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59화 (5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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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승자의 권리

이브린의 말이 믿기지 않아서, 정하는 발목의 고통도 잊고 주저앉은 채 이브린을 올려다보았다. 행복해져서, 기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다시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 낙담했다. 그래서 자신을 데려온 것이다.

"호. 그게 사실입니까?"

커다란 덩치의 사나이가 거실로 걸어들어왔다. 우아한 실내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에, 흉터가 곳곳에 보이는 남자였다. 정하는 그 얼굴을 기억했다. 이를 악물었다. 삭풍 클랜의 마스터이자, 최악의 악당, 김상호였다. 본래 정하 패거리에게 기도 펴지 못한 삼류였다.

이브린이 하필 한국으로 날아와 수현을 노리는 것도 김상호의 술수일 것이다. 김상호는 이브린의 뒤에 서서 정하를 눈여겨보았다. 정하는 그 눈알을 짓이기고 싶어졌다. 잠자던 중에 납치당한 터라 그녀는 가벼운 슬립 드레스만 걸쳤기에, 맨살이 노출되었다. 김상호의 시선이 집요하게 가랑이에 이르는 것을 정하는 감내해야만 했다.

"임신이라니…… 제법 사랑 받았나본데. 흡혈귀."

정하의 손아귀에서 핏빛 칼날이 끓어올랐지만 이브린의 압력에 금방 스러졌다. 이브린의 마력에 의해 양 손목을 바닥에 속박당한다. 그 바람에 김상호의 눈에 매끈한 다리선을 그대로 내보이게 되었다. 수현 취향의 슬립 드레스라, 말려올라가며 가랑이가 내보일 것만 같다. 수현과 관계한 이후 납치되었기에 팬티도 걸치지 못했다. 정하는 다리를 오무렸다.

"이브린님. 약속하신 대가는 언제쯤……."

"여기 있다."

이브린이 검은 구슬을 김상호에게 건냈다. 김상호는 그것을 쥐고서는 씨익 웃었다. 정하는 그 구슬에게서 음침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네 덕에 권태를 이기게 되었구나. 고맙도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김상호가 고개를 숙였다.

정하는 이브린이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북해의 드래곤이자, 최악의 드래곤 파프니르의 후손이다. 드래곤 특유의 태생적인 강력함 때문에 그저 지루해서, 그나마 강한 이들을 갖고 놀며 사냥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김상호가, 수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가를 받은 것이다. 정하의 이가 비죽 튀어나왔다. 살의가 끓는다. 김상호를 반드시 찢어버릴 것이다.

"좀 쉬시겠습니까?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습니다."

"오! 온천인가."

"온천은 아닙니다…… 그래도 향긋한 거품을 채워놓았습니다."

"고맙다. 멋와 예의를 아는 훌륭한 자로다."

정하는 이브린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저 쓰레기 같은 새끼의 어디가 멋과 예의라는 것인가. 이브린은 김상호의 안내대로 위층으로 걸어올라갔다. 그리고는 곧, 김상호 혼자 거실로 내려왔다.

"우리. 빚이 있지 않았나?"

저열한 얼굴로 김상호가 웃었다.

"너. 죽인다."

"웃기는군. 승자독식은 네가 가장 신봉하던 것 아닌가?"

바닥에 속박당한 채, 발목이 부서져 허물어져있는 정하 위로 김상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금은 내가 이긴 것 같은데."

"……."

이브린이 무슨 짓을 했는지, 온몸에서 기운이 나질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인간이 된 기분이다.

김상호의 웃음이 더 끈적해졌다. 정하가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가, 살짝 떨린다. 정하의 불안감을 느꼈는지 김상호가 더 헤벌쭉 웃었다.

"천하의 정하가 겨우 이런 걸로 떠는 거야? 크하하하핫! 나약해졌어!"

정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무섭다.

예전이라면 이렇지 않을 텐데. 적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것 정도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비웃어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소중한 게 생겨서, 잃을 게 많아서 두렵다.

상념이 많다. 혹시 더러워졌다고 싫어하게 되진 않을까. 주인님, 사실 속은 그냥 고등학생 꼬마라, 이런 것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주인님 아이까지 배었는데 잘못되면 어쩌나.

이깟 삼류 늑대인간에게 깔려서 신음하게 되는 자신의 몰골은 스스로도 너무 비참하다. 이런 일 없었으면 좋을 텐데.

"복장 하고는…… 그 꼬마에게 매일 대주느라 정신 없었나봐? 아앙?"

"꺼져…… 잡종."

"그래야 정하지."

김상호가 정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수갑에 속박당한 것처럼 양손이 그러모인채 바닥에 엎드려있었고, 정하는 허리를 뒤틀어 다리를 오무린 채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김상호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발목이 부서져, 고통이 자꾸만 올라와 움직일 수가 없다. 이렇게 탈력감에 휩싸인 기분은 인간일 때에나 느낀 것이라 마치 벌레가 된 것 같다.

김상호가 다가와, 슬립의 치맛단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정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리를 오무렸다. 김상호가 스르르 올렸다. 팬티를 입지 않아서 엉덩이와 둔부의 터럭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상호가 히히힛, 하면서 소리 높여 웃었다.

"키히힛! 팬티도 안입었어?"

"……."

정하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른다. 김상호가 올린 슬립은 배꼽까지 올라와 하체를 노출했다.

김상호의 손아귀가 정하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주물러댄다.

"쓰레기 같은 새끼……."

"너같은 년들 길들여서 해달라고 애원하게 만드는 게 내 취미다."

김상호가 두꺼운 손가락을 허벅지 사이에 억지로 끼워넣으려 했다. 정하는 필사적으로 오무렸다. 여의치 않자 김상호가 피식 웃었다.

"어젯밤도 뜨거웠나봐. 그 새끼 정액자국 그대로 있네."

"하지…… 마."

"하루종일 그렇게 버틸 거야?"

김상호가 양손으로 정하의 엉덩이를 벌렸다.

"여긴 어떻게 막으려고?"

"……!"

김상호가 정하의 허리를 붙잡고는 번쩍 들어 엎드리게 했다. 정하는 발목이 비틀리는 고통에 신음했다. 필사적으로 오무려봐야 가릴 수가 없는 자세였다. 허리를 돌려도 김상호의 악력을 견딜 수 없다. 김상호가 정하를 가지고 놀 듯, 엉덩이를 양쪽으로 한껏 벌렸다. 정하의 항문이 살짝 벌어진다.

"여기로도 잔뜩 했나보네. 키야. 똥구멍 벌름거려."

"……."

정하는 울고 싶어졌다.

김상호가 크카카, 웃었다. 정하는 제압당한 자세로, 언제 김상호가 그녀를 욕보일지 몰라 몸을 떨었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자세다. 어젯밤, 수현이 했던 것처럼.

갑자기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뒷구멍을 꿰뚫고 들어왔다.

"흣……!"

중지를 한껏 박아넣고는, 안에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구부려대며 꼼지락, 그녀의 구멍을 자극했다. 정하가 숨죽여 신음을 참았다. 고통과 묘한 감각이 뒤섞인다. 수현에게 개발당한 육체는 뒤로도 쉽게 느껴버린다.

멋대로 항문을 헤집던 김상호가 손가락을 빼서는 입술로 물고 쪽쪽 빨았다.

"크큭."

정하는 수치심이 온몸을 타고 싸하게 올라왔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여기를…… 맛볼까나……."

김상호가 정하의 항문을 후비고 쪽쪽 빨았던 그 손을, 정하의 꽃잎에 쑤셔박았다.

손가락을 앞뒤로 피스톤질했다.

"꽉 조이는데."

침입자에게 놀란 질근육들은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김상호가 휘파람을 불며 손가락을 더 빨리 놀렸다.

"흡……! 큽…… 흐읍……!"

"우와. 벌써 질질 싸는데? 참지 말고 소리내. 즐겁게 해줄게."

김상호는 정하가 보지 못하는 뒤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가락에 약을 펴발랐다. 강력한 것이니 효과도 빠를 테다. 김상호는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지 않으며 그 손으로 정하의 질을 쑤셨다.

"흑……!"

수현에 의해 잔뜩 개발당하고 민감해진 몸은, 약을 금새 흡수해버리고 쾌감을 느끼고 만다. 약의 존재를 알지 못한 정하에게, 저깟놈에게 느끼고 만다는 것 자체가 최악의 절망이었다. 하체를 칼로 도려내고 싶다. 하지만, 쾌락은 쉼없이 그녀의 아랫배를 두들겨서, 애액이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김상호가 꽃잎을 손가락으로 피스톤질하며, 혀를 내밀어 정하의 회음부터 항문까지를 싸악 핥아올렸다.

"하으응……!"

결국 신음이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하하! 좋아!"

김상호가 게걸스레 정하의 항문과 꽃잎을 핥고 빨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질내부를 유린했다. 그러다가 손가락을 세워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짓눌러 비빈다.

"크흡……! 크, 흡…… 흐으……ㅂ…… 흐아, 으흐응……!"

결국 정하는 절정을 느끼면서 애액을 흥건하게 싸질렀다. 허리가 비틀리며 들이닥친 쾌락에 몸을 살짝 떨다가, 축 늘어졌다. 김상호의 손에 의해 벌어진 꽃잎에서 쾌락의 여파인 걸쭉한 애액이 새어나왔다.

"걸작이야. 천하의 정하도 가버릴 땐 다른 계집들처럼 질질 싸버리는구만.."

김상호가 바지를 벗는 소리를 들으며 정하는 이를 세워 혀를 깨물려고 했다.

하지만 강한 힘에 의해 턱을 통제당했다.

*

요한은 근사한 핏의 수트에 트렌치코트를 멋지게 소화한 모습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연예인인가 싶어 사람들이 흘끗흘끗 쳐다본다. 회색 코트와 잿빛 눈동자가 잘 어울렸다.

문득 요한은 한 남자의 곁에 서 있었다.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남자가 요한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친다. 순간, 요한을 바라보던, 그리고 그들을 마주 걸어오던 사람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둘의 모습을 잊었다. 혼잡한 거리에서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게 된 두 사람의 눈동자가 서로 마주친다.

"클랜이 하도 바빠서 너같은 조무래기도 내가 처리하러 왔다."

요한의 잿빛 눈동자에 응시당한 남자는 온몸에서 생기가 빨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을 마주한 것이다. 요한의 능력, 죽음의 시선은 예외가 없다. 남자는 죽음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중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잠깐만 기다려."

요한이 눈을 거두고는 휴대폰을 받았다. 남자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멈춰서는 몽롱한 눈으로 요한을 올려다본다.

"오, 수현."

[드래곤 어딨어요.]

"응?"

[드래곤 어딨어요.]

"아니. 드래곤 위험하다니까…… 나도 어딨는진 모르……."

[몰라요? 진짜로?]

수현의 낮은 목소리에 요한은 사고를 직감했다.

"어딨는지는 진짜 모르는데…… 그런 거물은 추적도 못……."

[…….]

휴대폰으로 수현의 분노가 느껴졌다. 기색이 아니라, 진짜로 기운이 전해지고 있었다. 휴대폰이 부들부들 떨린다. 요한은 경악했다.

휴대폰이 수현의 힘을 이기지 못해 터져나갔다. 요한이 황급히 던져내지 않았으면 다칠 뻔했다.

아니, 이런 게 가능해? 휴대폰으로 힘을 전해?

"진짜 드래곤과 싸울만 하겠는데……."

요한은 미처 다하지 못한 임무를 떠올리곤 남자를 돌아보았다.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온 그의 눈은 요한처럼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요한이 피식 웃는다.

"그래, 보았나? 네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지?"

남자는 완전히 바래어버린 듯한 눈으로 요한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저으며, 굳어버린 턱을 움직여 속삭인다.

"무서워…… 무서워……."

"그래. 그게 죽음이다."

그리고는 요한의 안광이 더 스산해졌다. 남자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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