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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짐승의 유년
"너 왜 박서은 다리 만져?"
소희가 말했다. 수현이 고개를 들었다.
점심시간에, 둘은 운동장 구석 등나무 아래의 쉼터에서 나란히 앉아 있었다. 소희가 수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가벼운 스킨쉽을 구하는 중이었다. 수현이 소희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데 불쑥 소희가 서은을 걸고 넘어졌다.
"서은이?"
"너 수업시간 내내 걔 허벅지 만졌잖아."
"잠 깨워준 거잖아."
"그럼 왜 다릴 만져? 어깨 흔들라고."
소희가 수현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소희가 흔드는 대로 팔을 팔랑거리던 수현이 말했다.
"너 질투해?"
소희가 입을 다물더니 수현의 가슴팍을 퍽 때렸다.
수현이 욱, 하고 가슴을 매만졌다. 소희가 입술을 삐죽이며 수현을 빤히 쳐다본다. 소희가 이제는 수현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그래. 왜? 여자친구니까 당근 질투하지."
묘하게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다시 걔 몸 더듬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소희가 콧잔등을 찡그리며 말했다. 수현이 그런 소희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았어."
"응."
"알았으니까 여기."
수현이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가리켰다.
"뽀뽀."
"야아."
"안그럼 서은이 막 만져버린다."
"우와. 어이 없어. 남자친구 맞냐?"
소희가 투덜거리면서도 수현의 목을 팔로 감으며 입술을 갖다댔다. 이젠 너무나 자연스러운 스킨쉽이었다. 양팔로 수현을 꼬옥 껴안고, 수현의 허벅지에 살짝 올라타며 키스했다. 수현의 팔은 소희의 허리를 휘감았다. 수현의 손이 엉큼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슬며시 주무르자 소희가 몸을 뒤틀며 가볍게 앙탈을 부렸다.
둘 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혀를 날름 내밀어 서로 얽었다. 서로의 점막끼리 연결하는 키스는 마치 약식 성행위 같은 느낌이다. 수현에게 구강을 낱낱이 범해진 소희가 할딱거리며 수현에게 매달렸다.
"이제 서은이 다리 안만질게."
"하아. 그래"
"니 다리만 만질게."
"어어?"
수현이 손을 뻗었다.
여름, 한없이 짧은 소희의 스커트 아래 새하얀 맨다리는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수현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손끝으로 훑기만 했는데도 소희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얼굴이 빨개지며 수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 마……."
소희가 수현의 무릎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수현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아, 계속 수현의 허벅지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소희가 허리를 뒤틀며 도망치려고 했다.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 앙탈부리면 키스 안해준다."
"흐으…… 바보야……."
소희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수현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제서야 허벅지에서 묘한 감각을 느꼈다. 축축하다. 수현의 눈이 소희의 다리에 이르자 그녀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수현의 가슴팍을 쳤다.수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던 소희가 못참겠다는 듯 수현에게 매달리며 키스했다. 먼저 혀를 내밀어 수현의 혀를 구했다. 수현이 짐짓 입을 다물고 있자 그녀가 수현의 아랫입술을 핥으며 애교를 부렸다. 몇몇 학생들이 수현과 소희의 수작질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수현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돌리기도 했다.
수현이 손가락을 소희의 꽃잎에 밀어넣었다. 꼭 물고서는 쪽쪽 빨아들였다. 잠깐 파묻었을 뿐인데 빨려들어가서는 마디가 잠길 정도였다. 하지만 곧 처녀막에 부닥쳐 더 나아가지 못했다. 수현이 입구 주변의 주름을 매만지며 소희를 애태웠다.
"학교잖아……."
얼굴이 빨개져서는 수현의 귓가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소희가 속삭였다. 울상이라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눈이, 입술이 젖어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타액이 가느다랗게 흘러내려 수현의 어깨를 적셨다. 수현이 그녀의 턱을 타고 내리는 침을 혀로 그러모아 다시금 그녀의 입가에 흘려주고는 혀를 살짝 엉켜붙이다가 입을 떼었다. 그리고는 수현이 타액을 모아 그녀의 입에 주르륵 흘려 먹였다.
소희가 순종적으로 꼴깍꼴깍 삼켰다. 그리고는 변태……라고, 속삭였다. 수현이 그녀의 머리를 안아당겨 가슴에 보듬었다. 소희가 다시금 변태……라고, 젖은 목소리를 떨어뜨리며 한숨처럼 말했다.
"나 오늘 부모님 없어."
"마치고 너네 집 가자."
"으응……."
소희가 고개를 숙였다. 수현이 손을 뻗어 소희의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지만 소희는 가만히 수현에게 기댔다. 수현의 손이 그녀의 교복 위로 가슴을 주무르다가 손바닥을 꾸욱 눌렀다. 그녀의 쿵쾅거리는 심장 고동이 느껴졌다. 고장난 것처럼 미친 듯이 뛴다. 소희가 수현을 올려다보았을 때, 수현의 까만 눈동자가 소희의 시선을 받았다.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소희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이게 티비에서, 책에서 다들 떠들어대던 그 사랑일까. 소희는 누가 좋냐고 물으면 좋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전신이 수현을 향해 열려 있어서 수현 없이는 숨도 쉴 수가 없다. 그저 최대한 수현에게 다가가 매달리며 몸을 맞부딪는 것 뿐. 사랑해. 소희가 속삭이자 수현이 소희의 뺨에 키스했다.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고 순종하며 자신의 그의 소유라는 것을 표하고서 상처럼 떨어지는 그의 애정을 구하는 것 뿐.
수현이 등나무 뒤켠 담을 넘어 편의점에서 일회용 팬티를 사왔다. 소희는 시선이 닿지 않는 뒤뜰 구석에서 팬티를 갈아입었다.
"잠깐만."
새 팬티를 종아리에 걸쳤을 때 수현이 제지했다. 소희가 손을 뻗어 수현의 눈을 가렸지만 수현은 그녀의 손을 치우고는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거뭇거뭇한 터럭 사이에 숨은 좁은 틈이 살짝 벌어져 분홍색 속살을 내보였다. 소희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수현의 머리를 콩, 때렸다.
"뭐해. 보지 마. 이수현."
"나중에 실컷 볼 건데 뭐 어때."
"진짜 완전 변태……."
그녀의 비부를 빤히 쳐다보던 수현이 얼굴을 뗐다. 하지만 그 때문에 소희의 꽃잎이 다시금 꿀물을 흘리기 시작해서, 진정시키고 휴지로 닦아주느라 시간이 소비되었다. 애무만 과하게 받아버린 소희는 무언가 다 차지 못한 갈증 때문에 이후의 수업 내내 엎드려 있었다.
"이소희. 너네 집 비지? 나 놀러 가도 돼?"
"안돼……."
"아, 왜. 왜. 치사하게. 왜."
진하가 소희 옆에 쪼그리고 앉아, 엎드린 소희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소희가 얼굴을 들어 째려봤다.
"왜 안되는데."
"수현이랑 약속 있거든."
"밤새 있을 것도 아니잖아."
"……."
소희가 아무 말도 않자 진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희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는 둘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네 집에 가는 거야? 둘이서?"
"어어……."
진하가 소희의 팔을 잡아 당겨서는 자리에서 끌어냈다. 그리고는 소희의 팔짱을 끼고는 종종 달려서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깨끗한 칸으로 들어갔다. 진하가 좌식 변기 뚜껑을 닫고는 그 위에 한쪽 발을 올렸다. 소희가 방어적으로 팔짱을 끼고 진하의 시선을 피했다. 진하가 탐정의 눈빛으로 추궁했다.
"그냥 노는 거야, 아님…… 그거?"
"몰라."
"이소희. 나한테도 말 안하는 거야? 와. 존나."
진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소희를 빤히 쳐다보자 소희가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하, 할 것 같아."
"어떻게 아는데?"
"느낌이지. 느낌."
소희가 얼버무렸다. 삽입만 안했다 뿐이지 서로 핥고 빨고 만지고 다 한 사이인데 뻔한 거 아니겠냐고 말할 수는 없다.
"너는?"
"나? 으응……."
"이수현이야 남자놈이고 뻔히 하고 싶겠지만 넌 괜찮아?"
"괘, 괜찮아."
"너 은근 소심해서 거절 잘 못하잖아. 내가 말해줄까?"
"응?"
소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하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소희가 반쯤 나간 진하의 옷깃을 붙잡고 당겨 다시 문을 쾅 닫았다. 이 계집애가 무슨 방해를 하려고. 소희의 반응에 진하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소희가 말을 골랐다.
"나 할 거니까 신경 안써줘도 돼."
"진짜?"
진하가 입술을 모아 두어번 손끝으로 두드리다가 말했다.
"정말?"
"그래. 하고 싶어. 됐어?"
"어. 그…… 안아까워?"
"아깝다니?"
도리어 소희가 되물었다.
"처음인데, 그러니까……."
진하의 말뜻을 알아들은 소희가 미간을 찡그렸다.
"수현이한텐 하나도 안아까워."
"그래……."
"수현이라서 좋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제 됐지? 송진하. 너도 남자친구 사겨. 누구든 우리 수현이보단 못하겠지만."
진하가 픽 웃었다. 여자만의 대화를 끝낸 둘은 여자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교실로 돌아가는 도중 수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소희가 수현에게 다가가 뒤에서 껴안았다. 갑작스런 포옹에 수현이 뒤돌아보자 소희가 깔깔 웃었다. 수현도 픽 웃었다. 소희가 수현의 팔을 껴안아 팔짱을 끼고서는 교실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하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복도에 떨어진 종이뭉치 발로 툭 찬다.