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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게임-57화 (5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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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거대한 것이 온다

은발홍안의 소녀, 이브린이 볼을 부풀렸다.

티없이 새하얀 뺨을 가득 부풀리고, 분홍색 입술을 꼭 닫은 채 삐죽거린다. 탁자에 걸터놓은 손가락을 콩콩콩, 건드려대다가 주먹을 쥐고 쾅, 하고 쳤다. 맞은 편의 사나이를 노려보며 눈매를 좁혔다.

"내가 반갑지도 않느냐?"

한 쪽 눈동자만 들여다보이는 철가면의 사나이, 기파랑이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 철십자 클랜의 본사, 마스터의 면담실에서 이브린과 기파랑은 마주 앉았다. 이브린이 흰 코트의 어깻죽지에 뺨을 대고 기울인 얼굴로 기파랑을 흘끗 보다가, 흐음, 하고 다시 입술을 모았다.

"여전히 건방지구나. 그래, 이 작은 섬나라에서 왕노릇이라도 되새김질하는 것이냐?"

"섬나라가 아니라 반도지요."

"내게는 똑같느니라. 난 당장 한국을 섬으로 만들 수 있다."

"못할 것입니다."

철가면 속의 푸른 눈동자는, 고저 없다.

"건방진. 네가 날 막겠다고?"

"아닙니다. 이브린. 저는 균형의 수호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 안중에 없다. 제깟놈들이 제 스스로 승자독식이라는 룰을 만들잖았느냐?"

"파프니르께서……."

"……가, 가, 감히. 고, 고얀 놈. 할아버님이 얼마나 날 귀여워하시는지 모, 모르느냐?"

기파랑이 웃었다. 이브린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숨을 내쉬었다.

"어쨌건. 네게 얼굴을 비쳤으니 난 예의 차렸느니라. 난 통보했다."

"안하시면 안됩니까?"

"왜?"

"저희 클랜에 영입하려고 했는데."

"일 없다. 간만의 사냥이니 좀 거할 수 있겠다. 뒤처리나 부탁한다."

이브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브린은 가면의 균열 속 푸른 눈동자를 내쏘아보다가, 환영처럼 그 자리에서 스러졌다. 기파랑은 처음 자세 그대로 자리에 앉아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응시했다. 눈동자만이 이따금 일렁이며 그의 심중을 어렴풋이 비추어낼 뿐이었다.

"아까운 인재가 죽겠군."

그리고는 침중하게 한숨쉬었다.

"한국에서 다시 나오지 않을 인재였는데."

그리고는 이수현, 이라고 중얼거렸다가, 다시 삼켰다.

*

정하의 방은 어둡다.

어둠 속에서 정하는 잠못 이루고 있었다. 유리창, 커튼 틈으로 살짝 비치는 밤하늘에 외딴 별 하나가 자꾸만 눈에 걸렸다. 왜 이렇게 가슴이 식은 듯 가슴께가 서늘할까. 피가 고프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야지. 정하가 몸을 뒤척이며 몸을 옆으로 뉘였다.

한동안 머리에 그려지는 잡다한 생각들로 지끈거리는 찰나, 방문이 스르르 열렸다. 거실의 희미한 불빛이 새어들어 길게 뻗었고, 들어오는 그림자가 흔들렸다.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 그러나 방안에 들어찬 달큰한 숨결만으로도 그녀의 주인, 수현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랑이는 제 멋대로 기대하며 젖어들어 벌름거린다.

"자요?"

"……아니."

"아까 낮의 일은 미안해요. 화났어요?"

"……."

정하는 아니다, 고 말하려다가 다시 미안해할 필요 없다, 고 말하려고 했고, 그 전에 옛날의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고 말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그 기억이 되살아나 구역질이 났다. 그래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침묵이 길어져 공기가 어색하다. 수현이 한숨쉬었다. 그의 숨결은 달콤해서 곁에만 있어도 매달리고 싶다. 정하가 입을 열려는 찰나, 수현이 먼저 말했다.

"상관 없어요."

"……."

무슨 의미일까, 정하가 숨을 들이쉬었다.

"나 사랑해요?"

정하가 입술을 깨물었다. 쪽팔리게 이런 걸 물어봐. 냉큼 대답할 수도 없잖아. 수현의 손이 정하를 뒤집어 얼굴을 들게 했다. 수현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인다. 정하는 어색하게 마주하게 된 그녀의 주인의 얼굴에 새삼 매혹되었다. 나보다 키도 작은, 주인님.

"그런데 사실 그것도 상관 없어요."

무슨 뜻인지, 아직 모르겠다.

수현이 이불 속으로 들어와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정하의 슬립을 걷고 팬티를 벗긴다.

아직 화해한 것 아니잖아.

"잠까……."

정하가 수현을 밀어내려 했다. 정하가 다리를 벌리지 않아 여의치 않자, 수현은 그녀를 뒤집었다.

뒤에서 그녀를 휘감아, 그녀의 육체를 등부터 짓누른다. 뒤를 내어주게 되자 정하는 반항할 수도 없었다. 무방비로 가랑이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자세다. 몸을 뒤틀었지만 수현의 손이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이미 제 멋대로 흥분해버린 꽃잎을 벌리고 손가락을 파묻는다.

"아, 흐윽……."

길들여진 몸은 무작정 쑤셔대는 손길에도 흠뻑 젖어서 손가락을 깨물며 교태를 부린다. 수현은 깊숙이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포식자의 기운이 그녀의 하복부를 훑었다. 아릿한 쾌락이 지릿지릿해온다. 정하는 수현이 그 기운으로 그녀의 하체를 철저히 탐색하는 것을 알았다. 자궁까지 밀려올라와 그녀의 몸을 검색했다.

지금 정하 자신이 얼마나 흥분해서 질질 흘리며 젖었는지 수현은 온전히 느꼈을 것이다. 반항해봐야 결국은 음탕한 몸이다. 정하는 수치심과 쾌락이 뒤섞여 참담한 기분이었다.

"하아, 하앙……."

보지도 않았는데, 거대한 무게감과 열기가 꽃잎에 닿을 듯이 느껴졌다. 남근이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꽃잎은 잔뜩 녹아내린채 제발 달라는 듯 헤벌어진다. 움찔거리며 잔뜩 물어댈 준비를 한다. 양팔은 이미, 뒤에서 수현이 손목을 잡아 침대 시트에 짓누른 상태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범해지길 기다리는 것 뿐.

남근이 곧바로 그녀를 점령했다. 입구에서부터 질끝, 자궁 입구에 이르는 모든 부위가 거대한 남근에 의해 틈도 없이 꽈악 쑤셔박히며 유린당했다.

수현이 빠르게 허리를 놀렸다. 기계적인 피스톤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과다한 쾌락에 눈앞에 발갛게 흐려지며 벌써부터 허벅지가 경련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반항심과 분노도 소용 없는 주인과 노예 사이의 쾌락의 종속관계였다.

신경계가 과도한 쾌락을 전달하여 과부하에 몸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뒤에서부터 수현이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흡혈의 쾌락이 더해져, 눈조차 뜰 수가 없다. 뒤를 내어준 채 목덜미까지 물어뜯긴 나약한 사냥감의 기분으로, 정하는 범해질 뿐이었다. 이러한 무력감, 굴욕감조차 피학적 쾌감을 자아냈다.

정하는 박히면서, 이미 오줌을 지렸다. 온몸이 제어를 벗어난 쾌락에 비틀렸다. 매일 받던 전율스러운 쾌락이지만 익숙해질 수가 없다. 정하는 순간순간마다 절정의 쾌락이 더해지고 더해져, 날실과 씨실이 얽히듯 머리를 진탕시키는 쾌락의 선이 엉켜들었다.

그 와중에 정하는 희미해지는 이성으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주인님과 키스 한 번 안하고 관계하는 건 처음이네.

마음껏 등을 긁을 수 없는 것도.

아직도 수현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양팔은 쾌락의 여파로 이따금 파들파들 떨 뿐, 붙잡을 수 있는 건 서늘한 시트 뿐이다. 다리가 풀려 치켜세웠던 엉덩이도 허물어져갔다. 그럼에도 수현의 피스톤질은 기계적으로 그녀를 박아댔다.

이윽고, 수현의 정액이 그 어느때보다 깊숙이, 정하의 배를 가득 매웠다. 수현의 정액을 받는 건 언제나 쾌락의 정점을 찍는 경험이어서, 정하는 죽음 같은 전율 속에 목이 쉬도록 신음하며 정신을 잃었다.

*

"화해했어요?"

수현이 정하의 방을 나오자 파자마 차림의 올가가 눈을 비비며 기다리고 있었다.

수현이 다가가 올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눈을 휘며 수현의 허리를 안았다.

"화해?"

"음…… 그러니까 매일 하던 것처럼 쪽쪽거리고 서로 하루종일 눈 마주치며 헤실거리고 그랬냐구요."

"아니."

"에이. 방금 하는 소리 들렸어요. 주인님. 화해…… 어. 진짜 안했어요?"

"어."

"그럼 마음이 담긴 키스는?"

"키스 안했어."

"……."

둘이 키스를 안했다고, 말도 안돼……라고 중얼거리며 올가가 이상한 얼굴을 했다.

"둘이서 그윽하게 마주 껴안았다거나……."

"아니."

"그럼……."

"누나가 나 밀어내고 약간 반항했지."

"그래서요?"

"제압하고 그냥 했어."

"……."

올가가 입을 벌렸다. 이 남자 거친 매력이 있네, 하고 생각하다가 황급히 지운다.

"아아니. 주인님 그러면…… 아니, 주인님이……."

"이렇게 하는 건 오늘만이야. 딱 오늘만."

수현이 올가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주인님 그러다 언니한테 미움받으면 어떡해요……."

"누난 내 거야. 미워하든 말든, 절대 안놔줄 거야."

오늘밤은 그래서 한 거야. 수현은 속삭였다.

수현이 올가의 허리를 안아 자신의 방으로 이끌며, 손을 뻗어 파자마 위로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올가가 얼굴을 붉히며 수현에게 기댔다.

수현의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수현은 올가를 침대로 던지고 위에 올라탔다. 올가의 파자마를 벗기자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가냘픈 뼈대에, 매끄러운 곡선만 덧붙인 듯 가느다란 몸이다. 그 여린 윤곽의 구비마다 수현이 키스했다. 올가가 잔뜩 흐느끼며 신음했다.

"오늘은 여기다가 할 거야."

수현이 올가의 귀여운 엉덩이에 뺨을 대고 속삭이더니, 엉덩이를 벌리고 드러나는 그녀의 귀여운 항문에 키스하며 말했다. 올가가 발바닥으로 수현의 허벅지와 남근을 비비며 앙탈 부렸다.

"자. 오 분 남았어."

수현이 침대에 앉아 다리를 벌려 남근을 곧추세워 내보이며 말했다.

"오분 후엔 거기 넣을 거야. 그냥 넣으면 아프겠지? 시간 내에 최대한 미끌거리게 해봐."

올가가 아픈 상상을 했는지 미간을 찡그리며 후다닥 기어와 수현의 것을 입에 물었다. 필사적으로 타액과 침을 묻히고 혀로 윤활류를 만든다.

수현이 말했다.

"항문을 풀어놓는 것도 올가 네 몫인데. 내 것만 빨아서 될까?"

올가가 입을 떼고는 밉다는 듯 눈을 흘기며 울상지었다. 수현은 느긋하게 올가의 나신을 쳐다보며 스스로 남근을 훑는다.

사랑하는 주인님이 자신의 알몸을 보며 스스로 자위하는 모습에 올가는 잔뜩 흥분되어 울컥거리며 애액이 흘러내렸다. 올가는 수현을 향해 다리를 M자로 벌려 꽃잎과 항문을 내보이고는, 꽃잎에서 흐르는 애액을 손으로 모아서 항문에 묻혀댔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입안의 타액을 손으로 모아, 항문에 묻히고는 손가락을 삽입했다.

올가가 제 스스로 항문을 쑤시며 확장시키는 모습에 수현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저택의 세 여인은 이미 항문경험도 풍부하다. 올가 또한 수현에게 몇 번이고 당했기에, 자위하는 것만으로도 개발당한 그곳에서 쾌감이 올라왔다. 몽롱해진 눈으로 수현을 향해 빨리 해달라고 애원하듯 쳐다보았다.

수현은 올가의 항문에 삽입했다. 기분 좋다. 작은 새처럼 여린 몸을 품에 가두고 허리를 미친 듯이 튕긴다. 올가가 필사적으로 수현을 껴안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수현의 마음 한 켠은 서늘하게 식어, 정하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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