 여인들을 찾았다.

그녀들을 찾아 방문을 열자 어둠속에서, 빈 와인병 곁에서 자고 있는 정하와 예브게냐, 침대에서 껴안고 자는 올가와 이브린이 보였다. 수현이 흘끗, 바깥 기척을 살폈다. 그 존재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에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수현이 이마를 짚었다. 와. 진짜 깜놀이다. 뭐 저런 게 있지. 그러자 지금 자신이 선 자리도, 이 해변도 현실감이 없어졌다. 그녀들 말대로, 닿을 수 없는 저편의 존재였다.

달리 생각하자. 수현은 생각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녀석도 나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녀석은 나한테 히히히히하고 웃어주지 않았나. 웃음은 명백한 우호의 표시다. 녀석은 사실 내게 호감을 가진 게 분명해. 그래,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주인님 뭐해?"

쇼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예브게냐가 말했다.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어둠속에서 희게 빛난다. 새파란 눈동자는 늘 자신을 향해 열려 있어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 받는 느낌을 받는다. 늘 자신을 좇는 열렬한 시선이었다.

"누나. 있잖아요. 나…… 봤어요."

"……?"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갸웃했다.

"귀신……! 있어요……!"

수현이 심각하게 말했다.

가만히 무슨 소리인가 듣던 예브게냐가, 입꼬리를 살짝 들더니, 쿡, 하고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는 쿡쿡쿡…… 하고 낮게 웃었다. 그리고는 예브게냐가 나른한 눈동자로 수현을 올려다보며 놀리듯 말했다.

"흐응…… 귀신……."

"아니, 진짜로……."

예브게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다가 비틀, 몸을 못가누더니, 쇼파를 짚어 몸을 지탱했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다가 여의치 않자, 굽 높은 힐을 주춤주춤, 하나씩 벗어서는 맨발로 섰다. 그녀의 몸동작을 본 수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누나 취했다.

당황한 수현을 향해 맨발의 예브게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취기가 돌아 얼굴이 붉었다. 그녀가 다가와 손을 뻗어 수현의 턱을 잡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게 만들었다.

"흐응…… 그랬단 말이지이……."

"누, 누나?"

"수현이가 귀신을 봤단 말이지……."

주인님에서 이름으로 호칭이 또 바뀌었다.

수현은 묘하게 두근두근하면서도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섰다. 그녀의 숨결에서 와인냄새가 났다. 저 입술에 키스하면 달콤하겠지.

"이 누나가 수현이 안무섭게 해줄게……?"

그리고는 수현을 살짝 끌어안는 듯 하더니 홱 밀어 빈 침대로 넘어뜨렸다. 수현은 침대에 누워 자신에게 다가오는 예브게냐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침대 아래에 서서, 늘씬한 다리를 들더니 맨발을 수현의 남근 위에 올렸다.

"흣……?"

예브게냐가 팔짱을 낀 채로, 한쪽 발로는 바지 위로 수현의 남근을 밟아 짓눌렀다. 그녀의 자극에 금새 발기해버린 거대한 남근이, 얇은 반바지 위로 그 윤곽을 드러냈다. 그 존재감에 흡족해하며 예브게냐가 수현의 아랫배에 남근을 비빈다.

"기분 좋아?"

"누, 누나…… 귀신 있……."

"벌써 물을 흘렸네."

수현의 쿠퍼액이 줄줄 흘러나와, 얇은 여름 반바지와 그녀의 발이 미끈해졌다. 그녀는 미끌해진 바지 위로 수현의 남근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수현이 쾌감에 못이겨 어깨를 움찔움찔 떨었다.

예브게냐 또한, 내의를 입지 않았기에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수현이 느끼는 얼굴 귀엽다아……."

예브게냐가 무릎으로 침대에 올라오더니, 무릎으로 기어와 수현의 뺨에 키스했다. 수현은 그녀와 키스하고 싶었지만 예브게냐는 금새 입을 떼어버리곤 다른 행위를 시도했다.

자세를 바꾸어서는, 팔을 뒤로하여 몸을 기대고는 하체가 수현의 얼굴쪽을 향하게 했다. 그리곤 남근을 밟고 지근거리던 발을 수현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내 발, 더러워졌으니 핥아."

예브게냐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하체를 돌렸기에, 짧은 치맛단 속 그녀의 젖은 비처가 그대로 보였다. 그녀 또한 잔뜩 흥분했는지 살짝 열린 꽃잎에서 애액이 질질 흘러나와 그녀가 앉은 침대부위를 적시고 있었다.

수현은 그녀들과 인간의 육체로 적용 가능한 모든 플레이를 시도해봤기에, 자신의 액을 먹는 것도 발을 핥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혀를 내밀어 그녀의 발을 핥았다. 순종적으로 그녀의 발가락을 입술로 빨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핥았다. 수현의 봉사에 예브게냐는 눈을 감고 낮게 신음했다.

"하으…… 흐응…… 핫…… 수현이 강아지 같아……."

예브게냐가 수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복종에 만족했는지, 예브게냐가 수현에게서 발을 떼고는, 그의 하의를 벗겼다. 그러자 거칠 것 없어진 육봉이 그 우람한 몸을 드러내며 우뚝 섰다.

새삼 그 존재감에 놀라, 예브게냐가 잠시 그걸 보고는 멍해졌다. 울컥, 하고 애액이 토해져나와 잠시 몸을 배배 꼬았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물이 질질 흘러나온다. 예브게냐가 손을 뻗어 남근을 훑었다.

"흣……."

수현이 쾌감에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 예브게냐가 조금 힘주어 남근을 쥐었다. 바짝 흥분한 남근을 예브게냐가 악력을 동원하여 꽉 쥐고는,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강한 압력에 수현은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아, 흣…… 누나…… 아흣……."

예브게냐가 그것을 입으로 삼키려는 순간이었다.

히히히.

히히히히히히.

웃음소리에, 수현과 예브게냐가 동시에 고개 돌렸다. 창가에 검은 그림자가 서서 그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

둘이 숨을 멈추었다.

그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수현과 예브게냐는 그 존재의 기괴한 모습을 확인하고서 비명질렀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그 존재는 홀연 모습을 감추었으나, 충격에 빠진 둘은 벌떡 일어나 자리를 뛰쳐나갔다.

소리에 깬 세 여인이 놀라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귀신! 귀신 나왔어!"

"뭐?"

예브게냐가 조종실로 달려가더니 엔진을 돌렸다.

곧바로 배를 출발시키는 예브게냐를 보며 정하와 올가, 이브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현 또한 예브게냐 못지 않게 놀라서는, 이젠 못참겠다는 듯 갑판으로 뛰어나갔다. 수현이 달려나가자 정하가 따라나갔다.

"주인님 어디……."

"으아아아! 가만두지 않겠다!"

"응?"

수현이 갑판에 나와서는, 그 유령섬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수현의 몸에서 기운이 줄기줄기 빠져나온다. 정하가 그 가공할 압력에 눌려 안색이 창백해졌다.

"주인님, 지금 뭐하는……."

"흥, 난 지금 배 위에 있거든!"

수현의 기운이 섬을 둘러쌌다. 강대한 힘이 순식간에 섬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육지 좆까!!"

"꺄악!?"

수현의 힘이 섬을 둘러싸서는 그대로 폭발했다.

빛이 번쩍한다.

"……."

그리고 어둠이 걷히자, 그곳에 섬은 없고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

"……서, 섬을 없애버린 거야?"

"후, 후후후.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핫!"

수현이 웃었다.

"귀신이고 뭐고, 이젠 없겠지."

"……."

수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예브게냐의 조종 하에 배는 서둘러 해역을 빠져나간다.

*

섬이 있던 자리.

그곳에, 기괴히 비틀린 존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귀신, 저 너머의 존재, 설명 불가능한 그 존재는 규칙이라곤 없이 멋대로 헝클어진 얼굴로, 그 끔찍하게 웃었다.

"키키, 키킼키킥. 히히히히힣. 히히히히히힛! 히히힛! 히…… 히히……."

멀어져가는 수현의 배를 바라보며. 소리 높여 웃는다.

"히히…… 흐…… 흑…… 흐규…… 흐규흐규…… 흐규……."

간만의 손님이라 환영했는데 다 부숴버리고 떠났다.

"흑…… 흑흑…… 흐규흐규……."

귀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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