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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거대한 것이 온다
"길을 잃었니?"
여자가 소녀의 어깨를 건드렸다.
소녀가 돌아보았을 때에야 여자는 소녀의 눈부신 머리카락을 깨달았다. 흰 코트 위로 내려앉은 머리카락은 옷에 녹아들 듯 투명한 은색이었다. 그녀가 뒤돌아보는 몸짓을 따라 머리카락은 살짝 일어났다가 가라앉았다.
"내게 일렀느냐?"
그 말투에 눈을 들었더니 분홍색의 눈동자가 새하얀 얼굴 위에 떠올라 있었다. 처음에는 그 선연한 눈빛에 흠칫했다가, 소녀의 조각처럼 흠없는 얼굴에 감동했다. 그림에서나 있을 법한 큰 눈과 매끄러운 얼굴선이, 그림으로는 표현 못할 입체감과 실재감으로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
여자는 입을 벌리고 우와,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내가 이곳 말이 서툴러 네 말뜻을 몰라 미안하다. 우와는 무슨 의미이냐?"
"아니…… 꼬마야, 외국에서 왔니? 어디에서? 되게 예쁘다."
예쁘다는 말에 소녀의 새하얀 얼굴이 조금 발그레해졌다.
"뭐, 엣헴. 너도 느꼈느냐? 내 아름다움은 자주 칭송받느니라. 이곳 이전에는 영국에 있었다."
"한국말을 잘하네. 혼혈……?"
"어디서 감히! 난 순혈이다!"
소녀가 발끈했다. 그러다가 흠흠, 노인처럼 헛기침을 하더니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인간들의 습성을 알면서도 내가 부족하여 흥분하게 되니, 부끄럽구나. 잊어라."
여자는 소녀의 말투와 행동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꾸만 웃음이 번져서 참을 수가 없다. 입꼬리를 그러모으려 해도 자꾸만 배실배실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귀여운 행동거지의 아이는 처음 보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어디 가는 길이야?"
"운무시로 간다."
"부모님은 어디 계셔?"
"아버지는 죽었고 어머니만 영국에 계시다."
"아, 미안……."
"필요 없는 감상이다. 죽음은 삶과 다를 바 없으니 무에 미안하겠느냐."
"운무시에는 어쩐 일이니?"
소녀는 살짝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소녀의 분홍색 입술이 살짝 붉은 빛을 띄었다. 그녀의 눈동자의 분홍빛 위로 붉게 타는 적빛이 얼핏 떠오른다.
"사냥하러 왔느니라."
여자는 소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잠깐 언니랑 갈래? 너 길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야기 좀 해."
"도움은 필요 없다."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난 어린 아이가 아니다."
"저 카페에서 생크림쇼트케이크……."
"잠깐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나쁘지 않겠구나."
여자가 슬며시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여자는 소녀를 납치하는 변태 아저씨가 된 기분으로 그녀를 새삼 훑어보았다. 열 넷, 열 다섯 정도 되었을까, 새하얀 코트 아래로, 가녀린 다리선을 드러내는 블랙진에 가죽구두를 신었다. 얼핏 보아도 굉장히 고급품이다. 부잣집 딸이라도 될까. 코트 밖으로 드러난 목이 추워보인다. 그 투명하리만치 흰 목덜미를 바라보며 어린 여자애를 좋아하는 변태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 이름이 뭐니?"
"내 이름?"
순간 소녀는 턱을 조금 들었다. 자부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여자의 손을 잡고 졸졸 따라가는 위엄 없는 자세로, 배에 잔뜩 힘을 준 위엄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브린. 북해의 이브린이다."
*
수현은 정태의 사건 이후 바깥에 흥미를 잃었는지 학교가 끝나면 매일 집에서 뒹굴었다. 소희가 이따금 전화해서 나가기는 했지만 예전의 만남이 숙박이었다면 요새는 대실로 끝내는 수준이다.
제일 자주 하는 일은 정하와 껴안고 뒹구는 일이다. 며칠째 집에서 알몸으로 여기저기를 구르며 체액을 교환하고 자궁에 씨앗을 뿌리고 서로 피를 빨아댔다.
올가가 청소를 하다보면 결국 오물의 끝에서 정하를 발견하고는 했다. 정하는 항문과 꽃잎 양쪽에서 허연 액체를 줄줄 흘리며 쇼파 위에서 아직도 정신 못차린 몽롱한 얼굴로 이따금 하체를 경련하며 쾌락의 잔향에 취해 있었다.
"언니…… 부럽…… 아니 괜찮아요?"
"올가."
정하가 웃을 때 입가에서 살짝 핏기가 보였다. 수현의 피를 잔뜩 먹은 정하는 마치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멍하니 올가를 올려다보다가, 농염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수현의 정액으로 흥건한 하체를 슬며시 벌려, 그곳의 음탕한 모양새를 올가에게 내보였다.
"이리 와……."
그녀의 비처에서부터 수현의 냄새가 진동했다. 올가의 하체가 촉촉해졌다. 암컷의 다리가 벌어지게 만드는, 그의 씨앗을 수태하길 바라게 하는 강력한 수컷의 정액이었다. 저 뜨거운 것을 올가 자신이 품고 싶었다.
올가는 저절로 정하에게 다가가 그녀의 비처에 혀를 대었다. 정하가 몽롱한 얼굴로 신음했다.
올가가 혀를 내밀어 정하의 꽃잎을 훑었다. 꽃잎이 벌어지며 뜨끈한 정액이 혀를 타고 흘러들었다. 끈적한 것으로 목을 축인다. 너무 농도 깊어서 목에 걸려들었으나, 정하의 애액이 섞여들며 묽어져 목을 넘었다. 뱃속이 덥다. 올가가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올가가 혀를 길게 빼 정하의 속살가지 헤집다가, 조금 더 내려가 그녀의 뒷구멍에 혀끝을 댔다. 그녀의 항문은 수현에게 범해져 헤벌어진 상태로 정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올가가 그녀의 항문을 입술로 빨았다. 배어나오는 정액을 혀로 핥아먹는다. 정하의 신음소리가 흐드러졌다.
"뜨거워요. 언니……."
말 잘듣는 강아지처럼 정하의 항문을 핥으면서 올가가 속삭였다. 정하가 나른하게 웃으며 올가의 머리를 떼어내어 자신에게 이끌었다. 올가는 메이드복 단추를 풀어내며 정하의 위로 올라가, 서로의 가슴을 푸겠다. 서로의 유두가 비벼질 때마다 허리가 뒤틀린다. 정하와 키스했다. 아직 빼들지 않아 짧은 정하의 송곳니를 쳐다보며, 그녀가 물어주기를 바랐다. 흡혈귀들의 쾌락은 넋이 빠져버릴 정도니까, 오줌을 지리며 쾌락에 취하고 싶다.
올가가 정하의 송곳니를 혀로 핥아대자, 그녀가 킥킥거리며 송곳니를 빼들어 올가의 뺨에 그었다. 올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린다.
"우리도 끼워줘."
수현의 목소리는 아무리 조용해도 놓칠 수가 없다. 키스에 열중하던 정하와 올가의 눈이 동시에 돌아갔다. 수현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디서 배워온 플레이인지 수현은 목줄을 손에 쥐고 예브게냐를 질질 끌고 오는 중이었다. 예브게냐는 개목줄을 한 채, 양 팔이 뒤로 묶인 비참한 모습으로 무릎과 얼굴로 바닥을 짚고 힘겹게 꾸물꾸물 기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걸어올 때마다 꽃잎에서 흐른 정액이 거실을 더럽혔다. 얼마나 당했는지 반쯤 눈이 풀린 몽롱한 얼굴이었다.
수현이 예브게냐가 떨어뜨린 정액을 발로 밟아 비벼 묻힌 후, 예브게냐의 얼굴에 들이댔다. 예브게냐가 그의 발에 묻은 정액을 핥는다. 그 비참한 모습에 정하와 올가의 꽃잎은 동시에 움찔거리며 애액을 토해낸다.
"다들 이리 와."
수현의 손짓에 올가와 정하가 다가갔다. 수현은 목줄 두 개를 더 들고 있었다. 정하는 몇 번 사용해본 도구지만 올가는 처음이었다. 목덜미를 붙잡고 목줄을 채우는 억센 손아귀에 올가는 다리가 풀릴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수현에게 달려 있다는 복종감이 가슴 언저리부터 차올랐다.
양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찼다. 셋다 같은 모습이 되었다. 알몸의 두 잘빠진 미녀와, 메이드복을 풀어헤친, 풋풋하지만 늘씬하게 자란 소녀가 개목걸이를 한 채 양손을 억압당한 모습으로 수현의 앞에 무릎 꿇었다.
수현 또한 알몸으로, 쇼파에 앉아 느긋하게 세 노예를 내려다본다. 셋 다 욕정에 타들어가는 눈으로 수현을 올려다보았다. 수현이 셋을 쳐다보기만 하자, 그녀들은 뒤로 돌린 팔을 더 빼어 스스로의 꽃잎을 애무해대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항문에 쑤셔대며 타는 갈망을 달래려 허덕이고 있었다.
수현의 남근이 내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