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글의 게임-49화 (4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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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박정태 랩소디

정태가 아지트 문을 열자, 열 명 남짓 되어보이는 껄렁한 놈들의 시선이 모였다. 정태는 놈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눈을 움직였다. 하나하나 눈동자를 마주치며 머리에 기억해둔다. 정연은 보이지 않았다.

구석, 커튼에 가려진 곳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정태가 그곳을 쳐다보자, 양아치 하나가 웃으면서 커튼을 걷었다.

정태의 이빨이 뿌득, 하고 소리내며 마찰한다.

정신을 잃은 정연이, 다리를 활짝 벌린 모습으로 묶여 있었다. 꽃잎에는 막대기 같은 게 꽂혀 있다. 온몸이 정액투성이라 번들렸다. 정태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왜?"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정태의 말에, 그들은 웃을 뿐이었다.

"음…… 재미?"

정태가 눈을 내리깐다.

상념은 길지 않다.

명백한 살인충동을 몸 전체로 갈무리하며, 차갑게, 이성으로 동의한다. 소년원행, 충분한 유산, 정연의 치료,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낙관하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다시 한 번 긍정했다.

다시 한 번, 동일한 결론을 도출한다.

스프링처럼, 정태가 바닥을 박차고 눈앞에 선 녀석의 얼굴을 가격했다.

녀석이 이빨을 흩뿌리며 쳐박힌다. 옆에 선 놈이 주먹질했다. 뒤에서 앞차기가 날아온다.

눈앞에도 주먹, 옆에도 발, 사방이 적이다.

정태는 주위를 둘러싼 모든 공격 동선을 몸으로 느끼며, 그 빈틈으로 빠져나가 뒤를 보인 적의 무릎을 걷어차 무릎 꿇린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놈들을 하나하나 응시하며, 무릎 꿇린 놈의 옆통수를 보지도 않고 걷어찼다. 빠악,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소년이 정신을 잃는다.

눈앞에 벽돌조각이 날아왔다.

정태는 숙련된 축구선수가 자연스레 공을 트래핑하듯, 손을 뻗어 뒤로 물리며 충격을 완화해 쥐었다. 던진 놈에게 그대로 집어던졌다.

이런 하찮은 개새끼들이…… 정태는 마구잡이로 날아차기하는 녀석을 피해 옆으로 물러서선 착지하는 동시에 하이킥으로 턱을 날렸다. 놈들이 달려들기 전 다시금 발로 놈의 안면을 짓밟아 함몰시키고는 스탭을 밟았다. 이깟 저질 양아치들에게 정연이 당한 꼴을 생각하자, 차가운 머리를 불길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간다.

"이성현?"

양아치들 틈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이성현은 입술을 비틀며 정태를 쏘아보다가 소리쳤다.

"뭐해 새끼들아. 하나잖아!"

"너였냐?"

정태는 심장이 뛰었다. 살인충동은 명백히 적을 겨냥하고 목표한다. 이성현. 너는 무조건 죽인다. 싸움 한 번 했다고, 이런 일을 저지른 거냐. 시야 전체에서 시뻘건 살의가 배어나오며 성현을 향한다.

"너였어. 이성현?"

"좆까."

여럿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정태의 근육이 일제히 팽창한다. 표범처럼 유연하고, 탄력있는 몸이 단숨에 놈들의 중앙으로 뛰쳐들며 무릎으로 정면의 양아치를 찍어넘겼다. 가운데에 둘러싸이게 되었지만 측면의 하나를 원투로 흐트러뜨리고 다시 무릎으로 얼굴을 부수어 포위를 풀었다. 집요하게 틈에서 틈으로 이동하며 포위의 사각을 무너뜨린다.

"저 새끼 미친……."

믿을 수 없는 무용에 성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쓰러진 놈들은 어딘가 부러진 채 눈을 뒤집고 게거품을 몰며 기절했다.

정태가 양아치들을 차례로 짓밟는 와중에도 하나 걸리는 것은, 저 멀리에 혼자 팔짱을 끼고 있는 덩치에게는 아무 것도 읽히지 않았다. 모두가 손쉬울 정도로 자신의 흐름을 내보이는데 저 녀석은 예외였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이종격투기 경기장에서 본 격투 선수들의 움직임도 읽을 수 있었는데, 미묘하다.

하지만 우선 이놈들을 짓밟아야지.

대치 상태가 되었다.

정태는 발 아래 정신을 잃고 쓰러진 놈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 잔인함에 놈들이 움찔 떨었다.

"뭐 이런 걸로 놀래."

정태가 픽 웃으며, 정신도 없는 녀석의 얼굴을 몇 번이고 걷어찼다.

빠악! 빠악! 빠악! 빠악!

"주, 죽겠는데……."

"죽일 거야. 너희 오늘 나한테 죽어. 진짜야. 난 소년원 가고 너흰 지옥 가고."

다시 정태가 힘주어 빡, 찼다.

소년은 정말 죽은 것처럼, 미동도 없이 인형처럼 흔들린다. 싸늘하게 웃는 정태에게 질려 양아치들은 뒷걸음질친다.

격투는 계속되었다. 결국 하나, 둘, 쓰러지고 성현이 정태에게 얻어맞아 벽에 부딪쳤다. 주위의 양아치들은 몸을 일으키려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풀썩 쓰러졌다. 정태의 압도적인 무력에 성현은 고개도 들지 못했다.

"괴물 새끼."

"……아니지. 내가 아니지."

정태가 성현의 배를 걷어찼다. 성현이 숨도 못쉬고 꿈틀거린다.

"너희가 괴물이지."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는 정연을 쳐다보고,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아 힘주어 성현을 까버렸다. 성현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정태가 성현의 목에 발을 올린다.

"커, 컥……."

"죽어."

정태의 눈동자는 서늘하다.

성현이 목을 부여잡았지만 각력을 이길 순 없다. 목을 죄어오는 발에 성현의 눈이 희번뜩 뒤집어진다. 몸부림이 격렬해지다가, 입에서 타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으어……어…… 크어억……."

그때였다.

정태의 몸이, 예고 없이 격중당해 허공을 날았다.

"큭!"

족히 몇 미터는 날아 벽에 부딪쳤다. 정태가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갈짓자로 흔들린다.

아까부터 지켜보고만 있던 녀석, 하성이라는 놈이 서 있었다.

"재미있는 놈이군."

정태가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녀석의 흐름이 보일락 말락, 태반이 침묵이다. 눈이 흔들렸다. 저런 상대는 처음이다. 정태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일개 인간이 이렇게 강할 수가 있다니……."

"지랄하네."

정태가 하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성이 주먹을 휘둘렀다. 부웅, 하고 풍압이 머리카락을 휩쓸고 지나간다. 맞으면 죽는다. 정태는 몸을 긴장하며 하성의 공격을 하나하나 피한다. 막을 수도 없는 공격이다. 발차기, 주먹, 주먹, 발차기, 틈을 찾아 파고들어 하성을 때렸다. 사람의 몸이 아니라 두꺼운 북을 때리는 느낌이었다. 안으로 도통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제법인데?"

정태가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얼굴을 후려쳤지만 다시 고개를 되돌리며 하성은 히죽 웃는다.

"진짜 세다, 너."

정태가 무어라 지껄이는 하성의 턱에 하이킥을 정통으로 꽂았다. 정확했다. 하지만 하성은 턱을 다시 되돌리며 웃을 뿐이다.

"근데 내가 더 세서 어쩌나."

순간, 저 멀리에 있던 하성이 어느새 다가와 정태를 주먹질로 날려버렸다. 정태는 몸을 움츠렸지만 적이 너무 빠르다. 얻어맞고 허공을 부웅 날아 벽에 부딪쳤다. 바닥에서 뒹굴면서 콜록거렸다. 기침과 함께 피가 배어나온다.

"널 잡아먹어야지."

하성이 씨익 웃었다.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정태의 눈이 커졌다. 하성의 이빨이 차츰 날카롭게 서며, 인간의 것이 아닌 길다란 혀가 배어나온다. 귀까지 이르는 입꼬리가 벌어지자, 얼굴보다도 큰 입구멍이 열렸다. 그 안에서 뱀처럼 흔들리는 혀가 날름거린다. 그리고 그 안, 목구멍 속, 까마득한 어둠 속.

"뭐, 뭐야…… 미친……."

"인간계에 오길 잘했어."

그나마 인간의 모습이던 코 윗부분도 변형되었다. 아몬드형 눈은 좁아지고, 위로 늘어나며 세로로 길쭉한 눈매로 변하고, 눈동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콧구멍은 커다래지며 녹색 숨결을 뿜었다. 머리에서 뿔이 솟았다

악마다.

정글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종이다.

"다들 약해 빠져서는. 이쪽은 완전 내 세상이야. 크카카캇!"

인간의 언어를 흉내내지만 결코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짐승이, 따라하는 어설픈 말투. 그 안에 똬리튼 건 지옥 밑바닥의 악마다.

정태는 뒷걸음질쳤다. 말도 안되는 존재가 있었다. 이 모든 악행의 주모는 저 녀석이다. 하기야 아무리 불량아라고 해도 이토록 터무니없는 범죄를 당당하게 저지를 리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마가 악의 씨를 뿌려 모두를 타락시켰다. 정태는 두려움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한가닥 분노가 심장에 남아 맥박쳤다.

상대가 누구여도 물러서지 않는다. 적의 죽음을 긍정했으니, 나의 죽음도 각오한다.

정태가 걸어갔다. 온몸의 모든 근육이 긴장하고, 눈동자는 괴물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흐름. 흐름. 그것을 보아라.

하성, 악마가 주먹질했다.

먼 거리였지만 팔이 늘어나며, 파충류의 피부로 화한 주먹이 정태에게 날아들었다. 정태가 고개를 숙였지만 후두부를 스쳤다.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드는 순간에 다시금 주먹이 날아들어 정태의 얼굴을 후려친다.

"크흑!"

"인간 따위가…… 나한테 덤비다니……?"

악마는 웃는다.

"절망을 보여주지."

악마의 다른 손이 쭈욱 늘어나며, 기절한 정연에게 이른다. 정태가 소리쳤다.

"그만! 개새끼야! 그만! 제발……!"

정연을 속박한 밧줄은 스르르 풀리고, 알몸의 정연이 악마의 손에 안겨 그에게 돌아왔다. 악마의 팔은 멋대로 나뉘어지고 늘어나며, 여러개의 손으로 화해서는 정연을 안아들고, 두 손은 다리를 벌리고, 또다른 손은 그녀의 비처를 향한다.

비처를 향한 손이 그녀의 비부를 쑤셔박았다. 그리고 빠르게 피스톤질했다. 구멍을 망가뜨려버리겠다는 듯 무자비한 박음질이었다.

정신을 잃었던 정연이 눈을 떴다. 그러나 약에 취한 듯 몽롱하다. 흐린 눈으로 초점 없이 허공을 올려다보다가, 가랑이를 쑤시는 손길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흐응, 하앙! 하앙……!"

"니 동생을 구출하겠다고? 아니지. 이 갈보는 이걸 좋아한다니까! 카카캇!"

정태가 이를 악물었다.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악마가 끔찍한 주둥이를 내밀어 정연에게 키스했다. 뱀처럼 긴 혀가 정연의 입술을 열고 혀를 얽어들었다. 체액이 정연에게 흘러들었다. 정연은 눈을 뒤집으며 그 체액을 목으로 주입당하고, 체액의 약기운에 취했는지 몽롱한 눈으로 히끅거렸다.

"니 동생이 해달라고 조르는 거 보여?"

정태는 눈을 감는다.

정연의 꽃잎을 악마의 물건이 꿰뚫었다.

"크카카카캇! 카카캇!"

정태가 일어나려 해도, 한가닥 날아든 촉수가 정태의 몸을 속박했다. 정연을 마구 범하던 악마는 새로운 유흥이 떠올라, 길게 찢어진 입으로 히죽 웃는다.

정태의 몸을 촉수가 말아올려 정연의 곁으로 끌어왔다. 정태가 발버둥쳤지만 사지가 촉수에 묶인 채다.

정연과 정태를 마주보게 한다.

"하, 하지마……."

"시끄럽군."

촉수가 정태의 입을 틀어막았다. 정태가 웁웁거렸다.

정태의 온몸은 촉수에 의해 강제당했다. 정태의 손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정연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우악스레 젖가슴을 주물렀다.

정태가 악마에 의해 억지로 정연에게 입을 맞춘다. 정태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악마의 체액에 취한 정연은 몽롱한 눈으로 오히려 정태를 끌어안고 혀를 내밀어 정태에게 키스한다. 악마의 사악한 강요 하에 남매는 부도덕한 입맞춤을 이어갔다.

"읍……읍…… 쩝, 하아…… 읏, 흡……!"

정태는 키스하며 정연의 허리를 끌어안도록 명령되어졌다. 정태의 팔을 강제한 촉수는, 정태의 바지를 벗긴다. 정태의 눈이 커지며 발버둥쳤다. 그러나 악마가 뜻한 대로, 바지가 벗겨지고 정태의 남근이 노출된다. 남근이 정연의 살갛에 닿는다.

"제발, 그만……! 정연아, 오…… 흡, 크읍……."

이내 정태에게도 악마의 체액이 주입된다.

"카카카! 히히힛! 인간은 나약해! 재밌어! 카카카카캇!"

악마의 체액에 취한 남매가 배덕한 성행위를 강제당한다.

"히히히힛!"

악마가, 모든 타락한 상상과 부도덕한 죄들로 신음하는 지옥에서 기어올라와, 현세에 그 음행과 악행을 연출하고 스스로 도취한다.

지옥도였다.

악마가 혀를 길게 빼들어 흔들며 웃어댔다.

"카카카캇!"

사아악.

혀가 잘려나갔다.

"캬카카……꾸엣! 끼야뷔에에엑!"

악마가 피를 뿜으며 허물어졌다. 고통에 바닥을 뒹군다. 촉수의 억압이 풀린 정태와 정연 남매는 바닥에 떨어져, 이지를 상실한 눈으로 인형처럼 성행위를 이어간다.

악마가 잘린 혀의 단면을 틀어막고 일어서려는 찰나.

혀를 부여잡은 촉수가 모조리 잘려나갔다.

"크에에에에에에에엑!"

아지트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은 어둑한 빛을 흘리고 있다.

여전히 빛 발하는데, 빛에도 아랑곳 않고 기어오는 어둠을 악마는 보았다. 빛이 스미지 못하는 까마득한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까마득하고, 까마득한, 지옥에서도 보지 못한 무저갱의 암흑이 사방을 기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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