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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메이드의 길
올가는 정글넷에 접속했다.
일반적인 인터넷을 우회하여, 능력자들만의 코드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네트워크였다. 온갖 자료들이 난무하여 번잡스럽지만, 또한 여느 인터넷처럼 소박한 커뮤니티도 있다. 올가는 링크를 타고 넘어가다가 깜빡, 하드코어한 사이트를 클릭했다.
아차하는 사이 팝업이 여러개 주르륵 올라오며 남자들에게 윤간당하는 여인의 사진, 온몸이 밧줄에 속박당한 채 음탕한 자세로 울먹이는 여인들의 사진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올가의 손이 굳었다. 저러한 여인들은 대개가 패배하여 승자의 전리품이 된 여인들이다. 저러한 행위를 누구도 제재할 수 없다. 승자독식이 그들의 룰이다. 올가는 왠지 지금의 자신이 다행스러워 한숨을 쉬었다.
팝업창들을 끄고, 다른 커뮤니티로 접속했다.
입장화면이 떠올랐다.
모니터의 정글넷 브라우져 위로 붉은 벽돌벽이 하나하나 쌓이더니, 그 위로 담쟁이덩굴이 쑥쑥 타고 올라 시야를 초록으로 매워버렸다. 살짝 조명이 어두워지며 두 줄기 장미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자라올라 양 옆을 꾸미고는, 중앙에서 글씨가 떠올랐다.
'Garden Of Maids'라는 글자가 붉은 꽃잎처럼 떠올랐다가 점점이 흩어졌다. 그리고 커뮤니티 화면이 아기자기하게 떠올랐다.
자의든 타의든, 정글의 세계에서 메이드로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커뮤니티였다. 그곳에는 살림정보나 메이드 관련 정보, 클래식한 중세 예절에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정보들까지 메이드에 관한 것들은 모조리 있었다.
'마녀 비앙카의 메이드를 위한 마법 살림법' 최신화가 올라 있었다. 올가가 클릭했다. 그녀는 얼굴이 모니터에 박히도록 집중하다가 목이 마른지 우유를 꼴깍거렸다. 이번화는 별 내용이 없었다. 이런 걸 마법 응용이라고 올리다니, 비앙카도 수준 낮은 마녀가 분명하다. 올가는 마녀 협회 공인 2급 자격증에 엘프의 비술에 관해서는 교수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다. 비앙카의 마법은 딱 봐도 공인 4급, 5급 마녀 수준이다.
올가는 다른 게시판을 클릭했다. 역시 그녀가 눈여겨볼 사람은 이 여자뿐이다.
메이드 마스터 엠마. 정글에 군림하는 강대한 세력, 이탈리아 보르지아 가문의 메이드장이자 보르지아 가문을 대대로 보좌해온 명문 메이드가의 적통이다. 그녀 스스로가 레이피어에 뛰어난 검객이기도 했다. 그녀는 가든 오브 메이드 이탈리아어 사이트에서 '어린 메이드를 위한 당부들'이라는 칼럼을 연재중인데 러시아 메이드들이 번역해서 이렇게 올리고는 했다.
이번 화는 메이드의 마음가짐을 당부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결국 예절이나, 예식, 절차 같은 것들은 모두 주인님을 향한 배려로 통하는 것이어요. 중요한 건 마음이랍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주인님을 위한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른 길을 찾으실 거여요. 그러니까 여러분 왼쪽 가슴의 심장, 그곳에 항상 주인님을 올려두도록 해요. 여러분의 세포 하나까지 그분께 봉사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면, 늘 옳은 길을 찾을 수 있을…….]
올가는 감탄했다. 역시 이 분은 달라.
[결국 모든 건 상식이기도 합니다. 겉은 완벽한 메이드인 것 같더라도, 남자 주인님을 모시면서 화장실 변기대를 제 편할대로 깔아둔 채 떠나버리는 그런 메이드를 본 적 있어요. 그건 실격이어요. 가장 기본적인…….]
올가가 흠칫했다.
올가가 일어나 화장실로 종종 걸어갔다. 문을 슬쩍 열자, 변기가 보였다. 울상을 지었다. 이 집에는 여자가 셋에, 남자는 주인님 하나다. 변기는 늘 여성용으로 변기대가 내려와 있었다. 올가야 짧은 메이드복에 팬티도 허락받지 못한 몸이니 치마를 걷고 앉아서 싸기만 하면 되었기에 전혀 신경을 안썼다.
"난 실격인가……."
그러다가 올가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자신은 상황이 좀 다르다.
올가가 계단을 타고 일층 거실로 내려왔다. 쇼파에 앉은 정하가 보였고, 쇼파에 누워 정하 의 허벅지에 뺨을 댄 채 티비를 보는 주인님이 있었다. 쇼파 아래에는 예브게냐가 앉아 주인님의 배에 머리를 기대고 꾸벅꾸벅 존다.
"잠깐만…… 누나."
수현이 예브게냐를 건드렸다.
"나 소변."
그러자 예브게냐가 묘하게 기쁜 얼굴로 주인님의 티셔츠를 걷어 배에 키스하고는, 주인님의 바지를 벗겨 남근을 꺼냈다. 허벅지를 내어준 정하가 한쪽 눈동자를 찡그리며 불만을 표했지만 수현이 손을 뻗어 목덜미를 쓸어주자 눈을 내리깔았다.
예브게냐가 수현의 남근을 입에 물었다.
곧 예브게냐의 목이 꼴깍거리기 시작했다.
수현은 예브게냐에게 소변을 먹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브게냐는 마지막까지 다 마시고는 수현의 남근을 입으로 빨아주었다.
"다음엔 나야."
정하가 얘기하자 예브게냐가 비웃듯이 쳐다보았고, 정하 또한 이를 드러내며 노려보았다. 수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올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수현이 변기에 소변을 보지 않게 된지가 몇 달이다. 세 여인이 변기 대용으로서 언제든 남근으로 하는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었다. 소변도, 정액도 모두.
올가는 포기하고 돌아가서 나머지를 읽기로 했다.
[그리고 눈은 마음의 창이랍니다. 눈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지요. 뭐, 러시아 어디에 산다는 악독한 여자는 남의 마음을 읽고 조종할 수도 있어서 제 성깔대로 남을 괴롭힌다고도 하지만, 저희처럼 우아한 메이드는 그러는 것이 아니어요.]
올가가 킥킥거렸다. 예전에 예브게냐가 보르지아 가문의 능력자와 시비가 붙어 그의 머리를 파괴해 바보로 만든 적이 있었다. 그래서 보르지아 가문이 그녀를 싫어한다는 건 제법 알려진 이야기였다.
[때문에 주인님과 눈이 마주치면 항상, 눈웃음을 짓도록 해요. 아무리 우울한 일이 있어도 그런 눈으로 주인님을 마주한다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주인님께는 늘 우아하고 그늘 없는 모습으로 대해야…….]
올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에겐 왠지 부끄러워서 눈도 마주치기 힘든데,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올가, 뭐해?"
문밖에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했지만 올가는 방금 배운 것을 그대로 실행해보기로 했다. 올가가 문을 연다.
"쉬고 있었어?"
수현의 얼굴을 마주하자 두근거렸다. 올가가 용기를 내 수현을 쳐다보며 생글, 눈웃음을 지었다.
"네. 주인님."
"……."
반응이 어떤가 싶어 올가가 웃음을 채 지우지 않고 수현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순간, 올가의 몸이 불쑥 들렸다.
"어라?"
올가가 반응하기도 전에 수현에 의해 들려진 올가는 침대로 내동댕이쳐지고, 다리가 벌어지고, 그녀에게 올라탄 수현이 꽃잎에 남근을 비비기 시작했다. 일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올가가 입을 벌렸다.
"주, 주인님?"
"날 유혹한 올가 탓이야."
"아니, 전……."
"그렇게 눈웃음치는데 내가 어떻게 참아."
그리고는 키스해와서 올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수현의 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달콤하다. 수현의 타액과 설육이 너무 좋아서 올가는 그의 목을 휘감고 오래토록 키스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꽃잎을 꿰뚫는 육중한 무게감에 비명처럼 쾌감이 터졌다.
"핫, 항…… 주인님……! 아응……!"
"앞으로는 조심해. 나도 못참으니까……!"
수현이 드물게 흥분했는지, 정하 외에는 잘 쓰지도 않는 송곳니를 드러내 올가를 물어버렸다. 올가는 예의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리는 쾌감에, 뇌가 흐물흐물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생각을 못하겠다. 짐승처럼 그녀의 구멍을 정복해오는 육봉에게 완전히 항복해버려선, 다리를 완전히 벌리고 어서 박아달라고 엉덩이를 흔든다. 소변은 오래전에 지렸다. 올가는 수현을 껴안고 쾌락을 탐했다.
결국 올가는 녹초가 되어 침대에 널부러졌고, 수현이 그런 올가에게 몇 번 더 박아 정액을 뿌리고는 곁에 누워 숨을 골랐다. 올가는 꽃잎에서 줄줄 새는 정액의 뜨끈한 감촉에 황홀해하며 수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엠마님 말대로 되는 게 없어.
그러다가 엠마의 글 중 마지막을 기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님의 명령은 절대복종입니다!]
"올가."
"네에……."
"부탁 하나 들어줄래?"
"부, 부탁이라니…… 말씀만 하세요."
"정말이지?"
"뭐든 복종하겠어요."
"네가 예브게냐 누나한테 맡긴 게 있는데…… 받아와줬음 좋겠어."
그리고는 수현이 올가 귀에 소곤거렸다. 올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들어줄거지?"
"아, 그…… 아니……."
"그렇지?"
"예……."
올가가 울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가가 예브게냐를 찾았다. 예브게냐는 수현 없는 일층의 휴게실에서 혼자 당구를 치고 있었다. 예브게냐는 올가를 본체만체 제 큐에 열중했다.
"어, 언니."
"왜?"
엘프인 올가가 나이는 더 많지만, 예브게냐는 서로 종이 다르니 인간 나이로 환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에 따르면 올가는 한참 어린 어린애이고 외양도 딱 그정도이므로 자신이 당연히 언니로 불리겠다고 했다. 올가도 예전 마스터였던 예브게냐라 그쪽이 더 자연스러워서 언니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말을 텄다고는 해도 여전히 예브게냐가 어려운 올가가 우물거린다. 답답한지, 예브게냐가 미간을 찡그리며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말을 해. 뭐?"
"그, 그게……."
예브게냐는 사탕을 볼에 머금고 있었다.
올가는 그대로.
예브게냐에게 키스했다.
"……!"
예브게냐의 눈이 커졌다. 올가가 혀를 집어넣어 예브게냐의 입안을 탐색했다. 예브게냐는 완전 얼어 있었다. 올가가 혀로 그녀의 사탕을 그러모아 제 쪽으로 당겼다. 그러면서 둘의 설육이 얽히고 설킨다. 둘의 타액이 서로를 오가며, 사탕의 끈적한 당액이 섞이기도 했다. 결국 올가가 사탕을 입으로 빼앗았다.
졸지에 키스, 그것도 혀까지 얽히는 딥키스를 빼앗긴 예브게냐가 멍하니 올가를 내려다보았다.
"어, 언니…… 죄송해요!"
그리고는 올가는 후다닥 올라가는 것이엇다.
"……."
예브게냐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혼자 뭘 그리 멍 때려? 나랑 칠래?"
그때 정하가 어슬렁거리며 휴게실로 들어와 큐를 하나 잡아 들었다. 하지만 예브게냐는 황망한 눈으로 정하를 쳐다보고는, 다시 못믿겠다는 눈으로 자기 입술을 만지다가, 팔을 축 늘어뜨렸다.
"야. 흡혈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죽을래?"
"……혹시 내가 만만해?"
"이제 알았니? 완전 호구 같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