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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거대한 것이 온다
수현이 눈을 떴을 때 품에는 올가가 안겨 있었다. 수현의 기척에 깼는지 반쯤 감긴 눈으로 수현을 올려다보며 으응, 투정부리듯 신음하다가 입술을 내밀어 수현의 입술을 핥는다. 혀를 내밀어주자 올가는 강아지처럼 입술로 핥고 빨았다. 수현이 타액을 올가의 입에 흘려주려다가 베개에 떨어뜨렸다. 올가가 베개를 핥았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뒤에서 목덜미를 깨물어버렸다. 올가가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히이…… 흐이잇…… 아앙……!"
몸을 경련했다. 수현은 올가와 얽혀 있는 다리 쪽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쾌감에 실금한 것이다. 수현이 이빨을 뽑자, 올가가 축 늘어지면서 눈가에 물기를 매달고 수현에게 안겼다.
"아침부터, 갑자기이……."
올가가 발갛게 달아오른 달큰한 얼굴로 투정부렸다.
"이제 뭘 해야하는지는 알지?"
수현이 말했다. 올가는 울상이면서도, 조금은 기쁜 얼굴로 둘이 덮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자신의 오줌 때문에 지린내가 났다. 올가는 이불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품은 남근을 쉬이 찾아낼 수 있었다. 손으로 쥐고 쓰다듬었다. 수현의 하체는 자신의 소변에 젖어 있었다. 남근을 피스톤질하며 수현의 허벅지와 아랫배를 깨끗하게 핥는다.
올가는 수현의 몸을 핥다가, 가장 맛있는 것을 아껴둔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남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지만 늠름하게 우뚝 선 남근의 무게감이 뺨에서 느껴지자, 하체가 저절로 달아오르며 애액이 줄줄 흘렀다.
뺨으로 남근을 비비다가 입술로 남근의 옆쪽에 키스했다. 그리고는 입을 벌려 남근의 입구를 입에 머금었다. 너무 커서 들어가지도 않는다. 꼭 입술로 물고, 혀를 내밀어 남근을 자극했다.
육봉에서 나는 수현의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자위했다. 수현의 양다리 위에 올라타서 애무하는 모습이라 자신이 자위하는 것을 수현은 알 것이다. 부끄러웠지만 멈출 수가 없다. 입으로는 최선을 다해 핥고 빨면서 자위했다. 애액이 수현의 다리로 흐른다.
올가가 목구멍까지 남근을 받아들이며 필사적으로 애무한지 얼마나 흘렀을까. 사정의 기미가 보였다. 그녀의 주인님은 쿨한 척 하지만 실은 사정할 때나 애무받을 때 기분이 좋아 움찔거리며 이따금 표정관리를 못하고는 한다. 아마 지금 얼굴이 빨개졌을 테다. 올가가 열심히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흣."
하는 소리를 들었나 싶었는데 동시에 끈적하고 코가 끈끈해질 것처럼 진한 정액이 입안 가득 밀려들었다. 얼마나 많은지 입에 다 삼키지도 못하고 턱으로 흘렀다. 진한 수컷의 냄새에 올가는 머리가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억지로 입을 다물고 흐르는 정액까지 닦아 모으며 올가는 입안 가득 수현의 백탁을 음미했다.
"……읍."
그런데, 너무 끈적해서 삼킬 수가 없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수현의 것을 식도에 걸쳐 뱃속에 가득 머금고 싶은데, 얼마나 농도가 짙은지 삼키기가 힘들었다.
수현이 이불을 걷었다. 울상으로 입안 가득 정액을 머금고, 입술을 비집고 흘러내리는 것을 손가락으로 그러모으는 올가가 보였다.
수현이 올가를 안아올려 품에 가두고, 손가락으로 희롱했다. 새어나오는 신음 때문에 정액을 흘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참았지만, 수현의 손가락이 꽃잎의 어딘가를 짓누르자 턱끝으로 정액이 흘렀다. 올가가 몸을 바르르 떤다. 귀걸이를 떼어내 온전히 드러난 올가의 기다란 귀를 수현이 입술로 지분거린다. 올가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울어댔다.
그때, 문이 열렸다.
예브게냐다. 그녀는 둘의 작태를 바라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수현을 바라보며 흘끗 눈총하다가, 올가의 입에 가득한 정액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오늘은 푸른빛깔 꽃무늬 가득한 원피스다. 쇄골께를 가득 드러내고 가슴골을 살짝 내보이는데다, 여느때처럼 짧은 치맛단은 옆트임까지 갈라놓았다. 눈길 주기 곤란할 정도로 트임이 깊다. 팬티의 옆끈이 보이고도 더 올라갔다. 수현이 예브게냐의 늘씬한 다리를 훑다가 문득, 그녀의 손에 들린 전화기를 발견했다.
"전화."
예브게냐가 다가오며 수현에게 쥐어주었다. 그리고 여보세요, 라고 말하기도 전에 예브게냐가 고개를 숙이며.
올가에게 키스했다. 올가의 눈이 커졌다. 올가의 입이 벌어지고, 정액이 울컥거릴 듯 끈적하게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그것을 예브게냐가 싸악싸악 핥아 먹었다. 올가는 또 빼앗기지 않으려고 예브게냐에게 달려들어 키스했다. 정액투성이의 키스였다. 예브게냐가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올가가 예브게냐의 목을 감아당겼다. 예브게냐 또한 정액을 쉬이 삼킬 수가 없어서 입에 그러모았던 것들을 빼앗긴다. 예브게냐도 마주 혀를 내밀어 덤벼들었다. 둘이 저열할 정도로 음탕하게 키스하며 정액을 나누는 모습에 수현은 다시 발기했다.
[전화 안받아? 여보세요?]
"예. 여보세요."
쯔압. 쮸웁…… 츕, 할짝…… 우읍, 이익…… 흐잉…… 쯉…….
[여. 나 요한이다. 꼬마.]
수현은 요한의 저음을 듣는 순간 얼굴에 열이 올랐다. 갑자기 왜, 마지막 만났던 그 날의 키스가 떠오르지. 수현은 그 기억을 떨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예브게냐의 뒤로 가서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예브게냐 움찔하면서 약해진 틈을 타 올가가 적극적으로 예브게냐를 공격했다.
이잇? 흡, 두, 둘…… 츕…… 쮸웁…….
"무슨 일이세요?"
[너 조심해야겠다. 이번에 거물이 널 노리고 있어.]
"거물이요? 절요? 왜요?"
[자세한 건 몰라. 다짜고짜 날아와선 널 사냥한단다.]
사냥, 이라는 단어는 어찌보면 유희적이어서, 수현은 기분이 나빠졌다. 제가 누구기에 감히 자신에게 사냥이라는 말을 갖다붙였을까. 배 언저리의 짐승이 고개를 들었다. 정신 없이 키스하던 둘이 수현을 쳐다보았다. 순간 진동하는 수컷의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거물이 누군데요."
[아주 거대한 놈이다. 북해를 지배하는 괴물.]
요한이 말했다.
[드래곤이 왔다.]
수현은 요한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드래곤……?"
[진짜니까 조심해라. 주변 사람 잘 살피고. 괜히 사냥이 아니다.]
그리고는 통화가 끊겼다. 수현은 요한이 남긴 말에 등골이 서늘해서, 순간 감각을 확장했다.
"……."
"왜? 주인님?"
예브게냐가 올가를 깔아뭉개고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올가는 바닥에 눌린 채 바둥거리고 있다.
"정하 누나…… 어딨어요?"
"방에서 자고 있겠지."
"……."
수현이 주먹을 쥐었다. 그의 선연해진 감각으로, 집안에 떨어진 그녀들의 머리카락 한 톨조차 놓치지 않고 인지할 수 있었지만, 정하만은 저택에 없었다.
뛰어간 정하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지런한 침대에 놓인 메모 한 장.
[짐승아 날 찾아라. 네 암컷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수현이 주먹을 쥐었다. 옆에서 발가벗은 올가가 마력을 풀어 추적하려고 시도했지만 아무 것도 없다. 망연자실한 수현을 예브게냐가 끌어안았다. 수현은 불안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어서 예브게냐를 품에 안고 숨을 죽였다.
*
아주 고급스럽게 꾸며진 서구적인 저택의 거실. 카펫에 벽난로까지 활활 타오르고 따뜻한 커피향 피어오르는 그곳에는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그곳에 정하는 묶여 있었다.
팔목에 룬 문자를 하나씩 새겼을 뿐인데, 팔은 그대로 고정되었다. 팔을 멋대로 허공에 옮겨 놓으면, 그곳에 꽉 묶여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마력을 체감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독한 압력과 무력감이다.
"널 찾으러 짐승이 올 테지."
"너 뭐야?"
"너라니. 흡혈귀들은 예의가 없구나. 체페슈 싸가지가 그 모양이니 그 종자들도 별 수 있겠느냐만은."
정하가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자그마한 소녀는 루비처럼 투명하고 붉은 눈동자로 말끄러미 정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의 눈이 아닌 것처럼 서늘하다. 어렴풋이 그녀의 강대한 힘을 느끼고 있었다.
"왜 나야?"
"그래야 그 짐승이 화가 나 날뛰지 않겠느냐. 성난 짐승을 사냥해본 적 있느냐?"
소녀가 빙긋 웃었다. 새하얀 얼굴에 눈동자와 입술만 붉다. 인형처럼 아름다우면서, 또한 인형처럼 메마른 웃음이었다. 그녀가 가느다란 팔을 뻗었다. 정말로 가녀린 몸이었다. 어른이 힘이라도 주면 부서질 것처럼 여렸다. 하지만 그 가느다란 몸으로 정하의 발목을 쥐었을 때, 그녀는 발목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꼈다.
눈앞이 새하얘져서 비명조차 먹혔다. 발목이 부서졌다. 그리고 순간, 그녀를 속박한 룬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흐…… 흣……."
"도망은 못치니 가만히 있거라."
"왜 나야!?"
정하는 고통과 공포, 짜증이 뒤섞여 소리쳤다. 그 집에는 넷이나 있다. 수현과 그냥 싸우던가, 아님 다른 둘 중 하나를 납치하던가, 왜 하필 수현과 냉전상태인 자신이 걸려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그냥 싸우지! 아님 다른 둘도 있었는데 왜 하필 날 데려와!?"
이브린은 지난 새벽을 생각했다.
사실 납치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수현과 싸우려고 저택에 찾아갔는데. 그 방에서.
'주인님…… 하, 하앙…… 아응……!'
'핫핫핫! 올가 너의 ㅁㅁ가 지금 벌름거리고 있어. 이 음탕한 ㅁㅁ에 뭘 ㅁㅁ줄까? 이 암퇘지!'
'주인님 ㅁㅁ……! 주인님 ㅁㅁ를 제 ㅁㅁ에 잔뜩……!'
부끄러워서 그냥 정하를 납치했다. 하등 생물 중에서도 인간들의 생식행위는 정말 낯뜨겁고 천박하다. 이브린은 빨개지려는 뺨을 억지로 굳히며 이브린이 말했다.
"네가 어찌 내 고매한 뜻을 알겠느냐, 흡혈귀야."
"……."
"짐승이 화나려면 제일 소중한 걸 뺏아와야지."
"그게 왜 난데?"
정하는 발목의 고통을 억지로 사그라뜨리며 말했다. 고통에 눈에 물기가 맺힌다. 이브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 모양새는 되게 귀엽다. 정하는 그 귀여움도 악랄하게 느껴져서 이를 악물었다.
"모르느냐?"
"뭘!"
"네 안에 있는 그것. 그 짐승 참으로 음흉하다. 몰래 심은거로구나."
이브린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정하는 그녀의 손이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오자 반사적으로 움찔했지만 이브린의 마력이 그녀를 짓눌러 반항할 수 없었다. 이브린의 손이 그녀의 아랫배에 이르자 안도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브린의 말에 정하는 눈을 크게 떴다.
"너 임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