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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게임-73화 (7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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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름 휴가

"으응……."

이브린이 눈을 떴다.

"……."

온몸이 끈적끈적했다. 몸이 노곤했다. 정신이 들자 느낀 것은, 자신의 하체에 느껴지는 이물감이었다. 그걸 인식하자 묘한 기분이 아랫배가 달큰하게 열이 오르는 것을 느겼다.

"읏."

눈앞에 수현의 잠든 얼굴이 보였다.

이브린은 수현의 위에 올라타서, 수현의 물건을 꽃잎에 삽입한 채였다. 이대로 잠든 모양이다. 잠들기 전의 광란의 난교를 떠올리며 이브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드래곤의 체면이고 뭐고, 짐승처럼 뒹굴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은…… 정말 처음이다.

주위엔 정하와 예브게냐, 올가가 수현의 곁에 매달려 있었다. 양옆에는 정하와 예브게냐가 수현에게 밀착해 안겨서는, 금방이라도 입맞출 듯 수현에게 입술을 가까이하고 잠들어 있었다. 그녀들의 양 다리가 수현의 허벅지를 하나씩 감아당겨, 소유욕을 드러낸다.

뒤쪽에서도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수현의 다리 사이에 올가가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행위의 막바지에, 이브린이 수현의 위에서 기승위로 행위할 때, 수현의 고환과 항문을 올가가 핥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그대로 잠든 모양이다.

제일 체력이 강한 이브린과 수현만 잠들지 않고 둘이서 허리를 흔들다가…… 이브린이 결국 절정과 함께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흐음……."

이브린이 새삼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보니 나머지가 정신을 잃고, 수현과 둘만 깨어 몸을 섞을 때 둘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흘렀었다. 이브린은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하를 납치해서 괴롭힌 전과도 있는데다 인간사에 초탈한 드래곤이라 수현과는 보다 내밀한 분위기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과한 쾌감으로 정신적 무장이 해제되고 둘이서 뒹굴면서 서로 이것저것 다 속삭였던 것 같다. 단 둘의 밀회 같은 기분이었다.

어제 반쯤 미쳐서 내가 뭐라고 했더라. 이브린은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화끈한 뺨을 감싸쥐었다. 잠든 수현의 얼굴을 내려다보자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쿵쿵 뛴다.

이게 흔히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이성간의 감정인가. 나는 드래곤인데, 주인에게 이성으로 감정을 느끼는 것인가. 이브린이 수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허리를 들썩였다.

그러자, 수현의 남근이 절로 발기해서 그녀의 안을 가득 채워오는 것이 아닌가.

"우웃……."

원하는 건 멋대로 다 하고 산 드래곤들은 참을성이 적다.

쾌감에 눈 떠버린 이브린은 조금 욕정이 들자, 망설임 없이 잠든 수현의 남근을 물고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앙…… 아, 흐윽…… 하아……!"

소녀의 신음소리가 계속되었다.

어느 순간, 이브린은 젖꼭지를 쥐고 비트는 매운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뜨자 수현이 눈을 뜨고서는 가늘게 웃으며 이브린을 바라보고 있다.

"흐, 하…… 뭘 그리…… 하앙, 보고 있는게냐……."

"귀여워서."

유두가 비틀리는 감각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싸한 쾌감이 올라왔다. 거대한 남근을 삼킨 꽃잎이 수축했다. 서로의 예민한 성기가 꽉 물고 물리면서, 서로의 얼굴에 쾌락의 흔적이 비친다. 상기한 얼굴로 야릇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미소년과 미소녀는, 결국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키스를 시작했다.

둘 다 눈은 감지 않는다. 쾌감에 일그러진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서로의 표정조차 탐했다.

잠든 세 여인을 떨치고 일어난 수현이, 이브린을 안아들어 삽입한 자세로 허공에서 허리를 놀렸다. 이브린은 수현의 목에 팔을 감고, 그의 허리를 다리로 감은 채 허리를 흔들었다.

소녀의 외모지만, 표정은 요녀처럼 달아올라서는 젖은 눈으로, 혀를 내밀며 수현의 귓가에 숨결을 토한다. 수현이 이브린에게 허리를 쳐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둘은 갑판 난간에까지 이르러 행위를 계속했다.

결국 절정에 이른 이브린이 수현의 온몸을 꽈악 끌어안고, 손톱으로 그의 등을 할퀴며 허리를 마구 비틀었다. 절정의 여운에 취해 온몸이 제멋대로 휘둘리며 몸부림쳤다. 수현은 이브린의 힘에 휘둘려 비틀대다가, 이브린이 절정의 여운에 다시금 취해 고개를 젖히자, 발을 삐끗하며 그만 난간 너머로 떨어지고 말았다.

"흐아, 아앙…… 아하앙…… 아, 아아!?"

"으악!"

수영할 줄 모르는데!

수현은 추락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철푸덕.

"아윽……."

물살을 잠깐 헤치는가 싶더니 바닥에 부딪치는 감촉에 수현이 데굴데굴 굴렀다.

이브린도 그 여파로 수현에게서 튕겨나가 바닥을 구른다.

포식자와 드래곤이라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허리 아래를 감싸는 물결과 바다냄새, 엉덩이를 감싸는 젖은 모래의 감촉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자, 그들의 눈앞엔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섬에 이른 모양이구나."

이브린이 말했다.

문득 수현은 곁의 이브린을 쳐다보았다.

인형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은발홍안의 소녀가, 알몸으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다. 수심이 낮아 그녀의 덜 여문 가슴과 분홍색 젖꼭지가 보인다. 투명한 해면 아래로, 가느다란 다리와 방금전까지 그를 받아들이던 꽃잎이 살짝 헤벌어진 광경이 비쳤다. 젖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바닷물에 젖은 그녀의 몸에서는 소금냄새가 날 것 같다.

이브린에게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브린은 자연스럽게 수현에게 안겨들었다. 둘은 서로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키스했다. 혀를 얽으면서, 이브린이 수현의 허벅지 위로 올라가 앉았다. 발기한 남근의 그녀의 아랫배에 닿는다. 이브린이 작은 손으로 수현의 성기를 훑었다.

천천히, 둘의 성기가 해면 아래에서 삽입되었다.

이브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금 신음했다. 수현이 이브린의 뺨을, 목덜미를, 어깨를 핥았다. 몸에서 소금기가 배어났다. 매끄러운 피부를 괜히 깨물어본다. 민감한 몸은 그대로 반응하며 몸이 비틀린다. 이브린의 은발이 수현의 등에 달라붙는다.

수현이 이브린의 여린 육체를 자신의 팔에 가두며, 허리를 위로 쳐올렸다. 이브린이 가느다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수현이 이브린의 얼굴을 붙잡아, 양뺨을 감싸쥐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조금 부끄러운지 이브린이 눈을 굴려 시선을 피하다가, 다시 마주본다. 수현이 허리를 쳐올리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쾌락에 젖어드는 광경이 보였다.

"뭘, 보지 말…… 하앙! 그만 보거라…… 하앙! 하아앙……!"

혀를 내밀며 타액이 흐르는 것도 잊고 신음하는 이브린의 얼굴은 너무 귀여워서, 수현은 그녀를 더 괴롭히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드래곤이 인간한테 박히면서 헤벌레하는 얼굴이라."

"하앙! 아앙…… 흐앗……! 주, 주인……! 하앙……!"

"침 흐르잖아."

수현이 혀를 내밀어 그녀가 흘리는 타액을 핥았다. 이브린이 도리질했지만 수현의 양손에 잡힌 얼굴은 여전히 수현을 향한다.

갑자기 수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브린이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지만 전과 같은 쾌감은 없었다. 이브린의 얼굴이 한층 일그러졌다.

"하아, 빨리…… 흐응…… 뭐하는 것이냐……."

"어제 가르쳐줬잖아."

"……."

이브린이 눈가를 붉게 물들이며 수현을 노려보았다. 수현이 빙글빙글 웃었다.

"내가 듣기 좋아하는 말. 말해봐."

"……어, 어제 말하지 않았느냐."

"또 듣고 싶어."

"……흐읏……."

수현이 슬며시 허리를 돌리자, 질을 헤집는 남근의 느낌에 취한 이브린이 눈을 내리깔았다.

망설이다가, 눈을 내리깔고서, 수현에게 자그맣게 속삭였다.

"……사, 사랑하는 주인…… 되었느냐?"

"어. 순서가 바뀌었는데. 그거 말고, 동사로 써."

"……."

이브린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수현을 흘겨보다가, 자신의 뺨을 감싸쥔 수현의 손을 떨치고 상체를 기울였다.

수현의 등을 안고는 그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잠시 망설이며 젖은 숨을 내쉬다가, 속삭였다.

"I love you."

"영어 말고."

"……욕심이 많구나."

이브린이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짓는다. 못이기겠다는 듯 웃고 마는 그 얼굴이 햇살 아래에서 너무 하얘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가 너무 아름다워서 수현은 두근거리고 만다.

이브린이 귓가에 속삭였다.

한국어도, 영어도 아니었다. 용언이었다.

용언은 언어가 아니라, 일종의 정신감응, 개념의 전달이다. 말하자면 텔레파시와 같다. 때문에, 드래곤들은 용언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 전하는 것이므로 오해나 실수가 없다. 모든 것은 일순간으로, 마음이 이어지고, 서로의 생각은 여과 없이 전해진다.

수현은 갑자기 전해지는 달콤한 기분에 머리가 멍해졌다.

수현이 강요한 것은, 이브린이 어제 부끄러운 말투로 주, 주인…… 사랑하느니라……하고 말했던 것이다. 이것은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수현은 용언이라는 것을 몰랐다. 때문에 이 생소한 감각에 취해서, 감격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두근거리는, 달콤한, 종속되어 벗어날 수 없는,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이 기분에 수현의 심장이 뛰었다.

"무, 무슨……."

"용언이다."

"그러니까 이게……."

"시끄럽고, 이제 그만 괴롭히거라."

그리고는 이브린이 수현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수현은 왠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브린을 껴안고 키스하며, 있는 힘껏 피스톤질했다. 그녀의 작은 몸이 흔들리며 교성이 터져나왔다.

*

석양이 다 저물어갈 때, 올가가 눈을 떴다.

그녀는 백사장 위에 누워 있었다. 일어나니, 곁엔 정하와 예브게냐가 눈을 비비고 있었고, 그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모닥불을 피우고 나란히 앉은 수현과 이브린이 보였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를 어깨 너머로 넘기며 가만히 생각했다.

배에 있었는데. 지금은 백사장.

섬에 도착했나?

"주인님. 여기 어디……."

수현과 이브린은 가까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다. 수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브린에게 키스하자, 또 이브린도 수현의 목을 감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올가는 기분이 묘해졌다. 둘이 저렇게까지 친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곁에서 정하와 예브게냐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올가가 말했다.

"여긴 어딜까요?"

"글세. 전파도 안통하고 나침반도 뱅글뱅글 돌아."

"섬은 예쁜 것 같아요."

가만히 듣고 있던 예브게냐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쪽에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지……."

"뭔데요?"

예브게냐가 침을 삼켰다. 정하와 올가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셋이 일어난 것을 발견한 정하와 이브린도 다가오고 있었다.

예브게냐는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파도 안통하고 나침반도 작동하지 않고…… 지도에도 없는…… 표류하다보면 어느새인가 도달하게 되는 섬. 낮에는 몹시 아름답지만…… 하지만 밤에는."

그 순간 석양이 완전히 저물어버리며 어둠이 내려앉는다. 모닥불 타들어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타오르는 불길이 어른거리며 그들의 얼굴에 음영을 드리웠다. 예브게냐의 목소리가, 침묵속에서 선명하다.

"유령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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